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205)
* * *
서늘한 밤바람이 불어왔다. 소나기가 섬을 적신 뒤였다.
기숙사에 도착하고 몸을 씻었다. 그 후 책상에 놓인 램프에 빛 가리개를 살짝 씌워 빛을 약하게 조절한 뒤, 마법 주머니에서 은빛 단검을 꺼내 살폈다. 상화의 검이었다.
검신에 새겨진 마법진을 훑었다. 빙설룡-힐드가 말했던 것처럼, 이 검은 내가 쉽게 감당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뒤펜도르프의 전투 병력을 전부 소환하는 의식의 검이니까.
이 검에는 나를 왕으로 삼고 싶다는 그들의 의지가 깃들어 있었다.
뒤펜도르프. 눈보라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혹한의 땅에 건국된 얼음 왕국을 칭한다. 설정집에서나 보았던 재해급 얼음 마수들 또한 그곳을 고향으로 삼고 있다고 알고 있다.
상화의 검을 사용한다는 건 뒤펜도르프의 병력과 그 재해급 얼음 마수들을 감당하겠다는 얘기다. 일단 소환에 들이는 소모 마력량부터 어마어마하겠지. 즉, 태초의 빙제처럼 강해져야만 했다.
지금의 나로선 고유 특성 [멸악자]라도 발동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으리라.
문득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뒤덮었다.
1회차 때의 기억이 흐릿하다. 그때도 뒤펜도르프의 도움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중요한 건, 지금의 나다.
명백한 사실은 지금 내게 가용 가능한 전력이 더 생겨났다는 점. 악신을 상대하기 위한 이 여정에서 이러한 전력 강화는 무척 귀중했다.
연이어 떠오르는 건 앨리스 캐럴이다. 여전히 그 애의 속마음은 읽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의문이 남았다.
“초커….”
만날 때마다 보였다. 앨리스가 항상 목에 끼고 다니는 초커에 긁힌 자국이 점차 늘어나고 있었다.
처음엔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치챌 수 없는 수준이었으나, 결전의 날이 다가올 수록 그 빈도가 심해졌다. 아까 전, 해안 동굴에선 그녀가 가까이 다가왔기에 한동안 면밀히 살필 수 있었다.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선 앨리스의 초커를 세밀하게 볼 수 없었으니, 미처 몰랐던 사실이었다.
처음에는 앨리스의 정신 상태가 정상이 아니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메르헨의 마법 기사> 「9막, 앨리스 토벌전」에서든, 내가 겪었던 서리의 시련에서든, 앨리스는 사이코패스 같은 면모를 보였으니까. 그것이 그녀의 본성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괜히 앨리스가 회귀자란 이야기가 커뮤니티에서 오갔던 게 아니다. 회귀를 반복하다 미쳤다는 설정은 몹시 흔하니까.
하물며 게임에서는 괴묘-체셔가 앨리스의 마음이 새까맣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사역마이기에 주인의 마음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런 앨리스이기에 괴묘는 세계 멸망이란 야망조차도 믿고 따랐다.
앞뒤가 맞아 떨어진다. 앨리스의 본성은 악하다고.
그렇기에 정신적인 결함을 갖고 불안 증세로 초커를 긁어 댄다고 가정해도 이상할 게 없었고.
앨리스가 내게 보인 모습이 연기라고 생각해 왔다.
‘그게 맞나?’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선 에이미 할로웨이가 [심색 분별]로 화이트를 쳐다보고 마음이 새까맣다는 점에 의문을 품는다.
그것은 화이트가 비정상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플레이어에게 품게 했지만, 나중에 가 보니 마족 무저갱을 나타내는 떡밥이라는 게 드러났다.
앨리스도 그런 부류라면?
「9막, 앨리스 토벌전」에서 앨리스가 보였던 극적인 심리 변화가… 과연 본성을 드러내서 그랬던 게 맞았던 걸까?
…알 수 없었다.
아까 전 앨리스의 모습이 도저히 머릿속을 떠나가지 않는다.
창밖을 바라보았다. 변덕스러운 밤바람이 연신 내 피부를 스쳐 지나갔다.
