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288)
〈 288화 〉 아카데미 대항전 (2)
* * *
아카데미 대항전에 참가하는 아카데미는 총 다섯 곳이다.
메르헨 아카데미.
베텔 아카데미.
라이젤 아카데미.
벨라트릭스 아카데미.
메이사 아카데미.
그중 선발대가 협력하는 모습을 보인 곳은 베텔 아카데미와 벨라트릭스 아카데미였다.
“빙제 말이에요, 왜 이런 행사에 참가했을까요?”
관중석.
베텔 아카데미의 여성 감독관이 옆에 있는 남성 감독관에게 물었다.
“전에 모르겠다고 답했던 것 같은데.”
“쌀쌀맞긴….”
“최연소 대마법사라는 무시무시한 아이의 속내를 나 같은 전직 기사 나부랭이가 어떻게 알겠어? 교우 관계 좋아 보이던데, 알고 보면 ‘청춘을 즐기겠다’하는 평범한 이유일 가능성도 있지 않겠나.”
남성 감독관은 막대 사탕을 입에 넣었다.
“…빙제를 이길 수 있다고 보세요?”
“어렵다고 봐. 그런 애랑 싸워서 어떻게 이겨.”
“역시 그렇겠죠….”
“빙제란 칭호가 붙은 아이야. 사실상 살아있는 전설이나 다름없는 마법사를 어떻게 이기겠어? 실제로 우리 학생들 죄다 겁먹은 상태라고. 안쓰럽게도.”
“하지만 다들 열심히 하려는 분위기잖아요. 빙제를 상대로 어떻게든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거 아니에요? 특수 승리 룰 같은 게 있기도 하고….”
여성 감독관은 전장을 나돌아다니는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그건 있지. 빙제가 얼마나 대단하든 녀석도 결국엔 참가자일 뿐이고 이 게임의 룰에 구속 받는 처지야. 학생들에게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희망을 갖게 하고, 등만 조금 떠밀어 줘도 어떻게든 의욕을 북돋아 줄 수 있어. 다들 도전 정신 투철할 젊은 나이대잖아.”
남성 감독관은 막대 사탕을 손가락으로 집어 뺐다.
“물론 전~부 빙제를 본 적 없으니까 가능한 얘기지만.”
“빙제의 힘을 실감한 적이 없으니까 그렇다는 얘기죠? 그렇다면 일시적인 눈 가림에 불과한 거 아닌가요?”
“그렇지.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해. 나름 빙제와 싸우는 영광을 누리고 싶어 하는 학생들도 있고. 어쨌든, 결론은 그거야.”
남성 감독관은 베텔 아카데미의 선발대 중 노아 바르탕을 바라보았다.
“당연히 우리가 특수 승리 룰만을 노릴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했을 메르헨 아카데미의, 뒤통수를 친다.”
아카데미 대항전의 룰은 각 아카데미가 거점에서 대기 중일 때 고지되었다. 사전에 아카데미들이 담합하지 못하도록 주최 측이 그리한 것이었다.
그러나 아카데미들은 이를 대비해 사전에 입을 맞추었다.
남성 감독관은 아카데미 대항전이 시작되기 전, 베텔 아카데미의 거점에서 학생들에게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 ‘다른 아카데미들과 미리 협의했어. 힘을 합쳐 메르헨 아카데미를 우선 노리기로. 메르헨 녀석들에겐 미안하지만, 어차피 평범하게 대회를 진행하면 그 녀석들이 독식할 게 뻔하잖냐.’ ─ ‘그래서 우리는 게임 룰을 들은 다음, 빙제에게 대항할 수 있을지도 모를 룰이 있다면 그걸 먼저 확인해 보기로 결정했지. 그런 게 없어 보인다면 집중 공격 전략은 엎기로 했지만.’ ─ ‘너희도 눈치챘겠지. 이번 대회의 룰은 빙제를 의식한 것으로 보여. 다른 아카데미들도 눈치챘을 거야. 주최 측도 빙제라는 생태계 파괴범을 가만 놔둘 리 없겠지. 즉, 함정이나 아이템 중에서도 빙제에게 한 방 먹일 수 있을 만한 게 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하고 있어.’ ─ ‘그러니 계획했던 대로 탐색을 진행한 후, 추측이 확신이 되면 곧바로 선발대를 물려라. 그리고 다른 아카데미들과 협력해 메르헨 아카데미를 치는 거야. 우리의 목표는 메르헨 녀석들의 휘심석을 파괴하는 것. 빙제와 진심 맞짱 뜨면 패배할 게 뻔하니까, 게임에 이기는 데에만 집중해라.’
