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206)
* * *
>메르헨의 마법 기사> 「9막 3장, 하트 여왕」 파트의 최종 보스, 하트 여왕-앨리스.
그녀는 하수인을 이용해 원더랜드에서 환상 시계를 찾아다녔다.
마침내 그 시계를 찾아낸 앨리스가 흑막으로서의 정체를 드러내며 바르토스관을 점령하는 것이 >메르헨의 마법 기사> 「9막, 앨리스 토벌전」의 도입부였다.
서리의 시련에서 보았듯, 환상 시계는 9성급 시간 가속화 마법 [영원의 비석]을 발동하기 위한 촉매제다.
그걸 사용하는 목적은 악신의 조기 부활. 바로 오늘, 앨리스는 악신을 부활시키려고 할 터.
다만, 시련 때와는 달리 아직 [영원의 비석]은 발동되지 않았다. 이제 막 앨리스는 [영원의 비석]을 구축하기 시작했으니까.
환상 시계를 촉매제로써 사용하고 있을 테니 진입할 때가 되었다.
만약 앨리스가 환상 시계를 꺼내기도 전에 그녀를 붙잡아 뒀다면 환상 시계가 어찌 될지는 알 수 없었으리라.
더군다나 수틀리면 자결할 각오까지 돼 있는 녀석이다. 그녀가 결계를 전개하고 환상 시계를 꺼낼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그럼, 시작이다.
게임에선 앨리스와 악몽룡을 동시에 상대해야 했지만, 악몽룡은 도로시가 맡고 있으니 문제없었다.
즉, 앨리스만을 상대로 어서 빨리 환상 시계를 쳐부숴 [영원의 비석] 발동을 저지하면 내 승리였다.
여담으로, 사역의 베라를 처치했을 때처럼 주인과 사역마는 경험치가 공유된다. 앨리스를 쓰러뜨린다면 악몽룡과 괴묘 같은 녀석들의 경험치도 나눠 받을 수 있으리라.
“아이작 님, 저건?”
“앨리스 캐럴의 사역마와 하수인들.”
카야와 함께 바르토스관 근처에 이르렀다. 나무 뒤에 숨어서 바르토스관을 살폈다.
궁전 형태의 바르토스관 외벽엔 옥상에서처럼 강력한 금빛 결계가 전개되어 있었다. 건물이 무너지는 걸 허용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아치형 출입문은 그대로였다.
서리의 시련에서처럼 바르토스관 내부로 진입해 옥상까지 올라가는 게 유일한 루트였다.
[영원의 비석]을 발동하고 바르토스관을 빠져나가 공방전을 펼칠 예정이었던 앨리스가 탈출구로 이용할 생각이었던 루트를 역주행하는 셈이었다.말만 탈출구나 역주행이지, 정직한 루트였다.
그리고 건물 앞.
바르토스관 앞에 정렬해 있는 수많은 트럼프 병사.
그들의 리더 격으로 자리 잡은 건 회색 용, ‘호룡-밴더스 내치’였다. 호랑이를 닮은 큼직한 머리와 뭐든지 부술 수 있을 듯한 턱, 기다란 목을 지닌 괴이한 짐승이었다.
첨탑 위에선 붉은 날개를 지닌 거대한 새, ‘접접 새’가 주위를 훑어보고 있었다.
모두 앨리스가 하트 여왕의 권위를 손에 넣으며 계약한 사역마와 하수인들이었다.
[ 호룡-밴더스 내치 ]Lv : 167
종족 : 마수
속성 : 바위
위험도 : 최상
심리 : [ 침입자를 모두 할퀴어 내장을 흩뿌리려고 합니다. ] [ 접접 새 ]
Lv : 156
종족 : 마수
속성 : 바람
위험도 : 상
심리 : [ 침입자를 낚아 채어 바다에 떨어뜨리려고 합니다. ]
호룡-밴더스 내치는 9막 1장의 최종 보스이며, 접접 새를 포함한 트럼프 병사들은 전부 부하 몹이었다.
게임에서 저들은 골치 아픈 공세를 펼치는 편이었다.
“카야. 다시 말하지만 강요는 안 해. 할 수 있겠어?”
카야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작 님 명령이라면 뭐든지요. 전부 쓰러뜨리겠습니다.”
카야의 눈동자가 핏빛으로 물들며 악식의 힘이 발현되었다.
새삼 영 충성심이 지나친 게 아닌가, 싶었다.
“…무리하지 마.”
어쨌든.
카야가 저들의 공세를 버텨 내거나 모두 쓰러뜨리는 데에는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터.
특히 호룡-밴더스 내치가 높은 방어력과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기에 그러했다. 앨리스가 괜히 저놈을 출입구 수문장으로 세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미리, 나는 가세하지 않고 먼저 바르토스관 옥상으로 올라가 앨리스를 저지하겠다고 카야에게 일러두었다.
