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277
277화. 최상층 (4)
천마가 한참 무가자와 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
탑의 최상층의 또 다른 곳에서는-
“이건 또 뭐 하는 새끼들이야?”
손오공이 자신의 앞에 몰려들고 있는 이들을 보며 웃음을 짓고 있었다.
“나는 네 목숨을 거두러 왔다, 오만방자한 원숭아.”
그리고 그렇게 웃음을 짓고 있는 손오공의 앞에 있는 한 노인은,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옛 도인들나 입을 것 같은 긴 백의를 입은 노인은 가슴 아래까지 자라 있는 자신의 턱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입을 열었다.
“원숭이? 원숭이라고?? 이 노친네가 오랫동안 이곳에 있다 보니 노망이 났나?”
노인의 물음에 손오공이 비아냥거리자, 노인은 답했다.
“여전히 너는 하늘에서 보았던 대로 경거망동하는구나.”
“하늘에서 보았던 대로 경거망동 하는게 아니라 네 앞에서만 경거망동했던 게 아니고?”
키득키득거리며 비아냥을 멈추지 않는 손오공.
노인은 일순 말을 멈추고 그를 노려봤으나, 이내 자신이 들고 있던 낡은 서책을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마음대로 떠들거라, 원숭이. 어차피 오늘을 끝으로 네 경거망동한 그 입은 더 이상 열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그의 말과 함께 노인은 자신이 들고 있던 서책을 한차례 털 듯이 움직였고,
“……이건 또 뭐야?”
손오공은 그가 서책을 털자마자 그의 주변에 나오는 무엇인가를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손오공을 포위하듯 나타난 다섯 개의 검은 무언가.
아니, 그것을 무언가라고 보기에는 제법 확정적인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다.
‘셋은 인간, 둘은 동물인가.’
그러나 손오공이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딱 거기까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손오공을 포위하고 있는 그것들에게는 그 이상의 것이 딱히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마치 그림자처럼, 그 외형만을 꺼내온 듯한 모습.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오공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이들을 전혀 무시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 두 개의 업을 가지고 있는 건가?’
지금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이들에게서는 굉장히 비옥한 업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손오공은 다시 입가에 미소를 짓고는 노인을 바라봤다.
“이거 봐라……? 꼰대를 가장 옆에서 보필하던 사람이 이렇게 뒤가 구린 놈들을 마음대로 부려도 되는 거야?”
“흥! 어차피 그분은 이미 돌아가신 상태다. 그리고 지금 나는 새로운 분을 모시고 있지. 그분의 힘을 빌려 쓰는 게 뭐가 부끄러운 것이지?”
무척이나 당당하게 입을 여는 노인.
손오공은 웃으며 말했다.
“돌아가셨다? 아니지, 말은 똑바로 해야지 이 노친네야. 너희들이 팔았잖아?”
“…….”
“응? 아니야? 너희들이 팔아서 꼰대 소멸시켜 놓고는 아닌 척하고 있어?”
-역겹게시리.
손오공이 그렇게 말하며 노인을 바라보자.
그,
한때는 옥황의 아래에서 그의 최측근으로써 하늘의 일을 다스리던 그, 지천(地天)은 팍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원숭이 녀석, 더 이상 입을 못 놀리도록 잡아다 천벌산에 가뒀던 것처럼 영겁의 고통을 느끼게 해주겠다……!”
지천의 말에 따라 손오공의 주변에 만들어져 있는 그림자는 일제히 그에게 달려들 준비를 하듯 전투자세를 취했고.
손오공은 명령이 떨어지면 금방이라도 자신에게 도약할 것 같은 그들을 보며 피식 웃고는 말했다.
“어이 노친네, 설마 진짜 이걸로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
“네가 과연 위업에 가까운 업을 축약시켜 놓은 그분의 잔재를 상대할 수 있다고 보느냐?”
노인의 자신만만한 어투.
손오공은 그의 말을 듣고 나서야 자신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손오공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손오공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그들을 한번 돌아보고는 이내 입을 열었다.
“어이 노친네, 네가 잘 기억을 못하는 것 같은데 말이야.”
그그그그극-!
“……!”
“네가 나를 잡으려고 오만천군을 이끌고 왔을 때 기억해?”
말과 동시에 그의 몸에서 일어나는 짙은 투기에 지천은 혀를 차며 곧바로 자신의 서책을 움직였다.
