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336)
〈 336화 〉 악신 토벌전 (3)
“전부 막아라!!”
“한 놈도 안으로 들여선 안 된다!!”
붉은 하늘 아래, 어둠 마력을 휘감은 시체들이 움직이며 메르헨 아카데미 제2캠퍼스를 향해 나아갔다. 그로테스크한 광경이었다.
그들은 하나의 군단.
저마다 계약의 메피스토와 계약한 후, 그 마족에게 생명과 영혼을 빼앗긴 인간들이었다.
메피스토의 인격과 지능을 나누어 불려받았기에 지능은 매우 낮은 편이었으나.
살의에 충실하고 의사소통이 되고 어둠 마법까지 구사할 줄 안다는 것으로 그들은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마족의 재생산.
그간 메피스토가 몸을 숨기고 살아가며 자신의 능력으르 활용해 준비해온 새로운 군대였다.
“인간을 마족으로 만들다니…!”
황실 기사단 4번대, 펠리르 기사단의 부단장인 마그리오가 입술을 짓씹었다.
아카데미의 전투 병력과 황실 기사단은 좀비 군단을 상대로 방어전을 벌였으나, 위력적인 어둠 마법에 대항하기엔 전력이 턱없이 모자랐다.
“제길! 뚫렸습니다!”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목숨을 걸고 아카데미를 지켜라!!”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거나 재빠른 속도로 달려오며 어둠 마법을 휘두르는 좀비 군단은 얼마 안 가 아카데미의 교문을 돌파했다.
교직원들은 학생들을 대피시키는 데 힘썼으나, 좀비 무리가 쳐들어오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좀비들이 어둠 마법을 휘두르자 교직원들은 일제히 반격하거나 방어 마법을 펼치며 좀비 군단의 접근을 차단하려 했다.
콰가가가강!!
그러나 적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꺄아악!!”
“빨리 도망쳐!!”
학생들이 다급히 내달리며 대피하던 때, 부단장 마그리오가 좀비 무리를 향해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다.
스릉!
수 명의 좀비들 목이 순식간에 날아갔으나, 그의 왼팔이 어둠 마법에 잡아먹혀 소실되었다.
“끄윽!”
마그리오의 왼팔이 사라지자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 그러나 그는 인상만 찌푸릴 뿐 쉴 새 없이 검을 휘둘렀다.
“망할 쌔끼들이! 네놈들 상대는 나다!!”
마그리오는 고함을 내질렀다.
그를 뒤따라 황실 기사들이 좀비 무리와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적들이 퍼지고 있습니다!”
“한 놈도 놓치지 마라!”
무더기로 교정에 쳐들어온 좀비 무리는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들의 목적은 아카데미 사람들을 모두 학살하는 것.
무엇보다도 그 방식엔 잔혹함이 요구되었다.
퍼엉!! 퍼엉!! 퍼엉!!
연녹빛 바람이 교정을 휘젓고, 수 차례의 폭음이 연쇄적으로 울려 퍼졌다.
바람 마력을 휘감은 발차기가 좀비들을 부수고 날려 보낸다.
그리 좀비들을 급습한 그 사내는 트리스탄 험프레이였다.
쿠우우우웅!!
한 남자의 정권이 석설을 휘감은 충격파를 날리며 어둠 마법을 몰아내고, 시야에 담긴 좀비들을 모조리 박살 냈다. 마테오 조르다나였다.
교정 곳곳에서 화염의 폭풍이, 물의 폭포가, 굳센 바위 송곳이 좀비들을 차례차례 휩쓸어갔다.
메르헨 아카데미의 마법학부 중 최상위권 학생들, 케리드나 화이트클락, 시엘 카르네다스, 리제타 라이온하트의 공격이었다.
“아이작 없으면 우리가 쉽게 당할 줄 알았냐?! 심심했는데 잘됐구만! 전부 뒤져라!!”
쿠구구구!!!
리재타는 깔깔 웃으면서 마도 무기 록타를 휘두르며 강력한 바위 마법을 구사했다.
그 외에도 아이작의 그림자에 가려졌던 실력 있는 학생들이 죄다 가세했다.
황국 최고의 재능을 갖춘 학생들이 피땀 흘려 노력했던 시간은 그들의 전력으로 치환되어 좀비 무리에게 유감없이 쏟아졌다.
메피토스가 마련한 좀비 군단 중 가장 강력한 전력은 대부분 메르헨 아카데미 제1캠퍼스를 습격하고 있었다.
즉, 제2캠퍼스를 습격한 좀비들 중 절반 이상은 최상위권 학생들이라면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카가가가각!!!
밤하늘 색감의 바람 칼날 세례가 좀비들을 절삭했다.
