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250)
〈 250화 〉 장인어른 (1)
* * *
의문점이 많았다.
깊은 밤. 작은 용 형태로 변신한 빙설룡-힐드를 옆에 두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어두운 천장이 시야에 가득했다. 나는 여러 생각 속을 표류했다.
도로시 게일이 남긴 책 내용.
아리아 릴리아스의 비밀.
게임 개발사 힉스.
시스템.
내 안에 있는 미지의 존재.
태초의 빙제가 힐드에게 남긴 전언.
그 모든 의문 하나하나가 결말에 이르기 위한 일련의 과정처럼 느껴졌다.
[아구….]빙설룡-힐드가 내 쪽으로 몸을 기댔다. 잠꼬대였다.
녀석이 알려 준 전언 탓에 머릿속이 자꾸만 복잡해졌다.
하지만 사고를 정리하려 해봤자 지금은 아무런 답을 찾아낼 수 없었으니, 연신 한숨만 나왔다.
툭툭.
대뜸 가방을 멘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창밖에서 창문을 두들겼다. 편지 배달부 브이였다.
급한 용무가 있는 사람이 빠르게 편지를 보낼 때 이용하는, 순한 습성을 지닌 마수였다.
침대에서 내려가 창문을 열었다. 브이가 큰 부리로 가방 안에서 편지 하나를 꺼내 내게 건넸다.
그것을 받자 브이는 꽤액, 거리고 울며 파드닥 날아갔다.
편지 봉투에 찍힌 인장을 살폈다.
“…왔네.”
헤겔 마탑주의 인장.
이 편지는 아리아 릴리아스가 보낸 것이었다.
* * *
황실 마탑은 길게 뻗은 탑을 중심으로, 하나의 도시처럼 뻗어나가는 형태를 이룬다.
중심에 높게 뻗은 황실 마탑의 본 건물. 그곳에 아리아 릴리아스가 연구실 하나를 통째로 빌려 연구에 매진하고 있었다.
황실 마탑의 학술 포럼은 불시에 열리며 약 두 달간 일주일에 한 번씩 개최된다.
소집 대상은 기본적으로 마탑주. 그중 능력을 인정받은 약 스무 명의 마법사만이 포럼에 참석한다.
아리아는 발표할 내용을 준비하며, 여러 마탑주가 이전까지의 포럼에서 공개한 연구를 탐구하는 일에 집중했다.
그러던 중, 황실 마탑의 마법사가 연구실에 찾아왔다.
아이작에게 편지를 보내기 1시간 전이었다.
“릴리아스 마탑주님, 호출 명령입니다.”
“호출?”
황실 마탑의 마법사는 금테가 어우러진 고급스러운 로브 차림이었다.
제르베르 황국 소속인 마탑주에게 있어서 황실 마탑의 마탑주가 가진 권한은 막강하다. 아리아를 호출한 인물도 필시 황실 마탑주일 터.
아리아는 마탑 마법사를 따라 황실 마탑주 집무실에 이르렀다. 한 명이 독차지하기엔 지나치게 호화스러운 방이라고 아리아는 생각했다.
집무실 중심에 의자를 두고 앉은 사람은 새하얀 머리칼을 길게 늘어뜨린 노년의 여성 마법사. 황실 마탑주, 조한나 칼릭스.
아리아는 조한나 앞에 서서 예의를 갖춰 고개를 숙였다.
“용건은 두 가지입니다.”
황실 마탑주, 조한나는 맞인사 없이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싫어하기 때문이었다.
그 태도에 익숙한 아리아는 별 반응 없이 고개를 들었다.
“첫째. 당신이 비밀리에 진행하는 연구, 왜 황실 마탑에 보고하지 않았죠?”
아리아는 차분한 표정을 유지하려 했지만, 그녀의 눈동자가 찰나간 떨렸음을 조한나는 알아챘다.
“…큰 프로젝트가 아니니까.”
아리아는 경계했다.
들킨 건가.
상대는 황실 마탑주다. 언제 어떻게 들켰든 이상하진 않았다.
