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315)
〈 315화 〉 천의 날개 토벌전 (3)
* * *
명왕이 명계의 군대를 보내지 않고 직접 행차한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명계의 군대로는 저 남자, 아이작을 털끝도 건드리지 못하고 전멸할 테니까.
그렇기에 명왕은 직접 아이작에게 심판을 내리기 위해 강림한 것이었다.
쿠우우우우우!
상공을 메운 거대한 철문이 열리며 절대영도의 냉기가 쏟아져 내렸다.
동시에 아이작 주위로 6개의 마법진이 전개되더니 각자 냉기 날개를 뻗어냈다. 세 쌍의 날개가 빙제의 권위를 드러낸다.
그 뒤로 셀 수 없이 많은 마법진이 전개되어 가고, 그 모든 마법진을 포괄해 하나의 마법진이 궤적을 그려나갔다.
서리낫을 쥐고 위로 뻗으며, 최대 출력으로 얼음 마력을 쏟아붓는다.
휘우우우우!!
소용돌이치듯 응축되며 형성된 연푸른빛 광구가 묵직한 냉기를 흘려낸다.
9성급 얼음 원소 마법 [한빙지옥].
명왕이 상대다. 아이작은 전투 시작부터 [한빙지옥]과 디아칸의 협공 정도는 퍼붓지 않으면 승부가 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쿠웅!
열린 철문의 문짝을 짚는 검은 팔.
어둠으로 들어찬 철문 안에서 수 개의 붉은 안광이 번뜩이고.
이내, 초월적인 얼음 마수가 철문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크아아아아아!!]검은 괴물.
빙결의 원옥마수-디아칸의 포효가 일대를 울렸다.
위이잉.
하늘에 수많은 마법진이 새겨지더니 쇠사슬을 뻗어내 아이작과 디아칸을 휘감으려 했다.
“명계의 섭리….”
저 수많은 쇠사슬은 명계의 균형과 질서를 위해 초월적인 힘을 억제한다.
“그런 걸로 우릴 구속하긴 어려울 거다.”
아이작은 냉기를 강렬하게 뿜어냈다.
화아아아아!! 콰자작!
아이작과 디아칸을 억제하기 위해 짓쳐든 쇠사슬들이 일제히 얼어붙고 우수수 부서졌다.
명계의 섭리가 무력화되었다.
섭리와 진리의 힘만으로 아이작을 막는 건 불가능했다.
휘우우우우!
디아칸은 어마어마한 냉기 마력을 입에 머금었고, 아이작은 냉기 태양을 내던질 준비를 마쳤다.
[그렇군….]명왕 하데스는 무표정으로 아이작을 내려다보았다.
[이뿐인가.]“…뭐?”
시시한 일이라는 듯 명왕은 디아칸은 향해 오른팔을 뻗었다.
그러자 허공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금색 팔이 나타나더니, 디아칸의 목을 콱 붙잡았다.
[크아아아아!!]거대한 팔은 신비로운 마력을 퍼뜨리며 디아칸의 목을 꺾으려 했다.
디아칸이 입 안에 머금고 있던 냉기가 흩어지고, 그의 비명이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
디아칸이 쏟아내는 절대영도의 냉기가 통하지 않는다.
그 차가운 거체를 거뜬히 붙잡고 꺾을 수 있는 힘이 명왕에게 있었다.
위기감을 느낀 아이작은 [한빙지옥] 3체를 구사했다. 사멸의 타나토스를 상대했을 때와는 그 크기와 마력의 밀도가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오른팔을 거세게 휘둘러 명왕을 향해 [한빙지옥] 3체를 날린다.
명왕은 그저 묵묵히,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3체의 냉기 태양을 향해 남은 팔을 뻗었다.
콰아아아아아앙!!!!!
찬란한 광채와 함께 냉기 마력의 폭풍이 몰아쳤다.
일대를 얼음의 지옥으로 만드는 냉기 덩어리 마법이다. 여태 그 공격을 맞고 무사했던 자는 없었다.
하지만.
‘아직 마력이 느껴져.’
아이작은 안도할 수 없었다. 명왕의 기척이 사라지지 않았으니.
당연한 이야기였다. 한 세계를 지배하는 신을 이 정도 공격으로 쓰러뜨릴 수 있을 리 없었다.
