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316)
〈 316화 〉 천의 날개 토벌전 (4)
* * *
아이작은 하늘을 메운 영원의 감옥을 잠시간 쳐다보았다.
감성에 젖을 틈은 없었다. 그는 곧바로 디아칸을 역소환하고 다시 승강기를 향해 날아들었다.
‘제발…!’
옴이 명왕과 싸우는 동안 어떻게든 승강기에 도달해야만 했다. 그 정도의 강자라면 적어도 수 초는 버틸 수 있으리라.
제발, 제발.
어느덧 아이작은 얼음 호수로 이어진 승강기에 거의 다다랐고.
콰아아아아앙!!
“……!”
얼마 안 가 영원의 감옥이 폭파하며, 명왕이 재차 모습을 드러냈다.
굉음 속에서 아이작은 오싹한 감각을 느꼈다.
이미 늦었다.
고개를 들자 명왕의 마력으로 이루어진 웅대한 팔이 내려앉고 있었다.
절대적인 힘을 지닌 신의 팔. [천수]였다.
휘랑의 망토는 위기를 감지하고 얼음 보호막을 전개했다.
콰아아앙!!
“크학!!”
[천수]가 아이작을 내려쳤다.그의 몸은 단숨에 공기를 가로질러 지면에 처박혔다.
잠깐 정신을 잃었다. 그러나 얼른 정신을 되찾았다.
시린 냉기가 피부에 와 닿았다. 승강기가 가까이에 있었다. 어떻게든 저곳으로 가야만 했다.
아이작은 남아 있는 오른손으로 지면을 긁으며 다시 [빙제]의 날개를 뻗으려 했다.
“크헉!”
그때 누군가가 아이작의 허리를 짓밟았다.
명왕이었다.
[얼음의 왕, 난 규율을 어긴 네놈에게 심판을 내려야 한다.]빙설룡-힐드가 명왕을 향해 얼음 마법을 퍼부으려 했으나, 그 용은 허공에 나타난 [천수]에 붙잡혔다.
아이작은 빙설룡을 역소환했다.
휘이이, 거리는 바람 소리와 자신의 거친 숨소리만이 아이작의 귓가를 맴돌았다.
“아, 돌겠네….”
명왕을 넘어설 방도가 도저히 떠오르지 않는다.
바로 눈앞에, 저 승강기에만 들어가면 되는데.
도저히 그게 가능하리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렇군. 이승에서의 네 이름은… 한성호였나.]“……!”
아이작은 전생의 이름을 듣고 크게 놀랐다.
오즈마. 아이작의 본질 속에 자리 잡은 미지의 괴물이 가진 이름.
[네놈 세계의 게임 시스템을 흉내 내 도움을 주고 있었군. 그 게임조차 스텔라의 작품이겠지만.]>메르헨의 마법 기사> 얘기였다.
명왕이 언급한 진실은, 이미 아이작이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던 것이었다.
‘알레츠….’
>메르헨의 마법 기사> 게임 총괄은 자신을 알레츠라고 칭했다.
알레츠의 영어 스펠링은 A, l, l, e, t, s.
거꾸로 하면 Stella. 스텔라.
단순히 게임 속 요정의 이름을 거꾸로 따서 그리 지었다고 생각했지만.
이 세계에 빙의하고 수많은 일을 겪으면서, 알레츠가 스텔라라는 의심은 확신에 이르렀다.
[나는 생애의 저울을 잴 수 있다. 저울질을 위해 생애를 통찰할 수 있는 눈을 가졌지.]아이작과 오즈마, 그리고 시스템의 존재를 간파하는 건 명왕에겐 간단한 일이었다.
[네놈은 자비심이 깊다. 많은 선행을 베풀고, 억울한 이들을 돕고 싶어 인간의 법도를 익히며 살았구나. 정상적으로 생을 거두었다면 필시 좋은 곳에 이르렀을 것이다.]명왕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뜨고 나지막이 독백했다.
[그런 자가 억울하게 신의 게임에 휘말려 비극을 맞이하게 되었군….]명왕은 오른손에 금빛 마력을 피어올렸다.
[불쌍한 생자여. 그대의 이름을 기억하겠다.]한성호.
그 이름이 아이작의 머릿속을 빼곡하게 메워간다.
‘아, 그랬지….’
자신은 평범한 사람이었다.
강제로 들이닥친 현실 때문에 애써 눈을 가리고 지독하게 살아왔지만, 이미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던 자신이 어찌 이런 일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웃기는 소리였다.