─ ‘만약 빙제를 상대할 수단이 없다고 판단되면 계획 전부 다 엎고, 열심히 도망쳐 다니면서 특수 승리에 집중한다. 알겠지?’
어디까지나 추측한 게 맞는다는 가정 하에 세운 불안정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빙제를 어쩌지 못하면 이 대회에서 우승을 노릴 수 없었다. 빙제라는 이름은 아무리 낮게 취급해도 압도적이니까.
“빙제를 이길 수단이 있다고 판단되면, 누구든지 하늘을 향해 원소 마법을 쏘아 올리기로 했어. 그때부터 이 대회는 4대 1 메르헨 아카데미 토벌전이 될 거야.”
남성 감독관의 말에 여성 감독관은 흐음, 하고 의미심장한 숨소리를 냈다.
과연 계획대로 잘 될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문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허리춤에 검을 찬 두 남학생, 이안 페어리테일과 아벨 카르네다스는 선발대로서 함께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들 외의 다른 선발대 학생들은 다른 구간을 탐색하고 있었다.
두 남학생의 주된 목적은 정보 탐색, 아이템 수집이었다. 적을 만나면 전투를 벌여 이기는 건 부차적인 목적이었다.
아카데미 대항전의 무대는 작은 도시를 연상케 했다. 그러나 꽉 막힌 건물은 없었고, 저마다 천장이나 외벽이 뚫려 있어 관중들의 눈에 훤히 보이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이안 선배님, 저기.”
“뭐야?”
푸우우우!
이안과 아벨은 달리면서 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느 지점에서 물 기둥이 높게 치솟고 있었다.
“전투인가?”
“전투라기엔 물 기둥이 너무 일직선이에요. 마치 일부러 쏘아 올린 듯한…. 앗! 이안 선배님, 조심하세요!”
“어?”
아벨의 외침에 이안은 지면을 박차고 뒤로 빠졌다.
땅에 벌레 한 마리가 느리게 기어가고 있었다. 광택이 나는 갈색 등껍질엔 마력으로 빛나는 작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벌레…? 저게 왜?”
“함정이에요.”
“그걸 어떻게 확신해?”
“얘, ‘지스’니까요. 풍뎅이과 마수. 무언가와 접촉하면 작은 폭발을 일으키는 게 녀석의 생존 전략이죠. 주로 습지에서 서식하는 녀석이 이런 데 있을 리 없잖아요? 그렇다면 이 녀석은 누군가가 풀어뒀다는 뜻. 함정이란 얘기겠죠.”
이안은 감탄했다.
“너 이런 거 꽤 잘 아는구나…?”
“하핫.”
아벨은 벌레 앞에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고서 등껍질에 적힌 글씨를 확인했다.
“등껍질에 ‘신체나 마법으로 접촉할 시 탈락’…이라고 적혀 있어요.”
“주최 측에서 심어둔 함정 중엔 이런 것도 있구나.”
“그래서 아까 아이작 선배님이….”
아벨은 거점에서 아이작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 ‘아이작 선배님, 아예 대규모 마법으로 확 다 쓸어 버리는 거 어때요? 화끈하게!’─ ‘자살 행위라고 본다. 주최 측이 그런 걸 남발하게 뒀을 리 없으니까.’
“역시 아이작 선배님. 예리하시네.”
아벨은 능글맞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하는 아벨. 대항전이 시작된 후 40분이 지나 있었다.
“주의해서 가죠, 이안 선배님.”
“잠깐.”
“예?”
이안은 물 기둥이 치솟았던 방향을 쳐다보았다.
“방금 물 기둥은 뭐였다고 생각해? 마치 모두에게 알리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음…. 무슨 생각을 하든 억측뿐이겠지만, 저러면 다른 아카데미들도 전부 저기에 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잖아요. 그렇담 함정이려나….”
이안은 납득했다.
“그럴 가능성이 높겠네. 저쪽으론 가지 말자.”
“옙!”
