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317)
〈 317화 〉 천의 날개 토벌전 (5)
* * *
이탈리아의 작가, 단테 알리기에리가 1320년에 완성한 서사시, 「신곡」의 지옥 편에 나오는 내용이다.
지옥에서 가장 깊숙한 곳은 지옥의 강이 모여 이루어진 얼음 호수 ‘코키투스’다.
그곳엔 예수를 배신한 제자인 아스카리옷 유다나, 고대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암살한 가이우스 카시우스 롱기누스, 마르쿠스 유니쿠스 브루투스 등이 있으며.
대악마 루시퍼가 머물고 있다고 전해진다.
기억하길, >메르헨의 마법 기사> 게임사의 대표 이름은 단테였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먼 곳의 풍경을 알았기에, 단테라는 이름을 제 별칭으로 삼았던 것일까.
그는 누구일까.
“허억…!”
재빨리 정신을 되찾았다. 순간 정신을 잃고 기억 속을 헤맸다.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쿨럭! 허억, 허억…!”
멈춰있던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연신 헛기침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 승강기 내부는 내가 태어나서 본 모든 구조물 중 가장 아름다운 인테리어를 자랑했다. 죽기 직전의 상태이기에 그리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백옥빛 바닥에 붉은 선혈이 낭자했다. 내가 승강기에 급하게 탑승하느라 왼팔과 양다리를 잃은 몸뚱이로 뒹굴었기 때문이었다.
출혈이 극심했다. 힘을 내기 어려웠다.
졸음이 몰려왔다. 하지만 여기서 눈을 감으면 죽으리라는 건 너무도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왜 당신이….’
희망이 없다고 판단하고, 스텔라와 오즈마를 원망하며 모든 걸 포기하려고 했는데.
‘왜…, 날 돕는 건데….’
과자집 마녀를 떠올린다.
내가 뭐라고.
고작 내가 사람들을 지키겠다고 힘써왔다는 이야기가, 왜 당신이 스스로를 불사 지를 이유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다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녀는 내 가슴속 회의감을 몰아내고 삶을 다시 틀어쥐고 싶은 열망을 불러일으켰으니.
나는 살아남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날 위해 희생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리라.
“아, 악…!”
움직여야 한다. 움직여라. 움직여라.
실핏줄이 일어설 만큼 두 눈에 힘을 꽉 주고, 핏기 없는 목소리를 내지르며, 차가운 바닥에 맞닿아 얼어버린 뺨을 움직인다.
“으으, 아악…!”
가까스로 힘을 주고 고개를 들어 올리자, 쩌적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달라붙어 있던 뺨이 완전히 뜯겨나갔다.
시린 냉기가 사라진 뺨을 지나 입안으로 밀려 들었다.
괜찮았다. 팔다리를 잃은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으니.
내 상의 안주머니에 마법 주머니가 들어있다. 그 안에 무상의 피가 있다. 그걸 마셔야 한다.
우선 엎어진 몸을 돌려야 했다.
바닥에서 간단한 얼음의 벽을 끌어올려 내 몸 반쪽을 밀어냈다. 내 몸이 뒤집어졌다.
“허억, 허억….”
호흡은 가파른데도 심장은 점점 둔해져 간다.
참기 힘든 졸음 탓에 정신이 몽롱했다.
잠들어선 안 되었다. 고개를 들고 뒤통수로 바닥을 거세게 내려치길 반복하며, 정신을 꽉 붙들어 맸다.
“이든….”
허공에 바위 마력이 뭉치며 작은 골렘의 형상을 갖추었다.
바위 골렘 이든. 녀석은 나를 보며 몸을 덜덜 떨었다.
이든에게 미소를 건넸다. 안심시켜 주고 싶었다.
“괜찮아…. 내 상의 안주머니에…, 마법 주머니 좀 꺼내줘…. 거기에, 작은… 유리병이 있어…. 붉은 피가 들어있는….”
[구우…!]“그걸, 내 입에….”
이든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내 상의 안주머니에서 마법 주머니를 꺼내 무상의 피가 든 작은 병을 꺼냈다.
“잘했어….”
뚜껑을 열고 내 안에 무상의 피를 들이붓는 이든.
이안에게 만일의 위험이 닥치면 쓰려고 했던 건데…. 참 계획대로 되는 일이 없구나.
맛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 무상의 피는 내 목구멍을 타고 졸졸 넘어갔다.
“끄윽!”
두근. 심장이 급격하게 달음박질했다.
사라졌던 왼팔과 양쪽 다리에 뼈와 살이 우수수 자라난다. 순간 팔다리가 타오르는 격통을 느껴야만 했다.
터지고 망가졌던 내장과 가루처럼 부서졌던 전신의 뼈가 말끔히 재생되었다. 외상(外傷)도 고스란히 회복되었다.
“쿨럭…! 후우…!”
됐다.
마른 기침을 반복하고 숨을 몰아쉬며 상체를 일으켰다.
엄청난 갈증이 몰려왔다.
곧바로 마법 주머니에서 물통을 꺼내 바싹 타들어간 입에 물을 콸콸 들이부었다.
“흐아, 살 것 같다…!”
물이 이토록 맛있던 적이 있었나. 최고의 맛이었다.
전신을 에워쌌던 통증이 완전히 사그라지고, 체력이 어느 정도 돌아왔다.
역시 무상의 피. 최후의 수단 다운 극적인 효과였다.
[구우우….]이든은 굉장히 놀란 얼굴로 날 쳐다보다가, 내가 멀쩡해진 모습으로 미소를 짓자 눈물을 글썽였다.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걱정해줘서 고맙다.”
[구우…!]이든을 역소환하고 고개를 들었다.
