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292)
〈 292화 〉 철의 요정 토벌전 (2)
* * *
“화이트는 아직 못 찾았는가?!”
결계로 만든 임시 대피소.
카를로스 황제의 급박한 외침에 황실 기사가 고개를 숙였다.
“송구하오나, 현장이 혼란스러워 아직 찾지 못하였습니다…!”
아카데미 대항전의 무대가 넓은 만큼 관중도 매우 많았다. 그들 속에 화이트가 있었다.
“크윽…!”
카를로스 황제는 제 딸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 * *
>메르헨의 마법 기사>를 몇 번씩 클리어하다 보면 느낄 수 있는 위화감이 있었다.
「11막, 요정 대전」에서 다른 요정들이 출현하는 타이밍이 회차별로 각각 다른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착각인가, 하는 의문이 들어서 커뮤니티를 둘러보면 다들 똑같은 기분을 느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위화감의 정체가 히든 공략으로 공식화되기까지는, 게임 출시 후 몇 주 걸리지 않았다.
‘화이트….’
변수는 바로 스노우화이트 황녀. 정확하게는 그 애의 실력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에펠토 황실의 피엔 밤의 요정 닉스의 축복이 내려져 있다. 누구보다도 그 축복에 감화되어 태어난 자가 화이트다.
닉스는 요정들을 통솔하던 지도자급 요정.
게임에선 라크닐이 등장한 이후, 화이트가 다른 요정들을 소집하기 위한 방법을 감각적으로 깨닫게 되는데.
그리 각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그녀가 얼마나 강해졌는지에 따라서 천차만별이었다.
‘다른 요정들이 빨리 와야 라크닐을 이길 수 있어.’
나와 이안이라면 라크닐에게 유효타를 먹일 수는 있어도 이기진 못한다. 다른 요정들의 힘이 반드시 필요했다.
즉, 요정들을 이곳으로 소집할 화이트는 「11막, 요정 대전」 파트를 좌지우지할 핵심 캐릭터 중 하나인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라크닐이 조기에 출현한 상황.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하, [천리안]이 안 먹히네….’
역시 베테랑 마법사들이다.
그들이 전개한 굵직한 결계 때문에 [천리안]이 뚫고 가질 못했다.
화이트가 어떤 상태인지 어서 확인하고 싶은데.
“사역마가 소환이 안 돼!”
“어? 뭐야? 왜지?”
“하수인도…!”
학생들은 사역마나 하수인을 소환하지 못해 혼란에 빠졌다.
“미리 소환 안 해놨다면 기대하지 마라.”
“예?”
“하늘에 대검 나타났을 때부터 대부분의 사역마나 하수인 소환은 막혔으니까.”
라크닐의 권능이다.
엄밀히 말해서 요정은 마수들의 대표 격이나 다름없는 생물이다.
본래 사역마나 하수인 계약은 마수들과 하므로, 라크닐이 원한다면 마수의 소환을 막을 수 있었다.
내가 뒤펜도르프의 병력을 소환하지 못하는 이유였다. 아까부터 소환을 시도해 봤으나, 영 먹통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이 녀석은 된다.
마력 소모가 심하고 가성비도 안 좋지만,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선 조금이라도 전력을 보충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한쪽 팔을 옆으로 뻗었다.
“나와, 앨리스.”
수도꼭지를 잠시간 최대치로 튼 것처럼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대량의 마력.
연푸른빛 마법진이 지면에 새겨졌다. 그 위로 찬란한 광채가 발하더니 한 여학생이 소환되었다.
학생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다들 인간 하수인이 소환되는 광경은 처음 볼 테니까.
소환된 여학생의 연한 금발이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그녀는 마력 갑옷을 차려 입은 채였고, 보팔 소드를 손에 쥐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며 자상한 미소를 지었다.
“애기야, 날 소환하는 건 처음이네?”
앨리스 캐럴.
얘는 인간 하수인이라 라크닐의 권능이 먹히지 않은 듯했다.
“저분, 그 사람 아니야? 메르헨 아카데미의, 도로시 하트노바와 양대산맥이라던….”
“앨리스 캐럴?”
“들었던 거랑 똑같이 생겼어….”
“어떻게 사람을 소환한 거지…? 그것도 저런 강자를….”
학생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우릴 쳐다보았다.
우리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쩌적, 하고 [화석빙]에 균열이 일었다.