문제는 조한나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였다.
“‘소규모로 진행하는 개인 연구는 굳이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 법령에 명시된 내용이긴 합니다만…, 그게 정말로 소규모 연구가 맞나요?”
“내 판단으론 그러한 것.”
조한나의 추궁에 아리아는 태연하게 회피했다.
“그렇군요…. 일단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게 정해진 기준치를 초과하는 연구라고 판명난다면, 내용의 경중에 따라 당신에게 처벌이 내려질 수도 있다는 점은 유념해 주시길.”
“…….”
경고였다.
황실 마탑이 원하는 건 정보의 독점화. 쓰잘머리 없는 연구가 아니라면 황국에 위치한 모든 마탑의 연구는 황실 마탑에서 관리 및 통제한다.
시대를 바꾸는 건 한 명의 천재가 일으키는 기적이다. 그 기적마저도 자기들이 다스리려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황실 마탑은 아리아의 연구를 경계하는 게 틀림없었다.
아리아는 파악했다. 무슨 연구인지까지는 밝혀지지 않은 게 분명하다고.
황실 마탑은 헤겔 마탑 인근에서 미세하고 기이한 마나가 자연 속에 녹아든 걸 관측한 것이 틀림없었다. 아리아의 실수였다.
다만, 황실 마탑의 권한이라면 당장에라도 헤겔 마탑을 찾아가 파헤치면 될 일. 조한나가 그리 하지 않은 연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금방 드러났다.
“그리고 둘째.”
조한나는 편지 봉투 하나를 꺼냈다.
“당신에게 편지가 하나 왔습니다.”
“편지…? 왜 칼릭스 마탑주님께서 그걸?”
“발신인이 빙제님이었으니까요.”
빙제라면 아이작이다.
아리아는 왜 아이작이 편지를 보냈는지 알 수 없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황실 마탑에 편지를 들이진 않아요. 보안 차원에서요. 하지만 빙제님의 용무는 우선순위로 처리할 필요가 있어서 제가 직접 시간을 들여 검사했습니다.”
“빙제가 보냈다는 건 어떻게 확신했는지?”
“메르헨 아카데미 소속인 아이작 학생 것으로 판명 났으니까요. 편지 봉투에 묻은 지문을 검출하면 그런 건 금방 알아낼 수 있어요. 황국에 있는 아카데미 관련 정보는 우리 마탑도 공유하고 있으니까요.”
황실 마탑에선 지문을 검출하고 비교하는 일도 가능했다.
조한나는 편지 봉투를 가볍게 흔들었다.
“제가 한 건 빙제님께서 이 편지 봉투에 이능을 행하시진 않았는지 파악하는 작업이었죠. 평범하게, 빙제님께서 보내신 편지가 맞습니다.”
“…내용은?”
“별거 없었어요. 가능한 한 빨리 메르헨 아카데미로 돌아와 달라는 말밖에. 가져가세요.”
아리아는 무감정한 얼굴로 조한나에게 다가갔다.
조한나는 편지를 주려다가, 갑자기 상체를 숙여 아리아를 가까이서 쳐다보았다.
“당신…, 빙제님과 뭔가 하고 있진 않나요?”
황실 마탑이 섣불리 헤겔 마탑을 파고들지 못 하는 이유, 혹은 일부러 그러하지 않는 이유.
황실의 권력을 등에 업어도 건드릴 수 없는 자가 아리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짐작되기 때문이었다.
바로 빙제였다.
아리아의 연구가 위험하다면 빙제가 못 알아챘을 리도, 가만 놔둘 리도 없었다.
빙제는 인류 중 가장 강하기로 유명한 대마법사.
지적 탐구욕이 강한 마탑의 마법사라면 빙제에게 눈독을 들이는 게 당연했고, 조한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리아라고 예외일까. 그럴 리 없었다.
즉, 정황상 빙제와 아리아가 결탁해 은밀한 연구를 진행하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고 마는 것이었다.
