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ood Knight's Villains RAW novel - Chapter (485)
나의 악당들 485화
66. 은왕자(40)
일대가 걷잡을 수 없는 혼란 속에 빠져드는 중에도 울카르 왕자는 정 확한 판단을 내렸다.
그를 포함한 다섯 기수는 증기를 뿜어대는 고랑과 못을 재빨리 우회 했다. 목표는 어인족 주술사들이 도 사린 인공 호수였다.
기이잉-
묵직한 쇳소리. 왕자가 ‘보레앗쿰’ 의 시위를 당기자 빛의 화살이 차올 랐다. ‘퉁/: 경쾌한 소리가 이어지고 주술을 부리는 아귀어인, ‘앵글러’ 하나가 수면 위로 떠올라 피를 뿌렸 다.
“Argdah toviargh-!”
주술사들의 호위로 보이는 그루퍼 들 중, 온몸에 연녹색 갑각을 붙인 놈이 울카르 왕자를 가리키며 택 소 리를 질렀다. 인공 호수를 헤엄치던 수십 마리의 그루퍼들에서 한 덩어 리가 떨어져 나와 경사를 타고 올랐 다.
“Siruhan dupantargh!”
흰동가리 어인들은 표정 대신 자위 의 구분이 없는 눈깔로 동요를 내보 였다. 개중 하나가 발작적으로 주문 을 외자, 다른 크라운 서넛도 동조 하듯 마나를 짜내었다. 아름답게 너 울지던 머리카락이 바싹 마를 만큼 힘을 쏟은 끝에 인공 호수의 기슭에 서 맹렬한 포말이 일었다.
크웨에엑!
물거품에서 솟아난 것은 파충류의 대가리에, 게의 그것을 닮은 다리가 네 개나 달린 바다뱀이었다. 그 거 대하고 혐오스러운 괴물은 인공 호 수 주변을 얼쩡거리는 기수들을 발 견하곤 곧장 몸을 내던졌다.
“주께 영광을-”
다섯 기수 중 하나가 단호한 고함 과 함께 앞으로 튀어 나갔다. 백색 서코트를 두른 판금갑옷에 풀헬름을 눌러쓴 성기사, 테오도라 공녀였다.
“적에게 죽음을!”
양손에 커다란 연방패와 2.5미터도 넘는 기창을 나눠 쥔 테오도라는, 온갖 신성한 권능을 둘러 색색의 빛 을 뿜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꼬리처럼 길게 이어지 는 주홍빛 광채였다.
“나에게는, 오직 명예만을!”
백마 ‘브라이트미어’와 한 몸이 되 어 돌격하는 테오도라는, 얼핏 대기 권을 가르는 미사일처럼 보였다. 그 ‘영광의 돌진’은 위력 역시 무시무 시했다.
꽈앙-!
주홍빛을 머금은 창날이 바다뱀의 몸통을 꿰뚫었다. 아니, 터뜨렸다. 장정 두엇이 한껏 팔을 벌려도 안기 어려울 만큼 두꺼운 몸통이 폭발하 듯 쪼개져 사방으로 피와 비늘, 살 점을 쏟아낸 것이다.
“Kerarrh!”
“Toviargh-!”
거대한 바다뱀이 단숨에 두 동강 나 펄떡거렸지만, 뒤따르던 그루퍼 들은 겁을 먹는 대신 여전한 용맹을 뽐내며 뭍으로 뛰어올랐다.
“이, 부정한 자의 하수인들아!”
테오도라 공녀는 빛나는 투지로 그 들을 맞이했다. 창대가 여러 갈래로 쪼개진 기창을 내던진 그녀는 자신 이 몸소 축성한 장검을 뽑아 들었 다. 검신은 순식간에 황금빛에 물들 었다. 테오도라는 연방패를 건 왼손 으로 고삐를 채며 ‘신성한 칼날’을 휘둘렀다.
쓰적!
막 덤벼들던 그루퍼는 아가미 아래 가 크게 갈라져 나자빠졌다.
성기사의 영리한 백마는 놈이 쓰러 지자마자 잽싸게 옆걸음을 쳤고, 사 납게 휘둘러진 뼈 작살과 녹슨 칼날 들이 뒤를 따르다 허공을 갈랐다.
테오도라는 브라이트미어가 본능적 으로 움직이는 동안 칼과 방패를 휘 둘렀다. 신성한 칼날이 그루퍼들을 연달아 베어 넘겼다. 방패의 밑날이 그들의 머리를 터뜨렸고, 백마의 말 발굽이 그들의 허리를 부러뜨렸다. 공녀가 뭍에 오르려는 농어인간들 을 쳐부수는 사이, 울카르 왕자와 두 기사는 헤엄치는 주술사들에게 연달아 화살을 쏘았다. 왕자야 부연 할 필요가 없는 활의 달인이고, 지 젤라 경과 휠테르 경 역시 엘리트 기사답게 검창궁기(劍槍弓휴)에 모 두 능했다.
