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23
323화. 이 탑주들 실화냐? (1)
하얀 공간 속에서 그는 입을 열었다.
“정령과 천사가 손을 잡았다……라.”
“그렇습니다.”
헤르메스의 긍정에 남자는 허공을 가만히 응시하고는 입을 열었다.
“애매하군. 두 곳만 연합을 했다라…….”
툭. 툭.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책상을 손가락으로 툭툭 치는 남자.
헤르메스는 언제나 그렇듯 남자가 입을 열 때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그가 말하기를 기다렸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
“그렇다면 놔두도록 하지.”
“……놔두시겠습니까?”
헤르메스의 되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남자는 이야기했다.
“어차피 세 파벌이 전부 연합을 한 것만 아니라면야 굳이 우리가 나설 필요는 없지. 우리가 굳이 탑주들을 수정해야 할 일이 오지 않는다면 어디까지나 탑주들에게 있어서 우리는 비즈니스 관계 정도로만 인식되는 게 좋아.”
“그건 저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만.”
“뭐 그와는 별개로 51번 탑주는 나름대로 처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러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말하지 않았나. ‘우선은’ 지켜만 보도록 하지.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움직이면 아무래도 다른 탑주들에게 경각심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
게다가-
“어차피 탑주들이 연합한 시점에서 제대로 처리를 하지 못했을 때가 돼서야 우리가 나서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군. 여기서 51번 탑주가 기껏 만들어 놓은 이 상태를 완전히 부숴 버리는 짓만 또 안 한다면 말이야.”
남자의 말에 헤르메스는 대답하는 것 대신 고개를 숙였고, 한동안의 침묵 뒤에 이야기는 다시 시작되었다.
“그래서, 데블랑이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찾아보았나?”
“예. 저번에 말씀하셨던 대로 데블랑에 대해 조금 더 조사를 해 봤습니다.”
“누구인지 알아냈나?”
“정확히 그 이름을 사용한 게 누구인지는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만, 대충 짐작이 가는 내용이 있습니다.”
“……대충 짐작 가는 내용?”
“예.”
“뭐지?”
헤르메스는 자신이 조사해 온 것에 대해 남자에게 보고하기 시작했고, 한동안 그 보고를 듣고 있던 남자는 이내 눈살을 찌푸리며 이야기했다.
“……정말인가?”
“아직 정확히는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이것도 어디까지나 제 추론이라기보다는 ‘고서장’의 추론이기도 합니다.”
헤르메스가 이야기하자 남자는 중얼거렸다.
“데블랑…… 데블랑이라…….”
몇 번이고 그 이름을 중얼거린 남자는-.
츠츳-
“!”
순간 섬뜩한 마력을 발산했다.
그 앞에 서 있던 헤르메스가 숨을 삼킬 정도로 섬뜩한 마력은 그들이 앉아 있는 방을 넘어 순식간에 새하얀 공간 전체로 퍼져 나가며 그 하얀 공간에 있는 관저를 울렸다.
그야말로 압도적이라는 말 하나로 설명할 수 있는 섬뜩한 마력.
그 상태에서 남자는 입을 열었다.
“그 데블랑이라는 자가 정말 네가 말한 대로 ‘그 녀석’과 관련되어 있을 확률이 있다는 말이지?”
“화……확실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확률은 있다고 들었습니다.”
억지로 숨을 내뱉으며 말하는 헤르메스.
분명 마력을 발산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온몸을 비틀어 버리는 듯한 고통이 느껴지는 것에 헤르메스는 인상을 찌푸렸고.
그렇기에 헤르메스는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남자가 마력을 다시 회수한 것에 대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 또 한번의 침묵이 도래한 방 안.
“…….”
헤르메스가 조금 전 주변을 금방이라도 먹어치울 듯 움직였던 남자의 마력을 떠올리며 식은땀을 흘릴 때 그는 말했다.
“조금 더 확실한 정보를 알아 오도록.”
“……예?”
“확실한 정보 말이야. 너도 알고 있겠지? 만약 정말로 그 녀석의 잔재가 아직 이곳에 남아 있다면 반드시 없애야 한다.”
남자의 말에 헤르메스는 고개를 숙였다.