비구름이 걷히고 아스라이 빛나는 달이 보였다. 한때 먹구름에 가려졌어도 달은 매일 같은 자리를 맴돌 뿐이었다.
그 당연한 사실이 새삼스레 떠오르자, 반드시 해야만 할 일이 떠올랐다.
스릉.
상화의 검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었다. 감정을 가라앉히고 그 검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각오였다.
* * *
적파일.
헬리제 교단의 성서에 명시된 특별한 날로, 주신 만할라가 인간들에게 풍요로운 삶을 약속하기 위해 축복의 씨앗을 뿌려 준 날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날엔 주신 만할라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것이 헬리제 교단의 관습이었다.
어젯밤 한바탕 비가 쏟아졌던 까닭인지 오늘은 날이 맑았다.
어느덧 하늘이 군청색으로 물든 때였다.
메르헨 아카데미 광장엔 교직원들과 교복 차림의 학생들이 들어차 있었다. 광장 바깥쪽으론 아카데미 전투 인력과 황실 기사단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제단이 놓인 무대 위에선 헬리제 교단의 성직자와 교인들이 종교 의식을 벌였고.
그 와중 교직원 몇 명이 나지막이 투덜댔다.
“왜 우리까지….”
“교장님 지시잖아요.”
“그니까요, 왜 그런 지시를 한 건지 원.”
아카데미 행정은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하므로, 적파일을 포함해 어느 연례행사가 진행되건 바르토스관에 필수 인력만은 반드시 남겨 놓는 편이었다.
그들은 그들만의 역할을 수행하며 개인적으로 기도를 올리면 되는 것이었다. 이 행사에 반드시 전원 참석해야 할 의무가 주어지는 건 오로지 학생들뿐.
그러나 어째선지 교장 엘레나 우드라인은 경비 인력 수 명을 제외한 모든 교직원이 행사에 참석할 것을 사전에 명령했다.
이 행사는 족히 2시간은 소요될 터. 2시간의 행정 공백으로 인해 일이 밀릴 것을 각오해야 하는 건 오롯이 현 야간 근무자들뿐이었기에, 그들이 불만을 품는 것도 납득이 갈 만한 사안이었다.
한편, 학생들 사이에 서 있는 황녀 스노우화이트는 의문을 품고 있었다.
‘아이작 선배가 없어….’
아이작이 보이지 않았다.
학생 수가 많다 한들 학생들은 학부와 학년별로 나뉘어 서 있었기에 마법학부 2학년 쪽만 확인하면 될 일이었다. 힐끔힐끔 곁눈질해 보지만 엉뚱한 남자 선배들만 얼굴을 붉힐 뿐, 아이작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로부터 수차례 암살 당할 뻔했던 경험이 있다.
그저 무던히 넘겨 왔던 순간들이 아니다. 생존본능이 만들어 낸 예리함의 도움이 컸다.
그리고 그 기묘한 감각이 지금도 그때와 같은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
오늘 일 때문이었다.
─ ‘화이트, 그 시계 좀 빌려줄래?’
낮에, 멘토링이 끝나고 백금색 회중시계를 아이작에게 빌려주었다. 어머니에게 선물 받았던 작은 시계였다.
시계에 발생하던 이상 현상은 점점 심해져 갔고, 이제는 문자판 전체가 칠흑처럼 물들기 직전이었다. 아이작은 이제 그 현상이 뭔지 짐작이 간다며 확실한 원인을 분석하고자 시계를 하루만 빌려 가겠다고 했다.
각별한 의미를 담은 시계다. 암살과는 상관없는 어머니의 유일한 선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되도록 누구의 손도 거치지 않길 바랐지만, 아이작이 이상 현상의 원인을 알아 온다면 나머진 화이트 자신이 알아서 고쳐 내면 될 테니 하루 정도는 시계를 맡겨도 괜찮겠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예전부터 이따금씩, 아이작은 시계에 나타나는 현상의 원인을 알아보고 있다고 툭 내뱉듯 언급해 오긴 했다.
