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ood Knight's Villains RAW novel - Chapter (490)
나의 악당들 490화
66. 은왕자(45)
꽈릉!
마기를 가득 머금은 벼락이 전령이 치켜든 비석을 강타했다.
비석, 아니, 강령술사의 전용 보조 장비인 ‘묘비’는 산산조각이 났다. 그리고 속에 담고 있던 것들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휘이 이이-
희끄무레한, 연기를 닮은 무언가가 터져 나온다. 바람 소리를 흘리며 솟구친 형체는 기묘한 기척을 흘렸 다. 마력도, 생명력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연기의 정체를 유추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묘비에 봉인돼 있던 영혼들 이겠지. 영시(靈視)도 없는 내게 저 형체가 보이는 이유는, 아마 명계에 있어야 할 존재들을 중간계에 묶어 둔 힘과 관련되어 있을 테고…….
“……오, 주여.” 나와 두 기사는 그 광경을 속수무 책으로 올려다볼 뿐이었다. 우리에 게는 언데드도 아닌 순수한 영혼을 흩어낼 수단도, ‘강화된 굴절 방패’ 를 뚫을 방법도 없으니까.
울카르 왕자 역시 저 연기의 정체 를 짐작했는지, 조카를 돌아보며 고 함쳤다.
“테오도라! 구경만 할 셈이냐!”
어깨를 작게 들썩인 테오도라 공녀 는 거북룡의 등딱지 위에서 자세를 고쳐잡았다. 그녀는 확신 없는 얼굴 로 저 하늘 위 영혼들을 향해 빛나 는 장검을 겨누었다.
“잠깐, 공녀님!” 난 여벌로 가지고 있던 칼을 뽑아 테오도라에게 내밀었다.
“경, 이건?”
“일단 쓰십시오! 빨리!”
거의 윽박지르다시피 하며 건네니 그녀는 얼결에 장검을 받아들었다.
웅.
적절한 주인을 만난 순간, ‘샛별’이 짧은 검명을 흘렸다. 하긴. 성검은 광전사와 혈기사보다는 성기사에게 어울리는 법이다.
칼손잡이와 십자막이가 일렁이며 때가 벗겨지듯 은색으로 물들었으 나, 공녀는 미처 그 변화를 알아차 리지 못하는 눈치였다. 흰 칼날이 새벽에 뜬 별이 아닌, 새벽을 밀어 내는 여명처럼 빛을 낸 탓이다.
“가여운 영혼들아, 정결의 빛을 받 으라!”
테오도라의 기도에 ‘구마의 빛’이 터졌다. 전과 비교할 수도 없이 강 력한 신성력이 송곳처럼 쏘아졌다.
이에, 전령은 바스러진 비석 조각 을 털어내며 양손검을 휘둘렀다.
우르릉!
일렁이는 보호막 너머에서 전개된 마기가 부채꼴로 펼쳐졌다. 공녀가 내뿜은 신성한 광채가 살아있는 어 둠에 뒤덮였다.
꽈그그그-
광명과 흑암이 격렬히 충돌하자 구 름이 흩어지고 땅이 뒤흔들렸다. 그 러나 끝끝내 테오도라가 쏘아낸 성 광은 묘비에서 풀려난 영혼들을 비 추지 못했다.
_으흐흐흐흐흐 _
검게 이글대는 전령의 머리통이 영 혼들을 돌아보았다. 놈은 손을 내뻗 으며 음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홍진의 구도자야, 명계의 자손아. 죽음의, 사도야-” 그 주문 같은 부름에 연기 속에서 한줄기 바람이 솟구쳤다. 바람과 함 께 튀어나온 건 왕관을 쓴 노인의 영혼이었다.
“••••••루크?”
