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111)
검은 하늘.
하늘에는 달처럼 빛나는 물질이 수도 없이 새겨져 있었고, 저마다 이질적인 보랏빛을 자랑했다.
그 셀 수 없이 많은 달은 저마다 중력을 지녔는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오로라가 달을 피해 가며 굽이치고 있었다.
빙설룡-힐드와 그 위에 탄 도로시는 놀란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렸고.
괴상의 칼리다들과 부유섬 위를 채우고 있는 놈의 하수인들은 의구심 어린 표정으로 새로운 세계를 훑었다.
부유섬 아래, 지평선 너머까지 이어지는 그물망처럼 생긴 새하얀 땅.
마치 네펜데스처럼 달콤한 향기가 흘러나오는 절벽 아래쪽으론 온갖 기괴한 생물들의 시체가 한가득 쌓여있었다.
────────────「빙결 폭발 (얼음 속성, ★5)」
콰아아아아아아아───────────!!!
부유섬의 중심.
나는 마력을 뭉치고 뭉쳐, 거센 얼음 폭발을 휘갈겼다.
찬란한 광채가 퍼져나간다. 연푸른빛 마력 폭발이 부유섬을 박살 내며 하수인들을 냉기로 뒤덮었고.
탑처럼 웅장한 빙괴가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잇달아 나는, 이 광활하기만 한 땅덩어리 마족에게 얼음과 바위 마법을 연격으로 퍼부어대기 시작했다.
[절대영도]. [겨울 혜성] 수십 발. [황석 소나기], [황빛 운석]. [엄동의 파란].부유섬의 공격 자체를 얼려 무력화시키는 [황천 빙하].
[빙결 폭발], [빙결 폭발], [빙결 폭발].이곳은 레벨을 빠른 속도로 올리기 좋은 장소, 명계의 끄트머리.
합리적인 판단도, 겁도 없이 오로지 전투 본능만이 남아버린 온갖 기이한 생명체들이 날아와 내게 공격하려 들었으나, 전부 내가 퍼부어 대는 마법에 가볍게 잡아 먹혀갔다.
내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내렸다. [빙제]라는 힘을 남용하는 탓에 몸이 버티질 못하고 있었다.
이미 10분은 진작 넘어갔으니.
[빙제]의 부작용. 온몸 구석구석이 가시에 찔리는 듯한 통증. 장기가 터져 나가는 듯한 지독한 고통이 몰려오고 있었으나.그렇기에 여기서 멈춰선 안 됐다. 여기서 멈추면 더는 움직이지 못할 테니까.
이성조차 마비되어 간다.
나는 그저 짐승처럼 포효하며, 지괴의 카발리온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고 마법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어째선지, 나는 도로시와 함께 춤을 추며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리고 있었다.
─ ‘회장, 나 해 보고 싶은 거 생겼어.’
[Level Up!! Lv이 88로 상승했습니다!]─ ‘그, 레겔이 크로와상 그렇게 맛있다고 유명하더라구. 누나랑 같이 가서 먹어보자.’
[Level Up!! Lv이 89로 상승했습니다!]흔해 빠진 이야기로,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내 인생은 영락없이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거대한 폭발과 냉기가 오가는 지옥도에서, 내 시야에 내비치는 건 좁아터진 방 한 켠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할 수 있다’나 에세이집에서나 볼 법한 좋은 문구, 혹은 복잡한 법리가 적혀 있는 메모지가 벽면에 가득 붙어 있었고.
그 아래로는 두꺼운 법학 서적들이 내 키보다 높게 쌓여 있었다.
빛나는 인생은 아니었지.
─ ‘아, 그리고 그거 알아? 아스트레앙 공작령에 있는 프레이 호수 엄청 예쁜 거? 책에서 봤거든. 거기도 같이 가 보자.’
[Level Up!! Lv이 90으로 상승했습니다!]─ ‘메델누크의 반투스 숲 안에 있는 이끼 숲이 그렇게 예쁘대.’
[Level Up!! Lv이 91로 상승했습니다!]그렇기에, 위풍당당하게 살아가는 네 모습이 정말 멋있었어.
사실은 무너질 것 같은 마음을 품고 있었어도 너는 기어이 천진난만하게 웃어내며, 이 세상을 꿋꿋하게 살아나갔어.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내가 얼마나 치유되었는지, 도로시 너는 모를 터였다.
그러니 이번엔 내가 너에게, 가능성이 충만한 세상을 그려내 줄 생각이었다.
─ ‘그니까….’
[Level Up!! Lv이 92로 상승했습니다!]가슴속, 무언가가 거대한 철문을 두들기는 둔중한 소리가 다시 귓가에 맴돌았다.
공허하게 펼쳐진 잔디밭 위로, 섭리가 그 존재를 꽁꽁 감춰두기라도 한 듯 쇠사슬이 칭칭 감겨 있는 철문의 존재가 느껴지기 시작했으니.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철문 안에 봉인되어 있는 존재는 나의 힘이라는 것.