그와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투기를 노출하고 있는 제천대성에게 달려드는 검은 무언가들.
그러나-
“!”
이미 손오공은 그들이 달려든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그때 말해줬지?”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지천은 눈을 부릅뜨고 공격에 대처하기 위해 시선을 돌렸으나.
“네가 아무리 강한 놈들을 데리고 와서 지략을 펼쳐도.”
이미-
“넌 날 못 이겨, 이 틀딱 새끼야-!”
-늦었다.
빠아아아악!
xxxx
검은 기운이 마치 김현우를 잡아먹을 듯 폭사해 나가고, 김현우는 본능적인 움직임으로 땅을 박찬다.
탓-!
가벼운 움직임과 함께 한 순간의 움직임으로 검은 기운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나는 그의 몸.
스으으으-!
그러나 사정거리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이미 폭사하듯 터져 나왔던 검은 기운들은 순식간에 범위를 넓혀 김현우가 있는 곳을 향해 다가왔고, 그곳에서-파지지직!
-김현우는 이미 생각을 끝내고 자신의 전력을 드러내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그의 몸에서 새하얀 전류가 튀어나온다.
그것은 김현우가 야차를 상대하면서 범천의 업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인 뒤 일어난 변화였다.
마력을 쓴다면 검붉은색의 전류가 터져 나왔고.
도력을 사용한다면 푸른색의 전류가 터져 나왔다.
물론 김현우의 몸에 있는 두 개의 마력을 동시에 사용한다고 해도 마력과 도력은 서로 섞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김현우가 마력을 사용하든, 혹은 도력을 사용할 때든, 범천의 업을 얻고 난 뒤 그의 마력과 도력의 색은 새하얀색으로 통일되었다.
파지지지지직!!!!
그의 몸에서 튀어나온 하얀 번개가 한순간이지만 김현우를 향해 뻗쳐온 기운에 저항하고, 곧바로 그의 몸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마치 까치집을 지은 듯 간간히 위로 솟는 머리.
흑원 대신 그의 등 뒤에 자리 잡은 거대한 광배(光背).
불과 시간으로 따지면 찰나에 불과한 짧은 시간에 전력을 끌어낸 김현우의 모습에 ‘형체 없는 자’는 검은 연기로 찢어질 듯한 미소를 만들어내곤 입을 열었다.
“멋지군!”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눈빛과 동시에 올라가 있는 입꼬리.
김현우는 망설임 없이 달려들었다.
쾅!
지반을 박참과 동시에 따라오는 폭음소리.
그의 몸이 눈 깜짝할 사이에 정면으로 다가오는 검은 기운을 회피하고, 그 뒤에 서 있는 형체 없는 자를 향해 달려 나간다.
그 찰나의 시간.
형체 없는 자는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몸에서 검은 기운을 꺼내 김현우의 정면을 향해 쏘아 보냈으나-
“호오?”
-그가 정면을 향해 검은 기운을 쏘아 보낸 순간, 김현우의 신형은 이미 그의 뒤를 점하고 있었다.
“흡!”
힘껏 발을 휘두르는 김현우.
꽈아앙!
김현우가 휘두른 발은 정확히 그의 등을 때렸고, 그의 몸은 마치 포탄처럼 쏘아져나가 넓은 공동의 벽 구석에 처박혔다.
꽝!
그의 몸이 벽 구석에 처박힘과 동시에 나는 또 한번의 폭음소리.
김현우는 곧바로 그의 몸이 처박힌 곳으로 달려 나가며 다음 공격을 준비했으나 공동의 벽이 무너지며 생긴 연기 사이로 검은 기운이 튀어나와 김현우를 막기 시작했다.
그 찰나에 드는 짧은 시간.
‘어떻게 할까?’
그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이 사라졌다가 떠오른다.
그냥 돌파해서 끝장을 내는 게 좋을까?
그게 아니면 다시 그가 빠져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조금 전처럼 빈틈을 노려서 공격할까?
생각하는 와중에도 무척이나 빠르게 확산하는 검은 기운.
그는 얼마 있지 않아 답을 정했다.
‘돌파한다.’
검은 기운을 돌파하기로.
물론 김현우조차도 저 검은 기운에 닿으면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게 김현우는 설계자에 대한 정보를 단 하나도 제대로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어차피 부딪혀야 한다.’