내 눈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주변 의 아무렇게나 뭉쳐진 덩어리들보다 훨씬 더 선명한 실루엣을 가진 그 영혼은, 분명 루크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_으흐흐흐흐흐-
일렁이는 마기와 동조하듯 대기를 울리는 굉음. 그 불길한 소리에 이 끌려, ‘죽음의 왕’이라 불리던 강령 술사의 영혼은 쇠장갑을 낀 손아귀 에 붙들리고 말았다.
w 흐으으.” 전령의 깊은 들숨. 루크의 영혼은 소리 없이 비명을 질렀다.
웅웅웅웅웅/
전령의 굴절 방패가 격렬히 진동했 다. 왕관 쓴 노인의 영혼이 점점이 흩어지더니 전령의 머리통으로, 타 오르는 흑색의 불길로 빨려들었다.
“그래, 그래-”
마침내 루크의 영혼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자, 전령은 만족스럽다는 듯 흥얼댔다. 놈은 깨진 묘비에서 흘러 나온, 연기처럼 덩어리진 영혼들 역 시 단숨에 흡수했다. 검은 불덩이 위에 섬뜩한 빛을 흘리는 청록색 왕 관이 떠올랐다.
“충만한 힘이군. 조금 잡스럽긴 하 지만.”
전령이 말한 ‘힘’이 뭘 의미하는지 는 명백했다. 명계의 마력, 사기였 다.
한낱 연기와 같이 표류하던 묘비의 영혼들은, 암흑계의 전령에 흡수된 직후부터 쉼 없이 사기를 뿜어냈다.
그 자체로 막대한 양이었으나, 전 령은 그에 만족하지 못하는 눈치였 다. 양팔을 크게 벌린 놈을 중심으 로 사기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고오오오!
“크윽, 제기랄-”
“자세를 낮추시오!”
허공에 떠오른 사악한 와류는 지상 에 널브러진 인간과 어인의 시체 그 리고 오수로부터 사기를 빨아올렸 다. 그 기세가 어찌나 강력한지, 꼭 폭풍이 몰아치는 것만 같았다.
“여기로! 모두 제게 모이십시오!”
테오도라 공녀의 목소리에 돌아보 니, 그녀의 연방패가 하얀 광채를 발하고 있었다.
“으긋, 씹-”
불길한 회색 기류가 사방을 휩쓰는 가운데, 일행은 공녀의 빛을 등대 삼아 모여들었다. 그녀가 전개한 ‘구원의 방패’는 질풍처럼 덮쳐오는 사기를 봄날 눈송이처럼 녹여 버렸 다.
하지만 구원의 방패에 녹아내리는 사기는 한 줌에 불과했다. 전령을 중심으로 휘몰아치는 와류는 쉼 없 이 덩치를 불렸고, 그렇게 부풀어 오른 사기는 이내 시체들까지 끌어 당겼다.
“대체 저게 무슨……
난 사기의 소용돌이가 만들어낸 풍 경에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말하자면, 전령은 수확을 하고 있 었다. ‘끔찍한 차원문’을 통해 언데 드와 어인 군대를 소환해 제국군을 수천 명이나 도살하고, 그로 말미암 아 추가로 발생한 죽음을 이자 삼아 모조리 거두어들인 것이다.
그 끔찍한 풍경에 황제의 정예로운 군대도 전의를 잃은 듯했다. 몇몇 귀 족과 기사들이 고함을 질러대자, 백 여 명씩 뭉쳐 있던 병사들은 어찌저 찌 대형을 유지하며 뒷걸음질 쳤다. 암흑계의 전령은 그들을 쫓는 대 신, 지천으로 널린 살과 뼈를 끌어 당겨 기이한 형체를 빚어냈다.
꽈드득! 빠드드드득-
사기의 소용돌이가 점차 잦아들고, 전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놈의 하반신이 꿈틀거리는 살점에 뒤덮였다. 진동하듯 끓어오르는 살 덩이가 검게 물들어갔다. 구형의 살 덩어리에서 마디진 백골이 아홉 개 나 돋아나 진흙탕에 틀어박혔다.