한 발짝만, 한 발짝만 더 나아가면 된다.
두 눈을 부릅떴다. 감각을 잃어가는 신체 따위는 무시했다. 눈과 비공, 입에서 폭포처럼 쏟아져 나오는 붉은 피조차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짙은 냉기가 흐르고 있는 철문을 향해, 내 집념은 비척비척, 그러나 똑바로 나아갔다.
─ ‘누나 먼저 졸업해도 계속 봤으면 좋겠다, 회장.’
쇠사슬이 울리는 소리.
마침내, 내 손은 철문을 에워싼 쇠사슬에 맞닿았고.
나는 억지로, 그것을 쥐어 풀어냈다.
“…하아.”
탄식이 흘러나왔다.
내 몸에서 흘러나오는 [빙제]의 연푸른 냉기가 거대한 날개의 형상을 갖추고.
오른쪽 입가에서 온화한 빙결 마력이 화염 줄기처럼 뻗어 나와 아지랑이처럼 일렁였다.
얼음 속성 최고의 경지에 이제야 제대로 발끝을 걸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내가 서 있는 것만으로, 이 일대가 꽁꽁 얼어붙고 있었으니.
[그하하하하하학───!!]괴상의 칼리다 하나가 나를 향해 마법진을 전개해 마법을 토해냈다.
뜨거운 파문이 퍼져나가 발길에 맞닿고, 연이어 피할 곳 없는 용암의 파도가 내 쪽으로 몰려왔다.
“…….”
심드렁할 뿐이었다.
나는 용암의 파도를 향해 가볍게 팔을 뻗어, 얼음 마력을 응집해 방출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
[빙결 폭발].드센 얼음 폭발이 용암을 몰아내고, 부유섬의 5분의 1을 단숨에 얼려 버린다.
엄청난 크기의 빙괴가 거칠게 뻗어나가, 나를 공격한 괴상의 칼리다를 용암째로 얼려 버렸다.
깨닫는다.
지금 내 냉기는, 이 세상 모든 걸 얼릴 수 있으리라.
[────────!!!]부유섬이 위기를 감지했는지 목관악기 소리 같은 고성을 내질렀다.
하늘 위.
어느새 부유섬보다 큰 철문이, 그림처럼 천공에 자리 잡고 있었다.
철문에서 흘러나오는 짙은 냉기는 나의 것.
감각적으로 저 철문을 꺼내든 자 또한 나였으니.
나는 고개를 치켜들고 냉소적으로 철문을 바라보았다.
쿠우우우우우────.
철문이 개방되며 연푸른 청광이 쏟아진다.
고작 그것만으로 이 세계에 어마어마한 냉기가 들이닥쳤다.
놈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절대영도의 냉기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 이 일대를 빙하기로 만들어버릴 터.
잇달아 허공에 셀 수 없이 많은 마법진이 전개되었고.
그 수많은 마법진은 쇠사슬을 쏘아내 철문 안에 있는 존재를 휘감기 시작했다.
내 마법도, 부유섬의 마법도 아니었다.
명계의 섭리.
내가 꺼내 든 존재를 막기 위해 섭리조차도 개입하고 나선 것이었다.
철문 안에서 섭리의 쇠사슬에 휘감긴 거대한 팔이 뻗어 나와, 열려 있는 문짝을 짚었다. 그럴 때마다 쿠웅, 하고 둔탁한 굉음이 울리고, 짙푸른 냉기가 터져 나왔다.
곧이어 검은 괴물이 철문에서 튀어나오고.
놈은, 붉은 안광을 번뜩이며 부유섬을 향해 사납게 포효했다.
━━━━━━━━━━━━━━━━[크아아아아아━━━━━━━!!!] [ 원옥마수-디아칸 ]
Lv : ■■■
종족 : 마수
속성 : 얼음
위험도 : ■
심리 : [ ■■■■■■■ ]
빙결의 원옥마수-디아칸.
죽음조차도 뛰어넘어 어디에든 존재할 수 있는 초월적인 마수.
그리고 내 안에 잠들어 있던 나의 힘.
바로 내 하수인이었다.
나는 오른팔을 앞으로 뻗었고.
검지만을 내려 아래쪽, 부유섬을 가리켰다.
“전부, 부숴라.”
건조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리자, 부유섬조차도 뒤덮을 듯한 크기의 연푸른빛 마법진이 궤적을 그려 나갔다.
원옥마수-디아칸이 내지르는 포효가 천지를 울린다.
그것만으로 이 세상은 어느덧 완전한 빙하지대의 형상을 갖추어버렸다.
천문학적인 마력량.
디아칸의 냉기 마력이 청명한 섬광처럼 번뜩이고.
웅대한 연푸른빛 광선 한 줄기가 되어 일대를 집어삼켰다.
━━━━━━━━━━━━━━━━━━━━━━━.
쏟아지는 맹렬한 극한(劇寒).
사방경계가 놈의 마력이 흘려내는 색으로 덧칠된다.