심미감이 넘쳐흐르는 승강기 천장에 크고 둥그런 얼굴이 하나 붙어 있었다.
입과 눈이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는 섬뜩한 얼굴이었으나, 이젠 놀라울 것도 없었다.
눈이 마주치자 그것이 내게 말했다.
[안전 운행하겠습니다. 안전 운행하겠습니다. 불편하신 점은 없는지요?]“응, 없어.”
[다행입니다. 다행입니다.]친절하네.
이 녀석이 뭔지는 몰라도 얼음 호수의 안내자임은 분명해 보인다. 딱히 내게 해를 끼칠 것 같진 않았다.
‘그나저나….’
가슴속이 저려왔다.
과자집 마녀에게 명복을 빌어줄 수도 없게 되었다.
지금은 단지 이 말밖에 해줄 수 없었다.
“감사합니다….”
무력감에 사무쳤으나, 그렇기에 더욱 종착지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다.
승강기 뒷면이 투명하다는 걸 알아차리는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저 어두운 줄로만 알았는데, 어느 정도 내려가니 지평선 끝까지 이어진 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승강기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승차감은 쾌적했다.
멀리서, 하늘과 일대를 가득 메운 웅대한 문이 보였다. 마치 경계선 같았다. 무척 아름다운 문이었다.
‘비….’
하늘에선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평범한 비가 아니었다. 색감이 짙었다.
‘연한 붉은색.’
도로시가 남긴 기록을 떠올렸다.
누군가가 떨어질 때 흘린 피가 너무도 많아, 그것이 구름을 이루어 쉬지 않고 떨어지는 것이라 했었지?
‘피의 비인가.’
빗방울이 지면에 닿을 때마다 파문이 번져나갔다. 이곳이 호수라는 증거였다.
다만, 호수는 피의 색에 물들지 않고 연푸른빛을 간직했다.
얼음 호수.
나는 명계의 가장 심층부이자 세상으로부터 가장 먼 곳에 도달했다.
“저 문 너머에 뭐가 있어?”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그러냐.”
뭐가 어쨌든,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는 명확했다.
얼음 호수의 문지기를 쓰러뜨려야 한다고 들었다.
문은 저거다. 그럼 저기로 가야겠지.
곧 도로시를 봐야 한다. 기왕이면 볼 품 없는 꼴로 보고 싶지 않았다.
마법 주머니에서 의류 수복 키트를 꺼냈다. 원단 재료만 있으면 알아서 옷을 수복해주는 마도구였다.
쉬리리릭.
그것을 작동시키자 실이 알아서 내 교복의 사라진 부위를 메꿔갔다.
그렇게 교복은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좋아.’
의류 수복 키트와 마법 주머니는 도로 집어넣었다.
숨을 깊게 내쉬었다.
가장 걱정됐던 명왕은 옴과 과자집 마녀의 도움으로 어떻게든 넘어섰다.
다음은 태초의 빙제, 베로니카 아슬리우스.
그녀를 쓰러뜨려야만 한다.
[ 상 태 ]마력량 : 146100 / 701300
‘상태창 멀쩡히 뜨네.’
굳이 오즈마가 지금 상황에서 내 신경을 건드릴 필요는 없어서일까.
아니면 내 육신을 차지하려는 계획을 포기하지 않아서?
아니면 스텔라와 모종의 계약을 맺었을 수도 있고.
어쨌든 상태창의 기능은 유효했다.
‘마력 많이 썼네.’
저 거대한 문까지 도달하는 동안 베로니카를 상대할 수 있을 만큼 마력을 회복시켜야 할 터.
그렇다고 마력이 거의 다 회복될 때까지 여유 부리며 나아갈 시간은 없었다.
가능한 한 빠르게 돌아가 천의 날개 뷔엘과 맞붙어야 하니까.
[곧 얼음 호수에 도착합니다. 곧 얼음 호수에 도착합니다.]이윽고, 승강기가 호수에 맞닿고 문이 열렸다.
차가운 공기가 폐부를 적시고 피부를 감쌌다. 평범한 사람은 승강기 문이 열리자마자 죽었을 만한 극저온의 냉기였다.
나 또한 냉기를 흘리니 견딜 만했다.
피의 비가 퍼부어지고 있음에도 얼음 호수는 매우 깨끗했다.
조심스레 길쭉한 바위 막대기를 생성해 승강기 밖으로 뻗었다.
피의 비를 맞아도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비는 아무런 해도 없는 것 같네.’
다음으로 바위 막대기를 호수에 넣어보았다.
이곳의 바닥은 호수다. 땅 전체가 그러한지, 안 그런 곳도 있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야 할 것이었다.
‘안 들어가.’
마치 무형의 바닥에 막혀 있는 듯했다.
수심이 매우 얕은 듯한 느낌이었다. 신발도 깔창만 조금 젖을 정도일까.
하지만 피의 비는 호수에 떨어지는 족족 흩어지며 호수 아래로 가라앉고 있었다. 실제론 수심이 매우 깊을 것이 분명했다.
호수를 밟았다. 그냥 밟아지며 파문이 퍼져나갔다.
‘침수하는 데엔 조건이 있나 보네.’
그 조건이 뭔지는 몰라도, 일단 나는 충족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승강기에서 내리고 얼음 호수에 완전히 두 발을 내디뎠다.
[다음에도 이용 부탁드립니다. 다음에도 이용 부탁드립니다. 안녕히 가십시오.]승강기 안쪽의 얼굴이 그리 인사한 뒤, 승강기 문이 알아서 닫혔다.
승강기는 쿠구구구, 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갔다. 그것이 불그스름한 구름 너머로 넘어가자 보이지 않았다.
‘가볼까.’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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