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41)
ⓒ 애모르
“음··········, 그럼 처음으로 누가 먼저 해볼까?”
“제, 제가 먼저 해봐도 되겠습니까!”
김재훈의 말에 단예슬이 당차게 손을 들어 대답했다.
그 모습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김재훈이 입을 열었다.
“너는 분명 단예슬이었나? 어디 보자··········.”
김재훈은 스마트폰을 꺼내 단예슬의 소개서를 확인했다.
“주무기가 단검이네? 그럼 속도에 자신이 있겠구나? 장점에도 그렇게 적었고.”
“넵!”
“다만, 장단점이 극명하네. 속도와 기술은 좋지만, 힘이 약하다라··········, 원래 저 더미 인형은 간단한 힘 테스트를 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너는 기술을 중점으로 확인해볼게. 저기 더미 인형 위에 전광판 보이지? 원래 힘을 수치화해서 보여주는 장치지만 저건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해볼래?”
“넵! 알겠습니다!”
자신 있게 대답한 단예슬은 곧바로 더미 인형 앞에 섰다.
그대로 보구인 단검을 손에 쥔 뒤, 자세를 잡았다.
몸을 최대한 낮춰 자세를 잡은 단예슬은 곧바로 튀어 오르듯 앞으로 점프해 더미 인형을 향해 단검을 휘둘렀다.
곧이어 수십 차례의 검격이 빠르게 더미 인형의 곳곳을 베어냈고 그 모습에 의외라는 듯 감탄하는 김재훈이 진아한을 향해 입을 열었다.
“와··········, 빠른데요? 1초에 5번 정도 단검을 휘둘렀네요?”
“그치? 괜찮은 아이야. 힘이 좀 떨어지지만 그걸 커버할 정도로 기술과 속도가 뛰어난 아이거든.”
“어디 보자··········, 어빌리티인 건 확실하고 어빌리티 이름을 ‘난도’라고 지었나 보네요.”
“어울리는 이름이네.”
확실히 단예슬은 뛰어난 인재였다.
반에 있는 그 4명에게 묻혔을 뿐이지, 속도와 기술 면에서는 나름 괜찮은 실력을 갖췄으며 동시에 어빌리티까지 소유한 아이였으니.
실제로 이번 학년 순위 4위를 차지했으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삑-
곧이어 단예슬은 단검을 휘두르는 것을 멈추고 그대로 고개를 들어 전광판을 확인했다.
전광판에 뜬 수치는 2423점.
조금 의아한 얼굴을 한 단예슬이 김재훈을 향해 다가가 물었다.
“저기 어느 정도가 통과 수치인가요?”
“응? 평균이 3000점인데, 그 정도 속도로 2400정도의 힘을 낸 거면 대단한데?”
“아! 감사합니다!”
그 말과 함께 우쭐한 눈빛으로 하준을 쳐다보는 단예슬이었다.
뭐지? 저 눈빛은?
나도 대단하다고 박수라도 쳐줘야 하나?
일단 오! 거리며 박수를 쳐줬다.
그러나 단예슬의 인상이 더더욱 꾸겨질 뿐이었다.
박수 쳐줘도 뭐라 하네.
“그럼 다음은 하르나, 네가 해볼래?”
하르나는 그저 대답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곧이어 더미 인형을 향해 가까이 다가가는 하르나였다.
그녀는 그저 천천히 더미 인형을 향해 손을 뻗을 뿐이었다.
그리고 단조롭게 말한 한 마디.
“∎∎∎∎∎∎”
그녀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언어.
언어는 곧 이능으로 변하여 현상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콰직!
알 수 없는 미지의 힘이 더미 인형을 옥죄이기 시작했으며 서서히 더미 인형이 알 수 없는 형태로 구겨지기 시작했다.
콰지직!
삑!
곧이어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구겨진 더미 인형과 함께 전광판에 수치가 떠올랐다.
막상 김재훈은 부서진 더미 인형을 신경 쓰지 않은 채 점수를 보며 감탄하기 시작했다.
“와··········, 15250이라니··········, 적어도 중상급 영웅이 전력으로 내리친 수준이네요?”
“15000점이라··········.”
수치를 본 진아한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룬어.
용언과 성어와 함께 세계 3대 미지의 언어 중 하나이자 마력이 아닌 이질적인 기운을 언어로 발동하여 이능을 발현하는 능력.
세간에서는 그 이질적인 기운을 ‘신력’이라고 일컫는데 한 대마법사가 말하길 룬어로 발현이 가능한 이능은 마법의 가능성을 뛰어넘는다고 말한다.
“마음만 먹으면 더 힘을 쓸 수 있을 거 같은데?”