‘알고 있었지…. 알고 있었는데….’
소설이나 영화 속 영웅의 이야기. 그들이 품는 영웅으로서의 마음가짐.
그런 모범적인 이야기가 있었기에 아이작은 무거운 부담감에 짓눌릴 것 같아도 어떻게든 영웅의 모습을 흉내 낼 수 있었다.
연기엔 자신이 있었으니까.
이미 내몰렸으니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용감한 영웅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안 그러면 이 부담감을 견딜 수 없었을 터.
‘그래도, 이미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와서 더 무서워진 건 포기할 용기였다.
이 와중에도 포기하기 싫어서 몸이 아득바득거렸다.
그때, 눈앞에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고유 특성 [신격]을 사용하시겠습니까?] [네] [아니오]아이작은 멍해진 머리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신격].이걸 사용하면 명왕을 상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이작의 남은 오른팔이 덜덜 떨리며 [네]라는 선택지로 향했다.
‘이 상태창이, 오즈마가 도와주는 거라고 했나…?’
명왕이 한 말을 토대로 판단했다.
예상했던 것과 같았다.
>메르헨의 마법 기사> 게임 시스템을 흉내 내 아이작을 도와주고 있었던 오즈마.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상태창이 어떤 원리인지, 아직 알 수 없는 것들이 이것저것 있었지만.
확실한 건 [신격]을 발동하면 어떻게든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발동 조건]■■
정체불명의 [발동 조건]이 아이작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제 와서 무슨 조건을 지불하든 상관이 있을까.
당장 죽기 직전인데.
“…….”
문득 아이작은 강한 위화감을 느끼고 팔을 멈추었다.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갔다.
왜 오즈마는 나를 돕고 있지?
오즈마는 어떤 녀석이었지?
걔는 대체 뭔데?
피를 너무 많이 쏟아 멍해진 머리를 애써 굴려본다.
─ 악신을 봉인했던 자가 당신을 돕고 있을 것이다. ─ 그러나 살고 싶다면 아무것도 믿지 마라.
태초의 빙제, 베로니카 아슬리우스가 남긴 메모가 뇌리를 스쳤다.
연이어 아이작의 머리는 도로시와 단둘이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 ‘제 안의 눈 많은 괴물이 스텔라의 제 1 권속이라고 한 얘기…. 오즈마 말이에요.’─ ‘응.’─ ‘혹시 도로시 선배는 오즈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아세요?’─ ‘끄응….’─ ‘그렇게 머리 아프게 떠올리실 필욘 없어요.’─ ‘미안한데…, 솔직히 잘 몰라. 옛날 사람이니까. 근데 스텔라한테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얼핏 들었던 것 같아서. 뭐였더라. 아마….’
아이작의 팔이 서서히 내려갔다.
─ ‘자기 권속인데도 쉽게 믿어선 안 될 사람이었다고 했나…?’
[신격]은 발동하지 않는다.목숨을 잃더라도.
모든 것이 끝나더라도 발동하지 않는다.
치지직….
그리 의지를 품자 상태창에 노이즈가 일다가 수많은 눈이 떠올랐다.
이젠 명확한 광경이었다.
마치 선택을 강요하듯, 상태창을 메운 많은 눈이 아이작을 노려보았다.
‘날 이용했구나…. 망할 새끼가.’
아이작의 깨달음에 따라 상태창의 공백이 메워진다.
[발동 조건]■■
.
.
.
[발동 조건]육신
구체적인 사정까진 아니어도 아이작은 많은 것을 추론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큰 힘을 주었다간 아이작의 육신이 견디지 못했으리라.
그러니 오즈마는 점진적으로 아이작에게 힘을 주며, 그의 육신을 성장시켰다.
잠재력 강화, 빠른 성장 속도.
단순히 스탯을 올린다고 기존 능력치가 즉각적으로 향상되지 않았던 건 그런 이유였다.
분배 경험치도 비슷한 원리였을까.
‘그러고 보니….’
분배 경험치 같은 게 가능한가?
게임 속 세상이라 여겼던 곳은 알고 보니 현실이었다. 그런데 게임 시스템이 그대로 채택된다니?
‘이상했던 거잖아….’
아이작은 그제야 간과했던 가능성을 떠올렸다.
분배 경험치 따윈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레벨 같은 건 결국엔 오즈마가 보여주는 수치에 불과했다. 언제든 제 마음대로 숫자만 바꾸어 조절이 가능한 것이다.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선? 그것은 게임이다. 플레이어가 캐릭터들을 성장시키는 기분을 느끼게 해야 하는 게 당연했다.
