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247)
〈 247화 〉 힐드 (1)
* * *
“화이트 황녀님, 왜 갑자기 짐을 싸시는 겁니까?”
“저, 도저히 여기 못 있겠어요오….”
화이트는 자기 방에서 짐을 싸던 중, 호위 기사 메를린을 바라보며 울먹였다.
최근 카를로스 황제의 보살핌이 심상치 않았다.
황제는 자식들을 평등하게 보살피는 편이었다. 누군가 국익이 되는 활약을 펼쳤을 때나 며칠 애정의 무게추가 기울 뿐.
다만, 화이트는 잘한 것이 없는데도 요새 유달리 황제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황제는 바쁜 시간에 짬을 내서라도 화이트를 보러 가려 했고, 화이트가 하는 일에 일일이 조언해주려 했고, 화이트에게 여성의 몸에 좋은 것이라며 진귀한 음식을 챙겨 주기도 했다.
화이트를 향한 딸 사랑이 눈에 띄게 심해진 것이었다.
아카데미에 다니느라 반 년간 못 봤던 영향이라고 치부하기엔 정도가 심한 수준이었다. 명백히 애정의 무게가 남달랐다.
3년 전, 황자가 토벌대에 합류해 위험한 마물 무리를 토벌하고 왔을 때도 이토록 챙기지 않았거늘.
차기 황권 쟁탈전으로 신경전을 벌이던 황자, 황녀들이 화이트를 견제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너무 눈치 보인다고요….”
카를로스 황제가 화이트에게 차기 황권을 물려주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황실에 돌자, 화이트는 얼른 피신해야겠다고 판단했다.
화이트는 황제의 자리에 일절 관심도 없었고, 자기 주제도 잘 알았다. 당연히 모자란 자기보다 냉철하고 현명한 언니나 오빠가 훨씬 황제의 그릇으로 적합하다는 게 화이트의 뜻이었다.
애당초 자기가 뭘 잘했길래 황제가 극진히 보살피는지를 모르겠다…! 왜인지 물어봐도 싱긋 웃어대기만 하니 화이트로선 식은땀만 삐질삐질 흘릴 수밖에 없었다.
“도망, 도망쳐야 해요, 메를린…! 저 무서워요….”
아버지의 지극정성이 오히려 딸을 몰아넣다니.
이걸 좋게 받아들여야 할지, 안 좋게 받아들여야 할지 메를린은 혼란스러웠다.
“심려치 마십시오, 화이트 황녀님. 아무 문제 없을 겁니다. 그리고 짐 싸기 전에 아카데미 조기 복귀부터 허락 받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이러시는 거 황제 폐하께서 아시면 섭섭해 하실 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치만요오….”
조기 복귀 정도야 황제가 금방 허락할 것이라고 메를린은 확신했다.
메를린이 추정한 바, 최근 황제는 빙제 아이작과 화이트의 긴밀한 관계에 관심을 쏟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화이트를 향한 남다른 애정 표현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아니, 눈치를 못 채는 게 오히려 이상한 수준이었다.
그러니 아이작이 있는 메르헨 아카데미로 조기 복귀하겠다고 말씀드리면, 허락해주는 걸 넘어 자진해서 채비를 갖춰줄지도 몰랐다.
어서 아이작과 좋은 시간을 보내라는 의도로 등을 떠밀어 버리겠지.
“제가 진짜 무서운 건 오빠, 언니들이에요. 마주치기라도 하면 이젠 절 째려보고 지나간다구요…. 흐윽, 아이작 선배가 보고 싶어요….”
“네, 보러 가죠. 아이작 공도 지금 아카데미에 계실 테니까요.”
“…좋아요, 에헤헤.”
메를린이 화이트의 뜻에 동조해주자, 화이트의 표정이 급격히 밝아졌다.
화이트는 어릴 적부터 온갖 암살 시도와 음해에 시달려 온 탓에 무작정 호의를 내비치는 사람을 기피하기 마련이었다.