마치 기형의 거미와 같은 생김새. 아홉 개의 다리와 시커멓게 꿈틀대 는 몸통을 가진, 성채만 한 크기의 괴물…….
“-세상에.”
“주여, 우리를 지키소서.”
강화된 굴절 방패는 진즉에 사라진 뒤였으나, 선뜻 공격에 나서는 이는 없었다. 놈■이 풍기는 끔찍한 존재감 에 압도당한 것이다.
“……‘명계의 화신(化身)’.”
테오도라 공녀의 연녹색 눈동자가 적개심으로 가득 차 번뜩였다.
나는 그녀가 뱉은 말에 경악하여 입을 쩍 벌렸다.
“명계의 화신이라고요? 저게?”
“그렇소. 고요한 암흑을 대변하는 존재. 현현한 죽음. 명계의 화신.”
“그럴 리가-”
다크월드에서 화신, 그러니까, ‘아 바타’들은 최상위급 적으로 취급된 다. 신 혹은 차원이 구체화한 존재 들이니 무지막지하게 강력한 것이 당연하다. 아무리 하급 신이나 잡스 러운 차원의 아바타라 해도 레벨이 60대 후반은 되어야 상대할 수 있 을 정도다.
또한, 캠페인 중에는 상종할 일이 절대로 없는 놈들이기도 하다. 익스 페디션, 즉 캠페인을 클리어한 후 차원을 넘나드는 모험을 할 때나 가 끔 만나볼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아 바타들인 것이다.
“하지만 저건.”
나는 암흑계의 전령을 다시금 살펴 보고 미간을 좁혔다. 충분히 징그럽 고 공포스럽긴 하지만, 내 기억 속 명계의 화신은 저런 존재가 아니었 다.
그 자체로 행성과 비슷한 취급을 받는, 처치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대적이 바로 명계의 화신인데…….
O 하하하라’-
꿈틀대는 살점 한가운데 전령의 상 반신이 솟아 있었다. 검게 끓어오르 는 살덩이가 워낙 거대했기에, 마치 큰 고깃덩이에 까만 정을 하나 박아 둔 것 같은 모양새였다.
그나마 날카로운 왕관은 루크의 것 이었고, 판금갑옷을 두른 상반신은 데스나이트의 것이었다. 전령의 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건 이글이글 타오르는 머리통이 유일했다.
나를, 봐라-
지름이 족히 30미터는 넘어 보이 는 살덩이는 쉼 없이 끓어오르고 꿈 틀거렸다.
인간의 손가락과 어인의 다리, 군 마의 엉덩이와 바다거인의 머리통, 긴 머리카락과 찢긴 지느러미, 단단 한 복부와 매끈한 등판, 여인의 유 방과 사내의 성기 등 온갖 것들이 표면으로 솟아 검고 울퉁불퉁한 구 를 이루는 것이다…….
울카-르. 하찮은, 인간아.
살덩이에 돋아난 수많은 입들이 가 지각색의 목소리로 왕자를 불렀다. 인간 남성의 목소리를 기초로 하여 여인의 고운 음성과 어인의 부글대 는 음성, 거인의 울리는 음성 등이 혼잡하게 섞여 울렸다.
죽음에, 맞설 수, 있겠느냐-울카르 왕자는 대답 대신 남빛의 눈동자를 번쩍였다. 바로 다음 순간, ‘보레앗쿰’의 시위가 튕기며 빛줄기 가 쏘아졌다.
빛의 화살은 전령의 상반신, 그중 에서도 머리통을 노리고 날아갔다. 그러나 놈은 하반신에 달린 거대한 살덩이를 살짝 움직이는 것만으로 울카르의 기습을 막아냈다.
끄으으응-
빛의 화살이 꽂힌 곳에서 검은 물 이 울컥 배어 나오고, 근처의 입 너 덧 개가 불편한 신음을 홀렸다.
으흐흐. 여전히, 어리석군. 제오레
답게도.
