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29)
어색한 공기 속에서 나는 잰걸음으로 복도로 나섰다.
학생들은 나를 주제로 술렁이기 시작했다.
영문을 모르겠다든지, 도망치는 걸 이해한다든지, 처음부터 저랬어야 한다든지, 겁쟁이라든지 등등.
타인한테 관심 없을 루체도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정도로 눈에 띄었나, 나? 물론 쟤 입장에서 나는 지나가는 엑스트라 1, 아니 엑스트라 4 정도에 불과할 터. 어차피 곧장 신경 끌 것이다.
마테오 놈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납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이작이 적당히 트리스탄 수준에 맞춰줬다’ 따위의 생각을 품고 있을 게 뻔하니, 굳이 심리를 읽어보고 싶지 않았다.
‘다른 데 신경 쓸 때가 아니야.’
나는 사람들 눈이 안 닿는 위치에 오자마자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빨리···!’
옥상까지는 꽤 오래 올라가야 한다. 다행히 체력은 말짱한 상태. 전속력으로 쉬지 않고 달려서 옥상에 도달할 수 있겠다.
예상컨대, 허상의 리파는 이 듀크관 전체를 [허구지옥]에 가둘 심산일 가능성이 높았다. 아마 옥상에 마법진을 새겨뒀을 거다.
그러니 놈의 마법이 학생들을 덮치기 전에 해치워야겠지.
계단을 세 칸씩 펄쩍펄쩍 뛰어올랐다. 그래도 체력이 크게 소모되지 않았다. 지옥의 PT 성과가 여기서 나오는구나.
계단을 오르면서 마법 주머니에서 마법 위장복을 꺼내 입었다. 군청색 후드 코트를 입고, 입가에 마스크를 쓰고, 후드를 머리에 씌우면 됐다.
마법 위장 복식-버서커. 이제부터 내 모습은 괴물로 보일 것이다.
다행히 예상보다 일찍 옥상 출입문 앞에 이르렀다.
“······!”
활짝 열려 있는 출입문. 가장 먼저 보인 건 허공을 떠다니는 큼직한 잿빛 눈알이었다.
[제2의 눈]. 허상의 리파가 사용하는 스킬이었다.눈알은 옥상 아래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리파의 눈이 되어 [투시] 마법으로 건물 내부 경기장 쪽을 지켜보고 있는 듯했다.
내가 옥상에 올라왔는데도 무반응. 짐작컨대, 복도와 옥상으로 이어지는 계단 쪽은 시야에 담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안 그랬으면 내가 올라온 걸 들켰겠지. 다행이네.
그리고 눈알 너머, 반구체 형태로 펼쳐져 있는 기이하고도 거무스름한 막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옥상 일부를 뒤덮고 있는 그것은 작은 [허구지옥]이었다.
‘저거 왜 발동돼 있어?’
저 크기라면 한두 명의 소수 인원을 상대로 쓴 게 틀림없었다. 누군가가 리파를 방해하러 온 것이다!
‘설마···?’
대련 평가 도중 어딘가로 가 버렸던 페르난도 교수. 그는 내가 대련을 마칠 때까지 내내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건물 안에서 시험이나 수행평가를 진행할 시 염동 마법을 이용한 그물망을 쳐둔다. 레이더 같은 것이다. 거기에 불청객이 걸리면 페르난도 교수는 즉시 알아챌 수 있다.
아무래도··· 저 작은 [허구지옥]에서 리파와 싸우고 있는 건 페르난도 교수인 것 같았다.
“미친.”
희생자가 나와선 안 된다. 정사가 꼬이는 문제도 있고, 무고한 희생자가 생기는 일 자체가 나는 싫었다.
특히 페르난도 교수는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서 상당히 비중 있는 조연이다.
앨리스 캐럴을 견제하는 역할인 데다가.
나중에 슬럼프에 빠질 이안을 각성시키는 데 크게 활약할 예정이니까.
반드시 구해 내야만 했다.
‘타임 어택인가.’