호수에서 헤엄치던 크라운과 앵글 러들이 주술로 반격을 가할 때면 기 수들은 재빨리 말을 몰아 회피하거 나 마스터 에포즈의 주문으로 방어 했다.
“Aghrrr!”
‘열기의 샘’은 진즉 잦아들었으므 로 증기 역시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 다. 덕분에 고랑에서 허우적대던 바 다거인들 대다수는 닭 쫓던 개처럼 나와 아탈란테를 멍청히 올려다보는 신세였는데, 개중 한 놈은 왕자 쪽 에 시선이 끌려 성큼성큼 달려가고 있었다.
“아탈란테, 저 쪽!”
“저쪽, 뭐? 던져 달라고?”
“어, 일단 쫓아가!”
전에도 느꼈지만, 아탈란테의 부유 는 그리 민첩한 편이 못 되었다. 상 승과 하강은 꽤 빠른데 비해 수평으 로 비행하는 건 굼뜬 편이다.
우리가 허공에서 꾸물대는 동안, 한참 시위를 당기던 휠테르 경이 돌 진해오는 바다거인을 발견하고 눈을 빛내었다.
“전하, 잠시 이탈하겠습니다!”
왕자가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활을 내팽개치며 고삐를 쳤다. 면갑을 내리고 안장에 걸려 있던 창 을 꺼내 쥔 채 내달렸다.
“Zigh, hu-m!”
구부정한 자세로 달리던 바다거인 이 집채만 한 손바닥으로 땅을 쓸었 다.
“하!”
휠테르 경의 구령에 답하듯, 그의 전투마는 방향을 조금 틀며 가속했 다. 그리고 힘차게 도약해 거인의 팔뚝을 타 넘었다.
샤가각!
허공에서 기창이 춤을 추었다. 어 찌 된 조화인지, 안장에 걸려 있을 때보다 곱절은 길어진 창은 반달 모 양의 날을 번뜩이며 주변을 난도질 했다. 인마를 놓친 바다거인의 손목 에도 세 줄기 상흔이 깊이 새겨졌 다.
“끄웍, 거인이 몸을 굳힌 사이 휠테르 경 은 바람처럼 달려 두꺼운 다리 사이 를 지나쳤다. 그의 기창은 바람개비 처럼 휘돌더니 강철의 원을 완성했 고, 바다거인의 양 다리에 무수한 빗금을 그었다.
“으-하!”
휠테르 경은 들뜬 기합을 뱉으며 마구 창을 휘둘렀다. 냉정하고 이지 적인 평소의 인상으로는 떠올리기 어려운 모습이지만, 완성된 형상은 ‘화가’라는 별명에 더없이 어울리는 것이었다.
“Gruk, georogh. ” 온 하반신에 크고 작은 상혼을 새 겨 마치 빨간 바지를 입은 것 같은 몰골로, 바다거인이 크게 비틀거렸 다.
휠테르 경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반전해 달려들었고, 기창을 거칠게 휘둘렀다. 반달 모양 창날이 오금을 깊이 도려내어 뼈를 부수었다.
쿠옹/
마침내 거인은 앞으로 넘어지며 양 손으로 땅을 짚었다. 고통에 경련하 는 놈을 보며 휠테르 경은 홍소를 터뜨렸다. 그러다 뚝 웃음을 그치더 니, 바람 같은 기마돌격에 이은 참 격으로 놈의 울대를 깊이 쪼개버렸 다.
설명은 길었지만, 바다거인이 들판 에 몸을 뉘기까지는 채 30초도 걸 리지 않았다. 아탈란테는 뻘쭘한 기 색으로 물었다.
“어쩔래?”
“뭉치는 어딨어?”
“몰라. 별다른 말도 없이 뛰어내리 더니 사라졌어.”
“좋아. 이만 내려줘.”
그녀는 뒤에서 들려오는 굉음에 고 개를 돌렸고, 들판을 달리는 바다거 인들과 소수의 그루퍼 무리를 발견 했다.
고랑과 그 근처에 있던 놈들이 휠 테르 경 발아래 쓰러진 동료를 발견 하고 공격을 감행하는 것이다. 코끼 리보다 족히 세 배는 커다란 덩치들 이 선두로 달리는 통에 땅거죽이 뒤 집힐 듯 요란하다.
“저놈들 상대하려고?”
“이쪽은 네가 맡아. 휠테르 경과 힘을 합치면 그리 어렵지 않을 거 야.”
“그럼 넌?”
“뭉치 따라가야지.”
“라넌을?”
나는 대답을 하는 대신 크게 손휘 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어느 나무등 치 아래 숨어 있던 바이콘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탈란테가 충분히 고도 를 낮춰준 덕에 착지하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야, 빨리 와!”
내 고함을 이해했는지, 바이콘은 콧김을 뿜으며 가속했다. 그렇게 달 려온 놈은, 고삐를 낚아채기 위해 내민 손을 냅다 깨물어버렸다.
콰직!