허리 아래에 명계의 화신을 붙인 전령이 어깨를 들썩였다.
어리석음에, 답하마.
다음 순간, 살점 구체에 돋아난 수 많은 아가리들이 입을 쩌억 벌렸다. 검게 탄 고깃덩이에 자잘한 구멍을 수도 없이 뚫어둔 듯 혐오스러운 형 상…….
하아아아아악.
이어서, 수백 개의 입이 탁한 연기 를 뿜었다. 지독한 악취와 사기를 한껏 머금은 연기였다.
“역병의 숨결- 공녀님!” 테오도라는 곧장 샛별을, 아니, ‘여 명’으로 탈태한 장검을 쳐들며 ‘정 화의 빛’을 터뜨렸다.
하얀 광채가 분수처럼 물결쳤다. 명계의 화신이 흩뿌린 ‘역병의 숨 결’은 공녀가 전개한 빛의 물결을 뚫지 못했다. 다만 그 범위가 넉넉 지 못했기에 일행은 바짝 붙어서야 했다.
“크으- 조심!”
« O ” X,
난 뭉치를 끌어안으며 주변을 살폈 다. 공녀의 광채 아래에서 역병의 숨결을 견뎌내고 있는 우리처럼, 사 제나 마법사의 보호를 받는 제국군 병사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거북룡의 증기 숨결에 병사 수백이 삶기고 쪄진 게 불과 몇 분 전인데, 이제는 온갖 병원체를 머금은 연기 가 그들을 덮쳐갔다.
“으, 으흐윽-”
“쿨럭, 쿠헤엑!”
명계의 화신이 흩뿌린 질병에는 잠 복기라는 게 없었다. 병사들은 연기 를 들이마시는 즉시 발병했고, 저마 다 다른 방식으로 고통을 표출했다.
“하으, 으으!”
“주여-”
끊임없이 기침을 하다 피를 토하거 나, 입술이 퍼렇게 물든 채 온몸을 떨거나, 벌건 발진에 뒤덮인 얼굴을 미친 듯이 긁거나, 구토와 함께 설 사를 지리거나, 사지가 통나무처럼 굳거나. 증상은 가지각색이었으나, 그 최후는 비슷했다. 힘없이 쓰러져 숨이 멎는 것이다.
“Gwe, gwergh. Slogh!”
“Honte yorkh! Honte yorkh!”
얼마 남지 않았던 어인족 역시 사 정이 별반 다르지 않아서, 아가미에 허연 곰팡이가 피거나 온몸에 검은 반점이 찍힌 채 바닥을 나뒹굴었다.
“……씨팔, 황제 새끼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그는 떠났소.”
“예? 떠나요?”
장궁의 시위를 꽉 쥔 채 나와 어 깨를 나란히 하고 있던 울카르 왕자 는, 백색 광채 너머를 노려보며 대 답했다.
“좀 전에 마스터 에포즈가 그러더 군. 온 들판이 공간 왜곡으로 떨리 는 와중에 용케 차원문을 열었다 고.” “차원문- 이 개새끼들이,” 어쩐지 ‘오로라의 창’ 파비오를 비 롯해, 루일릭스 2세의 몇몇 측근들 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싶었다. 그러고 보니 일선에서 전투를 벌이 던 ‘용 살해자’ 카모스와 야전원수 나딤, ‘아링겐의 수정골렘’ 서프밀레 즈 등도 어느샌가 자취를 감춘 뒤였 다.
“정말, 진짜로 다 튀었다고?”
전방의 병사들이 픽픽 쓰러지는 동 안, 나머지 제국군은 일사불란하게 퇴각하고 있었다. 삼두룡의 깃발은 여전히 당당히 휘날리고 있었으나, 그것이 상징하는 황제는 이미 내뺀 뒤였다.
난 이를 갈아붙이며 왕자를 돌아보 았다.