아리아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건 없는 것. 빙제가 날 찾는 용무가 무엇인지는 나도 모르는 것.”
조한나는 아리아의 표정을 살폈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런가요.”
조한나는 편지 봉투를 건넸다. 아리아는 그것을 로브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빙제님의 뜻은 가능한 한 따르라는 것이 황명입니다.”
조한나는 아리아의 로브 깃을 갈무리했다.
“복귀하세요, 아리아 릴리아스 경.”
아리아는 고개를 끄덕이곤 상체를 숙여 인사한 후, 집무실을 떠났다.
연구실에 도착한 아리아는 편지를 읽고 나서 간단하게 답장을 썼다.
[ 황실 마탑에서 편지를 검사하느라 늦게 전달 받은 것. ] [ 동이 틀 때 출발할 예정. ]편지 배달부 브이를 통해 답장을 메르헨 아카데미로 보냈다.
거리가 멀어 비용이 꽤 나오겠지만, 되도록 원왕을 상대로 시간을 지체하고 싶진 않았다.
……
이튿날 아침.
짐을 챙긴 아리아는 마차를 타고 황실 마탑을 빠져나왔다.
“저게 뭣이여?”
마부가 당황하는 소리. 돌연 마차가 멈춰 섰다.
“……?”
아리아는 언제인가 느껴본 적 있는 마력과 의구심을 느끼곤 마차 창문을 열어 밖을 살폈다.
10명 가량의 뒤펜도르프 병력이 마차 주위로 대열을 이루고 있었다.
한 명 한 명이 모두 헤겔 마탑주 아리아 릴리아스보다 강인한 전력이었다.
[마탑주님을 뵙습니다.]마차 창문 앞으로 백금색 갑주 차림의 기사단장, 모르칸이 다가와 경례했다.
아리아는 도끼눈을 뜨고 모르칸을 쳐다보았다.
“빙제 명령?”
[예. 목적지까지 무사히 호위하라는 명입니다.]황실 마탑의 진입 절차는 까다롭다.
정보가 집약된 곳이자 황국 지식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기에.
아무리 황국을 활보하는 게 허가된 동맹국 뒤펜도르프의 병력이라고 해도, 섣불리 황실 마탑에 들어서려 했다면 황실과의 마찰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마탑 밖에서 뒤펜도르프의 병력이 아리아를 맞이한 건 그런 연유였다.
“…훗.”
아리아는 흐뭇하게 웃었다.
빙제 같은 인물이 부하들을 보내 챙겨 주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잘 부탁하는 것.”
[예!]모르칸은 다시 경례한 후, 대열을 맞추었다.
아리아는 황실 마탑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보고 있나, 황실 마탑주.
이것이 나의 빽이다.
뒤펜도르프의 병사들과 함께 마차는 메르헨 아카데미로 출발했다.
한편, 황실 마탑주 조한나 칼릭스는 집무실에서 마탑의 외부 감시망을 통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리아를 위해 뒤펜도르프의 병력이 호위로 나섰다.
아리아 또한 빙제의 보호 아래에 있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호위 병력은 10명에 불과했으나, 그 10명이 얼마나 굵직한 마력을 보유했는지 황실 마탑의 마력 감지 체계는 쉽게 감지했다.
저들조차도 뒤펜도르프의 극히 일부 전력.
뒤펜도르프는 막강한 군사력을 지닌 것으로 밝혀진 얼음의 나라였다.
그런 나라가 왕으로 섬기는 인물이 현 빙제, 아이작.
빙제의 움직임은 무시무시한 영향력을 갖출 것이며, 정세를 쉽게 뒤바꿀 수 있을 것이었다.
“확실히….”
위협적이라고, 조한나는 실감했다.
그때, 메르헨 아카데미 방면.
“아버지, 도착했습니다….”
아스트레앙 공작가의 마차가 위병소를 지나 메르헨 아카데미에 들어섰다.
마차 안에서 카야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보고했고.
눈을 감고 있던 제랄드 아스트레앙은 천천히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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