신기한 현상이라 흥미로워서 그런다는 이유를 입에 담아왔지만, 정말로 그 이유 때문이었을까.
합동 전술 평가 때의 아이작을 떠올렸다.
아이작은 화이트의 시계를 보고 순간 표정을 굳혔다. 화이트는 일부러 모르는 척해왔지만, 그는 아는 게 있는 듯한 눈치였다.
‘왜 그런 표정을 지으셨던 건가요, 아이작 선배?’
아이작은 배려심이 깊고 아는 게 많은 선배이자, 언제나 화이트를 지켜 주려고 하는 든든한 아군이었다.
그래서 화이트는 지금, 강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전교생이 필수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행사에 모범생인 아이작이 참석하지 않았기에. 시기가 절묘했다.
만약 그 시계에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장치가 있고, 문자판이 칠흑처럼 어두워지는 게 그 전조라면?
알고 보니 그 시계가 마법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암살 장치라면?
어쩌면 아이작은 이미 그 시계에 벌어지고 있던 이상 현상이 뭔지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차마 말하기 힘든 일이 벌어질 것이 분명하기에, 화이트에게 말을 아껴온 것이 아닐까?
이미 목숨을 잃어 버린 어머니의 사념이 담긴 마수(魔手)가, 아카데미에까지 뻗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그래서… 아이작이 화이트 자신을 지켜 주려고 지금 애쓰고 있는 게 아닐까?
‘아니겠지…, 아닐 거야.’
불길한 상상은 하지 말자.
절대로 그런 일이어선 안 된다. 그저 혼자만의 착각이길 화이트는 간절히 바랐다.
이윽고, 행사의 마지막 순서에 이르렀다.
성녀 비앙카 앙투라제를 주축으로 한 교인들이 제단 앞에 이르렀다. 새하얀 면사포와 성스러운 의복. 비앙카가 입은 온몸을 꽁꽁 싸맨 성녀 복은 때 묻지 않은 눈처럼 순수하고도 신비로운 인상을 풍겼다.
비앙카가 제단 앞에서 무릎을 꿇자 모두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았다.
적막이 감돌았다.
주신 만할라시여. 보잘것없는 이가 기도를 올립니다.
비앙카는 대표로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확성기를 타고 퍼져나갔다.
과거에 당신은 저희에게 미래를 맡기셨고.
교장 엘레나 우드라인은 마법학부 수업동, 오르핀관 최고층에서 긴장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은 궁전 형태의 건물이자 학사 행정의 중심지, 바르토스관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 방에서, 헤겔 마탑주 아리아 릴리아스는 소파에 앉은 채 차를 홀짝였다.
이 땅에 축복의 씨앗을 뿌려 풍족한 생활을 약속해주셨나이다.
바르토스관의 외벽을 타고 강력한 결계가 전개되어 간다.
그 건물에서 부상을 입은 경비 인력들이 다급히 빠져나왔다. 교장 엘레나가 무슨 일이 발생하거든 전투를 멀리하고 도망치는 걸 우선 사항으로 두라고 미리 일렀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전달꾼으로 교장에게 보고했다.
“내, 내통자가 나타났습니다! 학생회장, 앨리스 캐럴! 앨리스 캐럴!! 그 학생이 범인이었습니다! 당장 지원을!”
내통자가 나타났다고.
교장 엘레나 우드라인은 눈을 좁혔다.
저희가 번창할 수 있음은 오로지 주신의 천혜 덕분이니.
아카데미 어디선가, 트럼프 팔라딘이 일제히 병사들을 이끌고 움직였다.
그들은 앨리스 캐럴의 명령대로 각자 아카데미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저희가 주신을 따르며, 감사하며.
순식간에 바르토스관을 중심으로 하늘 구름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그 아래로 진보랏빛 마법진이 궤적을 그려 나갔다.
연이어 시간(時間) 마법으로 구축된 반투명한 금빛 결계가 바르토스관 옥상에 펼쳐졌다.
영원히 찬양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시옵….
구우우우우!!!
