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213)
〈 213화 〉 앨리스 토벌전 (9)
* * *
각 원소 속성의 정점, 4명의 원왕은 어마어마한 얼음 마력을 느꼈다.
각자의 나라에서 그들은 놀란 얼굴로 메르헨 아카데미가 있는 섬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번개의 나라, 자브로크.
궁전에 있는 검은 로브 차림의 남성. 번개의 원왕, 자울 드래고니악은 두 눈을 감고 머릿속을 정리했다.
츠즈즉!
어깨에 번개 마력을 휘감은 고릴라 마수 사역마, 발칸이 나타났다. 그 마수는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제 주인에게 예를 표했다.
자울은 다시 눈을 뜨고 번개 마력이 흐르는 보랏빛 눈동자로 발칸을 쳐다보았다.
[이 발칸, 뇌제 님의 부름을 받고 왔나이다!]“새로운 빙제가 정해졌다.”
발칸은 놀랐으나 이내 침착하게 표정을 갈무리했다. 조만간 메르헨 아카데미 학생 중 새로운 원왕이 탄생하리라는 이야기를 이미 들었기 때문이었다.
“제르베르 황국의 메르헨 아카데미를 주시하라.”
[알겠습니다!]발칸은 번개 마력이 되어 사라졌다.
자울은 광명 어린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제 원왕 대 원왕으로서 아이작을 맞이해야 할 때가 되었다.
황국 북부, 화이트클락 공작령.
“에이첼 님?! 기다려주십시오!”
차기 북부대공녀인 에이첼 화이트클락은 저택 앞으로 뛰쳐나가 하늘을 쳐다보았다. 돌발 행동을 벌이는 그녀를 시녀들은 급박하게 뒤쫓았다.
서리군주의 새하얀 광명이 밤하늘의 어둠을 몰아내고 있었다. 메르헨 아카데미의 학생이자 대마법사, 아이작이 정체를 드러낸 것이 틀림없다고 에이첼은 확신했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에이첼.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흘렀다.
“어서 오십시오, 얼음의 원왕이시여.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에이첼은 광명을 바라보며 드레스 자락을 들어 올리고 예의를 차려 인사했다.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만큼, 나지막이 인삿말을 건네면서.
그녀는 굉장히 기뻐하고 있었다. 자신이 모실 얼음의 원왕이자 백룡의 주인이 강림했으니.
차기 북부대공녀가 이상 현상이 벌어진 하늘을 향해 인사하는 연유를… 시녀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아스트레앙 공작령.
검성 제랄드 아스트레앙은 여느 때처럼 검을 단련하던 중, 가만히 멈춰 서서 날카로운 눈매로 밤하늘에 비치는 찬연한 빛을 쳐다보았다.
자신조차 대항할 의지가 들지 않는 강대한 마력이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이름 없는 영웅인가….”
아스트레앙 공작가는 이름 없는 영웅에게 빚을 졌다.
그러나 그 사내는 정체를 숨기는 분위기였기에, 제랄드는 그가 먼저 모습을 드러내길 기다리고 있었다.
슬슬 그에게 빚을 갚아야 할 때가 왔다고 제랄드는 생각했다.
동방, 화봉국-호란.
무황실. 흑발의 무녀, 미야는 밤하늘을 비추는 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에, 저 빛은…?”
미야는 곁에 있는 구미호-마에에게 물었다.
구미호는 아련하게 미소지었다.
“…….”
미야는 많은 생각에 잠긴 얼굴로, 빛나는 밤하늘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아름다운 빛이었다.
에펠토 황실.
황궁 발코니에서 카를로스 폰 카이로스 에펠토 황제는 호위 기사들과 함께 백야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황실 마탑은 그 이상 현상의 원인을 조사했다. 워낙 강대한 힘이 근원지를 숨기지 않고 발산되고 있었기에 원인을 파악하는 일은 간단했다.
단지 그 원인이 직접 관측하고도 믿기 어려운 사실이었다는 게 문제였을 뿐.