트라우마였다. 자길 잘 대하는 사람을 보면 자길 암살할지도 모른다고 지레짐작하고 마는 것이었다.
그게 아닌 게 분명하다고 해도 사람 뇌리에 깊이 각인된 건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화이트는 자기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아부를 떨던 학생들보다, 차라리 자기를 막 대하고 상처를 줬던 가짜 무녀가 나중에 가선 편했을 정도였다고 하니, 오죽하겠는가.
반면에 아이작은 놀라울 정도로 화이트가 바라온 이상적인 인간관계를 수월하게 구축했다.
그 탓인지 화이트는 아이작에게 의지하는 경향이 있었고, 저도 모르게 매일 아이작 이야기를 즐겁게 떠들어 대곤 했다. 마치 든든하고 애정 어린 오빠라도 생긴 것처럼.
상대의 마음을 파고드는 것 또한 대마법사의 능력일까. 메를린은 알 수 없었다.
지금도 화이트는 아이작을 볼 생각에 웃음꽃부터 피우고 있었다.
세계 제일의 미인이 지금 세계에서 가장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비슷한 나이대의 남자라니. 상대가 아이작이 아니었다면 그 남자는 이런 천운을 놓치지 않았을 것이었다.
메를린은 아이작의 여성 편력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화이트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선 그가 마음에 들었다.
애당초 아이작의 이성 문제도 메를린이 신경 쓸 것이 아니었다.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 지을 필요가 있었다.
“선물 가져가야지. 아이작 선배는 뭘 좋아하실까요?”
화이트는 아이작에게 무슨 선물을 주면 좋을지 즐겁게 고민했다.
* * *
예전에, 방학식 날. 황실 마탑에 편지를 보내두었다.
아리아 릴리아스가 언제 복귀할지 알고 싶어서였다.
뒤펜도르프와 빙제의 이름을 대긴 했지만, 황실 마탑이 워낙 폐쇄적인 집단이라 편지가 오고 가는 걸 허용할지는 의문이었다.
오히려 자국 사람이 아니라며 더 경계할지도 모를 일. 아예 편지가 마탑 입구에서 컷 당할 것도 상정해야 했다.
지금도 날 위해 책을 써 준 ‘도로시 게일’의 정체를 모른다. 적어도 아리아를 찾아가라고 한 이유를 알아내야 할 것이었다.
최근에 내게 서신이 도착했다. 발신인은 아리아가 아닌 제르베르 황국의 황실이었다. 고급스러운 편지 봉투와 황실 인장은 황제의 권력을 상징했다.
마족과 로펜하임 남작의 결탁 사건을 추궁하고 알아낸 정보가 서신에 적혀 있었다.
아드리안 로펜하임은 어느 날 찾아온 사령의 칼가르트와 거래했다. 은밀히 제물을 모아 바치면 칼가르트가 황국의 권력을 손에 쥐게 해 줄 것을 약속했다고 했다.
칼가르트의 강함을 알아본 아드리안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선금처럼 어둠 마력을 받아들였다. 아드리안은 전능감을 느꼈다는데, 우스운 일이었다.
황실에선 로펜하임 남작을 엄벌할 것이라고 하였고, 이번 일을 해결해준 공로를 높게 치하해 내게 보상을 내려주고 싶다고 했다.
어째선지 예시로 든 보상 목록에 자연스럽게 화이트와의 혼약이 끼어 있었지만 무시했다.
콰과강!!
쿠궁!!
[성공이다, 주인!]“오오! 맞았다!”
[우오오!]“오오오!”
나비 정원 구석.
7성급 얼음 원소 마법 [빙뢰]로 100m 떨어진 바위 표적을 명중하는 데 성공했다.
작은 백룡 형태로 소환된 빙설룡-힐드의 앞발을 붙잡고 웃으며 함께 호들갑을 떨었다.
100m가 뭐 대수냐고 볼 수도 있겠지만, [빙뢰]를 발동하면 마력이 심하게 요동치며 걸핏하면 마법이 원치 않은 방향으로 튀어나갈 때가 허다했다. 쉽게 말해 컨트롤이 어려웠다.