사실은 분배 경험치 따윈 없었고, 학생들은 본래의 성장 속도에 맞추어 성장하고 있었을 뿐인지도 몰랐다.
생각해본다. 적을 잡았다고 레벨이 올랐던 애들이 극적인 성장을 보여 준 적이 있었나?
없었다.
‘게다가, 난 스텔라의 계획 때문에 여기 있어.’
자신은 >메르헨의 아카데미>를 통해 시나리오를 익힌 자다. 그런 자신이 빙의한 건 게임 제작 총괄인 스텔라의 계획일 것이었다.
그러니 어느 방향으로 강해져야 할지, 오즈마는 게임 플레이어였던 아이작의 선택에 따라 성장할 힘을 줘왔던 것.
시나리오 클리어 보상 스탯. 업적 보너스.
전부 오즈마가 >메르헨의 마법 기사>를 참고해 아이작에게 선사했던 것들이었다.
그리 의심을 피해가며, 아이작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그럴듯한 근거’를 오즈마는 마련했다.
질투의 말록을 떠올린다.
상태창은 그 마족을 처음엔 인간이라고 칭하며, [멸악자]를 발동시키지 못하게 했다.
그 납득이 안 가는 일도 이제는 납득이 갔다.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서 이안은 상태창을 인식하지 못한다. 상태창을 인식하는 자는 플레이어다.
그렇기에 질투의 말록이 인간인 줄 알았다가, 반전으로 마족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서 놀라는 건 플레이어다.
그렇다. 게임을 따라했던 것이다.
아이작이라는 게임 플레이어에게 익숙한 상태창을 모방하기 위해서.
‘[멸악자]는?’
[멸악자] 같은 고유 특성으로 극적인 힘을 발휘할 때마다.아이작은 ‘스킬트리 +10’이라는 효과 덕분에 안 배운 마법을 연산도 안 하고 발동할 수 있었다.
그건 오즈마가 아이작을 매개체로 써서 직접 내는 힘이었기 때문이리라.
‘최대치로 오르는 능력치가 레벨 100 만큼인 건, 그게 내가 무리 없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서?’
아무리 아이작을 매개체로 쓰더라도 그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가 있었을 터.
허구 지옥에선 능력치 EX급을 찍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무엇이든 실현시킬 수 있는 허상의 세계였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거기서 습득한 [빙제]는 최강이 된 감각을 체감하며 깨달은 것이라 유지되었을 뿐.
그렇기에 허구 지옥에서 나오자마자 능력치가 돌아오고 [빙제]를 감당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상태창과 시스템이 객관적인 게 아니었다면…. 그럼 뭐지? 게임 시스템을 흉내 낸…, 그래, ‘맹약’이었나.’
아이작이 가끔 타인과 맺어왔던, 상호 간의 의사가 합치되면 효력을 발휘하는 ‘맹약’.
오즈마가 힘을 불어넣어온 방식도 맹약의 일종이었으리라.
단지 계약서가 ‘상태창’이라는 겉멋을 띠고 있었던 것뿐.
스탯을 얻고, 그것을 특정한 능력치에 찍는 것으로 계약이 일일이 성립됐던 것.
이미 >메르헨의 마법 기사>로 게임 시스템에 익숙해져 왔으니, 아이작은 자신이 어떤 능력을 얻을지 파악하고 의사를 합치시킬 수 있었다.
그것도,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날 속여 왔다…. 그리고 내가 상태창을 온전히 내 힘이라고 믿었을 때….’
끝에 이르러서, 완전한 신임을 얻은 ‘상태창’이라는 거짓은 아이작을 배신하고.
─ 그 육신을 바쳐라.
맹약에 따라 그의 강해진 육체를 차지했으리라.
오즈마의 목표는 부활.
아이작의 몸을 빼앗아 다시 인간이 되는 것이었다.
‘스텔라는?’
별의 요정 스텔라는 오즈마를 제 1 권속으로 삼았다.
게다가 >메르헨의 마법 기사>를 만든 이들 중 총괄은 스텔라다.
즉, 스텔라는 악신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이 여정을 미리 익힐 수 있는 게임을 만들었고.
그 게임을 플레이했던 인간 중, 나중에 아이작처럼 선택된 자를 속일 수 있는 방식을 게임 시스템으로 채택했으며.