얼마 안 가 황실 마법사가 달려와 황제에게 경례했다.
“말하거라. 저 하늘에 누가 있는지.”
평소엔 호쾌한 카를로스 황제였지만, 중대한 사태가 벌어졌음을 짐작한 그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황실 마법사에게 물었다. 카를로스 황제의 시선은 여전히 하늘에 머무르고 있었다.
황실 마법사는 식은땀을 흘렸다. 아득한 경이감에서 비롯된 반응이었다. 마법에 능통하기에 지금의 현상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지를 실감하는 것이었다.
황실 마법사는 소리 없이 목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백야 현상은 한 사람의 마법에서 비롯된 것….”
카를로스 황제가 고개를 가로젓자 황실 마법사는 보고를 멈추었다.
“다시 묻지.”
황제의 장엄한 눈빛이 황실 마법사를 향했다.
“지금, 저 하늘을 지배하고 있는 자가 누구인가?”
황실 마법사는 마른침을 삼켰다.
황실 마탑은 메르헨 아카데미 주위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관측했다. 그곳에 세 쌍의 냉기 날개를 펼친 한 남자가 광명을 발하고 있었다.
카를로스 황제의 의문은 단 하나였다. 황국은 그자를 누구라고 정의 내려야 하는가.
황실 마법사는 생각을 정리하고 입을 열었다.
“…이름 없는 영웅. 서리군주이자 새로운 빙제. 얼음의 원왕. 동시에 메르헨 아카데미 학생인… ‘아이작’이라는 소년입니다.”
세계를 이루고 있던 힘의 균형이 기울어진다.
카를로스 황제는 두 눈을 감았다. 놀라지 않았다. 이리 될 줄 예상하고 있었기에.
이름 없는 영웅은 압도적인 대마법사다. 그가 얼음 원소 속성의 정점인 빙제가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볼 수 있었다.
카를로스 황제는 딸인 스노우화이트를 떠올렸다.
메르헨 아카데미는 아이작이 지키고 있다. 화이트의 안위는 무사할 터였다. 아이작을 신뢰하는 건 아니지만, 그가 인간의 편이라는 사실은 확연했으니.
“메르헨 아카데미로 가겠다.”
아이작은 그 어느 원왕보다도 강한 인류의 정점. 세계가 그를 중심으로 움직이리라.
작년 겨울에 황실 마탑에서 감지한 바, 아이작이 원옥마수 마저 부린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 정보는 황실 마탑의 마탑주와 상급 마법사 2명, 그리고 황제만이 알고 있었다.
그런 존재이므로, 이 나라의 안정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황국의 대표로서 직접 그를 대면하러 가야 할 것이었다. 먼저 발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당장 마차를 준비하라.”
카를로스 황제는 등을 돌리고 호화로운 황제복을 펄럭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메르헨 아카데미가 있는 커다란 섬조차 초라해 보일 만큼 얼음의 바다 위에서 벌어지는 격전은 웅대하고 치열했다.
싸울 이유를 상실해 항복한 트럼프 병사들과, 패배하고 붙잡힌 트럼프 팔라딘 4명을 두고 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빙제의 군대와 마족의 군대가 벌이는 전쟁을 지켜보았다.
섬은 아이작이 씌워둔 반투명한 빙결의 결계로 보호 받고 있었다. 전장은 섬의 주위. 하늘과 얼음의 바다였다.
뒤펜도르프의 기사들과 얼음의 괴수들은 각자의 무기에 냉기를 휘감아 마족들을 베어내거나 내려찍었고, 서리의 마법사들은 강한 얼음 원소 마법을 구사해 적들을 부수고 얼려버렸다.
상귀-메르뷸은 암익의 프레이야를 향해 대규모의 얼음 마법을 펼치며 광범위한 전투를 벌였고.
빙퇴웅-바르바토마와 태동악-투가로스는 탐식의 하몬을 향해 냉기 마법이 서린 주먹을 내지르거나, 폭한을 내뿜으며 강력한 치악력으로 적을 물어뜯었다.