아이작은 [빙제]의 날개를 뻗어 다급히 승강기 방향으로 날아들었다.
쿠우우우우우!!
“……!!”
거대한 금빛 마력의 벽이 엄청난 속도로 아이작을 향해 나아갔다.
9성급 지배 마법, [규율의 벽].
일대를 에워싼 벽이다. 피할 곳은 없었다.
그것은 극적으로 냉기와 광채를 밀어내며 아이작을 덮치려 했다.
‘죽는다.’
아이작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저 벽에 부딪히는 순간 목숨을 잃으리라고.
사고에 걸린 시간은 짧다는 말도 사치스러울 만큼 찰나였다.
재빨리 오른손에 냉기 마력을 응축시켜 지면을 향해 [빙결 폭발]을 시전했다.
콰아아아!!
매서운 충격파가 지면을 덮치고 넓고 깊은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아이작은 얼음 보호막을 전개한 뒤, 지면에 움푹 파인 홈에서 몸을 웅크렸다.
쿠구구구구!!
마력의 벽이 아이작 위를 지나쳤다.
이후, 아이작은 몸을 일으켰다.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안도할 겨를은 없었다. 그는 재빨리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한빙지옥]이 일으킨 여파는 지우개처럼 지워졌고, 디아칸은 여전히 명왕의 거대한 팔에 붙잡힌 채 괴로워하고 있었다.그런데… 명왕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갔…?’
“……!!”
어느새 명왕은 아이작 옆에 이르러 있었다.
순식간에 그의 손에 천문학적인 양의 마력이 격렬하게 뭉쳤다.
아이작은 황급히 암철검을 꺼냈다. [암식]이 발동되어 신체 방어력이 크게 증가했다.
위기를 감지한 휘랑의 망토마저 강력한 얼음 보호막을 전개했다.
파앗!
아이작은 방어 자세를 취한 채로 지면을 박차고 물러났고.
명왕이 가볍게 뻗은 손에 뭉쳐 있던 금빛 마력이 화려하게 퍼져나갔다.
콰아아아아앙!!!!
“끄아악!!”
명왕을 기점으로 장대한 폭발이 일대를 휩쓸었다.
고막을 터뜨리는 굉음. 시야가 금빛으로 물든다.
끔찍한 격통이 전신에 일었다.
암철검에 금이 가고, 아이작의 몸은 한동안 허공을 부유하다 지면에 떨어져 사정 없이 뒹굴어야만 했다.
휘우우우우.
폭발의 여파가 소용돌이치며 명왕 안으로 모여든다.
단숨에 명왕의 시야가 확보되었다.
“아….”
의식이 멎을 것만 같았다. 아이작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멀어져 가는 정신을 가까스로 붙들었다.
신체 내부가 꽤 많이 부서진 듯했다. 그는 이를 악물고 고통을 견뎠다.
얼음장을 짚었다.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금세 넘어졌다.
“어?”
아이작은 두 다리를 잃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양다리가 있던 자리엔 대량의 피가 쏟아지며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그러나 고통에 잠길 겨를은 없었다.
‘괜찮아….’
스스로를 다독였다.
죽지만 않으면 괜찮다. 몸 상태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무상의 피가 있으니까. 최후의 수단이었다.
그러니 신체가 결손되더라도 살아서 승강기에만 탑승하면 될 것이었다.
아이작의 두 눈이 다시 명왕을 향했다.
화아아아!!
아이작은 냉기 날개로 날아오르며 소환 술식을 연산했다.
웬만한 사역마나 하수인으론 명왕 앞에서 개죽음만 당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힐드.”
[카아아아아!!]빙설룡-힐드가 날아올라 백옥빛 날개를 활짝 펼치고, 명왕을 향해 마법진을 전개했다. 8성급 [마하발특마]의 술식이었다.
아이작은 다시금 세계멸망급 마법 [한빙지옥]을 구축했다.
[스텔라가 이야기했던 인간. 얼음의 왕….]명왕은 멀리서 연푸른빛 광채를 퍼뜨리는 아이작을 무덤덤하게 바라보았다.
두 다리를 잃었음에도 전의를 잃지 않고, 냉기 날개로 날아올라 싸우려는 모습은 가히 칭찬할 만했다.