즉, 전부터 맞히지 못했던 표적을 맞혔다는 건 엄청난 성과였다.
다음 목표는 150m였다. 지금의 몸으로 강해진 만큼 [대 종족 전투력]이 발동되었을 때 발휘되는 힘은 더욱 강해질 것이었다. 열심히 하자.
‘그러고 보니….’
문득 드는 의구심.
예전부터 의문이었다.
‘이 힘의 원천은 뭐냐.’
9성급 마법을 거뜬히 사용할 수 있게 만들고, 게임처럼 나를 강하게 만들어 주는 이 시스템은 대체 무엇인가.
마치 의도치 않게 은행에서 영끌로 대출 받은 자금을 펑펑 쓰는 듯한 찝찝한 기분.
이 괴리감을 설명하긴 어렵다. 유력한 가설은, ‘무언가’가 게임 시스템의 형식을 흉내 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시스템은 굉장히 ‘직관적’이다.
내가 뭘 어떻게 했더니 어떻게 강해졌고, 이건 과거의 수준보다 얼마만큼 대단해진 것이라고 구구절절 따지는 것보다.
그냥 시스템 창으로 ‘마력량이 천 올랐네’ 하는 게 훨씬 알아 먹기 쉽고 간단명료하니까.
도로시 게일이 남긴 기록에 따르면 날 직관적으로 돕는 이가 있다고 했다. 그건 시스템이라고 추측, 아니, 시스템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걸 ‘그녀’라고 지칭했었지.’
시스템을 ‘그녀’라고, 살아 있는 생물처럼 표현했었어.
게임 개발사 힉스와 시스템, 도로시 게일의 정체. 여전히 의문점이 많았다.
부디 이 여정이 끝나기 전에 모든 의문의 해답을 알게 되길 바랄 뿐이었다.
[요즘은 기쁘구나, 주인.]“뭐가?”
빙설룡의 잡담이 나를 상념에서 끌어냈다. 녀석은 내가 [빙뢰]로 부순 바위 표적을 바라보았다.
[이런 몸으로 마음껏 밖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주인이 성장하는 모습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고, 옛날처럼 여행하는 기분도 나니 아주 좋구나.]“그러냐.”
활짝 웃는 빙설룡.
옛날이라면 태초의 빙제와 함께 여행했던 때를 말하는 거겠지.
내 정체가 밝혀지면서 빙설룡도 거리낌 없이 나와 함께 밖을 나다닐 수 있게 됐다.
훈련장에서 단련할 때면 방학에도 아카데미에 남아서 단련하러 오는 학생들을 가끔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빙설룡을 구경하고 싶다고 내게 말을 걸어오기도 했다.
그럴 때면 빙설룡은 의기양양해지며 백옥빛 비늘로 뒤덮인 자기 자태를 뽐냈다.
[그래서 말이다만.]빙설룡은 내게서 벗어나 허공에서 날갯짓하며 앞발을 양옆으로 뻗었다.
[이제 슬슬 약속을 이행해주면 안 되겠느냐?]“약속?”
빙설룡과의 약속.
안경을 들치며 기억을 더듬거렸다. 얘랑 했던 약속이 있었나?
“아, 드레스?”
맞아. 떠올랐다.
작년에 빙설룡을 작은 구체로밖에 소환하지 못했을 때, 녀석의 형태를 갖출 수 있게 되면 드레스를 한 벌 맞춰주겠다고 약속했지.
빙설룡은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이 몸도 예쁜 드레스를 입어보고 싶구나! 다음 사교회 때 이 몸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싶고 말이다!]“넌 사교회에 참석 못 해.”
[뭐? 어째서냐?!]예상치 못했다는 듯 빙설룡은 발끈했다.
참석 못 하는 게 당연하잖아.
“넌 용이니까.”
[이럴 수가…! 요즘 것들은 용을 차별한단 말이냐아…?]의기소침해지는 빙설룡.