엄청난 마력의 폭발이 곳곳에 일어났다. 전장이 바다가 아니었다면 이미 일대는 쑥대밭이 되었으리라.
그리고 하늘에선.
콰가가강!!
빙설룡-힐드는 8성급 얼음 원소 마법 [마하발특마]를 악몽룡-재버워크를 향해 쏘아냈고.
악몽룡은 어둠 마력을 휘감은 8성급 중립 속성 마법 [환상염]으로 대적했다.
극저온의 은빛 광선과 진보랏빛으로 타오르는 신비로운 화염이 맞부딪치며 강맹한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아앙!!
사방은 차가운 수증기로 들어찼다.
여전히 하늘엔 냉기가 몰아쳤다. 평범한 생물은 다가오기만 해도 목숨을 잃을 것이었다.
사아아아아!!
엄청난 밀도의 마력을 휘감은 보팔 소드의 검기가 수증기를 갈랐다. 아이작은 냉기를 퍼뜨리며 서리낫을 휘둘러 보팔 소드의 검기와 맞부딪혔다.
검기는 냉기에 잡아먹히며 낫날에 쪼개졌다.
아이작과 메피스토는 수많은 마법진을 전개한 채 하늘을 가로지르며 서로에게 공격을 쏟아부었다. 온갖 굉음이 천지를 울렸다.
메르헨 아카데미에서 하늘을 쳐다보는 사람들에게는 시야에 온전히 담기지 않을 만큼 어마어마한 규모의 전투였다.
스으윽! 차라락!
아이작은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레벨 업 시스템창을 무시하고 무서운 속도로 메피스토에게 짓쳐들었다.
하늘을 가로질러 마법으로 메피스토를 요격하면서 현란하게 낫을 휘둘렀다. 냉기 마법의 거침없는 공세 속에서 연신 은빛 궤적이 그어졌다.
방심은 곧 죽음이다. 심지어 무기끼리 맞닿기만 해도 패배가 확정되리라고 메피스토는 판단했다.
메피스토는 아이작의 유려한 공격을 피해 다니며 마법으로 반격하는 데 집중했다.
[으으윽!!]하늘은 아이작이 지배하고 있다.
짙은 냉기가 앨리스의 육체를 잠식해 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몸이 둔화되고 격한 통증이 느껴졌다. 살이 동렬하고 내장의 기능이 마비되어 갔다.
반면에 아이작은 멀쩡했다. 멀쩡하다 못해 여유가 넘쳤다. 그의 몸에 난 상처들은 제논이나 앨리스와 싸우면서 생긴 것들뿐. 메피스토와 악몽룡은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작의 차분하고 냉철한 눈동자가 오로지 메피스토라는 적만을 노렸다. 하나하나가 일대를 멸할 수 있는 맹렬한 냉기 마법이 소나기처럼 쇄도했다.
메피스토는 아이작을 바라보는 채로 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보팔 소드를 위로 뻗었다.
전신의 힘을 끌어모은다. 메피스토는 이를 꽉 깨물고 최대 출력으로 마력을 발산했다.
쿠구구구구!!
검신에 검붉은빛 마력이 화려하게 피어올라 드높은 검기를 뻗어냈다. 검기를 따라 마력의 회오리가 몰아쳤다.
메피스토 뒤로 악몽룡-재버워크가 자리를 지키며 생물을 영원한 악몽으로 인도하는 화염 [환상염]을 휘감았다.
메피스토는 검기를 내지를 준비를 했다. 수평선 너머까지 얼음의 바다를 갈라낼 수 있는 힘이었다. 검기에 베인 이는 누구든지 죽을 때까지 꾸게 될 영원한 꿈 속으로 빨려 들어가리라.
노리는 것은 아이작뿐만이 아니었다. 빙퇴웅-바르바토마와 뒤펜도르프의 병력 일부, 메르헨 아카데미가 있는 섬이 검기가 나아갈 직선 경로에 놓여 있었다.