그러나, 고작 폭발 한 번 휩싸였다고 한계에 다다른 전신. 명백한 실력의 격차.
아이작이 명왕보다 약하다는 사실은 명명백백했다.
[난, 네놈이 네피드를 쓰러뜨리든 말든 상관없다.]“……!”
명왕의 목소리가 아이작의 머릿속을 또렷이 울렸다.
명왕은 입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네놈의 세상을 네피드가 지배하게 된다면, 그 또한 자연의 흐름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네놈이 여길 지나가선 안 된다.]“규율 때문인가?”
[어떠한 경우에도 네놈 같은 생자(生者)는 저승에 간섭해선 안 된다. 규율을 어긴 자에겐 심판을 내림이 마땅하다.]저승의 규율을 중시하는 건 명왕에게 중대한 사안이었다.
하지만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얼음의 왕. 난 네놈을 도우라는 스텔라의 제안을 거절했다.]스텔라.
그 이름을 듣고 아이작은 눈을 좁혔다.
[스텔라는 악신 네피드를 토벌할 계획이다. 반면에 나는 어디까지나 중립. 누군가의 편을 들어줄 수 없지. 그들이 어떤 전쟁을 벌이든 나는 관심이 없다. 그렇다고… 내 앞에서 선을 넘어선 안 되지 않겠는가?]어디까지나 아이작은 살아있는 인간에 불과하다.
그가 강해지는 데엔 명확한 한계가 존재해야만 했다.
하지만… 저만한 존재가 얼음 호수에 있을 ‘그 존재’에게 이른다면.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건 피할 수 없으리라.
[나는 모든 것의 질서를 붕괴시킬 위험을, 배제하겠다.]규율을 지킨다.
명계를 지킨다.
질서를 지킨다.
섭리를 지킨다.
명왕에게도 반드시 지켜내야 할 것들이 있었다.
그렇기에 명왕은 얼음의 왕을 얼음 호수로 보낼 수 없었다.
“…그러냐.”
아이작은 냉담하게 반응했다.
“나도 너랑 비슷하다.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라서.”
그에게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었으니.
[…그렇군. 알았다.]명왕은 아이작을 향해 팔을 뻗었다.
그는 천천히 뻗은 손을 주먹 쥐었다.
[마법을 불허한다.]“……!”
[한빙지옥]과 [마하발특마]가 사그라지고, 마법진이 역산되어 산산이 해제되어 간다.아이작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얼음의 왕이여. 정녕 내게 대항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나?]명계.
이곳은 완전한 명왕의 지배 권역.
아이작의 마법을 허용하는 것도 명왕의 권한이었다.
“진짜 지랄이네….”
아이작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서리낫을 양손에 쥐고 명왕을 향해 날아들었다.
마법을 불허한다? 그렇다면 그 말조차 꺼내기 전에 곧바로 시전할 수 있는 공격을 속공으로 퍼부으면 될 일이었다.
냉기를 휘감은 서리낫을 휘둘러 [절대영도]를 시전했다. 공간의 제약 없이 차가운 참격이 명왕을 가르려 했다.
휘익!
명왕이 손날을 휘두르자 무형의 참격이 튀어 나가 [절대영도]를 갈라내고, 공간을 일그러뜨렸다. 그 공격은 아이작을 덮쳐 그의 왼팔마저 갈라냈다.
서리낫이 떨어진다. 아이작의 두 눈이 크게 흔들렸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아이작은 날아들었다. 서리낫은 곧바로 마력의 형태로 변환시켜 회수했다.
유일하게 남은 오른손에 냉기 마력을 응축시켰다. 5성급 [빙결 폭발]이라면 곧바로 시전할 수 있을 테니.
그러자 명왕은 위로 팔을 뻗었다. 허공에 웅대한 팔 하나가 나타났다.
원옥마수-디아칸마저 무력화시킨 절대적인 신의 팔. [천수].
신비로운 마력이 그 팔을 휘감는다.
부우우웅!!
[천수]가 아이작을 향해 휘둘러진다.아이작은 돌격을 멈추고 궤도를 틀어 도망치려 했지만,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규율의 벽]이 나타나 위와 양옆에서 다가오며 아이작을 포위했다.
아이작은 허공에서 멈췄다.
도망칠 곳이 없었다. 어디로 가든 죽는다. 가만히 있어도 죽는다.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했다.