그리고 말했다.
반드시 앨리스에게서 확인해야 할 게 있다고, 그러려면 단둘이 얘기를 나눠봐야 한다고.
완전히 흑막으로서의 정체를 드러낸 앨리스다. 더는 서로에게 감출 것이 없었다.
이때 바르토스관 옥상에 혼자 올라가는 것만이, 그녀와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마지막 기회겠지.
‘어리석은 짓일지도 몰라.’
그렇다고 해도 알고 싶었다. 어젯밤에 내가 떠올린 가설이 맞는지.
애당초… 근본적인 문제도 있었다. 바르토스관을 지키고 있는 적들 상대로 내가 카야에게 하등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스펙 차이가 심하잖아.
사람 상대라면 [대 인간 전투력] 덕분에 능력치가 크게 올라가고, 덕분에 전설 무기도 어느 정도는 다룰 수 있지만.
바르토스관 출입구를 지키는 놈들 상대로는 이를 기대할 수 없었다.
단순히 마족의 약점일 뿐만 아니라 급격한 스펙 차이도 넘나들 수 있는 파괴적인 힘, ‘신성력’이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건 우리의 주인공, 이안 페어리테일의 특권이니 논외고.
더구나 지원은 반드시 온다. 그때까지 앨리스 상대로도 지금의 나는 시간을 끌 자신이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영원의 비석] 발동을 제한 시간 안에 막아낼 수 있느냐, 였다.
그리 생각하던 중, 돌연 카야가 내 뺨에 소리 없이 키스했다.
깜짝 놀라 카야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사랑스럽게 웃으며 속삭였다.
“뭘 그리 고민하실까. 우리 아이작 님.”
심리를 읽었다. 내가 생각이 많아 보여 일부러 키스해준 듯했다.
“끝나고 뵐게요.”
“…응, 끝나고 보자. 위험할 것 같으면 바로 도망쳐.”
“네!”
카야는 온몸에 바람을 휘감고서 바르토스관을 향해 날아들었다.
호룡-밴더스 내치와 접접 새가 포효하며 일제히 카야에게 덤벼들었다. 수많은 트럼프 병사가 창을 들고 그녀에게 돌격했다.
그 틈에 나는 몰래 바르토스관 출입구로 향했다.
카야는 피 바람 마법 [바포메트의 노래]로 적들을 베어 나가며, 자신에게로 신경이 쏠리도록 유도했다. 당해 버린 트럼프 병사들은 증발하듯 역소환되어 갔다.
그 광경을 본 순간 위화감을 느꼈다.
‘역소환?’
저건… 소환사가 일부러 치명상을 입으면 역소환되도록 하수인들에게 조건을 걸어 둔 것이었다. 하수인이 죽음을 맞이하는 걸 피하고자.
저런 경우, 역소환된 하수인들은 곧바로 치유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전쟁에 있어선 그만한 전력 낭비가 없다. 안 좋은 선택이라는 건 아니다. 하수인을 아낄 수 있기에 전력 보존을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내 기억과는 맞물리지 않는 광경이었다.
게임에서나 서리의 시련에서나, 트럼프 병사들은 죽을 때까지 굴려졌다.
앨리스는 이번 일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처지다. 그런데 왜 하수인들을 아끼고 있는 건지, 그 이변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일단 들어가자.
답을 알 수 없는 의문은 보류해야 할 때였다. 내게 허락된 시간은 많지 않았다.
카야가 적들의 시선을 끌어 주는 사이, 나는 바르토스관 안으로 몰래 들어갔다.
* * *
원더랜드라는 또 다른 차원의 세계가 있다.
여러 어린아이들이 우연히 그 세계에 떨어지곤 한다.
이유는 다들 비슷했다.
먼저 다른 세계에서 모험하는 꿈을 자주 꾸고, 까맣게 잊기를 반복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진짜로 꿈에서 보았던 신비한 동물 따위를 발견해 잊었던 꿈을 떠올리고 뒤쫓다가.
그만, 원더랜드로 빠져 버린다.
원더랜드와 공명해 버린 불운한 아이들에게 찾아오는 안타까운 불상사였다.
몇몇 어린아이는 원더랜드에 이르러 목숨을 잃었다.
몇몇 어린아이는 원더랜드에 이르러 미치고 말았다.
온통 정신이 이상한 자들만 가득한 세계였으니까.
앨리스 캐럴은 정장 입은 토끼가 급하게 뛰어가는 모습을 발견하고 그 동물을 뒤쫓았다고 했다. 시계를 보고 지각이라며 소리치는 꼴이 여간 신기한 일이 아니어서 강한 호기심이 일었다고 했다.