“……그 부분은 확실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확실한 정보를 조사해 오도록, 솔직히 마음만 같아서는 그 녀석과 관련될 가능성만 있다고 생각하면 51번 탑주고 뭐고 전부 날려 버리고 싶다만.”
쯧.
“기껏 만들어 둔 지금의 시스템을 저번에 만들었던 ‘양식장’처럼 박살을 내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지. 이번에도 저번처럼 그 녀석의 잔재가 나타났다고 다짜고짜 날려 버렸다가는 목표하는 일이 점점 뒤로 밀릴 테니까 말이야.”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이내 짧게 혀를 찼고, 헤르메스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숙이며 이야기했다.
“꼭 말씀하신 대로 추가적인 정보를 모아 오겠습니다.”
헤르메스의 말에 남자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했고.
“……아직도 남아 있을 줄이야. 끈질기군.”
남자는 여태껏 볼 수 없었던 표정으로 중얼거리며 책상 서랍을 열어 하나의 돌을 꺼냈다.
“…….”
그것은 바로 헤르메스가 51번 탑주에게 ‘비용’으로 받아 온 물건.
남자는 그 돌을 자신의 손 위에 굴리며 바라봤다.
‘……아무리 마력을 집어넣어 봐도 그 녀석의 잔재는 아예 느끼지 못했다. 아니, 잔재는커녕 이건 51번 탑에서 만들어진 게 명확한 업이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돌멩이를 몇 번 굴리곤.
“이상하군…… 이상해.”
이내 그렇게 중얼거리곤 눈을 감았다.
xxxx
51번 탑의 최상층.
김현우는 주변의 모든 것이 천천히 멈춰 나가기 시작하는 ‘찰나’가 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뒤 곧바로 입을 열었다.
“눈동자냐?”
[정답.]
김현우의 말에 곧바로 그의 앞에 나타난 검은 동공의 눈동자는 눈꼬리를 기묘하게 치켜뜨면서 이야기했다.
[내가 오는지 용케 알았네?]
“몇 번이나 만났는데? 이제 네가 올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쯤은 체크하고 있지.”
김현우의 말에 눈동자는 묘하게 다시 봤다는 표정으로 김현우를 바라봤고, 그는 그런 눈동자를 보며 이야기했다.
“그보다 마침 잘됐네. 물어볼 것도 좀 있었는데.”
[물어볼 거? 우연이네, 나도 너한테 물어볼 게 좀 생겨서 온 거였는데.]
“나한테 물어볼 거?”
[응. 듣기로는 너를 죽이려고 탑주들이 연합했다면서?]
“왠지 알고 있을 것 같기는 했는데 진짜로 알고 있네?”
김현우의 물음에 눈꼬리를 살살 흘리는 눈동자.
[당연하지, 나도 내 나름대로 정보책이 있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진짜야?]
“사실이야. 뭐, 그래도 세 파벌이 전부 연합을 한 게 아니라 천사랑 정령 쪽만 연합한 것 같지만 말이야.”
[응? 천사랑 정령 쪽만? 악마 쪽은 아니고?]
눈동자의 물음에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엉, 내가 회의가 끝날 때까지 있었는데 악마 쪽은 나를 소멸시키는 데 참가하지는 않았어.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됐다고 해야 하나?”
[도움이 되는 존재?]
“그래, 아무래도 그쪽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이걸로 질문은 끝이야?”
[응? ……뭐, 그렇긴 한데. 애초에 내가 나타난 건 그걸 물어보기 위해서였으니까 말이야. 그나저나 두 파벌이면 걱정할 필요도 없겠네?]
“세 파벌이면 걱정하고?”
[그렇지. 만약 두 개 파벌이 아니라 세 개 파벌이 전부 움직이면 관리 기관도 너를 처리하려고 움직였을 테니까 문제가 조금 있지.]
“응?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관리 기관이 왜 움직여?”
[그거야 당연히 관리 기관에서는 세 개로 나누어진 파벌이 다시 뭉치는 것을 원치 않아 하니까?]
눈동자의 말에 순간 김현우는 뇌정지가 온 것처럼 멍하니 서 있다가 이내 복잡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니, 그 새끼들은 도대체 뭔데 그렇게 구조가 복잡해? 도대체 뭘 기준으로 하고 움직이는 건데?”
