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408
408화. 딱 기다려라 (3)
51번 탑의 최상층.
“확실히 그것도 그렇네.”
김현우는 아브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쪽은 관리기관으로 통하는 좌표를 모르고 있어…….’
그가 고민하고 있던 것은 그것.
이미 목표는 세워졌다.
애초에 당장 노네임이 9계층을 없애 버릴 위협만 사라지면 9계층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허나 문제는 바로 관리기관으로 통하는 좌표.
‘생각해 보면 내가 관리기관에 갔을 때도.’
김현우는 결국 스스로 의도해서 관리기관에 간 것이 아니라 데블랑의 동료인 베드로가 배신을 때리고 자신을 그곳으로 보냈기에 관리기관 안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었다.
한 마디로 김현우는 지금 당장 관리기관에 있는 노네임을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티르, 혹시 아는 거 없어?”
김현우의 질문.
그러나 티르는 고개를 저으며 이야기했다.
“나도 관리기관의 존재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그 위치까지는 모르는군,”
“……루시퍼가 알고 있을 확률은?”
“물어보고 와도 상관없다만, 아마 그녀도 관리기관의 위치를 알고 있지는 못할 거다. 애초에 내가 알기로 관리기관의 위치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그를 제외하고는 헤르메스뿐일 테니.”
“거 더럽게 조심스러운 놈이네.”
짧게 짜증을 내비치는 김현우.
그렇게 그가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자 이번에는 조금 전까지 조용히 있던 아브가 입을 열었다.
“혹시 정령 파벌이나 천사 파벌은 알고 있지 않을까요?”
“? 걔들이?”
“네. 생각해 보면 정령 파벌이랑 천사 파벌은 51번 탑의 잔재를 없애 버리라는 명령을 듣고 그에게 선물을 받았잖아요?”
“……그렇지?”
야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렇다.
“그리고 저희는 그들이 받은 선물을 빼앗아서 가디언을 살린 거고요.”
“그런데?”
“만약 그렇다면 그쪽에서는 결국 명령을 받고 선물을 받은 입장이니 노네임과 통하는 통신 수단 같은 게 있지 않을까요? 포탈 같은 건 잘 모르겠지만요…….”
아브의 말에 김현우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그럼 루시퍼도 알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 구나?”
생각해 보면 루시퍼는 내가 죽기 전에 뒤지게 패고 데려왔으니 애초에 노네임과 만난 적도 없었을 것이었다.
“착각했네.”
눈동자의 경험에 너무 오랜 시간을 머물러서 그런 것인지 온 기억의 혼선을 정리한 김현우는 생각을 정리하고는 대답했다.
“확실히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이야기기는 하네.”
확실히 아브의 말에 꽤 신빙성이 있었다.
그들에게 명령을 내려놓고 통신수단 하나 없는 것은 말이 되지 않으니까.
게다가 어차피 노네임이 세계를 재창조 할 생각이라면 더 이상 지금까지처럼 자신의 위치를 숨길 필요도 없으니 어쩌면 관리기관의 좌표를 알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흐음.”
거기까지 생각을 끝낸 김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우선 정령 파벌 쪽으로 가보는 걸로 할까.”
“바로 준비할까요?”
입을 여는 아브.
그러나 김현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지금은 아니야?”
“……바로 가는 거 아니었어요?”
“뭐, 나도 사실 바로 가고 싶기는 한데, 아직 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할 일?”
아브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김현우는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애들이 고생 중이라며? 조금이라도 도와줘야 하지 않겠어?”
xxxx
“씹, 너무 많아!”
“야! 거기 뚫린다! 뚫린다고 이 새끼야! 제대로 안 막아!?”
“전열 탱커들은 뒤로 빠져서 정비해! 후열 이제 진입한다! 여기 중심지 한복판이야! 몬스터들 터져 나오면 다 좆되는 거라고!”
5일 전 하남 쪽에 나타난 S급 던전 ‘부패 오물’의 입구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음 소리.
그 앞에서-
촤아아아악!
자신에게 달려들던 몬스터들을 끊임없이 베어내던 김시현은 이내 후열에 있던 탱커들이 앞으로 달려오는 것을 느끼며 서서히 몸을 뒤로 빼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은 슬슬 몸을 뒤로 빼는 김시현을 잡아두기 위해 끊임없이 달려들었으나, 그의 검은 몬스터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다.
한번 검을 휘두를 때마다 하나씩 죽어 나가는 몬스터들.
그렇게 몇 마리의 몬스터를 베어냈을까?
“허억- 허억-.”
김시현은 어느새 자신이 후방으로 빠졌다는 것을 깨닫고는 거친 숨을 내뱉으며 제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너무…… 많아.’
그 뒤로 자연스레 밀려오는 생각.
김시현은 이를 악물었다.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되고 나서 몬스터가 많지 않은 적은 없었다.
허나 그렇다고 해도 지금 이 숫자는 김시현이 평소에 감당하는 것보다도 훨씬 많았다.
“허억…… 허억”
턱 끝까지 숨이 차오를 정도로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음에도 불구하고 몬스터 웨이브는 끝날 기미도 보이지 않고 계속해서 몰려들고 있었다.
물론 지금 이곳의 몬스터 웨이브가 끝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이곳의 몬스터 웨이브가 끝나면, 지금 이곳에서 몬스터 웨이브를 막고 있는 헌터들은 최소한의 병력을 빼고는 전부 다른 몬스터 웨이브가 터지고 있는 곳으로 이동해야 하니까.
‘지친다…….’
김시현은 비틀거리며 일어나면서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 흘렸다.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의지로 버텨왔으나 아무리 생각에도 조금만 더 있으면 한계가 몰려올 것 같았다.
그것은 자신뿐만이 아니라 다른 헌터들도 마찬가지.