그렇게 의문의 토끼를 뒤쫓다 토끼 굴에 빠져 버리고, 수많은 가구와 악기가 둥둥 떠다니는 미지의 통로를 지나, 몸이 커지거나 작아질 수 있는 음식을 먹고, 작은 문을 통과해 원더랜드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곳에서, 앨리스는 폭군이었던 하트 여왕의 목을 베어 권력을 빼앗았고.
보팔 소드를 손에 넣고 악몽룡-재버워크와 결투를 벌여 그 용을 굴복시켰다.
그리고 앨리스는 자신처럼 원더랜드에 떨어졌던 인간들을 틈틈이 찾아내 제 밑에 두었다.
그 소녀에게 구원 받았던 순간을, 스페이드 팔라딘은 영영 잊지 못할 것이었다.
인기척이 느껴졌다.
과거를 표류하던 흑발의 사내가 서서히 눈을 떴다.
레드 카펫이 깔린 화려하고 넓은 복도.
건물 밖에서 강력한 마력이 사방에서 충돌해 대는 탓에 호화로운 샹들리에가 연신 점멸했다.
파란색 테두리가 있는 정갈한 검은색 제복 차림. 머리에 쓴 말끔한 군모. 그늘 진 안경 안쪽에서, 그의 냉철한 벽안이 맞은편에 멈춰 선 한 명의 남자를 담아냈다.
교복을 입은 청은발의 남학생이었다.
“혼자서, 그것도 네놈이 올 줄은 몰랐군.”
흑발의 사내, 스페이드 팔라딘은 입을 열었다. 굵직한 목소리였다.
청은발의 남학생, 아이작은 잔야의 지팡이를 어깨에 걸친 채 스페이드 팔라딘의 상태창을 읽었다.
[ 제논 ]Lv : 170
종족 : 인간
속성 : 얼음, 번개
위험도 : 최상
심리 : [ 당신을 해치우려고 합니다. ]
앨리스 캐럴의 부하 중 한 명이자 팔라딘 중 최고의 전력.
9막 2장의 중간 보스.
스페이드 팔라딘, 제논.
아이작은 [천리안]으로 바르토스관 내부를 살피고 제논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본래 9막 2장의 최종 보스가 되었어야 할 괴묘-체셔는 도로시를 막으러 갔으므로, 이 건물에 남아 있는 적은 제논과 앨리스뿐이었다.
전술했듯, 앨리스에게서 반드시 알아내야 할 게 있었다. 이를 위해서 아이작은 단둘이 대화를 나눌 셈이었다.
머릿속이 그에게 일렀다. 그건 아집이라고.
어쩌라고. 아집이든 뭐든 상관 없었다. 악신을 쓰러뜨리기 위한 이 여정에서, 아이작은 찝찝한 구석을 조금이라도 남겨둘 생각이 티끌 만큼도 없었다.
그러니, 앨리스를 만나려면 앞길을 막고 있는 스페이드 팔라딘부터 뚫어내야만 할 터.
[대 인간 전투력]과 전설 무기들 덕분에 할 만하다고 아이작은 생각했다.제논에게서 같은 학부 후배로서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지금의 그는 아이작보다 나이 많은 성인 남성의 외형을 보였다.
위장을 푼 제논의 진정한 모습이었다.
“방해하러 온 건가?”
“앨리스 선배 막으러 온 게 방해라면, 맞겠네.”
“네놈이 이름 없는 영웅이냐?”
“글쎄다.”
아이작은 어깨를 으쓱했다.
제논은 눈을 지그시 깜박이고 나지막이 깊은 숨을 내뱉었다.
“뭐든 상관없어. 목적이 그렇다면, 난 널 죽일 수밖에 없다.”
“…너네, 이러는 이유가 뭐냐?”
“곧 죽을 놈에게 알려줄 건 없다.”
제논은 안경을 벗었다.
“그러냐. 얘기가 빨라서 좋네.”
아이작은 안경을 벗었다.
제논은 손에 낀 검은 장갑을 끌어당겨 갈무리했다. 그 손등에서 트럼프의 스페이드 문양이 장갑을 뚫고 선명한 빛깔을 내보였다.
곧, 그의 앞에 군청색 마력이 응집되었다. 그것은 검은빛 태도(太刀)의 형상을 갖추었다.
검은 장갑 낀 손으로 태도를 거머쥔다.
마검사 제논의 마도 무기, ‘자큘라’였다.
화아아!
제논이 태도를 가볍게 휘두르자 한풍이 몰아치며 그의 머리칼과 옷자락을 뒤흔들었다.
검신에 냉기가 스미고, 얼음 결정이 스르르 떠올랐다.
휘우우우!
아이작은 잔야의 지팡이로 바닥을 내려 찍고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에게서도 냉기가 퍼져 나가 복도가 싸늘하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두 사내에게 망설일 건 없었다.
제논은 태도 손잡이를 양손으로 쥐고 아이작을 향해 바닥을 박찼고.
아이작은 제논을 향해 단숨에 연푸른빛 마법진을 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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