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177
177
177. 만 년 동안 얼어 있던(3)
김현우는 입가로 욕설을 내뱉으면서도 빠르게 시선을 돌려 주변의 상황을 파악했다.
당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한구석에 처박혀, 입가에는 피를 줄줄 흘린 채 고서를 잡고 쓰러져 있는 하나린.
그리고 자신의 품 안에서 정신을 잃어버린 미령이었다.
그다음으로 보이는 것은 풍경.
분명 태양이 내리쬐고 있는 맑은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이 주변에는 얼음이 치솟아 올라 있었다.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건물이나 동식물을 먹어치운 얼음들은 태양 빛을 가리듯 높게 솟아올라 있었고, 그 주변에는 조금 전까지 싸움의 흔적을 보여주는 듯 박살 난 얼음 파편들이 사방에 깔려 있었다.
그리고-
“신기하군, 조금 전까지는 기감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한순간에 나타나다니. 역시 계승자들은 이레귤러와 관련이 있었군.”
-그 얼어버린 세상 한가운데에서 창을 들고 있던 그, 북천신공은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는 듯 창을 어깨에 걸치고는 웃음을 지었다.
위기감이라고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그 여유로운 표정.
김현우는 인상을 굳혔으나 곧바로 달려들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당장 이 주변에는 자신의 제자인 미령과 하나린이 쓰러져 있었으니까.
“쯧…….”
그렇기에 김현우는 북천신공에게 눈을 떼지 않고 곁눈질을 해 미령과 하나린의 상태를 확인하고,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상처가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물론 어디까지나 정복자와 싸움을 벌였을 때를 기준으로 상태가 심각하지 않았을 뿐이었으나 그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근두운으로 제자들을 이동 시킬 수 있어?”
김현우가 조그맣게 중얼거리며 묻자 제천대성은 곧바로 대답했다.
[가능하다. ‘근두운술’을 배운 시점부터 너는 네가 원하는 이라면 근두운에 태울 수 있다.]제천대성의 대답에 곧바로 고개를 끄덕인 김현우는 아직 반지로 바꾸지 않고 하늘에서 유형중인 근두운을 움직였다.
그리고, 공기를 터트리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김현우의 앞에 나타난 근두운은 그의 의지에 따라 미령과 쓰러져 있는 하나린을 주운 뒤 곧바로 하늘 위로 올라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
“호오.”
그에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북천신공은 짧게 감탄했다.
“근두운이라, 특이한 물건을 사용하는군.”
자그맣게 속삭이는 소리를 들은 것인지 입을 여는 그.
김현우는 근두운이 저 멀리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주변으로 마력을 흩뿌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근처를 장악하는 검붉은 마력.
“호오, 나쁘지 않은 마력이군. ‘탑’에서 나타났다기에는 말도 안 될 정도의 마력이야 그런데-”
파짓-!
북천신공의 말과 함께, 김현우의 주변으로 퍼지던 검붉은 마력이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퍼지는 것을 멈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쩌적- 쩌저저적!
그의 마력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분명 제대로 된 형상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마치 형상을 가지고 있는 듯 얼어붙기 시작한 마력.
“!”
그것을 바라보며 김현우가 놀라고 있을 때, 북천신공은 말했다.
“고작 이 정도로 전우치를 죽였다기에는 조금 이상하군, 녀석이 정복자 중에서는 그저 그런 놈 중 한 명이기는 했어도. 고작 이 정도에 소멸당한 놈은 아닌 것 같은데.”
노골적으로 그를 무시하는 발언.
그에 김현우는-
“걱정 마.”
“?”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고작 이 정도는 아니거든.”
그 말과 함께, 본격적인 힘을 이끌어내기 시작했다.
“!”
파직! 파지지직!
그의 주변으로 검붉은 번개가 요동치기 시작하고, 북천신공의 자연능력에 의해 얼어붙던 김현우의 마력이 마치 폭죽처럼 터져나가며 냉기를 잡아먹는다.
순식간에 사방으로 뻗어나간 검붉은 마력.
쿵!
그것은 이내 자그마한 전류로 변해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그 상황에서 김현우는 곧바로 제천대성의 업(業)을 빌렸다.
꽝!
그와 함께 하늘에서 내리치는 거대한 번개.
그와 함께 검붉은 전류를 감싸고 있던 김현우의 머리위에 마치 천사의 링과 같은 거대한 금고아가 만들어진다.