리파는 페르난도 교수를 갖고 놀다가 마법진에 담겨 있는 마나가 농익으면 단숨에 [허구지옥]의 크기를 키울 것이다.
그 전에 쓰러뜨려야겠지.
나는 [허구지옥] 안으로 뛰어들었다.
* * *
바다가 마치 거울과도 같다.
얕은 수심의 바다는 군청색 하늘을 고스란히 비추고 있었다. 마치 하늘이 뒤집혀 있는 듯한 광경이었다.
그 하늘엔 별들이 촘촘히 박혀 있었으며, 은하수가 졸졸 흐르고 있었다.
사방팔방 끝은 수평선이다. 그나마 다른 게 있다면 곳곳에 뒹굴고 있는 폐건물 정도. 너무도 허름한 나머지 툭 건드리면 부서질 듯했다.
“끄헉!”
그 아름다운 풍경에, 선혈이 흩뿌려졌다.
쿠웅─!!
페르난도의 몸이 공처럼 공기를 가로지르다 건물에 거세게 부딪쳤다.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으로 쓸려 내려가고, 얕은 깊이의 바다가 그의 하체를 적셨다.
“하아, 끄으윽···.”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 그러나 그의 푸른 눈동자엔 여전히 전의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고개를 들자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괴물 무리가 보였다. 이질적인 존재들. 그들의 새까만 피부엔 은하수가 흐르고 있었다.
마치 밤하늘과 일체인 듯한 모습이라, 페르난도는 밤하늘 괴물쯤으로 이름을 지었다.
밤하늘 괴물들은 형태가 제각각이었다. 인간, 동물, 마수의 형태부터 저 우주를 비행하고 있는 압도적으로 커다란 문어 형태까지. 저 문어는 비현실적으로 거대한 나머지 크기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건 가까워 보이는 보름달이었다. 분명 아득히 먼 곳에 있을 터이나, 평소에 봐온 달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크기가 웅대했다.
몹시도 아름다운 경관이었다.
그래서, 무덤으로 삼기에 괜찮겠다는 우스꽝스러운 생각 마저 들고 만다.
“무덤은 무슨.”
페르난도는 투덜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리에 힘이 풀려 비치적거렸으나, 건물 벽을 짚어가며 가까스로 일어설 수 있었다.
그는 부교수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자신이 20분 넘게 돌아오지 않는다면, 즉시 대련 평가를 중단하고 학생들을 대피시킨 뒤 전력을 모아 옥상으로 향하라고.
현재 마족은 자신을 갖고 노는 걸 즐기고 있는 상태.
그러니 여기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끌어야 했다.
전세는 불리하다. 꽤 많은 괴물을 처치한 것 같은데, 아까보다 오히려 수가 늘어 있었다. 괴물은 무한으로 복제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무의미한 소모전. 반드시 자신이 질 수밖에 없는 구조.
그때.
─────────[흐흐흐흐흐흐흐──────.]
밤하늘을 등지고 있는 보름달에, 입이 생겼다.
몸체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거대한 입이었다.
치열은 너무도 고르고, 이빨은 너무도 새하얬다.
그 위로 수 만 개의 눈이 떠진다. 이미 그것은 달이 아닌 하나의 생명체가 되어 있었다.
“······!”
페르난도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감을 저리게 만들 만큼 섬뜩한 광경. 그 압도적인 광경에 그만 말문이 막혀 버렸다.
보름달의 흉측한 눈 수 만 개가 일제히 페르난도를 향했다.
놈이, 웃기 시작했다.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마치 만물의 소리를 합친 듯한 기괴한 웃음소리가 천지에 울려 퍼졌다.
밤하늘 괴물들의 입가에도 머리 절반을 채울 만큼 커다란 입이 생겨나고.
놈들도 달처럼 세찬 웃음소리를 터뜨렸다.
마치 이 세상 모든 것이 절망하라고 종용하는 것 같았다.
“흡···!”
어느새 페르난도에게 도달한 근육질 밤하늘 괴물이 제 덩치에 걸맞은 크기의 주먹을 날리고.
페르난도는 다급히 [기초 보호 마법]을 전개해 충격을 완화시켰다.