“저 나이에 15000점도 대단한 거 아니에요?”
“대단하기는 하지. 그런데 별로 힘들어 보이지 않아서 말이야.”
그녀의 말대로 하르나의 표정은 평온했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평온한 무표정을 지은 채 다시 자리로 돌아올 뿐이었다.
“와! 하르나 대단해!”
그 모습이 귀여운지 다시 머리를 쓰다듬으며 꽉 껴안는 단예슬이었다.
막상 하르나도 그녀의 행동에 단념했는지 가만히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자, 그럼 다음은··········이름이 분명?”
“김하준 입니다.”
하준은 평범히 자신의 이름을 소개했다.
곧이어 진지한 표정으로 하준의 온몸을 살피기 시작한 김재훈이었다.
“음··········, 길드장님? 얘 지명은 부길드장님이 하셨죠?”
“뭐, 그렇지?”
일단 부길드장님이 지명한 아이이니 뭐라도 있겠지 하고 김재훈은 소개서를 살피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 장점은 빠르다는 거고 단점은··········응?”
단점을 확인한 김재훈의 입에서 피식- 웃음이 흘렀다.
“단점이 없네?”
“생각이 안 나서요.”
“오~ 그래? 자신감 넘치는 건 좋은 모습이지. 뭐, 그것보다 어빌리티 소유자구나? 어빌리티 이름이 헥토파스칼 레그? 기술도 있네. 헥토파스칼 킥? 이건 무슨 능력이니?”
괴이한 기술명에 호기심이 든 김재훈은 하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하준은 어깨를 으쓱이며 설명할 뿐이었다.
“이름 그대로 킥인데요?”
“··········발차기, 뭐 그런 거?”
“네.”
“뭐, 그 기술의 특징 같은 건 없니?”
“어··········, 잘못 맞으면 등 허리가 90도로 아작 난다는 거 정도요?”
그 말에 김재훈의 입에서 헛웃음을 흘러나왔다.
솔직히 속으로 부길드장님은 왜 이런 독특한 애를 지명했나 싶었다.
그래도 어빌리티가 있고 높은 순위에 있는 걸 보니 뭔가가 있는 건 확실한데··········.
겉으로 확인한 모습을 보면 그렇게 힘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소개서를 보니 이렇다 할 큰 특징도 없어 보이고.
“뭐, 일단 확인해볼까? 더미 인형 앞에 서볼래?”
“예.”
그 말과 함께 하준은 더미 인형 앞에 서서 자세를 잡았다.
그대로 뛰어올라 날라 차기를 했고 바로 시간 정지를 발동했다.
그 이후로 하준의 행동은 단순했다.
“훅! 훅훅!”
권투하는 느낌으로 잽을 날리며 더미 인형을 후드려 팰 뿐이었다.
그렇게 개운하게 20분 정도 후드려 팼을까?
하준은 다시 자세를 잡고 그대로 날라 차기를 하며 시간 정지를 풀었다.
동시에 삑- 하는 소리와 함께 전광판에 수치가 올라왔다.
3100.
“3100? 생각보다 높네요?”
“··········.”
“길드장님?”
김재훈의 말에도 진아한은 반응하지 않았다.
반대로 무언가를 잘못 봤나 미간을 좁힐 뿐이었다.
“··········뭐지?”
“네? 뭐가요?”
“순간 사라진 거 같은데?”
최상급 영웅의 반사 신경 혹은 동체 시력은 이미 평범한 초인의 기준을 아득히 뛰어넘은 수준이다.
예를 들어 날아오는 총알은 눈을 감고 두 손가락으로 잡을 정도의 뛰어난 감각을 자랑한다.
그리고 그런 진아한의 눈으로 보인 일순간의 장면은 기이했다.
사라지고 나타났다.
그 단순하지만 복잡한 광경이 그녀의 눈에 보인 것이다.
“음··········.”
“길드장님?”
“응?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약간 찝찝함이 남긴 했지만, 그녀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뭐, 자신이 잘못 본 것일 수도 있으니.
“그럼 일단 전원 통과인가?”
“네. 뭐 그렇네요.”
“그럼 애들 데리고 순찰 좀 다녀올게. 나중에 부길드장 출근하면 애들 왔다고 전해주고.”
“예. 조심히 다녀오세요.”
* * *
시간은 오후 2시.
진아한과 아이들은 인근 지역 작은 공원의 순찰에 나섰다.
순찰이라고 해봤지 진짜 별거 없는 산책과 비슷했다.
그저 인근 지역을 가볍게 돌아다니며 걷는 정도?
“와! 진아한이다!”
“꺄아악! 진아한 언니! 여기 한 번 봐주세요!”