그래도 김현우는 바로 자신의 지척까지 다가온 검은 기운을 보며 그런 결정을 내렸다.
어차피 지금 이 상태로 검은 기운을 피해 다니기만 해선 절대로 그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잘 파악하고 있었다.
‘게다가-‘
김현우는 이미 처음 설계자와 싸움을 시작할 때부터 모든 전력을 꺼냈다.
예전처럼 상대가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가늠해 보지도 않았다.
애초에 그동안 만났던 적과 자신의 앞에 있는 설계자는 엄연히 달랐으니까.
지금까지 만났던 다른 등반자나 정복자는 아무리 강하더라도 분명 최소한의 정보를 들을 수는 있었다.
허나 눈앞의 설계자는?
아니었다.
그는 모든 것이 불명이었다.
게다가-
‘저쪽은 이미 내 정보를 알고 있다.’
설계자가 말하는 것을 들어봤을 때, 그리고 그동안 그가 해온 행적들을 생각해 봤을 때 그는 자신에 대한 정보를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김현우는 설계자의 수를 가늠해 볼 생각도 없이 초반부터 자신의 전력을 쏟아내기로 마음먹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차피 정보전을 하는 것은 자신의 체력만을 깎아먹는 지극히 불합리한 일이었으니까.
“흡!”
검은 기운 앞에서 잠시나마 느려지나 싶었던 김현우의 몸이 또 한번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고, 그 순간 그의 몸이 활처럼 휘며 검은 기운을 뚫었다.
그와 동시에 보이는 것은 처박힌 벽에서 일어나 자신을 마주보고 있는 설계자의 모습.
김현우는 망설임 없이 그에게로 다가가 주먹을 휘둘렀다.
꽈아아앙-!
그와 함께 들리는 폭음.
그는 자신이 처박혔던 벽 안에 다시 한번 처박혔고, 김현우는 무방비한 그를 향해 연속에서 공격을 박아 넣기 시작했다.
왼손이 그의 머리를 후려치고-
꽈앙!
오른 무릎으로 그의 배를 찍어 올린다.
꽈아앙!
오른손으로 앞으로 쏠린 그의 턱을 후려치고, 빠아아아악!
왼발로 그의 심장을 찍어 눌렀다.
꽈아아앙
그 이외에도 김현우의 손발에서는 끊임없이 공격이 터져 나온다.
꽝! 꽝! 꽝! 꽝!
고작 몇 초나 될까 싶은 그 찰나의 사이에 설계자에게 꽂힌 공격은 족히 수십 번을 가볍게 넘어섰고, -콰가가가가가각!!!
김현우가 뚫고 나왔던 검은 기운이 다시금 모여들어 그의 지척으로 향했을 때 이미 김현우가 설계자에게 가한 공격의 횟수는 가볍게 수백 번을 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검은 기운이 마치 김현우를 포위하듯 둘러싸기 시작했을 때.
김현우는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그 찰나의 순간에 들어왔다.
모든 것이 거의 멈춘 것처럼 느껴지는 세계.
김현우에게로 다가오고 있던 검은 기운은 마치 그 상태에서 멈춘 것처럼 아주 느릿하게 범위를 좁혀오고 있었고.
그에게 수백 번에 달하는 공격을 맨몸으로 후드려 맞은 설계자는 벽에 처박혀 고개를 아래로 처박고 있었다.
그리고 김현우는 그런 설계자에게 자신의 마지막 일격을 준비했다.
키이이이잉-!
그의 몸에 마치 엔진이 돌 듯 기묘한 소리가 나며 새하얀 마력이 사방으로 뿜어진다.
그와 함께 보이는 것은 소름 끼칠 정도로 새하얀 연꽃.
김현우의 뒤로 생긴 연꽃은, 그 순간이 마치 찰나라는 것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인지 그야말로 순식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개화했고.
“후-”
동시에, 김현우의 등 뒤에는 새하얀 네 개의 팔이 나타났다.
마치 신화에 등장하는 아수라처럼 김현우의 등 뒤에 자라난 네 개의 팔은 그 찰나의 순간 속에서도 새하얗게 빛나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고.
“-읍!”
김현우의 주변에 만들어진 네 개의 팔은 이내 그가 크게 휘두르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왼팔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수라(修羅)-
김현우는 마침내 주먹을 내질렀다.
-무화격(武和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