어떻게든 살아야 했다.
괜찮을 것이다. 지금까지 일은 잘 풀려왔으니까.
어떻게든 될 것이라며, 그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러나… 해결할 방도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찰나의 시간, 죽음을 눈앞에 둔 아이작은 신경을 모조리 곤두세웠다.
‘아….’
아까부터 느껴졌던 위화감.
‘이 느낌….’
명왕의 마력에 가려진 살벌한 마력.
균열을 넘어가기 전에, 아이작의 마력을 느끼고 반응했던 괴물의 마력.
이곳, 명계에 와서 의식을 집중하니 그 마력의 주인이 누구인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이작은 덤덤하게 물었다.
“무슨 용건이냐, 옴.”
돌연 아이작 주위로 진보랏빛 보호막이 생겨났다.
콰아아아아!!!!!
[뭐?]진보랏빛 마력의 파도가 섬광처럼 쏟아지며 [규율의 벽]과 [천수]를 몰아내고 명왕을 밀어냈다.
영원의 마력.
아이작을 감싼 보호막은 그 모든 공격을 무력화해 그를 지켜냈다.
명왕은 마치 부유하듯 공중에 떠오르며 충격을 날려 보냈다.
구멍 뚫린 하늘이 밤하늘처럼 물들었다.
단숨에 주위로 공허의 감옥이 펼쳐지고, 짙은 어둠이 내리깔린다.
거대한 머리가 셀 수 없이 이어진 기둥이 머나먼 장소에서 우뚝 세워지며 끝없는 하늘과 심연의 바닥을 잇는다.
그 크기를 가늠하는 건 불가능하다.
[크하하하하!!!]사람 머리 기둥이 큰 목소리로 깔깔 웃었다.
연이어 진보랏빛 고리를 휘감은 초월적인 존재, 칠흑의 거인이 나타나며 가공할 마력을 퍼뜨렸다.
명왕의 지배 권역마저 무의미해진다.
명계의 섭리는 이곳, 어둠의 감옥에 간섭조차 하지 못했다.
[영원…. 내게 거스르려는 것이냐?]무저갱, 영원의 옴.
아이작에게 패배해 명계에 온 뒤로, 강적들을 무자비하게 쓸어버리며 초월의 격을 손에 쥔 마족이었다.
[얼음의 왕 아이작, 그대 덕분에 이 몸은 최고의 만찬을 맞이했도다!]옴은 굵직한 목소리로 쾌활한 웃음소리를 토해냈다.
[그대도 마찬가지다. 살아남아 날 위한 만찬이 되거라!]옴의 타오르는 전의와 탐욕이 오롯이 명왕을 향했다.
[명왕과의 승부는 내 것이니!]이미 만신창이가 돼 버린 아이작은 힘없이 뜬눈으로 옴을 바라보았다.
옴은 양팔을 양옆으로 뻗으며 섬뜩한 마력을 발산했다.
[명왕에게 고한다. 내 이름은 옴. 네놈을 삼키고 이 몸이 새로운 명계의 지배자가 되겠노라!]“…….”
아이작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눈을 감았다.
그의 육체는 어둠으로 뒤덮이며 영원의 감옥에서 추방되었다.
명왕은 눈을 가늘게 뜨고 옴을 노려보았다.
[…어째서냐, 영원. 네놈은 환생의 순례 길을 포기하고 이곳에 머물기로 했을 터. 여기선 네놈이 원하는 만큼, 진정으로 영원히 강적들과 싸워나가며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그 영원함을 포기하려는 것이냐?] [내 비록 얼음의 왕에게 패배한 몸이나, 그렇기에 진정으로 느낄 수 있었다.]옴의 목소리가 영원의 감옥을 울렸다.
[명왕이여, 영원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불멸은 없다.
옴은 ‘영원’이라는 별칭을 내려놓고, 명왕에게 승부를 걸었다.
명왕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훌륭하군. 네놈의 선택을 존중한다.]명왕이 마력을 끌어올리자 그의 뒤를 따르던 금빛 고리로부터 [천수] 수십 개가 뻗어 나갔다.
고고한 신격. 명왕의 전력이었다.
두 존재가 방출하는 마력이 공간을 어그러뜨렸다.
그리고 둘은 격돌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