“어? 저 애 하르나 루엘 아니야?”
“와! 진짜네! 사이드킥 체험 인가보다.”
곧이어 주위의 시선이 진아한과 아이들을 향해 몰리기 시작했다.
진아한은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어줄 뿐이었다.
그 모습에 신기하다는 듯이 주위를 둘러보던 단예슬이 진아한을 향해 질문했다.
“진아한 영웅님은 항상 여기 구역을 순찰하시나요?”
그 말에 피식- 웃은 진아한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항상은 아니야, 진짜 가끔? 예를 들어 한 달에 한 번 정도? 길드원이 있으니까 내가 굳이 순찰할 필요는 없거든. 그냥 너희가 와서 오늘만 특별히 내가 순찰하는 거야.”
“와··········.”
“뭐,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오면 제대로 순찰은 안 돼지만, 근데 이런 상황 자체가 범죄를 예방해주기도 해. 일단 내가 주변에 있다는 걸 알려주는 거니까.”
“아! 그렇군요!”
그 반응이 귀여운지 푸후훗- 웃음을 흘리는 진아한이었다.
“후훗, 너희는 혹시 궁금한 점 없니?”
“언제 돌아가나요?”
하준은 솔직한 심정으로 대답했다.
막상 이 말을 꺼내자 진아한은 재밌는지 푸후훗- 웃었고 단예슬은 따가운 눈초리로 하준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저기요, 그래도 일단 업무니까 제대로 하는 게 어때요?”
“제대로 하고 있잖아? 그냥 언제 끝나는지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
“에휴··········, 말을 말아야지. 하르나도 얌전히 있는데 당신도 좀 점잖게 참으시는 게 어때요?”
나는 그냥 어깨를 으쓱였다.
근데 얘는 알고 있을까?
하르나도 나랑 비슷한 표정으로 지루해하고 있다는 걸.
‘음··········, 이제 슬슬인가.’
이제 곧 지루한 순찰도 끝날 예정이기에 하준은 팔을 번쩍- 들어 올려 스트레칭을 했다.
시간은 2시 30분.
하르나 루엘의 첫 에피소드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그때였다.
“꺄아악!! 도둑이야!!”
“저기! 저놈 좀 잡아줘!!”
사건이 터진 소리를 듣자 살짝 진아한과 단예슬은 어벙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 진아한 영웅님? 분명 방금 도둑이라고··········.”
“어? 그러게?”
프로 영웅답지 않게 그녀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신이 떡하니 서 있는데 대놓고 도둑질 따위를 하는 도둑이 튀어나왔으니 말이다.
그걸 포함해 가방을 훔친 도둑은 두 명이나 됐다.
그 두 명은 초인이기라도 한지 빠른 속도로 인파 사이를 높게 뛰어올라 도주하는 것이 훤히 보였다.
그 모습에 영문 모를 찝찝함을 느낀 진아한이지만 일단 도주하는 도둑을 잡기로 했다.
“일단 내 속도에 맞출 수 있는 사람은 따라와 볼래? 이 상황은 예상 못 했지만 그래도 나름 경험할 기회니까. 속도에 맞출 자신이 없으면 여기서 대기해.”
“아! 넵!”
뭐, 테러도 아니고 누군가의 가방 따위를 훔치는 좀도둑 사건이니 진아한의 반응과 대응은 여유로웠고 가벼웠다.
그렇게 진아한이 빠르게 땅을 박차며 도둑을 쫓아갈 때, 단예슬 또한 그녀의 뒤를 따라 도둑을 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담담히 지켜보던 하준은 시선을 돌려 하르나를 바라봤다.
“··········.”
하르나는 그저 멍한 표정으로 한 방향을 바라볼 뿐이었다.
하준은 희미하게 변한 그녀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맹한 표정을 짓던 그녀의 눈동자에는 왠지 모를 이채가 떠오르고 있었다.
하준은 하르나가 바라보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벤치에 앉아 인자한 얼굴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노인이 앉아 있었다.
‘에피소드가 시작됐네··········.’
현재 무슨 상황이 벌어진 것인지 알아낸 하준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지금 당장 시간 정지를 발동하여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
다만, 하준은 그들이 더미인 것을 알고 있었다.
하르나를 혼자 남겨두기 위한 더미.
하준의 시선이 늙은 노인을 향했다.
‘만약 내가 자리를 안 비우면··········.’
나를 떨어트리기 위해 피해자가 더 생기려나?
그렇다면 잠시 놈의 촌극에 어울려주기로 했다.
하준은 곧바로 달아난 도둑을 쫓는 척 하르나와 멀리 떨어졌다.
어차피 시간 정지를 해서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면 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