“역시 진작 몸을 땠어야…… 왕자 님, 지금이라도!”
“그럴 수 없소.”
울카르 왕자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 을 이었다.
“황제야 이쪽의 일을 대충 마무리 지었으니 물러서도 상관이 없겠지. 우리는 형편이 다르오. 우리에게는 이 땅을 지킬 의무가 있으니까.”
“제가 언제 땅을 버리자고 했습니 까? 일단 아이스보발트든 프로스하 펜이든 물러나서 전력을 보충해야-”
“아니. 저것은 도시로 끌어들여서 도, 들판에 풀어놓아서도 안 될 재 앙이오.”
“그러면 뭐, 여기 있는 일곱으로 저걸 막자고요?”
“그게 최선이오.”
“이런 씹, 지금 제정신이세요?”
“덩치에 현혹되지 마시오, 경. 제아 무리 강력한 거인이라도 머리가 잘 리면 쓰러지는 법이니!”
“지-랄, 전하!”
내가 언성을 높였지만, 울카르 왕 자는 흔들림 없이 명계의 화신을 노 려 보았다.
“테오도라는 기름 부음을 받은 성 기사요. 라넌 양은 누구든 찌를 수 있는 암살자고, 아란 하레스는 반신 이자 누데인의 지도자요. 휠테르 경 과 지젤라 경은 왕국에 적수를 찾기 어려운 기사지.”
왕자가 드디어 나를 돌아보았다. 그의 얼굴은 돌처럼 굳어 있었으나, 눈동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빛이 났 다.
“그리고 경은, 중간계 제일의 기사 요.”
“우리가 아니면 그 누가 저 재앙을 막아낼 수 있겠소.”
“하……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한숨을 내쉬 던 바로 그때, 역병의 숨결이 잦아 들었다.
_으흐흐흐흐_
바람소리 대신 전령의 불길한 홍소 가 다시 들려오자, 얼굴이 진땀으로 범벅이 된 테오도라 공녀가 기합을 내질렀다.
“자비의 주여, 이 비천한 여종에게 순결의 힘을!”
투웅.
묵직한 울림. 분수처럼 장막을 이 루고 있던 정화의 빛이 파동을 타고 퍼져 나갔다.
오, 이런-
질병을 가득 머금은 연기가 걷히는 동시에, 어느샌가부터 전령의 주위 를 채워가던 흉물들이 허물어졌다. 끊임없이 덩치를 불리던 명계의 화 신이 그 한계에 달하자, 당겨진 시 체들이 근처에 떨어져 흉물로 변화 한 모양이었다.
제 아랫도리에 달린 살덩이가 증식 을 멈추자, 전령은 아쉬운 듯 고개 를 저었다.
선택의 대가를, 선명히- 보여주려, 했건만.
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울카르 왕자는 연달아 화살을 날렸다.
이히히힉.
화살이 꽂힌 곳 주변에서 비명을 내지르는 반면, 나머지 아가리들은 비웃음을 흘렸다.
느껴진다. 네 분노가. 과연. 그분의 깃발에, 어울리는- 자다.
쿠구궁.
아홉 개의 다리가 거미처럼 움직여 거구의 방향을 틀어놓았다.
이제 부글대는 살덩이 위에 솟아난 암흑계의 전령은, 지평선 근처에서 어른거리는 마을을 바라보고 있었 다.
울카르 왕자는 놈의 시선이 향한 곳을 돌아보곤 눈을 홉떴다.
“덤벼라, 이 부정한 괴물아!”
이히히힉.
성난 고함과 함께 빛의 화살이 연 달아 날아왔지만, 전령은 낄낄거리 며 몸을 뒤틀 뿐이었다.
한번, 해보자고. 이 영지의, 마지막 인간으로, 만들어주마.
이어지는, 조금 익숙해진 주문.
Zorak, ank tobya.
마치 연막처럼 솟구친 마기와 함 께, 거대한 살덩이는 자취를 감추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