그들도 당장 열심히 싸우고 있기는 했으나 헌터들의 얼굴에는 짙은 수심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어차피 이렇게 막아봤자 다른 곳에 또 다른 웨이브가 일어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얼굴들.
김시현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이를 악물고 있자.
“길드장님!”
저 멀리서 한명의 헌터가 김시현을 향해 뛰어오는 것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 헌터가 김시현의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가 길드 소속의 통신 헌터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김시현은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그가 자신에게 뛰어올 일은 지금 상황에서는 단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다른 구역이 뚫린 건가.’
김시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순식간에 지금 있는 병력들을 어떻게 분산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고.
그러는 동안 통신 헌터는 김시현의 앞에 다가왔다.
“길드장님!”
“……?”
헌데- 헌터의 표정이 김시현이 예상한 것과는 조금 달랐다.
물론 자신과 마찬가지로 며칠간 격무에 시달렸기에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맞았으나, 그 얼굴에는 숨기지 못한 기쁨이 떠올라 있었다.
“왔어요!”
그 모습에 김시현이 이상함을 감지하고 있을 때 불현듯 입을 연 헌터.
“누가……?”
그에 김시현은 물었고.
“김현우 헌터가 왔어요!”
“……!”
이내 헌터의 말에 김시현은 저도 모르게 두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꽈아아아앙!
김시현은 자신의 뒤쪽에 들리는 거대한 굉음에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
순간적이지만 땅을 흔들리게 할 정도로 엄청난 파괴력에 주변의 콘크리트가 마구잡이로 박살 나는 게 눈에 보인다.
“무! 물러나!”
당황스러워 하며 뒤로 물러나는 헌터들.
허나 김시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부서진 콘크리트와 사방으로 날아다니는 몬스터의 시체.
그 가운데에.
“김시현, 잘 있었냐?”
“……형!”
평소와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김현우가, 김시현을 바라보며 웃음 짓고 있었다.
xxxx
하남에 위치한 장원.
“……서방님 그렇게 마력을 전부 소모해도 되는 겁니까?”
미령의 걱정스러운 말투에 김현우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아. 애초에 내가 그곳에서 배운 건 마력으로 싸우는 법이 아니니까.”
실제로 김현우는 눈동자에게 마력을 이용한 싸움 방법은 단 하나도 배우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배우지 못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지 않았다는 표현이 정확하겠지.
‘그 녀석은 마력을 사용한다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놈이 아니니까.’
오히려 마력을 자기 멋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녀석이기에 마력을 사용해봤자 그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대충 500명인가.”
김현우는 분신을 만드는데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마력을 사용해 버렸다.
처음 비교할 때와는 다르게 텅텅 비어 있는 자신의 마력.
조금 공허한 느낌이 들기는 했으나 어차피 지금 자신이 사용한 마력은 노네임과의 싸움에서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걸 김현우는 알고 있었다.
‘그냥 들고 갔다면 저번처럼 손짓 한 방에 마력이 사라졌겠지.’
그리고 그럴 바에는 당장 9계층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훨씬 더 옳은 사용법이었다.
“다른 애들도 전부 몬스터 웨이브를 막으러 간 거야?”
김현우의 물음에 이번에는 하나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예. 맞아요. 다만 청룡은 다른 곳에 가 있어요.”
“다른 곳? 어디?”
“‘지상’에요.”
“……지상?”
김현우는 그 의미를 생각하다 이내 하나린이 말한 지상이 어디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탑 아래를 말하는 거지?”
“예. 청룡은 몬스터 웨이브를 막을 만한 이들을 데려오겠다고 하며 내려갔기에 현재는 9계층에 있지 않아요.”
하나린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김현우는 잠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원래라면 손오공과 야차, 청룡까지 전부 데려갈 생각이었는데.’
김현우가 이곳에 와서 마력을 전부 쓴 이유는 9계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도 있었으나, 또 다른 생각으로는 모든 전력을 데리고 가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물론 미령이나 하나린은 가진 무력이 그렇게 크지 않지만 청룡과 손오공, 그리고 야차를 포함한 다른 이들을 데려간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사태가 심각하네.’
내려와서 본 9계층의 모습은 김현우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물론 그들이 과소평가해서 말해줬다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실물을 보니 김현우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했다.
그리고 만약 이 상태에서 최고 전력을 뺐다가는…….
‘정말로 무너질 수도 있나.’
“흠…….”
물론 김현우의 분신이 그들의 자리를 대신하겠지만 그래도 전력이 빠지는 것은 빠지는 것이었다.
‘게다가 청룡이 언제 녀석들을 불러올지도 모르는 일이고…….’
확실히 청룡이 칠대성을 포함한 도움을 줄 만한 이들을 데려온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겠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그때까지 기다리기에는 여건이 좋지 않았다.
결국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
그러나 그 선택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혼자 가야겠어.’
생각해 보면 야차나 손오공, 그리고 청룡은 강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마력을 사용한다.
한 마디로 전력 자체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었다.
‘뭐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하지만 그것보다는 9계층을 지키는 게 훨씬 나을 것 같았다.
김현우가 결국 힘겨운 싸움 끝에 노네임을 처리한다고 해도 9계층이 터져 버리면 그의 노력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 되어버리니까.
그렇기에 김현우는 그렇게 생각을 결정하고는 이내 미령과 하나린을 한번 바라보곤-
“그럼, 나는 다시 올라가 볼게.”
그렇게 말한 뒤, 망설임 없이 구슬을 이용해 탑의 최상층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준비는 끝났어?”
“네. 말씀만 하시면 바로 정령 쪽으로 통하는 포탈을 열 수 있어요.”
김현우는 곧바로 정령 파벌 쪽으로 넘어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