오즈마는 그 방식을 따라 상태창의 형식을 취했던 것.
요정과, 그 권속의 합작이었다.
‘오즈마는, 스텔라의 계획에 어울려주다 내 몸을 빼앗을 생각이었던 건가….’
여전히 의문점은 남아 있었으나, 아이작은 자기 생각에 확신을 가졌다.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자신이 신들의 장난감에 불과했다는 회의감에, 아이작은 웃음을 내뱉었다.
그 웃음이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 보니, 그저 자조에 불과했다.
[고유 특성 [신격]을 사용하시겠습니까?] [네] [네] [네] [네] [네] [네]시야에 혐오스러운 알림창이 매섭게 나타났다.
[ 어차피 당신은 여기서 죽습니다. ] [ 당신이 걸어온 모든 여정은 허사가 될 것입니다. ] [ 그런데도 모든 걸 포기하시겠습니까? ] [ 최악보다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어요? ] [ 최후의 발악조차 하지 않으실 생각인가요? ] [신격]은 사용하지 않는다. [ 왜 그런 선택을 하시죠? ]이유는 단순했다.
‘네가 마음에 안 드니까.’
시야를 가득 메운 알림창에서, 수많은 눈이 충혈되며 아이작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 어리석은 놈. ]“엿이나 먹든가….”
아이작은 눈을 감고, 피로 물든 얼굴로 허탈한 웃음을 실실 내뱉었다.
지랄 맞은 새끼들.
악신이 뭐고, 기껏 견뎌 왔거늘.
전부 엿이나 먹어라.
아이작은 그리 속으로 욕지거리만 반복했다.
그리고, 명왕의 마력이 아이작에게 내려앉았다.
치지지직!!! 콰과가가강!!
[……!]별안간 명왕을 향해 날카로운 전격이 비명을 지르며 쏟아지고.
수 갈래로 뻗어나간 자색 번개에 명왕의 마력이 튕겨져 나갔다.
그는 깜짝 놀라더니, 연이은 번개 공격을 피해 뒤로 물러났다.
아이작은 당황할 힘도 없었다. 그저 영문 모를 상황이 들이닥쳤다는 점만 인지했다.
몸을 조금 일으켜 고개를 돌리자, 성스럽고 새하얀 인영이 보였다.
전신을 감싸 도는 따스한 감각.
아이작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디선가, 이 감각을 느껴본 적이 있었다.
[네가 왜, 나를 대적하는 것이냐…?]명왕도 놀랐다.
[지금 여기에 왔다는 건, 얼음의 왕이 나타났을 때 출발하지 않았으면 어려웠을 터다. 그 어떤 망설임도 없이, 내게 대적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냐? 어째서…!]명왕은 위협적인 목소리로 물었다.
예상치 못했던 대치 상황.
문득 아이작의 머릿속에 어떤 기억이 떠올랐다.
로펜하임 남작이 주도했던 인신매매 사건. 감옥에서 어린아이들 틈에 숨어 매복했던 빨간 망토 소녀.
미첼. 그녀는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서 나오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그녀가 기이한 힘으로 어른들을 전부 처리했다고, 아이작은 성녀 비앙카 앙투라제에게서 전해 들었던 기억을 되새겼다.
아마 그 빨간 망토 소녀는 눈앞의 새하얀 존재에게 구원 받은 적이 있으리라.
─ ‘화신의 가호가 함께 하길.’
아이작이 아는 이야기다.
과자집에서 살아가던 한 마녀가 있었다.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린아이들이 자기 집을 찾아오도록 유인하기 위해, 마녀는 과자들로 집을 만들었던 것이다.
마녀는 아이들을 사랑했다.
아이들을 지키고 싶었다.
인생을 바쳐 마법 연구에만 매진했던 건, 위험에 처한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어느 날, 헨젤과 그레텔이 과자집 마녀를 찾아왔다.
마녀는 악룡의 제물 각인이 새겨진 그 두 아이를 구하려고 했지만, 애처롭게도 헨젤은 구하지 못했다.
끝내 마녀는 누명을 쓰고, 아이들에게 악행을 일삼은 ‘천앙의 대마녀’란 악명을 얻으며 즉각 처형되었다.
그녀가 사랑하는 그레텔 품에서 목숨을 잃으며 어떤 감정을 품었을지… 아이작은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분노….’
너무도 당연했다.
과자집 마녀는 분했으리라.
피가 거꾸로 치솟고, 이빨이 바득바득 갈리고, 눈물이 쏟아질 만큼 분했으리라.