「기초 보호 마법 (중립 속성, ★1)」
괴물의 주먹이 페르난도의 관자놀이에 적중했다.
쿠우우우우웅─!
파열음이 울리고, 뇌가 뒤흔들리며.
페르난도의 육신은 가볍게 뒤로 날아가다, 물수제비를 하듯 바다 표면을 튕겨 가다, 한동안 얕은 수심의 바다를 뒹굴어야 했다.
철퍽철퍽─, 소리를 내다 가까스로 멈췄다.
더 이상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아···.”
페르난도는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름답구나, 참으로 아름답구나.
하지만 감상은 나중으로 미뤄두자.
온 힘을 다해서 상체를 일으켰다. 여전히 주위는 자신을 노리고 있는 괴물들 투성이였다.
근육이 말을 듣지 않았다. 두 다리로 일어설 수 없었다.
괜찮다. 그래도 아직 싸울 수 있으니.
페르난도는 괴물들을 향해 오른팔을 뻗었다. 그의 다섯 손가락 앞에 각각 염동 마법으로 압축된 [원소 마탄]이 생성되었다.
「물 생성 (물 속성, ★1)」 + 「얼음 생성 (얼음 속성, ★1)」 + 「압축 (중립 속성, ★4)」
= 「원소 마탄 (물+얼음 속성)」
탕─!
탕─!
탕─!
탕─!
탕─!
[원소 마탄] 다섯 발을 발사하는 페르난도. 그러나 그 어떤 마탄도 적을 맞추지 못했다. 손이 덜덜 떨리고, 적을 명중 시킬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기에.위력이 높은 염동 마법을 쓰기엔 마력이 거의 다 소진되어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괴물들의 수가 또 늘어나 있었다.
우주에선 여전히 거대한 문어가 자신을 관조하고 있었다.
보름달은 여전히 키득키득 조소를 내뱉고 있었다.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은 지독할 정도로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분명히 여기서 죽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그는 물러설 수 없었다.
“나는··· 교수다···.”
이 절망을 떨쳐 내기 위해 자신이 누구인지 되새겼다.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으나, 그는 죽을힘을 다해 말했다.
“그러니 내가, 학생들을···.”
교수가 되었다.
학문에 둔 뜻과는 별개로, 예비 마법사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순수한 열망이 있었기 때문에.
어째선지 마법사를 꿈꾸었던 어린 녀석에게 마법을 가르쳐주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화염 마법 이론 중 별 거 아닌 부분을 가르쳐줬을 뿐인데, 어떻게 그리 잘 가르쳐 주냐며 눈을 반짝였지. 내색은 안 했지만, 그때의 기억이 떠오를 때면 입가에 웃음이 튀어나오고 만다.
마지막으로 남은 마력을 다 써서 한 번 더 [원소 마탄] 다섯 발을 구사했다. 마력이 부족해서 금방이라도 원소가 흩어질 것만 같은 위태로운 마탄이었다.
무의미한 발악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단 1초라도 시간을 더 끌 수 있으면 됐다.
“지켜야….”
페르난도의 작고도 굳건한 목소리는, 괴물들의 웃음소리에 파묻혔다.
[웃기는 얼굴이구나, 페르난도──! 즐거웠어, 잘 가렴──.]섬뜩하게 생긴 보름달이 개구쟁이 같은 목소리로 작별 인사를 건네고.
밤하늘 괴물들이 일제히 페르난도의 기술을 따라 하기 시작한다.
「어둠 생성 (어둠 속성, ★1)」 + 「불 생성 (불 속성, ★1)」 + 「압축 (중립 속성, ★4)」
= 「원소 마탄 (어둠+불 속성)」
제각각 괴물들의 손가락이나 입, 이마 앞에 검붉은 화염으로 이루어진 [원소 마탄]이 생겨났다.
크기는 제각각이었다. 페르난도처럼 작은 크기의 마탄을 만들었거나, 아니면 자기 거체에 맞게 큰 마탄을 만든 괴물도 있었다.
“······.”