마저 해치우지 못한 좀비들은 메를린 아스트레앙이 검으로 목을 베어냈다.
밤의 요정 닉스의 힘을 익힌 스노우화이트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전의를 가다듬었다.
황녀로서 가만힌 보호 받을 생각은 없었다. 화이트 또한 아이작처럼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기로 다짐했다. 메를린은 그녀의 의사를 따랐다.
“메를린, 듀크관 쪽으로 가요!”
“예!”
메를린은 생각했다. 화이트가 눈에 띄게 성장했다고.
전장인 된 메르헨 아카데미
상위권 학생들, 교수들, 전투 용병, 황실 기사단이 아카데미를 지키기 위해, 어둠 마법을 유려하게 구사하는 좀비 무리에 맞서고 있던 그때.
마법학부 수업동 오르핀관에서 한 남자가 몸을 숨긴 채 덜덜 떨고 있었다.
“그, 그어억…”
페르난도 프로스트 교수의 조교이자 마법학부 대학원생, 마르코였다.
그는 어두운 연구실 장롱 속에서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온갖 마법이 격돌하며 일으키는 굉음과 파열음이 여기까지 들려온다.
두려웠다. 마르코는 몸의 떨림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도망치기엔 이미 늦어 버렸다. 여기서 대피소까지의 도주로는 이미 전쟁터나 다름 없었으니.
그렇다면 싸워야 할까.
안 된다.
누구든 저들처럼 타인을 지키겠다고, 아카데미를 지키겠다고 목숨 걸고 싸울 수 있는 게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위험이란 폭풍을 피해 몸을 숨기고, 그 폭풍이 어서 지나가길 바랄 수밖에 없다.
마르코 자신도 그러했다. 자신은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다.
용맹하지 않기에 죽기를 두려워하고, 강하지 않기에 도망치고 안정적인 생존을 택하고 마는, 그런 평범한 사람.
저벅, 저벅
“……!!”
장롱 밖. 빠른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가 연구실에 들어섰다.
소름끼치는 마력. 예전에도 느껴본 적이 있는 부류. 어둠 마력이다.
마르코는 장롱의 얄찍한 틈으로 연구실을 살폈다.
그로테스크한 좀비 3마리가 마르코의 눈에 들어왔다.
“……!!”
마르코는 두 손으로 입을 꽉 틀어 막았다.
좀비들은 인간 냄새를 맡고 연구실을 훑었다.
들키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 어, 어…”
다크 서클이 짙게 내려앉은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심장이 미친 듯이 달음박질했다.
마르코는 살고 싶었다. 아직 이루진 못한 게 많은 인생이었으니.
문득 파노라마처럼 수많은 기억들이 그의 뇌리를 스쳐 지나가며 의문을 물씬 떠올렸다.
우습게도 가장 먼저 떠오른 의문은 왜 연애를 못 해봤는지, 였다.
아카데미 학생이던 시절. 기어이 용기를 내 장문의 편지를 쓰고, 말을 더듬으며 좋아하던 여학생에게 고백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튿날, 그녀는 답장을 써서 마르코에게 전해주었다.
태어나서 가장 큰 설렘을 느꼈던 한때였다. 마르코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답장을 읽어보았다.
‘미안하지만 얼굴이 내 취향이 아니어서… 솔직히 네 얼굴이 보기 좋은 편은 아니잖아? 그리고 너처럼 우중충한 남자와 사귀는 건 좀 그래. 미안해’
며칠 뒤. 그녀는 잘생긴 남학생과 팔짱을 끼고 다녔고, 마르코는 멀리서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사춘기 남학생이 느꼈던 설렘의 깊이 만큼 반작용으로 들이닥친 상실감의 높이는 아득했다.
터덜터덜, 마르코의 발걸음은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는 눈물을 왈탁 쏟으며 마법 공부에 매진했다.
그리 연애를 포기했다면, 왜 한때의 꿈이었던 성위급 마탑의 마법사가 아니 아카데미 대학원생이 되었을까.
몇 번이고 도전했다가 좌절되었으니까. 그렇다고 최고가 아닌 목표에 눈독을 들이기엔 메르헨 아카데미 졸업장이 너무 아까웠으니까.
다른 대학원생들과는 달리 학문에 깊은 뜻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마르코는 그저 무엇이라도 하고 싶어 도피하듯 대학원생이 된 것이었다.
도망치기 급급했던 인생이었다.
이 생활에 익숙해져, 학창 시절의 뜨거웠던 열정도 사그라진지 오래다.
…왜 도망만 쳐왔지?
고백했던 여자에게 차여도 괜찮았다. 마르코의 처지는 어무것도 달라진게 없었으니까.