성녀 비앙카가 읊조리던 기도가 땅을 뒤흔드는 굉음에 잡아먹혔다.
비앙카는 기도를 멈추었다. 그 누구도 그녀가 기도가 멈춘 데에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모두의 시선이 바르토스관 쪽으로 돌아갔다. 섬뜩한 마력이 아카데미에 내려앉은 직후였다.
하늘에 전개된 마법진에서 괴물의 머리가 뻗어 나왔다. 그 생물이 마법진에서 몸을 전부 빼내자, 거대한 용의 형상이 드러났다.
“저게 뭐야?”
“용…?”
날카로운 파충류의 발톱.
적자색 화염 마력을 휘감은 커다란 날개.
단단해 보이는 비늘.
8성급 검은 용 마수, 악몽룡-재버워크가 두 쌍의 눈을 번뜩이며 포효했다.
[그아아아아!!]광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 광경을 목도한 순간, 숨을 죽이고 정지했다.
황실 기사들은 그 압도적인 위용에 넋을 잃었다가 이내 검을 빼 들며 전투 태세를 취했다.
광장에 공포가 번져나갔다.
적파일 행사에 사람들이 모두 참석한 사이, 누군가가 바르토스관을 점령했다. 그 의도가 불온한 것임은 광장에 있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아카데미에 테러가 벌어진 것이었다.
그 순간.
차라랑! 콰아아아앙!!
[그아아악!!]휘황찬란한 별빛 폭발이 악몽룡-재버워크를 덮쳤다.
곧 마녀 모자를 쓴 여학생이 별 무리를 휘감은 채 악몽룡 주위에 나타났다. 마치 이런 상황을 예상했다는 듯.
도로시 하트노바였다.
도로시는 무지갯빛 마법진을 전개하더니 수 갈래의 별빛 광선을 뿜어냈다. 광선 수 가닥이 바르토스관 옥상에 전개된 금빛 결계를 깨부수려 들었으나, 결계에 닿자마자 마치 차단되듯 사그라졌다.
막아 낸다는 느낌조차 아니었다. 마치 공격이 원천 봉쇄되는 듯했다.
“안 뚫리네…!”
도로시는 마녀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바르토스관 옥상을 살폈다. 반투명한 결계 너머 옥상을 가득 메운 거대한 금빛 마법진과, 그 가운데 서 있는 앨리스 캐럴이 보였다.
마치 신께 기도를 올리는 듯했다. 도로시에게 신경 쓸 때가 아니라는 듯 앨리스는 특이한 회중시계를 꺼내 들었고, 그것은 허공에 둥둥 떠올라 황금빛 마력을 흘려냈다.
그 뒤로, 이질적인 비석이 천천히 형상을 갖추어 나갔다.
진리를 거스르는 금기 마법. 9성급 시간 가속화 마법, [영원의 비석]을 발동하기 위한 초석이었다.
“드디어 본성을 드러냈구만, 앨리스!!”
도로시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저것이 환상 시계라는 물건인가.
환상 시계는 다른 세계에 있는 앨리스의 하수인이 찾아내 보관하고 있던 물건으로, 그것을 부수는 게 아이작의 가장 큰 목적이었다.
앨리스가 환상 시계를 꺼내지 않았을 때 습격해서는 그 시계를 구경도 못할 위험성이 크다고 아이작은 작전 회의 때 말했다. 그래서는 말짱 도루묵이었다.
즉, 앨리스가 환상 시계를 꺼냈을 때부터.
도로시가 ‘악당’인 그녀를 어떻게 족치든 상관없다는 얘기였다.
다만, 아이작은 아카데미를 지키면서 악몽룡을 견제하는 역할을 도로시에게 맡겼다. 그녀는 어서 저 몸뚱이만 커다란 용을 해치우고 앨리스를 쓰러뜨리러 가고 싶었다.
도로시는 별빛 마법을 연신 시전했다.
화르르륵! 쿠우우우!
별빛 광선에 맞은 악몽룡은 괴로워하며 광범위한 적자색 불길을 뿜어 반격했고.