“악, 씹- 이 미친 놈이,”
이 덩치 큰 마수는 날카로운 송곳 니와 무시무시한 치악력을 자랑했 다. ‘사왕의 비늘수갑’으로 손을 감 싸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손이 뜯겨 나갈 뻔했다.
격통에 열이 뻗쳤지만 바이콘과 씨 름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난 놈의 콧잔등을 한차례 후려친 다 음 고삐를 거칠게 잡아당기며 단숨 에 올라탔다.
크릉, 키히힝!
“이 개새끼가- 얌전히 굴어, 뿔 뽑 아버리기 전에!”
바이콘은 머리통을 세 번이나 쥐어 박힌 다음에야 성질을 죽였다. 나는 놈의 목덜미에 손바닥을 붙이고 피 와 온기를 불어넣었다.
“그래, 착하지-”
크르릉.
나선뿔을 붙잡아 당겨 바이콘의 고 개를 격전이 벌어지는 현장으로 향 하게 했다.
그우워어어-!
마침 거북룡이 길게 포효하더니 목 을 꿈틀거렸다. 거대한 아가리가 지 상을 내려다보더니 브레스를 내뿜었 다.
부우우우우-
낮은 울림과 함께 증기의 숨결이 들판에 내려앉았다. 열기의 샘에 의 해 솟구쳤던 것과는 비교 할 수 없 을 만큼 뜨거운 수증기.
“끄아아아악!”
“뜨거, 뜨거워-”
제국을 대표하는 정예병들도 끔찍 한 작열통에 비명을 질러댔다.
“흐아압!”
‘용 살해자’ 카모스가 크게 도약했 다. 우렁찬 기합에 공기가 떨어대며 증기가 흩어졌고, 거검이 큼직한 잔 상을 남겼다.
쉬리릭-
타격의 순간 아래쪽에서 여러 줄기 의 물기둥이 치솟았다. 그중 일부는 용의 대가리를 감싸 안았고, 나머지 는 용 살해자의 팔과 다리를 붙들었 다.
그런 방해에도 불구하고 카모스의 뭉툭한 대검은 끝끝내 거북룡의 대 가리를 후려쳤다.
꽈쾅!
물의 방패는 순식간에 허물어졌으 나, 거북룡의 견고한 비늘과 골육은 거검을 손쉽게 튕겨냈다.
“이런 제기,”
카모스의 낭패한 얼굴이 순식간에 뻘밭에 처박혔다. 그의 다리를 휘감 고 있던 물기둥이 그를 내팽개친 것 이다.
“Koargh tho hum!”
패각갑주를 걸친 맹어 선봉장의 명 령에 해파리 골렘과 그루퍼들이 일 제히 카모스를 덮쳤다.
“카모스 님을 지켜라!”
“공겨어어억!”
전투마법사와 칼란다리 성직자의 보호로 거북룡의 증기 숨결을 피한 병사들이 기세를 가다듬고 돌격했 다.
대양과 제국의 군대가 뒤섞이기 직 전, 열댓 명의 남녀가 동시에 시동 어를 외쳤다.
“Kiinte, ambrotach!”
파괴술사들의 주문에 허연 빛을 내 뿜는 덩어리가 일제히 허공을 갈랐 다. 수십 개의 ‘힘의 창’이 돌격해오 는 어인족을 갈아버린 탓에 구정물 과 살점과 뼈가 사방으로 튀겼다.
후두둑!
그루퍼들이 모두 피떡이 된 탓에 해파리 골렘만 꿈틀거리던 땅에서, 별안간 수십 구의 시체들이 몸을 일 으켰다. 주변을 채운 사기, 그러니 까, 명계의 마력이 저절로 작용한 것이라기엔 너무나 일사불란한 전개 였다.
이에 굴하지 않고, 제국군 병사들 사이에 숨은 전투마법사들이 재차 마나를 끌어올렸다. 그러자 용 살해 자의 일격에 휘청대던 거북룡미, 정 확히 말하면 그 대가리 위에 서 있 던 찬송의 마녀가 고함을 질렀다.
“나를 보라- 오, 오-라. 기묘한 울림에 마법사들은 얼른 주 문을 거두었다. 찬송의 마녀가 발하 는 ‘주문차단’에 재차 낭패를 볼 수 는 없었던 탓이다.
“쇠뇌수! 마녀를 노려라!”
“거북룡을 죽여-!”
완만한 경사의 들판에서 벌어지는 난전은 끝도 없는 아수라장으로 치 달았다.
“너나 나나 피 빨아먹는 괴물인 건 마찬가진데, 용혈에 목욕 한 번 해 봐야지 않겠냐?”
그흐응-
날카로운 이빨이 빼곡히 돋은 바이 콘의 아가리에서 침이 뚝뚝 흘러내 렸다. 나는 씩 웃으며 갈기를 쓰다 듬었다.
“뭐해. 얼른 가자.”
바다의 용을 노려보던 두 뿔 달린 마수가 쏜살같이 내달리기 시작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