[나도 한때는 신화에 이름을 떨쳤던 마수이거늘, 그런 차별 대우를 받을 처지가 아닐진데….]노룡(老龍) 공경이 부족하구나, 라며 빙설룡은 나지막이 혀를 끌끌 찼다.
“아니, 여기 학생만 참석 가능해서 그래.”
[그게 차별 대우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냐!]“…말을 말자.”
작년에, 빙설룡의 심리를 읽었던 기억이 났다.
드레스 입을 날을 고대했지, 얘.
분명 이 녀석한테는 중요한 약속이었을 터.
자기도 나름 암컷이라는 걸까. 예쁜 걸 추구하는 경향이 있었다.
‘드래곤용 드레스는 생각도 못 해봤는데.’
그동안 날 위해 힘써 줬으니 보답해줄 마음은 차고도 넘친다.
애초에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도 양심에 찔리고, 드레스 맞춰주는 것 정도야 무리도 아니었다.
본래 크기에 어울리는 드레스는 없을 테니 지금처럼 작은 몸에 알맞은 드레스로 맞춤 제작을 의뢰해야겠다.
천 면적이 적을 테니 비용도 별로 안 들 것 같고. 괜찮겠지.
“사교회는 좀 그래도, 애들한테 자랑하는 건 괜찮을 것 같은데.”
빙설룡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나쁘지 않다. 아, 이 몸의 드레스가 준비되면 고르모스한테도 자랑하러 가야겠구나!]“그거 좋네. 옷 맞추는 건…, 한 일주일 뒤에 가자.”
[알았다, 주인!]왕위 즉위식까지 시간이 남았고, 헤겔 마탑주 아리아 릴리아스나 내 누나 이브 로펜하임도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일주일 정도면 상황을 지켜보기 적당하겠지.
어차피 단련을 위해 암갑귀-고르모스를 찾아갈 생각이기도 했다. 빙설룡이 예쁜 드레스를 입어 준다면 시시콜콜한 대화 주제도 생기는 것이니 나야 좋았다.
2학기엔 8성급 사역마 계약진을 얻을 수 있는 이벤트가 있다. 그 계약진을 얻고 나면 암갑귀와 진심으로 한 판 뜰 작정이었다.
그 승부에서 승리해 암갑귀를 세 번째 사역마로 삼을 계획이니, 그 전에 가능한 한 암갑귀와 더욱 친해지고 싶었다.
……
일과를 마치면 빙설룡과 같이 씻거나 가벼운 잡담을 나누거나 서로 부둥켜안고 잠들었다.
녀석은 드레스를 맞추는 날만 고대하며 무슨 색 드레스가 좋을지, 어떤 디자인이 좋을지 매일 심도 있게 고민했다.
어느덧 옷 가게에 가기 전날. 빙설룡과 함께 단련을 마치고 기숙사 엘마관으로 돌아왔다.
나는 씻으러 샤워실에 들어갔고, 빙설룡은 책상을 뒹굴었다.
요즘은 빙설룡-힐드를 항상 소환한 상태로 두고 있다. 융화력을 기르기 위해서였다.
빙설룡의 현재 레벨은 188. 온전한 상태로 소환하는 데 들여야 할 마력량은 총 36,000.
실속 하나는 끝내주는 사역마라 그런지 융화력 쌓이는 속도가 느린 편이었다. 많은 게임에서 등급 낮은 아이템보다 등급 높은 아이템을 강화시키는 게 더 어렵고 재화가 많이 들 듯이.
그래서 빙설룡 소환 상태를 유지하는 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내일 점심 먹고 옷 가게에 들릴까.’
드레스 입은 작은 백룡의 모습이 기대되기도 했다. 재밌을 것 같았다.
휘우우.
“…응?”
…뭐지?
방금 사역마 소환 유지를 위해 들이는 마력이 조금 더 빠져나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기분 탓일까.
몸을 다 씻은 뒤 나체로 샤워실을 나섰다.
앨리스 캐럴과 있을 땐 샤워 가운으로 중요 부위를 가리며 조신하게 굴었지만, 지금은 사역마인 빙설룡만 있으니 거리낄 건 없었다.
