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293)
〈 293화 〉 철의 요정 토벌전 (3)
* * *
[새로운 게임의 룰을 알려드리죠.]라크닐의 목소리가 공간을 재차 울렸다.
[너희의 승리 조건은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거예요. 첫 번째 조건은 내게 도달해 날 쓰러뜨리는 것. 난 이 성역의 꼭대기에 있어요. 험난한 여정이 되겠지만, 분명 즐겁겠죠!]라크닐의 계획이 이루어지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다.
일단 첫 번째 조건은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서 봤던 것과 동일했다.
[두 번째 조건은 아카데미 대항전의 특수 승리 조건을 달성하는 것. 그 즉시 나와 싸우려는 도전자를 제외하고, 너희들 누구도 건드리지 않으리라 약속하죠.]아카데미 대항전의 특수 승리 룰.
열쇠를 찾고 무대의 정가운데에 있는 금고를 여는 것을 뜻했다.
누구나 다 그리 알아들었을 것이다.
‘게임 때랑 달라졌어.’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선 특수 승리 룰 같은 게 없었다. 그저 철의 성역에선 목숨을 담보로 학생들끼리 배틀 로열을 벌이게 했었지.
하지만 나라는 변수로 인해 특수 승리 룰이 생겨 버렸던 까닭일까. 그걸 자기 게임의 룰에 집어넣다니.
요정에게 있어서 약속의 무게는 제 목숨처럼 무겁다. 저놈이 하는 말은 믿어도 된다.
‘도전자는 날 겨냥해서 한 말인가.’
라크닐은 내가 싸우러 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는 듯했다.
[아이템과 함정의 효과도 전부 그대로예요. 차이점은 단 한 가지!]라크닐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탈락은 곧 죽음이라는 것.]이 안에서 라크닐이 사람을 죽이는 건 벌레를 밟는 행위처럼 아주 쉬운 일이었다.
[천리안]으로 철의 성역을 낱낱이 살폈다. 학생들은 다들 뿔뿔이 흩어져 버린 상황이었다.그들은 겁에 질려 파들파들 떨거나, 주저앉거나, 저마다 공포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너희들만 있으면 다 같이 으쌰으쌰할 뿐인 재미없는 게임이 되겠죠?]뭐?
[그래서, 새로운 참가자를 집어넣기로 했어요!]꾸르르, 거리며 벽과 지면에서 철의 마력이 흘러나와 응집되더니 갑옷 차림의 기사로 형태를 갖추었다.
그는 다른 공간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가로막고서, 장병기로 나를 겨누었다.
놈의 붉은 안광이 선명히 내비쳤다.
[ 철의 기사 ]Lv : 130
종족 : 요정
속성 :철
위험도 : 중상
‘라크닐의 하수인….’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선 탈락한 학생의 목숨을 빼앗기 위해 대기했던 놈들이다.
라크닐을 향해 성역을 오를 때 상대하게 되는 적이기도 했다.
‘위로 올라갈수록 전투력이 강해졌었지?’
즉, 저놈은 시작부터 마주할 상대가 아니었다.
‘자격석 구색도 갖췄어.’
철의 기사의 어깨에는 자격석을 흉내 낸 장신구가 달려 있었다.
즉, 저 하수인도 아카데미 대항전의 룰을 동일하게 적용 받는 것이 틀림없었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라크닐의 목소리가 잦아들고, 새로운 아카데미 대항전이 시작되었다.
[천리안]으로 일대를 빠르게 훑었다. 철의 기사들이 나타나자 많은 학생이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역시, 너무 많아….’
지켜야 할 학생 수가 너무 많았다.
게다가 학생들이 없는 곳에서까지 철의 기사 무리가 생겨나고 있었다. 저놈들은 아마 파밍까지 하겠지.
아무래도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 나오지 않았던 새로운 게임 룰로 인해, 라크닐은 ‘아카데미 학생들 v.s. 철의 하수인’ 구도를 이루려는 듯했다.
지켜야 할 사람이 많다 보니 전력이 하나라도 더 많이 필요했다.
“힐드!”
셔츠 깃 속에서 반딧불이처럼 작게 빛나고 있던 빙설룡-힐드가 튀어나왔다.
녀석은 하얀 단발머리의 인간형으로 모습을 바꾸었고, 나는 곧바로 마법 위장 복식-버서커를 꺼내 녀석에게 던졌다.
위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옷을 입으라는 의도였다. 그래서 마스크는 주지 않았다.
철컥.
철의 기사가 지면을 박차고 나를 향해 돌격해 왔다.
콰아아아!!
가볍게 손에 얼음 마력을 응축시키고 놈을 향해 터뜨렸다.
5성급 얼음 원소 마법 [빙결 폭발]. 철의 기사는 산산이 박살 났다.
제기능을 못 하게 된 철의 기사는 수은처럼 녹아내리더니 벽면에 흡수되며 사라졌다.
[빠르게 입었다, 주인.]로브를 여미는 힐드. 기다란 로브는 그녀의 나체를 가렸다.
인간형이지만 뿔과 꼬리는 건재했다. 전투가 가능한 상태였다.
이런 공간에선 본체의 모습으로 체고를 키울 수 없으니까. 내 의도를 잘 알아챈 것 같았다.
“받아!”
내 오른손에 얼음 마력이 뭉치더니 쇠사슬 소리가 울렸다.
얼음 마력은 냉기가 흐르는 대낫의 형태로 변모했다. 서리낫이었다.
서리낫을 힐드에게 던지자 녀석은 그 무기를 양손으로 받아들였다.
[서리낫?]“지금은 네가 써.”