[화석빙]을 덧씌워 봤자 무의미하다. 곧 라크닐이 방어 마법을 뚫고 이곳에 당도할 테니까. 괜한 마력 소모만 되겠지.“적은 하늘에 있니?”
“어. 곧 내려올 거야.”
“아까부터 병사들이 소환되지 않는데 이유, 알고 있니?”
“상대가 요정이니까. 요정이라면 누구나 가진 권능이야.”
“요정이라…. 별 게 다 오는구나. 그럼 애기야, 지시는?”
“여기 애들 지켜줘. 힘이 닿는 대로.”
앨리스는 “분부대로.”하고 내게 고개를 숙였다.
“빙제님! 데려왔습니다!”
“아이작 선배님!”
여러 명의 학생들이 달려왔다.
다행히 바람 마법으로 하늘을 날 줄 아는 학생이 아벨 카르네다스와 이안 페어리테일을 데려왔다.
생각보다 빨리 와서 다행이야.
“아이작 선배님,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랍니까?!”
“이안은?”
이안은 아벨의 등에 업힌 채 축 늘어져 있었다.
“아까 기절했습니다!”
굳이 이유는 묻지 않았다.
‘일단 무사히 합류해서 다행이다.’
그 순간, 곤두세워지는 감각.
전신의 솜털이 쭈뼛쭈뼛 일어났다.
“……!”
날 선 공기.
아무리 마나 감지력이 낮은 이라도, 이토록 괴물 같은 마력을 지닌 놈이 내려오는 걸 느끼지 못할 리 없으리라.
쿠구구!! 콰과광!!!
단숨에 [화석빙]을 깨부수고, 한 명의 은빛 소년이 하늘에서 떨어져 지면에 착지했다.
주위로 떠다니는 여러 개의 칼날.
그 소년은 마치 전신이 철로 이루어진 기괴한 인형처럼 보였다.
무너져 가는 [화석빙]. 그 방어 마법의 잔해는 화려한 마력의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고오오오!
바람이 불듯 상상을 초월하는 마력이 내뿜어졌다.
가히 일대를 집어삼킬 듯한 마력이었다.
“라크닐….”
목소리를 떠는 노아.
[철의 요정 라크닐]Lv :200
종족 : 요정
속성 :철
위험도 :극상
철의 요정 라크닐.
놈의 붉은 눈동자가 노아를 살폈다.
[오랜만이에요. 무사히 잘 있었네요. 그런데… 넌 뭔가요?]라크닐의 살벌한 눈동자가 나를 살폈다.
스스스슥!
쏟아지던 검의 비는 궤도를 급격하게 비틀면서 무대와 관중석 사이에 겹겹이 쌓이기 시작했다.
검들은 녹아내리며 액화하고, 자유분방하게 흐르며 합쳐졌다. 그 기세가 점점 더해가 높고 두꺼운 철벽이 빠르게 쌓여갔다.
[넌 이리로 오세요.]라크닐은 노아를 향해 팔을 뻗었다.
“허억…!”
노아 주위로 철의 마력이 뭉치더니 구체 모형을 갖추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노아를 가둔 구체가 라크닐에게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쿠우우우웅!!
“꺄악!!”
“뭐야?!”
“따, 땅이!!”
“모두 도망쳐!!”
동시에 강력한 지진이 일어났고, 관중석이 우르르 무너져 갔다.
들썩이는 지면. 땅 속에서 철벽이 매서운 기세로 솟구쳤다. 학생들은 경악하며 도망치려 했다.
‘시작됐어.’
당황할 틈은 없었다.
나는 마력 회로를 가열시켰다.
파앗!
지면을 박차고 철의 구체를 뒤쫓았다.
>메르헨의 마법 기사> 컷신에서 이안은 라크닐에게로 끌려가는 노아를 구해낸다. 그러자 라크닐은 이안의 힘을 보고 놀라더니 즐거워한다.
즉, 「요정 대전」이 성립하려면 당장은 노아를 구해야만 했다.
양손을 한쪽으로 뻗자 바위 마력이 뭉치며 암철검이 쥐어졌다. 바위의 고리 [암식]이 내 등을 뒤쫓았다.
뛰어난 방어 능력인 암철검의 패시브 스킬 [암식]이 있으면 설령 라크닐의 반격에 당하더라도 큰 피해는 입지 않을 것이었다.
[요정을 적으로 인식했습니다.] [고유 특성 [밤의 칼날]이 발동됩니다!]시스템 창이 떠오르고, 암철검에 한밤의 시린 빛이 스몄다.