어린아이들을 희생시켜 이익을 챙기는 빌어먹을 어른들에게 철퇴를 내리고 싶었으리라.
그렇기에 ‘분노의 신’을 의미하는.
“‘화신(火神)’….”
자신을 화신이라 칭했으리라.
명왕이 임명했을 중천 세계의 주관자, 천앙의 대마녀.
그녀는 아이작에게 턱짓했다. 어서 가라는 의미였다.
화아아!!
아이작은 곧바로 [빙제]의 날개를 펼쳐 승강기를 향해 날아들었다.
가까웠다. 갈 수 있었다.
[비켜라!]부하를 소중히 여기는 명왕은 중천 세계의 주관자를 선뜻 건드리지 못했다.
그러나 과자집 마녀는 우뚝 서서 자리를 지켰다.
[…그렇군. 그것이 네 선택인가. 정녕 내게 반기를 들겠다면, 그 선택을 존중하겠다.]명왕은 화를 품은 얼굴로 여러 개의 [천수]를 전개했고, 과자집 마녀는 명왕을 향해 광범위한 전격을 퍼부었다.
그리 두 존재는 대량의 마력을 퍼뜨리며 격돌했다.
과자집 마녀는 초월자다. 명왕 상대로도 잠깐이나마 버틸 수 있을 것이었다.
두 존재가 맞붙는 틈에 아이작은 승강기 내부로 몸을 던졌다.
쿠웅!
“으윽!”
전신에 피가 쏟아지고 격한 통증이 일었다.
쿠우우우우우웅!
승강기의 거대한 양쪽 문이 냉기를 뿜으며 닫혀가기 시작했다.
서서히 좁혀지는 광경. 그 너머, 명왕에게 밀리고 있는 과자집 마녀의 모습이 보였다.
팔이 날아가고, 다리가 날아가고, 전신의 절반까지 잃으면서도 그녀는 명왕을 대적했다.
“왜… 절 돕는 겁니까?”
아이작은 전신에 퍼지는 따뜻한 감각을 느꼈다.
늙은 여인의 잔잔한 목소리가 머릿속에 스며들었다.
─ 수많은 인간을 지키고자 목숨 걸고 힘쓰는 자를, 내 어찌 가만 놔둘 수 있겠는고?
거의 닫혀가는 승강기 문.
아이작은 명왕에게 패배해 소멸해가는 과자집 마녀를 두 눈에 고스란히 담았다.
온전히 소멸하기 전에, 과자집 마녀는 고개를 뒤로 돌려 아이작을 쳐다보았다.
매부리코를 가진 노년 여성의 모습이 얼핏 눈에 비쳤다.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 그레텔에게 안부 전해주려무나.
규율을 어긴 중천 세계의 주관자가 사라진다.
명왕은 가슴이 저리도록 뼈아픈 희생을 얻었으나, 격한 감정의 격류에 몸서리칠 틈은 없었다.
그는 황급히 승강기를 향해 팔을 뻗었다.
[천수]가 주먹을 쥐고 승강기를 향해 내질러졌다.휘우우우!!
절대적인 얼음의 보호막이 승강기를 감싼다.
지배 권역이 나뉘며 얼음의 보호막과 부딪힌 [천수]는 무력화되고, 엄청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승강기 문은 이미 닫힌 뒤였다. 늦었다.
지면에서 광채가 피어오르고, 그곳으로 승강기는 커다란 굉음을 내며 내려가기 시작했다.
[…….]명왕은 침음을 삼켰다.
명계의 최하층, 얼음 호수는 다른 이가 주관한다. 명왕은 간섭할 수 없었다.
명왕은 가만히 승강기가 떠나간 자리를 바라보다가, 과자집 마녀가 사라진 자리를 돌아보았다.
서늘한 바람 소리만이 정적을 메운다.
규율을 중시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제 부하를 제 손으로 소멸시켰다는 사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실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나마 아이작은 죽기 직전이었다. 얼음 호수를 횡단하기는커녕 승강기에서 과다 출혈로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높았다.
가까스로 살아남는다 해도, 얼음 호수의 괴수들도, 문지기도 뛰어넘지 못하리라.
그러나 만약 아이작이 불가능을 뛰어넘어, 얼음 호수에 있을 주관자를 만나게 된다면.
[…위험하겠군.]모든 것의 질서를 붕괴시킬 인간이 탄생할지도 몰랐다.
명왕은 한동안 구멍이 뚫린 하늘을 그저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