김현우가 인상을 찌푸리자 눈동자는 이야기했다.
[별거 없어. 그 녀석들은 그저 자기들이 만들어 놓은 안정적인 공급처가 파괴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거지.]
“……공급처가 파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그래,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 주고 싶긴 한데 아마 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내가 다시 눈을 감기 전까지는 이 이야기를 계속해야 할 것 같거든, 그러니 우선 네가 하고 싶은 말부터 해 봐.]
눈동자의 말에 김현우는 곧 자신이 물어봐야 할 것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입을 열었다.
“33번 탑에 가는 법 좀 알려 줘.”
[33번 탑?]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아까 말했지? 악마 쪽에 볼 만한 사람이 있다고 말이야. 근데 막상 가려니 각 탑에서 탑으로 어떻게 이동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그의 말에 눈동자는 눈꼬리를 슬쩍 위아래로 움직이고는 이내 대답했다.
[확실히, 너는 아직 제대로 ‘본 적’은 없으니까. 게다가 기본적으로 마법은 쓸 생각도 안 해 본 것 같고 말이야.]
“그렇지, 저번에 들어보니까 마법 한번 쓰려면 머리 엄청나게 굴려야겠더구만?”
김현우는 손사래를 치며 얼굴을 찡그렸다.
“나는 절대 못 하지.”
그런 김현우의 표정에 재미있다는 듯 눈웃음을 지은 눈동자.
[그렇다면야 이번에 한해서는 내가 33번 탑으로 보내 줄 수도 있어.]
“그래? 그건 또 좋은 소리네.”
[뭐, 그렇다고 해서 내가 완전히 도와줄 수는 없어, 전에도 말했듯이 우리는 관리 기관 쪽에 모습을 들키면 안 되니까 말이야.]
“그럼 어떻게 보내 준다는 건데?”
[이렇게.]
눈동자는 그 말과 함께 김현우의 앞에 무엇인가를 떨어뜨렸다.
“……이건?”
그것은 바로 푸른색의 수정이었다.
[거기에 마력을 집어넣으면 33번 탑으로 이동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로 그 수정에 마력을 집어넣으면 돼.]
-뭐, 갈 때 올 때 한 번씩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1회용이기는 해도 말이야.
눈동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금세 피곤해졌다는 말투로 이야기했다.
[역시 이야기 안 듣기를 잘했네. 이야기를 일일이 다 들었으면 도움을 못 줄 수도 있었겠어.]
그렇게 말하며 눈을 감기 시작하는 눈동자.
“뭐야 이번에도 벌써 가는 거?”
[아직도 눈치 못 챘어? 나는 여기에 마력을 사용해서 잠깐 현현한 거라구. 네게 그 수정을 넘겨주느라 마력을 사용했으니 조금 쉬어야 해.]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절대로 관리 기관의 이목을 끌지 마. 아마 지금 이번 일로 더 관심이 끌렸을 테니까.]
눈동자는 그 말과 함께 이내 김현우의 말을 들을 것도 없다는 듯 눈을 감아 버렸고.
이내 눈동자가 눈을 감음과 동시에 김현우는 자신이 찰나에서 빠져나온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에 김현우는 괜스레 머리를 긁적이고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푸른 수정을 한번 바라보고는 이내 시선을 돌려 이제 막 회의를 시작한 이들을 바라봤다.
죽상을 지으며 입을 열고 있는 지크프리트와, 그의 정보를 빠짐없이 챙기는 열심히 손을 놀리고 있는 아브와 노아흐.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김현우는 이내 시선을 돌려 푸른 수정을 바라보았고, 이내 눈동자의 말을 떠 올리고는 그 안에 마력을 집어넣었다.
우우웅-.
마력을 집어넣자마자 순식간에 발광하기 시작하는 수정.
김현우는 그 상태에서 멈추지 않고 마력을 밀어 넣었고, 곧 얼마 지나지 않아 김현우는 자신의 눈앞에 새하얀 빛으로 감싸이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야?”
김현우는 33번 탑의 최상층.
다른 탑주들에게는 ‘지옥’이라고 불리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