고유 특성 [밤의 칼날]. 나 같은 평범한 원소 마법사가 요정에게 유효타를 먹일 수 있는 능력.
바위 마력이 맥동했다. [쇄암식 제1형], 황파섬의 전조였다.
나는 라크닐에게로 날아가는 구체의 겉면을 향해, 암철검을 휘둘렀다.
콰가강!!
묵직한 검격이 철의 보호막을 깨부수고, 석설이 사방으로 몰아쳤다.
곧바로 노아의 팔을 잡고 놈을 끌어내렸다.
“헉, 헉…!”
지면을 구르다가 자세를 잡는 노아.
구체 안에서 이미 철의 마력을 일부 빼앗겼는지 그는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녀석에게 괜찮냐고 물을 틈은 없었다. 나는 재빨리 자세를 잡고 라크닐을 향해 도약했다.
[어떻게…?]라크닐의 놀란 얼굴이 보였다.
비록 그가 전력을 발휘하지 않고 있었다고 해도, 내가 파괴한 건 명백한 요정의 마법이다.
고작 인간인 내가 자기 마법을 깨부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대로 놀란 채로 있어라.’
암철검을 위로 치켜들었다.
[밤의 칼날]의 시린 빛, 연갈빛 바위 마력, 연이어 얼음 마력까지 암철검에 피어올라 섬뜩한 마력이 선명하게 퍼져나갔다.그대로 내려찍는다.
콰가가강!!
차갑게 범람하는 바위 마력이 사납게 지면을 가르며 라크닐에게로 뻗어나갔다.
[쇄암식 제2형], 석랑.암철검의 원거리 공격이었다.
[…그런 건 내게 닿지 못해요.]라크닐은 눈살을 찌푸리고 팔을 휘둘렀다.
허공에 응축되는 철의 마력. 그것은 다섯 자루의 대검 형상을 갖추었다.
[이렇게인가요?]대검 다섯 자루는 은빛 마력을 휘감더니, 라크닐의 손짓을 따라 일제히 지면을 향해 거세게 휘둘러졌다.
콰아아앙!!
날카로운 철의 마력이 땅을 헤집으며 석랑과 격돌했다.
무시무시한 폭음과 함께 잔해가 사방으로 튀기 시작하자, 나는 다급히 바위 보호막을 펼쳐 학생들을 보호했다.
‘내 기술을 보고 자기 나름대로 재해석해 흉내 낸다….’
역시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서 보았던 대로. 이 세계의 생물 중 정점에 도달한 종족 다웠다.
[굉장해…. 너, 요정의 격을 코앞에 두고 있군요!]우후훗, 하는 라크닐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재밌어…. 좋아요. 여기서 나와 즐거운 게임을 해보죠!]>메르헨의 마법 기사>의 컷신대로다.
이안이 노아를 구한 뒤, 라크닐은 노아를 흡수하는 걸 나중으로 미룬다.
그리고 이안에게 노아를 맡기고 새로운 대회를 개최하려 한다.
강자의 여유. 일종의 유흥이었다.
쿠우우우웅!!
계속되는 지진. 여러 갈래로 솟구치며 공간을 나누어가는 단단한 철벽.
7성급 얼음 원소 마법 [빙뢰]를 쏘기 위해 손가락으로 라크닐을 겨냥했으나, 철벽이 무서운 기세로 솟구치며 나와 라크닐 사이를 가로막았다.
카가가각!!
반사적으로 검격을 내질러 철벽을 가르긴 했으나, 곧바로 부족한 부분을 메우듯 더욱 견고한 철벽이 솟구쳤다.
쿠우웅, 거리며 지형이 바뀌고.
이윽고, 지진이 멈추었다.
어느새 주위는 아름다운 마력이 조명 역할을 대신 해주는 하나의 공간으로 탈바꿈한 채였다.
‘결국, 이렇게 됐나….’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른 녀석들과 떨어져 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안과 노아가 나와 가까이 있다는 점이었다.
곧바로 벽을 뚫고 녀석들과 합류하려는 때였다.
[어서 오세요, 철의 성역에.]어디선가 라크닐의 목소리가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내 계획이 이루어질 때까지, 내 유흥에 어울려주는 데 선택 받은 영광스러운 자들이에요.]>메르헨의 마법 기사> 「11막 2장, 요정 대전 (1)」.
[즐겁고 신나게, 우리만의 아카데미 대항전을 시작해보죠!]라크닐 토벌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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