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4)
ⓒ 애모르
“허, 허. 그런 녀석은 처음이구만.”
아카데미의 교장의 집무실.
최중원은 밤하늘의 야경을 바라보며 아침에 보았던 김하준을 생각하고 있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오며 많은 영웅과 생도를 만나봤지만 김하준 만큼의 별종은 없었다.
“그 젊은 나이에 대체 무슨 일을 겪었기에.”
최중원은 아침에 보았던 김하준의 표정을 떠올렸다.
자신의 마력을 그리고 기세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낸 녀석의 표정을.
참으로 담담하고 그리고·········· 권태로워 보였다.
대화하는 거 자체가 귀찮다는 듯 참으로 공교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 이제야 나타났는지 모르겠구나··········.”
그 정도의 힘을 가지고도 왜 모든 것이 지루해 보인다는 표정을 짓는가.
지금까지 얌전히 있었다가 왜 이제야 정체를 드러내는가.
무슨 목적으로 아카데미에 들어오는가.
혹은 그 지루함은 목적을 이루었기에 지을 수 있는 표정인가?
“내 조금 더 빨리 너를 발견했다면 도와주었을 것을··········.”
많은 인재를 보아왔다.
특히 이번 해에는 입시 시험을 보기 전부터 명성을 떨친 유망한 인재들이 많이 모이는 해였다. 개중에는 타의 추종 불허하는 천재들.
현직 영웅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재능을 지닌 인재도 있었다.
그런 인재는 한 해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하는 게 정상일 터인데.
이번 해는 달랐다.
황금의 세대.
그 정도의 힘을 가진 인재들이 한 해에 여러 명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그 녀석 때문에 괜히 눈만 높아졌어.”
검왕 후보로 거론되는 그 아이도.
자신의 뒤를 이을 세기말의 천재라 불리는 그 아이도.
룬어의 선택을 받은 그 아이도
미국 신화급 국보에 선택받은 그 아이도.
아마 김하준처럼 화려한 업적을 가진 녀석은 없을 테니.
A급 빌런을 죽였다는 것은 그런 의미였다.
국가에서 수배한 A급의 저력은 재해나 다름없으니.
“이번 해는 참 기대가 되는군.”
* * *
최중원 교장의 말대로 하루 정도 더 쉰 하준이었다.
이왕 쉴 수 있는 시간이 있을 때 더 쉬어두는 게 낫지 않겠는가.
아마 아카데미에 입학하면 바쁜 일상이 시작될 게 분명했다.
동시에 언제 이 개 같은 시스템이 퀘스트를 줄지 모르니 말이다.
“자, 그럼··········.”
제 1차 입학시험은 필기였다.
영웅의 행동 규범과 원칙, 마수의 특징 습성 등등 간단한 기초가 문제로 나왔다.
영웅 지망생이라면 누구라도 알고 있는 기초이기에 그리 어렵지 않게 필기를 통과할 수 있었다.
그렇게 준수한 성적으로 필기시험을 통과한 뒤.
이어진 실기시험에서 본격적으로 입시생들이 가장 많이 떨어져 나간다.
적어도 시험을 본 입시생 중 10퍼는 필기에서 그리고 70퍼가 실기에서 실격 처리된다.
다만, 실기에 관해서는 그리 크게 걱정이 되지 않았다.
‘애초에 불합격하는 게 이상하지.’
스킬이 ‘시간 정지’인데 무엇을 못 하겠는가?
더구나 마지막 실기시험은 인공 던전의 탈출이었다.
애초에 하준에게 있어 실격 자체가 불가능한 시험이었다.
“256번 입시생. 준비됐으면 시작하세요.”
일자 복도에 정갈하게 쭉 깔린 10개의 문.
여기 있는 문 하나하나가 전부 인공 던전과 연결돼 있다.
물론 각각 문마다 난이도가 낮다 높다 따위의 차이는 없었다.
그저 들어가는 문만 다를 뿐이지 난이도를 넘어서 던전의 습성과 형태까지 똑같이 구현됐으니 말이다.
“음··········.”
조용하고 적막한 던전이었다.
하준이 아직 스타트 지점에서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간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다.
이미 던전으로 향하는 문을 통과한 순간부터 손목에 찬 스톱워치가 움직이고 있으니 말이다.
‘여유롭게 통과하면 되겠지.’
하준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통과였다.
그렇기에 굳이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 시선을 끌 생각은 죽어도 없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현재 빌런 연합에서는 완력가를 죽인 입시생을 눈 씻고 찾고 있는 게 분명한데 웬 들어본 적도 없는 신입생이 모든 유망주를 제치고 수석을 한다?
병신이 아닌 이상 그들도 내가 완력가를 죽인 범인이라고 의심할 게 분명했다.
“4분 지났네. 슬슬 그 녀석이 통과했으려나?”
검왕의 제자 한시영.
플레이어블 캐릭터 중 메인 캐릭터에 속하는 흔히 말하는 주인공 격인 녀석이다.
이번 입시 시험의 수석은 그놈이다.
다른 유망주들 사이에서도 가장 범접할 수 없는 재능을 가진 녀석이니.