추측에 불과하지만, 힐드라면 서리낫을 잘 다룰 수 있을 것이었다.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서 서리낫의 정확한 명칭은 ‘힐드의 서리낫’으로 표기되기도 했으니.
“일단 빨리 움직여야 돼!”
[앗, 주인!]내가 달리기 시작하자 힐드도 곧장 뒤따랐다.
“시간이 없어. 지켜야 할 애들이 너무 많아!”
이안이 있는 방향으로 달리면서 [천리안]으로 다시 한번 학생들을 살폈다.
철의 기사 앞에서 학생들은 저마다 겁에 질려 있었다.
아무리 명문 아카데미의 엘리트들이라고 해도 실전 경험이 부족한 청소년이거나 갓 성인에 불과하다.
목숨이 걸린 위기 상황에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거나, 어설프게 적을 공격하거나, 줄행랑을 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구해야 했다.
사람 구하는 덴 이유가 없다. 그나마 힘이 있는 내가 저 애들을 구해야만 했다.
콰아아아아!!
주변에 있는 학생들에게 [빙결 차단막]을 씌운 후, 철의 기사들을 광범위한 얼음 원소 마법으로 해치웠지만.
거리가 먼 구간은 내가 도와주기 어려웠다. 시야에라도 들어오면 어떻게든 됐을 텐데.
앨리스도 빠르게 철의 기사들을 해치우면서 학생들을 구해내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학생 수가 너무 많아 역부족이었다.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든 해야만 했다.
내가, 어떻게든.
휘우우우!!
그때, [천리안]으로 본 먼 곳에서 엄청난 속도로 지나가는 무언가를 포착했다.
바람을 휘감은 금발의 남학생이 철의 기사들을 깨부수며 엄청난 속도로 허공을 휘젓고 있었다.
연이어 보이는 건, 바위 마법을 휘두르며 철의 기사들을 부숴가는 포니테일 머리의 여학생.
화염 마법을 휘두르며 학생들을 지켜내는 분홍 머리 여학생.
베개를 껴안은 채 강력한 마법으로 적들을 압살해 가는 왜소한 체격의 여학생.
“얘네들….”
내 손이 닿지 않는 구간.
메르헨 아카데미 학생들이 흩어져서 철의 기사들을 쳐부수며 학생들을 구해주고 있었다.
“다행…!”
쌔앵!!
그때, 철의 마력으로 이루어진 벽면에서 철의 기사가 튀어나와 기습적으로 내게 검을 휘둘렀다.
반사적으로 몸을 숙여 검격을 피해냈다.
[울어라, 지옥 서리낫.]사아악!!
이상한 기술명과 함께 철의 기사의 몸체에 은빛 실선이 그어졌다. 그대로 철의 기사는 반토막이 났다.
힐드는 냉기를 휘감은 서리낫을 고쳐 잡고서, 자신이 낫날로 벤 철의 기사를 내려다보았다.
수은처럼 녹아내리며 사라지는 철의 기사.
“…지옥 서리낫은 뭐냐?”
[언젠가 한번 사용해 보고 싶었던 기술이다.]멋진 기술명이었지만, 냉기를 휘감은 서리낫을 세게 휘두르는 것에 불과했다.
잘 다루니 되었다.
* * *
“크하하하! 겉은 단단해 보이더니 죄다 물렁하기 짝이 없군!”
허영심 많은 금발 귀족, 트리스탄 험프레이가 허세와 함께 엄청난 속도로 철의 기사들을 박살내며 학생들을 구해내고 있었다.
두꺼운 바람 마력이 실린 주먹과 발차기의 연속.
하물며 높은 가속도까지 붙으니, 그가 내지르는 공격의 위력은 이미 학생 수준을 한참이나 능가해 있었다.
“가즈아아아!!”
카앙!
리제타 라이온하트는 철의 성역을 내달렸다.
방망이 마도 무기, 록타를 휘두르며 구사한 바위 마법의 연격이 철의 기사들을 산산이 부서뜨렸다.
무자비하게 해치울 수 있는 적들이란 리제타의 호승심을 끓어오르게 할 뿐이었다.
“시엘!”
“귀찮네….”
케리드나 화이트클락은 불 원소 마법을 휘두르면서 학생들을 지켰고.
시엘 카르네다스는 입을 가리고 하품하면서도 원소 마법을 쉴 새 없이 시전하며 철의 기사들을 휩쓸었다.
“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구해진 학생들은 감사를 표했고, 케리드나는 메르헨 아카데미 거점으로 그들을 대피시켰다.
다른 메르헨 아카데미 학생들도 아이작이 도울 수 없는 구간에서 적들을 해치우고 다녔고, 케리드나가 내렸던 지시에 따라 메르헨 아카데미 거점으로 학생들을 대피시켰다.
실전 경험의 차이.
이미 수차례 목숨을 건 전투 경험을 쌓아온 메르헨 아카데미 학생들은 두려움을 딛고 움직이며 적들과 싸울 수 있었고.
그에 걸맞은 실력마저도 보유하고 있었다.
“학생회장, 이제 어쩔 생각이야?”
“어쩌긴. 아까 마력 느꼈잖아. 이 정상에 있는 건, 우리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
성역을 가로지르던 중, 시엘이 묻자 케리드나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우린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해야겠지.”
“그래…. 열쇠 찾기구나.”
케리드나는 아카데미 대항전에 참가한 학생들을 지켜내며, 특수 승리 룰을 달성할 생각이었다.
“알면 제대로 도와줘.”
“그럴 생각이야. 빨리 다시 자고 싶으니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