김현우의 추리닝 위에는 붉은색의 갑옷이 자리를 잡고, 그의 손에 잡혀 있던 회색빛의 여의봉은 갑옷과 마찬가지인 붉은색과 금색으로 물들어 완전히 다른 무기로 탈바꿈 했다.
“무슨……!”
그리고, 고작 몇 초 사이에 급작스럽게 변한 김현우의 모습에 북천신공은 순수하게 감탄하는 모습으로 그를 바라보았고-
“아직 감탄하기는 이르지.”
“!”
-김현우는 그 찰나의 순간에 북천신공의 앞에서 주먹을 앞으로 휘두르고 있었다.
꽝!
순식간에 날아드는 김현우의 주먹을 창대로 막아 낸 북천신공은 곧바로 창대의 앞으로 기울여 김현우가 있던 곳을 향해 휘둘렀다.
휘익!
허나 들리는 것은 빈 공기를 가르는 소리였고. 보이는 것은 바로 그의 어깨에 도달한 붉은색의 금강여의봉이었다.
깡!
허나 이번에도 창을 휘두르는 것으로 여의봉을 막아낸 북천신공은 곧바로 다음 공격을 준비하는 김현우에게 창을 찔러 넣었다.
능숙하게 피해내는 김현우.
그와 함께 공방은 시작되었다.
북천신공의 창이 어지럽게 휘날리며 김현우의 몸을 노린다.
창날이 김현우의 어깨를 노리고, 그 공격을 피해냈다 싶으면 창대가 김현우의 오른발을 노린다.
창날로 공격하는 것뿐만이 아닌 창 전체를 이용해서 김현우를 공격하는 북천신공.
김현우는 창의 범위를 생각하며 그의 공격을 제한하기 위해 그에게 붙었으나, 북천신공은 초근접에도 익숙하다는 듯 창을 짧게 들어 김현우의 대처를 무산시켰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공방.
“!”
파직!
북천신공의 창을 피해낸 김현우가 곧바로 오른발을 기준 삼아 그의 얼굴에 발을 차올린다.
그것을 알아차리고 기적 같은 속도로 창을 들어 올리는 북천신공.
허나 김현우는 곧바로 방어 자세를 취하는 북천신공을 보며 기다렸다는 듯 여의봉을 그의 오른쪽 다리에 조준한 채 찔러 넣었다.
뻑!
“끅!?”
둔탁한 소리와 함께 오른 다리가 풀려 자세가 흐트러지기 시작한 북천신공.
김현우는 그의 자세가 무너진 것을 확인하자마자 공격을 감행했던 여의봉을 축으로 삼아 그의 왼쪽 다리를 후려 차려 했으나.
“!”
김현우는 자신의 사방에서 갑작스레 솟아난 얼음 송곳을 보았다.
허나-
순식간에 그의 몸을 꿰뚫겠다는 듯 솟아나는 얼음 송곳을 보고서도 김현우는 그 자리를 피하지 않고 북천신공의 왼다리에 일격을 먹였다.
양다리에 힘이 풀려 북천신공의 자세가 무너지고, 동시에 김현우를 노리던 얼음 송곳들이 그의 몸을 꿰뚫으려 했지만–파지지지직!
그의 몸을 노리던 얼음 송곳들은 어느새 김현우의 등 뒤에 나타난 흑익에 의해 모조리 부서져 버렸다.
그리고-
“!!”
인상을 찌푸리는 북천신공을 보며, 김현우는 그의 명치를 향해 주먹을 가져간 뒤-
“영거리-”
-그대로 북천신공의 명치에 자신의 무공을 때려 박았다.
“-극살!”
꽈아아아앙!!
북천신공의 명치에서 터져 나오는 기이할 정도로 거대한 폭음소리와 함께 그의 신형이 포탄처럼 날아가 얼을 벽에 처박힌다.
쩌저저적! 쩌저적!
벽에 처박힌 북천신공을 중심으로 생기는 거대한 크레이터와 함께 박살나기 시작하는 얼음들.
김현우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곧바로 여의봉을 이용했다.
“길어져라! 여의!”
콰가가가가각!!
그의 의지에 따라 순식간에 길어진 여의봉이 크레이터의 중심을 타격하고, 그와 함께 거대한 얼음벽이 무참히 깨져 나간다.
사방으로 비산하는 얼음.
햇빛에 반사된 얼음 파편들이 찰나의 시간 동안 주변의 풍경을 일순간 밝게 물들인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에도, 김현우는 얼음 파편과 함께 체공하고 있는 북천신공의 앞으로 도약했다.