“자, 그럼”
슬슬 몸을 풀고 출발하려는 순간.
가장 듣기 싫은 섬뜩한 음성이 귓속에 울리기 시작했다.
띵-
갑작스럽게 울린 알림창에 하준의 한쪽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왠지 모를 불안을 느끼며 시스템 창을 확인했고.
[시스템은 완력가를 쓰러트린 김하준님을 높게 평가합니다.]“어?”
[A급 빌런 완력가의 죽음으로 미래가 변하여 페널티가 부여됩니다.]“뭐?”
[퀘스트의 난이도가 상승합니다.]“에라이!”
띵-
[메인 퀘스트]퀘스트 가능 캐릭터 : 김하준(리베르 라필턴 필 에르만)
설명 : 로키아 아카데미에 (수석)으로 입학하십시오.
보상 : 150P
‘니가 죽이라며 시발련아!’
하준은 곧바로 시간 정지를 발동했다.
* * *
멈춘 시간 속 하준은 어떻게 해야 수석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중이었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필기시험을 조졌다는 점이었다.
아니, 정말 적당하게 통과한 수준이다.
그러나 수석이란 게 필기와 실기가 완벽해야 수석을 하지 않겠는가?
‘일단 필기는 어쩔 수 없고·········.’
곧바로 필기는 깔끔하게 포기했다.
계속 고민해봤자 어차피 방법이 없으니 말이다.
다시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그럼 역시 실기밖에 없나?’
실기에서 무언가를 보여야 한다.
하준은 곧바로 판단했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그냥 통과하는 거로는 물론 수석인 한시영을 넘을 수 있지만 그보다 더욱 압도적인 무언가를 보여야 한다.
시험 채점관인 교관들도 감탄할 만한 무언가를.
그것이 필기의 부족한 점을 메워줄 것이다.
‘답이 없네··········.’
그러나 곧 하준의 표정에 난처함이 드러났다.
예의의 그 유리 조각처럼 허공에 떠 있는 무언가를 찾고 있었지만.
그런 게 이런 던전에 있을 가능성은 현저히 낮았다.
물론 그렇다고 아예 없지는 않았다.
던전을 쭈욱- 걷다 보니 땅딸막한 키의 고블린 놈들이 돌멩이를 가지고 휙휙 던지며 놀고 있었기에 하나 가져왔다. 이로써 망치는 찾았다.
이제 못을 찾으면 될 뿐.
‘못········못이라··········.’
그렇게 던전을 계속 나아가던 도중.
하준의 머릿속에 갑작스럽게 떠오른 생각.
‘생각해보니 못이 필요한가?’
하준이 생각한 퍼포먼스는 단순했다.
모든 것을 부수고 출구에 도착하는 것.
이 과정에서 왜 못을 찾고 있는지 모르겠다.
‘참, 나도 멍청하게··········.’
망치는 못을 박는 데에 많이 쓰이지만.
때로는 무언가를 부수는 데에 가장 적절하게 쓰인다.
* * *
“선배님. 이 늦은 시간에 뭘 보세요?”
“어, 어? 아니, 그냥··········입시생 애들 실습 영상 보고 있었지.”
입시 시험이 끝난 늦은 저녁.
아카데미의 교관 장현준은 마우스 힐을 드르륵거리며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장현준은 아직 그때의 악몽을 기억한다.
압도적인 힘 앞에서 무력했던 자신을.
그리고 지켰어야 할 아이에게 지켜졌다는 사실을.
그러나 이내 모니터를 보고 있던 장현준의 시선에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찾아봐도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감사 인사를 하고 싶어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니 답답할 따름이었다.
“아, 근데 이번 해는 대박이던데. 실기시험 영상 중 74번하고 125번 보셨어요?”
“검왕 후보하고 현자 후보잖냐. 다른 애들은?”
“어휴, 말도 마세요. 이미 여기 오기 전부터 유명한 애들만 골라서 봤는데 대단하더라고요.”
“그렇겠지··········.”
“어라, 선배님은 걔들 영상 안 봤어요? 반응이 왜 이렇게 미적지근해?”
자신의 후배 교관 한이슬에 말에 대수롭지 않게 반응한 장현준이었다.
장현준 또한 장래가 유망한 애들의 영상을 일일이 찾아봤기에 안 보지는 않았다.
아마·········원래의 자신이라면 흥분했겠지만, 지금은 딱히 별생각이 들지 않았다.
“근데 선배님 그 소문 들었어요?”
“어떤 소문?”
“검왕 후보 걔. 수석이 아니라는 소문이요.”
“뭐?”
장현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신 또한 그 녀석의 실기 영상을 봤기에 명백히 녀석이 수석이라고 생각했던 참이었다.
“그럼 현자 그놈이냐?”
“아니요. 걔도 아니라는데요? 자, 여기 한 번 보세요.”
한이슬이 가리킨 곳은 256번의 실기시험 영상이었다.
그런데 패스워드가 걸려 있었다.
256번의 영상을 클릭하자 1급 기밀이라는 창과 함께 영상을 볼 수 없었다.
“뭐야? 이거?”