두 남학생은 다시 내달리기 시작했다.
한편, 라이젤 아카데미의 거점.
중앙 방엔 공중에 둥둥 떠다니는 수정 하나가 있었다. 꼬마 아이 정도의 크기로, 은은한 빛을 발산하는 수정. 휘심석이었다.
휘심석을 곁에 둔 라이젤 아카데미의 파수꾼은 청색 머리의 근육질 남학생, 반 맥그리거였다. 그는 의자에 앉은 채 평소와 같은 무감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의 근처에는 적색 머리의 쌍둥이 형제, 한스 맥그리거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끼익!
한 학생이 다급히 중앙 방에 들어섰다. 반과 한스의 시선이 그 학생 쪽으로 돌아갔다.
“하, 한스 님! 반 님! 신호탄이 쏘아졌습니다!”
“아까 얘기했던 그거?”
“예…!”
한스는 소파 등받이에 팔을 올리며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 들었을 때부터 썩 내키지 않았는데. 신호탄 쏘아 올린 녀석들이 우리 뒤통수를 칠 가능성은 생각 안 하나?”
“그, 그렇다면 이걸! 선발대 A조가 방금 아이템을 들고 복귀했는데…! 확인해주십시오!”
학생은 한스에게 다가가 아이템을 꺼내 보였다.
작은 한 손 방패. 동그란 외형으로, 광이 나는 철제 방패였다.
방패엔 마력으로 새겨진 ‘23’이란 숫자가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때 들은 대로라면, ‘23번 열람’…이었나?”
“23번 열람.”
처음에 고지 받았던 룰 설명에 따라 한스와 반은 말했다.
그들의 목소리에 반응하듯, 돌연 마나 알갱이들이 나타나 그들의 눈앞에서 이리저리 뭉쳐 허공에 글자를 새겨 빛나기 시작했다.
“이런 거군.”
두 남학생은 허공에 새겨진 글자를 읽었다.
[ 23번 – 반사 방패 ] [ 사용 가능 횟수 : 1회 ] [ 등급 : 희귀 ] [ 효과 : 이 방패가 공격을 받았을 경우, 공격한 참가자는 탈락한다. ]“빙제 이기는 거…,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한스는 씨익 웃었다.
“이런 거면 확실하군.”
아이템에 특별한 힘 같은 건 없다. 이건 그저 평범한 방패에 불과했다.
하지만 대회 룰의 효과를 지니고 있으므로, 룰에 따라야 하는 참가자는 아이템의 효과를 그대로 따라야만 한다.
아무리 빙제라고 해도, 그 또한 이 대회의 참가자.
즉, 빙제를 이길 수단이 있다는 게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한스는 반을 쳐다보았다.
“준비됐어, 반?”
“아아. 물론이지, 한.”
쌍둥이 형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출입문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휘심석은 반 맥그리거를 잔잔히 뒤따랐다.
“내놔. 그건 최후의 보루로 쓰겠다.”
“앗, 네에!”
남학생은 한스에게 달려가 23번 아이템 반사 방패를 건넸다.
“자, 잠시만요. 혹시 싸우러 가실 생각…?”
“선발대를 빠르게 복귀시키기로 한 건, 메르헨 아카데미가 아이템을 확보하기 전에 치기로 해서 그런 거였을 텐데. 다른 아카데미들도 슬슬 움직이겠지. 우리 형제는 빙제와 싸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두 분이 함께 가시면 휘심석이….”
“휘심석을 여기에 박아두는 편이 더 위험해. 위치가 이미 특정 돼 있잖아? 오히려 옮겨두는 편이 안전하지. 그러니 전 인원, 한꺼번에 움직인다.”
한스는 미소 지었다.
“거점은 다른 곳에서 구축하는 편이 좋겠지. 여긴 건물이 많아. 바위 마법을 다룰 줄 아는 녀석들이 증축하면 그만이겠지. 좋은 위치를 몰래 선점해야 한다. 원거리 요격에 특화된 반이 효과적으로 공격과 수비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그 다음, 메르헨 아카데미를 공격한다.”
사실상 라이젤 아카데미의 지휘권은 한스에게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학생들은 그가 내릴 지시를 따라야만 했다.
“재밌겠군…!”
한스는 반의 요격을 등에 업고 빙제와 전투를 벌일 생각에 흥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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