도로시는 아카데미를 지키기 위해 커다란 별빛 보호막을 전개해 불길을 막아 냈다.
[니오옹!]그때, 도로시 뒤편에서 뚱뚱한 보라색 고양이 사역마, 괴묘-체셔가 나타났다.
도로시는 고개를 뒤로 돌려 괴묘를 멀뚱히 쳐다보았다. 괴묘는 귀까지 찢어진 입으로 기괴한 미소를 흘렸다.
[안녕, 도로시.]“안녕, 뚱아.”
[방해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니히히, 무슨 소릴 지껄이고 있어?”
아이작이 했던 얘기대로였다. 악몽룡을 상대하다 보면 괴묘-체셔 같은 녀석이 가세할 수도 있다고 했으니.
어쨌든 해야 할 일은 변함없었다.
괴묘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악몽룡을 향해 팔을 뻗는 도로시. 그녀의 손이 점점 허공을 거머쥐었다.
별 무리가 악몽룡 주위에 사정 없이 일렁였다. 동시에 콰아아, 거리며 강한 중력이 사방에서 악몽룡의 몸체를 압축하려 들었다.
평범한 생물이었으면 금세 찌그러진 통처럼 변했을 것이나, 몸이 탄탄한 악몽룡은 사납게 울부짖으며 버텨 냈다.
도로시의 마녀 모자 아래, 그늘 진 눈가에서.
신비로운 빛깔의 눈동자가 안광을 발했다.
“오늘 뒤질 놈이.”
도로시는 웃는 얼굴로 괴묘를 노려보았다.
* * *
“아이작 님, 적들이 흩어졌습니다.”
나는 카야 아스트레앙과 함께 숨을 죽이고 바르토스관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위치에 몰래 숨어 있었다.
사전에 괴묘-체셔가 일대에 탐지 마법을 시전하므로 바르토스관 가까이서 대기할 수는 없었고, 혹시 몰라 최소 인력으로만 움직이기로 했다.
그래서 괴묘의 탐지 마법이 닿지 않는 곳에 카야와 함께 몰래 숨어 때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었다.
트럼프 팔라딘은 각자 트럼프 병사들을 이끌고 흩어졌다. 아카데미의 전투 병력과 황실 기사단이 몰려올 것이 분명하기에, 그들은 바르토스관을 사수하려고 할 터.
게임에선 바르토스관으로 향할 때 어느 루트로 가느냐에 따라 상대해야 할 중간보스가 달라졌다. 그런 놈들에게 시간을 낭비할 생각은 없었다.
하늘을 쳐다보았다. 예상대로 괴묘는 악몽룡-재버워크와 함께 도로시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도로시는 막강한 상대다. 악몽룡처럼 강력한 사역마도 도로시를 막아내기엔 부족하기에, 앨리스는 괴묘까지 가세시킨 것이었다.
괴묘가 전투하러 떠났으니 [천리안]을 발동해 바르토스관을 살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는 듯했다.
>메르헨의 마법 기사> 「앨리스 토벌전」에서 앨리스는 바르토스관에 남아 있던 교직원들을 전부 살해한다. 방해되기 때문이었다. 그 뒤로 앨리스는 살인을 좋아하는 사이코패스라도 되는 것처럼 극적인 변화를 보였지.
그런 개 같은 경우를 방지하고자, 헤겔 마탑주인 아리아 릴리아스에게 적파일 행사 때 바르토스관을 비워 달라고 부탁해 두었다.
그녀는 아카데미 교장, 엘레나 우드라인에게 이름 없는 영웅의 부탁이라며 내 요청 사항을 전달했고.
덕분에 바르토스관에 남아 있던 교직원은 적파일 행사에 모두 참석해 죽음을 피했던 것이었다.
“가자.”
“네, 아이작 님.”
카야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메르헨 아카데미의 중심이자 앨리스가 점거한 궁전 형태의 건물, 바르토스관이었다.
[ 상 태 ]이름 : 아이작
Lv : 124
성별 : 남
학년 : 2
칭호 : 능숙한 2학년
마력량 : 49850 / 49900
– 마력 회복 속도(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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