“보셨죠? 교관들 사이에서는 얘가 수석이 아닐까 추측하던데요.”
“얘 사진은?”
“여기요.”
사진을 보자 장현준의 눈동자가 크게 떨려오기 시작했다.
“얘가 수석이라는데 좀 맹하게 생겼죠? 시험 보러 온 애가 옷도 대충 입고 왔다는데요? 아무리 자유라도 보통은 교복을 입고 오잖아요.”
“어떻게 입고 왔는데?”
“뭐였더라? 흰색 긴팔에 검은색 반바지였나?”
그 말이면 충분했다.
장현준은 의심할 여지 없이 이놈이 수석이라고 생각했다.
“하하, 그래도 다행이네.”
“근데 장현준 교관님은 몰랐어요?”
“뭘?”
“교장님께서 이미 1급 교관님들만 모아놓고 영상하고 수석 입학생을 발표했다는데요?”
“그럼 나는?”
“그러게요? 아! 영상 확인해보세요. 아마 교관증 번호 입력하면 영상 볼 수 있을 걸요.”
그 말에 곧바로 시험해본 장현준이었다.
한이슬에 말대로 패스워드를 입력하자 락이 풀렸고 영상이 실행되기 시작했다.
‘그놈이다.’
영상에 나온 한 소년.
장현준은 확신할 수 있었다.
완력가를 쓰러트린 그놈이라고.
“음··········근데 얘는 뭐 하고 있지?”
한이슬의 말대로 시험이 시작한 지 4분이 지났음에도 소년은 움직이지 않았다.
장현준 또한 의문이 들었다.
10분 안에는 완주해야 아카데미에 합격할까 말까하는 시간대인데.
소년은 4분이 지났음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잘못 봤나··········.’
그리고 그 순간.
“··········!”
“어, 어?!! 사, 사라졌어요!”
소년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파캉――――!!!! 캉――――!!!! 콰쾅――! 푸슉! 쾅――――!!
던전의 함정이 부서지고 무너지며 던전에 서식하던 마물의 대가리가 연이어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곧이어 소년의 모습이 보였고.
소년은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출구의 문을 통해 나가고 있었다. 그 기록은 정확히 4분 21초.
검왕 후보 74번보다 10초는 빠른 기록이었다.
“어, 와! 아니, 뭐야! 어?! 저게 말이 돼?”
그 영상을 보았던 한이슬은 식은땀을 흘리며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영상을 바라봤고.
“한이슬.”
“네, 네?”
“너 이거 어디 가서 절대 말하지 마라.”
“아, 아아 네!”
왜 기밀인지 알게 된 두 사람이었다.
* * *
그날 밤.
기숙사에 들어온 하준은 시스템 그리고 스킬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하고 있었다.
‘일단 이거 포인트가 있다면 상점은 어떻게 쓰지?’
현재 하준의 수중에는 완력가를 죽여 얻은 250P가 있었다.
물론 게임에서도 포인트에 관한 설정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사용법을 모르겠다.
아니, 정확히 상점을 여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어떻게 열지? 아, 그냥 상점이라고 외치면 되나?”
그 말과 함께.
띵-
하나의 창이 떠올랐다.
무슨 상점이라고 적힌 검색창과 여러 아이템이 목록 된 상점창이었다.
“오! 되네.”
곧바로 하준은 상점창에 뭐가 있는지 확인해보았다.
플레이어블 캐릭터마다 상점에 목록 된 아이템들은 각가지의 특성을 띠고 있었다.
검사 캐릭터라면 기술과 스탯의 연마를.
마법사 캐릭터라면 새로운 마법과 마력 포션을.
그리고 하준의 경우에는.
“응? 와··········뭐야 이거?”
포션 아이템
1. 하급 포션 10P
2. 중급 포션 150P
3. 상급 포션 250P
스킬
1. 고정 해제 500P (레벨 5 달성 시 구입이 가능합니다.)
2. 잠금 (일정 레벨 10에 도달하여야 잠금이 풀립니다.)
3. 잠금 (일정 레벨 30에 도달하여야 잠금이 풀립니다.)
4. 잠금 (일정 레벨 50에 도달하여야 잠금이 풀립니다.)
5. 잠금 (일정 레벨 100에 도달하여야 잠금이 풀립니다.)
6. 잠금 (일정 레벨 120에 도달하여야 잠금이 풀립니다.)
확실히 게임에서 보았던 대로 쓸데없는 잠금이 걸려 있었다.
현재 하준의 레벨은 1.
완력가를 죽였음에도 올라가지 않는 레벨에 의문을 느낀 하준이었다.
“그럼 레벨은 어떻게 올리라고?”
그 말과 동시에 새로운 알림창이 떠올랐다.
[플레이어 김하준님의 SSS등급 스킬 ‘시간 정지’로 인해 벨런스가 패치됩니다.] [패치 내역 : 플레이어 김하준님에게는 경험치가 주어지지 않습니다.]“어? 뭐?”
[오직 퀘스트로만 경험치가 주어집니다.] [현재 김하준님의 획득 경험치는 0 입니다.] [경험치 : 0/10]“에라이!”
개 같은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