수많은 [원소 마탄]이 사방에서 자신을 노려왔다.
이번에야말로 죽겠구나.
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
밤하늘 괴물들이 일제히 [원소 마탄]을 쏘기 시작했다. 각각의 발포음이 한데 뭉친 탓에, 기관총이 총알을 난사하는 듯한 소리가 공기를 메웠다.
페르난도를 향해 매섭게 공기를 가로지르는 [원소 마탄]들.
반면에 그가 발사한 [원소 마탄]은 허무하게도.
적에게 이르기도 전에 허공에서 맥없이 흩어졌다.
밤하늘 괴물들과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검붉은 화염을 마지막으로 시야에 담으면서, 페르난도는 눈을 감았다.
─그때였다.
────────────「빙벽 (얼음 속성, ★4)」
쿠우우우우우우우───!!!
────────────「서리불꽃 (얼음 속성, ★4)」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페르난도 코앞에서 웅장한 얼음벽이 형성되고.
차가운 냉기 화염이 쓰나미처럼 쏟아져 바다를 뒤덮었다.
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밤하늘 괴물들이 발사한 [원소 마탄]은 상성 우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빙벽]에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견고하게 솟구쳐 있는 [빙벽]은 제 역할을 다하자마자 푸른빛을 흩뿌리는 가루가 되어 사라졌고.
페르난도의 시야에는 드넓은 빙판이 내비치기 시작했다.
그 많던 밤하늘 괴물들의 전신은 치명적인 동상에 걸려 있었으며, 곳곳에 그을려지거나 찢어진 피부 틈새로 보라색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쿠웅─!
한 남자가 하늘에서 떨어져 두꺼운 빙판에 착지했다. 빙판에 균열이 생겼다.
온몸으로 희뿌연 냉기를 흘려보내고 있는 사내.
그의 등장과 함께 바다를 얼린 대량의 얼음이 푸른빛 가루가 되어 흩어지고.
그 반짝이는 광경 속에서 밤하늘 괴물들은 무력하게 쓰러져갔다.
페르난도는 사내의 뒷모습을 눈에 담았다.
넓은 등판이 유독 눈에 띄는 우락부락한 근육질 덩치였다. 신장은 족히 2m는 넘어 보였다.
그는 군청색 후드 코트를 입고 있었으며, 머리에 후드를 뒤집어 쓴 채였다.
[그르르르르르릉···.]그 거한에게서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인간이 낼 법한 소리가 아니었다. 마치 맹수가 적을 경계할 때 내는 소리 같았다.
페르난도는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마치 뇌가 정지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저 괴물이 뭔지는 알았다. 반 배정 평가 때 나타났다던 거수자가 틀림없었다.
그런데 어째서 그 괴물이 이 자리에 나타난 것인가?
어째서 자신을 지켜 준 것인가?
그 의문의 답을 찾기도 전에.
─────────────[그와아아아아아아아아악──!!]
괴물은 보름달을 향해 사납게 포효했다.
한편, 허구지옥 밖.
마녀 모자를 쓰고 있는 여학생, 도로시 하트노바는 수업을 빼먹고 푸른 하늘과 바다의 수평선을 감상하는 중이었다. 오늘은 엇비슷하게 좌우대칭 된 풍경이 무척이나 신기해서 구경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었으니.
도로시는 형형색색의 별빛을 잔잔히 흘려보내며 앉은 자세로 편안하게 하늘을 부유하고 있었다. 별빛 마법이 중력 같은 자연력을 다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저건···?’
그러다가, 그녀는 아카데미를 내려다보고는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다.
듀크관 옥상에 기이한 마력 공간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것은 마력을 발산하지 않고 있었기에 여태 눈치채지 못했다.
오히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마나를 흡수하고 있는 정체불명의 마법. 마치 저 마법만은 이 세상과 단절돼 있는 것처럼 보였다.
‘또 다른 세계?’
아직은 시범 단계처럼 보이나, 얼마 안 가 급격히 팽창해 듀크관을 뒤덮을 기색이 보였다.
도로시는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짐작하고 그 마법을 향해 날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