이 힘을 아무런 피해 없이 막을 수 있겠는가. 그리 메피스토는 아이작을 도발하려고 했다.
그러나, 메피스토는 냉기가 걷히며 드러난 아이작의 모습을 보고 말문이 턱 막히고 말았다.
강대한 얼음 마력이 스민 대낫을 쥐고, 마법사 로브 자락을 휘날리며, 백야의 광명을 등진 존재. 그는 무감정한 눈으로 메피스토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뒤로는 신화 속 백룡, 빙설룡-힐드가 백익을 활짝 펼치며 마력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연푸른빛 냉기가 증기처럼 뿜어져 나왔다.
메피스토는… 몹시 경이로운 광경이라고 생각했다.
범접할 수 없는 지고의 존재다.
그가 자신을 대적하고 있다. 적개심을 품고 있다. 그 사실이 새삼스레 떠오르자 메피스토는 의지와는 무관한 공포를 느꼈다.
저 남자가 메피스토의 본체를 찾아내 죽이겠다고 한 말이 점점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그럴 일은 없으리라. 메피스토는 쓸데없는 상상을 머릿속에서 지워내려 했다.
[당신은… 여기서 죽어야 합니다.]아이작. 그는 마족 측의 강자인 부유섬, 지괴의 카발리온까지 쓰러뜨린 인간이다. 그렇기에 이미 강하단 건 알고 있었지만, 저만한 수준일 줄은 미처 몰랐다.
악신 네피드 님을 위해서 저 남자는 반드시 여기서 처리해야 한다고 메피스토는 생각했다.
메피스토는 소리를 내지르며 보팔 소드를 휘둘렀고.
하늘 높이 솟구쳤던 검기가 아이작을 향해 쏘아졌다.
콰아아아아아!!!
태풍을 동반한 검기가 번개처럼 쏟아졌다. 그 검기는 하늘과 얼음의 바다를 가르며 섬광처럼 무서운 속도로 돌진했다.
엄청난 크기의 검기였다. 아무리 황국에서 날고 기는 강인한 마법사들이 몰려와 겹겹이 보호 마법을 전개한다고 한들, 그 검기의 진로를 막아낼 순 없을 터였다.
“그게 네 전력이냐.”
그러나, 그 검기를 마주한 아이작이 꺼낸 말은 무척 단조로웠다.
“…내 차례다.”
스으으윽!!
서리낫에 고농도의 얼음 마력이 스몄다. 곧 아이작이 서리낫을 거세게 휘두르자 은빛 실선이 사선으로 하늘을 갈랐다.
몰아치는 냉기.
[절대영도].낫날이 그어낸 경로를 공간의 제약 없이 베어내고, 강력한 한기를 들이붓는 서리낫의 고유 마도가 시전되었다.
차아아아아악!!!
[……!]악몽룡-재버워크가 거친 기세로 [환상염]을 뿜어내며 메피스토 앞에 끼어들어 제 주인을 지켰다. 메피스토가 내린 명령이었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화아아아악!!!
보팔 소드의 검기와 서리낫의 고유 마도. 두 갈래의 공격이 십자 모양으로 교차했다.
쩌저적, 거리며 공간이 잘려나가는 듯한 착각마저 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순 낫날이 그어낸 궤적을 따라 무시무시한 폭한이 몰아쳤고, 보팔 소드의 검기는 사나운 냉기를 뚫지 못하고 허무하게 잡아먹혔다.
연이어 메피스토는 사선으로 몸이 그어지는 싸늘한 감각을 느끼며.
이미 이 육신으로 벌일 수 있는 전투가 모두 끝났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결국, 이렇게 되는군요….]패배했다.
[…후후.]…하트 여왕의 몸으론 말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메피스토는 얼어붙기 전, 씨익 웃었다.
최후의 수단이었던 회중시계의 봉인이 풀렸다. 메피스토는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메피스토 자신조차 통제할 수 없는 최상위 마족이, 지금 깨어나려 하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