마탑 도전이 좌절되어도 괜찮았다. 좀 더 효율적인 수험 방법을 모색하고, 더욱 노력을 쏟아부으며 열중했으면 후회도 남지 않았을 터였다. 오히려 좋은 결과를 얻었을지도 모른다.
끼이익.
장롱 문이 열린다.
어둠 마력을 흘리는 좀비들이 점차 마르코의 시야에 담겼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야, 마르코는 현재에 안주해 잊고 있었던 진득한 회의감을 도로 되찾았다.
후회했다.
좀 더 죽을 힘을 다해 도전해볼걸.
좀 더 열심히 살아볼걸.
“끄흑…”
마르코는 숨을 꺽꺽댔다. 움픔 파인 뺨을 카고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마력의 격차는 명확했다.
이들이라면 마치 벌레 짓밟듯 마르코를 해치울 수 있을 것이었다.
[……]“……?”
그런데, 어째서일까.
좀비들은 마르코를 멀뚱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어억…?”
흐느끼던 마르코는 의문 어린 얼굴로 좀비들을 쳐다보았다.
[인간…인가?] [멍청한 놈…, 딱 보면 모르나…? 이놈은 우리 편이다…] [그렇군…, 과연…, 이 몰골이 인간일 리 없다… 인간의 냄새는, 옷 때문인가 보군…] [그르르… 이런 데서 게으름이나 피우다니… 어서 메피스토 님의 명령에 따라… 가능한 한 잔혹하게, 인간들을 고문하고 학살하라…!]좀비들은 한심하다는 듯 혀를 끌끌 하며 등을 돌리고 연구실을 떠나갔다.
“…그억?”
마르코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장롱에서 내려간 뒤 한동안 멍하니 서서 좀비들이 떠나간 출입구를 바라보기만 했다.
“……”
살았다는 안도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그의 속에서 들끓었다.
꽉 쥔 두 주먹인 부들부들 떨렸다.
분노의 근원지는 그의 응어리 진 삻의 여한이었다.
“그어억…!”
마르코는 마도구를 챙기고 복도로 나섰다.
그가 입은 마법사 로브가 나풀거렸다.
[인간!]“칫!”
오르핀관 복도에서 좀비 3마리는 페르난도 프로스트 교수를 포함한 아카데미 전투 병력과 마주쳤다.
콰가강!!
그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마법을 맞부딧치며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
마법끼리 격돌하며 여파가 벽을 부수고 바닥 할퀴었다.
[……?]그때, 좀비 한 마리는 뒤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고개를 뒤를 돌리자 얼굴에 그늘이 깔린 남자가 보였다.
조금 전에 장롱에서 보았던 남자, 마르코였다.
“마르코?”
페르난도 교수가 놀란 표정을 지었을 때, 마르코는 좀비들을 향해 동그란 마도구 하나를 굴렸다.
턱. 마르코가 굴린 마도구는 좀비의 발에 부딪치자 돌연 가스를 퍼뜨렸다.
스으으!
[뭐냐?!]엘트 섬에 서식하는 제롬 버섯의 포자를 가공해 만든 가스.
효과는 마력 회로의 교란.
분명 좀비들에게서 큰 효과를 거둘 만한 위력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근과 같은 아슬아슬한 대치 상황일 땐 그 미미한 방해조차 극적인 효과를 거두기 마련이다.
[그으윽!]페르난도 교수와 아카데미의 전투 병력이 쏟아 내는 원소 마법이 순식간에 좀비들을 몰아 넣었다.
동시에 마르코까지 후방을 노려 번개 원소 마법을 내질렀다.
콰가각!!
사슬처럼 뻗어나간 전격이 좀비들을 덮치고, 뒤이어 페르난도 교수가 연속으로 쏘아낸 마탄 수십 발이 좀비들의 전신을 사정 없이 꿰뚫었다.
좀비들은 [그어억!]하고 쓰러졌고, 마르코는 그들에게 다가가 분노가 서린 얼구롤 팔을 뻗었다.
콰가각!!
마무리 전격이 쏟아지며, 좀비들은 잿빛 입자로 분해되어 완전히 소멸했다.
“그어억…!!”
마르코는 떨리는 목소리로 승리의 표효를 내질렀다.
난 너희들 같은 좀비가 아니라며. 너희들처럼 마족과 계약하며 선을 넘어서까지 도망친 겁쟁이가 아니라며.
마치 희망 찬 꿈을 품고 살았던 어린 시절의 한때로 되돌아간 것처럼, 마르코는 살아 있다는 실감믕 느꼈다.
“마르코…?”
매순간 냉철하던 페르난도 교수조차 그 순간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마르코가 눈을 부릅뜨고 격정을 내는 모습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