연푸른 냉기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끝도 없이, 지평선 너머까지 뻗어나갔다.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시간조차도 잠시간 얼어붙은 듯했다.
눈부시게 밝은 냉기 마력의 폭발 속.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러자 내 시야에 내비치는 건, 자기 목숨을 바칠 때조차도 방긋 웃어 보였던 도로시의 모습이었다.
세상에는 맨정신으로는 도저히 마주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도로시 눈에 비쳤던 황폐한 고향 땅의 풍경이 그러했으리라.
그렇기에 도로시는 고통스러운 기억들을 겨우겨우 희석해가며, 죽는 순간까지도 삶의 빛깔이 퇴색되지 않도록 멋있게 웃어 보였던 것일 터.
의문의 지하실 열쇠가 사라지기 전이었다. 돌아가기 위해, 나는 그 열쇠를 허공에 대고 돌렸다.
[Level Up!! Lv이───.]■
* * *
[주인, 내가 간…!]이승으로 돌아왔을 때는 구름 위, 드높은 상공이었다.
빙설룡-힐드는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역소환되어 버렸고, 도로시에게 걸려 있던 보호막도 전부 풀려 버렸다.
골렘 사역마 이든은 이미 명계에서 아이작이 역소환시켰던 상태.
아이작은 기절한 채로 바다를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
빙설룡이 사라지자 떨어지기 시작한 도로시는, 서서히 몸에 마력이 돌아오고 있는 감각을 느꼈다. 조금씩 회복되어 가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몸을 고통스럽게 만들던 감각이 사라졌다. 손을 펼쳐 보고서, 온몸을 채우고 있던 검은 반점이 어느새 전부 사라졌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어떻게든 마법을 휘두를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회장!”
아이작의 냉기 탓에 더욱 짙어져 있던 이류 안개 속을 휘저으며, 도로시는 별빛 마력을 쏟아부었다.
차라라라라랑────!!
별빛으로 빛나는 마력의 벽이 주위를 휘감았다.
그 안에서 도로시는 중력을 다루어, 아이작과 자신의 추락 속도를 늦추었다.
그리고 아이작의 손을 맞잡았다.
끌어당겼다.
끌어안았다.
도로시는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건지, 도저히 머리가 따라가지 못했으니까.
“…선배.”
그새 아이작은 정신을 되찾았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그의 목소리가 귓가를 울리자, 도로시는 흠칫 고개를 떨고서 그를 제 품에서 조심스레 떨어뜨렸다.
두 사람은 한동안 두 눈을 마주했고.
“돌아갑시다.”
아이작은 강아지처럼 순수해진 얼굴로 밝게 웃어 보였다.
조금 전까지 살벌한 얼굴로 부유섬을 처치했던 사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아직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았던 탓에, 도로시는 미소로 화답할 생각조차 못 하고 있었다.
“회장….”
그저 걱정 어린 눈으로 그를 쳐다볼 뿐.
“아, 근데 저 좀 몰래 옮겨 주실 수 있어요? 긴장이 풀렸는지 몸이 안 움직입니다….”
“…….”
참 태연하게도 말하는구나.
도로시는 자기도 모르게 피식, 하고 실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문득 이제까지 나비 정원 구석에서 보내 왔던 시간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꽃들이 다채롭게 피어나는 봄날에, 나비 정원 구석에서 단련하던 아이작과 자질구레하게 수다를 떨었던 기억.
이파리가 시푸르게 물든 여름날에, 얼음 마법을 단련하던 아이작에게 가까이 다가가 시원하게 시간을 보냈던 기억.
붉은 단풍잎이 떨어지는 가을날에, 바위 마법을 단련하던 아이작에게 조언해주거나 그와 함께 놀았던 기억.
잎이 모두 떨어져 앙상한 나뭇가지만이 남은 겨울날에, 무리해서 기절해 버린 아이작에게 무릎을 내주고 쉬게 해주었던 기억.
도로시는 깨달았다.
계절이 지나고, 얼마 뒤엔 다시 봄이 찾아온다.
그리고 이 사내는 그 봄날에도 제 곁에 있으리라.
“…선배?”
도로시는 그리 확신하는 자기 자신에게 위화감을 느꼈다.
어째선지 눈가에 눈물이 흘러나온다.
입가에는 절로 웃음이 피어올라, 도로시는 꽃이 만개한 것 같은 환한 미소를 내보였다.
“니히히, 이 누나한테 맡겨.”
휘황찬란한 별빛이 도로시의 눈물을 비추었다.
그녀는 아이작의 손을 꼭 붙잡고서, 즐겁다는 듯이 순수하고도 밝은 웃음소리를 흘려댔다.
지금 이 순간이, 도로시가 이제까지 알고 있었던 삶의 모든 가치와 의미를 뒤바꾸어 놓았으니.
>메르헨의 마법 기사> 「6막, 부유섬」.
그 막이 내려가고 있었다.
[ 도로시 하트노바 ]심리 : [ 당신을 무척 소중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