빙설룡은 반려 동물 같은 거니까. 평소에도 쭉 그래 왔다.
그러나 샤워실을 나선 순간, 나는 헛숨을 집어삼키고 말았다.
[오, 주인! 다 씻었느냐?]“……?”
누구야?
웬 여성이 내 셔츠만 달랑 입은 채 전신 거울 앞에 서 있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은빛 단발이 눈이 쌓인 새하얀 설원처럼 반짝였다.
특이한 점은 머리 양옆으로 익숙한 형태의 뿔이 튀어나와 있다는 것과, 꼬리뼈 부위에서 굵직한 꼬리가 튀어나와 셔츠 밑단을 들추고 있다는 것이었다.
외형만 보면 2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젊은 여성이었다. 양팔을 옆으로 뻗고 자기 몸을 이리저리 살피는 중이었던 것 같았다.
그녀의 신비로운 연푸른빛 눈동자가 내 쪽을 향했다. 활짝 웃는 모습이… 생전 처음 보는 미녀였다.
[아. 내일 드디어 드레스를 맞추는 날이니 미리 모습을 바꿔봤다. 일단 주인 옷을 대충 입어 봤다만, 어떻느냐? 아름답지 않느냐?]분명 낯선 모습이지만, 몹시 익숙한 목소리.
머릿속에 들이닥친 혼란을 잠재울 수 없었다.
잰걸음으로 은발의 여성에게 다가가 실험 삼아 뿔을 어루만졌다. 그녀는 눈을 감고 내 손길을 즐겼다.
[좋구나. 좀 더 쓰다듬어주거라….]여성은 자기 뿔을 쓰다듬는 내 손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떠오르는 녀석은 한 명뿐.
“힐드…?”
[왜 부르느냐, 주인?]아니, 이거 뭐야? 얘 왜 이래?
은발의 여성, 빙설룡-힐드는 다시 눈을 뜨고 내 눈을 바라보았다.
가까이서 본 눈동자도 확실히 녀석의 것이 맞았다.
“사람 몸으로 변신할 수 있었어…?”
혼란스러웠다.
[응? 저번에 말하지 않았느냐? 이 몸은 사람 눈에 안 띄는 모습으로도 변할 수 있다고.]빙설룡…, 힐드는 오히려 내가 놀란 반응을 보이는 게 이해가 안 된다는 식이었다.
그게 사람인 줄 어떻게 알았겠냐.
작년부터 이 녀석이 가끔 이해가 안 가는 말들을 늘어 놓았던 게 기억났다. 마치 용 이외의 모습으로도 변할 수 있다고 귀띔했던 것 같은.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 안 했다. 그냥 작은 구체 형태로 소환할 수 있어서 그런 비슷한 거라고 생각했지, 설마 이런 인간 형태일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다.
[으음, 기왕이면 다른 곳도 쓰다듬어주지 않겠느냐?]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녀석은 흐물거리며 기뻐했다. 의문의 여지 없는 사람 머리카락의 감촉이었다.
첫 만남부터 쭉, 빙설룡-힐드는 반려견처럼 쓰다듬어지는 걸 좋아했다. 인간의 몸으로 변했어도 만져주길 좋아하는 건 마찬가지인 듯했다.
여성이 눈을 감고 뺨까지 붉히며 내 손길을 즐기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그간 강아지처럼 여겨 왔던 힐드였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아 오히려 거부감마저 들었다. 무척 낯설었다.
[니옹! 아이작 있니?]그때, 창문을 통해 괴묘-체셔가 안으로 들어왔다.
[내일부터 앨리스가 정리 업무 때문에 바쁘다고 해서 말이지, 오늘 밤에 잠깐 볼 수 있는지 물어보러…, 니옹?]괴묘는 나체 상태인 나와 하얀 셔츠만 달랑 입은 힐드를 번갈아 보더니 말을 더 이어가지 못했다.
[오, 체셔구나. 반갑다!]힐드만 분위기를 못 읽고 손을 흔들며 친구처럼 인사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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