깡! 카가가가각!
김현우가 도약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창을 휘두르는 그.
분명 타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그의 창에 실린 기세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 짧은 체공시간에 공방이 이루어진다.
북천신공의 창이 그의 어깨를 향해 날아들고.
김현우의 여의봉이 그의 창을 봉쇄한다.
이어지는 반격.
허나 북천신공은 여의봉과 손발을 전부 사용하는 김현우의 공격을 그저 창으로 받아냈다.
파자자자작!
그들의 주변으로 튀어 오른 얼음파편이 그들의 공격으로 인해 잘게 부수어지고, 그들의 체공이 끝날 때쯤.
“!”
김현우는 곧바로 자신의 아래에 있는 빙토에서 솟아올라오는 거대한 얼음기둥을 바라봤다.
조금 전, 얼음 송곳이 치고 올라오던 속도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속도.
그러나 그는 당황하지 않고 북천신공의 창을 피한 채 오른손에 쥐고 있던 여의봉을 아래쪽으로 조준했다.
콰드드드득!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늘어난 여의봉은 땅바닥에서 올라오는 얼음을 그대로 박살 냈다.
또 한번 사방으로 튀어오르는 얼음 파편.
그 속에서 또 한번 공방을 주고받는다.
오른팔을 머리를 향해 쏘아 보내고, 그와 함께 왼다리를 올려 찰 준비를 한다.
공격이 시도되지 않았는데도 이미 막힌 것을 가정하고 다음 공격을 준비한다.
이미 당장의 공격을 맞춘다기보다는 몇 수 앞을 예상할 수 있는가에 따라 공격을 맞출 수 있게 되어버린 지금의 공방.
그렇기에 그 둘은 쉬지 않고 몸을 움직인다.
순간순간 빙벽 사이에서 튀어나오는 얼음 송곳들은 김현우의 흑익에 의해 깨어져 지속해서 얼음 파편을 만들어냈고.
그들의 싸움은 근처에 만들어져 있던 빙벽들을 모조리 깨부쉈다.
그리고-
“큭!?”
-씨익
형세가 기울었다.
그것은 아주 자그마한 실수.
“이런-!”
김현우의 근접 박투를 견제하기 위해 창을 짧게 잡은 북천신공은 그의 주먹을 막는 데는 성공했으나 바로 오른쪽으로 찔러 들어오는 여의봉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
그 결과로 인해 자세가 무너진 북천신공.
김현우는 그는 제빨리 창을 다시 쥐려 했으나 김현우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만다라를 개화했다.
순식간에 그의 등에 만들어지는 만다라-파지지지직!
만들어진 만다라는 검붉은 번개를 사방으로 내려치며 주변의 마력을 팽창시키기 시작했고-쩌저저적!
만다라가 얼어붙었다.
“!?”
순식간에 일어난 일.
김현우는 순간 일어난 이상을 눈치채고 곧바로 시선을 내려 북천신공을 바라봤고. 그는 당황한 모습을 가진 조금 전과는 달리 평온한 눈으로 김현우를 응시하고 있었다.
“확실히, 전우치가 소멸당한 게 그냥은 아니었군.”
그가 말을 하는 중에도 만다라의 꽃잎은 얼어붙는다.
“쯧……!”
꽝! 콰가가강! 쾅!
김현우는 얼어붙는 만다라를 보며 그의 주변으로 번개를 내리쳤으나 얼기 시작한 만다라는 녹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얼기 시작하는 그의 마력.
“나를 이 정도까지나 밀어붙였으니, 내 이름 정도는 알려주도록 하지.”
그와 함께 북천신공의 몸이 움직였다.
분명 아까와 같은 움직임.
그런데도 김현우는 반응할 수 없었다.
왜냐?
“미친-”
그 짧은 시간에, 그의 몸은 얼어붙었으니까.
마치 끊을 수 없는 속박에 걸린 것처럼 몸이 얼어붙은 김현우.
허나 김현우가 몸이 얼어붙어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못함에도 그는 김현우를 공격하지 못했다.
그저 북천신공은 그렇게 얼어 있는 그를 바라보고 있을 뿐.
그리고 곧, 그는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나는 북해빙궁(北海氷宮)의 초대 가주이자-”
그저 담담하게-
“영겁(永劫)에 가까운 시간을 홀로 버티고 버틴 신화(神話).”
자신의 이름을-
“만년빙정(萬年氷精)이다.”
-김현우에게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