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ood Knight's Villains RAW novel - Chapter (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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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악당들 523화
67. 아이스보발트의 영주(16)
중간계는 혼란을 눈앞에 두고 있 다. 그리 대단한 식견을 갖춘 자가 아니더라도 풍문에 귀를 기울이기만 한다면 어렵잖게 유추할 수 있는 사 실이다.
지난 칼날만 전쟁에서 공격에는 실 패했으나 방어에는 성공한 셈이 된 미테르게란트 제국은, 근 2년간 승 리를 거듭했다는 사실이 무색하게도 불안한 기류가 감돌았다.
남쪽으로 원정을 떠난 황제, 루일 릭스 2세는 아미르 연합국을 상대로 기어코 승리를 거두었다. 아미르의 술탄들은 두 번의 회전과 세 번의 기습, 일곱 번의 해전에서 패배하며 남방대륙에 대한 영향력을 상당 부 분 잃고 말았다.
이후 황제는 게벤의 공작 등 원정 에 가담하거나 협조한 선제후, 영주 들과 손을 잡고 합자회사를 세워 식 민지 장악 및 경영에 박차를 가했 황제와 선제후들의 합자회사, 일명 ‘남방회사’는 설립된 지 고작 반년 만에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그들 이 황도(皇都) 미텔탕으로 올려보낸 막대한 부(富)를 목격하고, 남방 원 정에 숟가락을 얹지 못한 선제후들 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제이리아의 대공과 알첸버그의 부 왕 등은 손가락만 빠는 대신 저들끼 리 뭉치기로 했다. 제국의 일원으로 서, 식민지에서 거둬들인 부에 대해 지분을 요구한 것이다.
루일릭스 2세는 그 정중하면서도 뻔뻔한 요구를 깔끔하면서도 확실히 뭉개버렸고, 이는 갈등의 불씨로 화 했다.
황제를 포함한 아홉 명의 선제후-칼날만 전쟁의 결과 스트롬 공작가 문이 둘로 나뉘며 선제후의 수가 하 나 늘었다-들이 둘로 나뉘어 진영 을 형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밀라놀 왕국도 분위기가 심상찮은 건 마찬가지였다.
‘독실왕’ 라이오넬 3세의 사후 밀 라놀의 여덟 번째 왕이 된 건 자카 리스였다.
지난 2년간 살핀바, 그는 휘하 영
주들에 대한 견제와 회유를 당면과 제로 여기고 있는 것 같았다. 케케 묵은 봉신 계약서들을 재점검하고 가계도를 조사하여 군소 영주들의 영지를 빼앗아 힘을 기르는 한편, 사촌과 자식들을 혼인동맹에 동원해 지지하는 세력을 불려갔다. 대영주 들의 후계자와 자식, 조카들을 왕립 대학으로 납치-아니, 초청하여 붙들 고 있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일 터였 다.
그 무리한 행보 탓에 귀족들 사이 에서는 슬슬 볼멘소리가 흘러나오는 분위기라고 했다. 그러나 자카리스 는 이를 멈출 생각이 전혀 없어 보 였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영 이해하지 못할 모습은 아니었다.
그는 약 30년 전 ‘날개 달린 사자’ 알로트의 반란이 왕국을 휩쓸던 때 를 어렴풋하게나마 기억하고 있었 다. 8년 전의 ‘천일전쟁’이야, 아주 생생하겠지. ‘꽁지 빼는 사자’라는 굴욕적인 별명을 얻은 게 바로 그때 라고 하니.
게다가 그에겐 성가신 이복동생도 있다. 울카르 왕자님 말이다.
자카리스는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꽤 유능한 편이지만, 왕국민들 에게 ‘모든 약자들의 대전사’ 내지 는 ‘왕국의 수호자’ 등으로 불리던 왕자님과 비교하면 당연히 손색이 있었다. 하긴, 누굴 누구랑 비교해.
왕태자 시절 내내 닮은 구석 없는 이복동생과 비교를 당하며 조롱당했 고, 울카르가 제2의 알로트가 될까 노심초사하며 툭하면 암살자를 보내 던 자카리스다. 그러던 와중 울카르 왕자님의 실종 소식을 접하고 쾌재 를 불렀겠지. 아마 앓던 이가 쑥 빠 진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인구 40만의 거대한 땅덩이가 은 왕자의 유산으로 남아 국경에 딱 붙 어버렸다. ‘베르미크-스트롬 제국후 령’이라는 새 이름을 단 채로 말이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다들 바보는 아니라서, 올해 열다섯 살 먹은 루 얀이 제국후령의 진짜 주인이라고 믿는 자는 드물었다.
‘죽은’ 은왕자의 일곱 번째 기사가, 주군의 복수와 공주의 탈환을 천명 한 내가 실질적인 주인이리라고 여 기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결과적으로 현재 밀라놀 왕국은, 아니, 자카리스는 아슬아슬한 줄타 기 중이었다. 더 강력한 힘을 얻고 왕위를 굳히기 위한 줄타기였다.
대영주들은 불만 어린 눈으로 그
줄타기를 지켜볼 것이다. 숨죽이고 있으나 가슴속에 울카르 왕자님을 품고 있는 자들은 날 주시하고 있을 테고.
혼란의 물결이 내 발밑으로 밀어닥 쳐온다.
이런 아슬아슬한 순간에 영지를 벗 어나 왕도로 향하겠다 마음먹은 것 이다. 헤일라가 극구 반대하고 나선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난 거의 반나절가량 설득을 이어갔 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내 왕 도행에 헤일라의 협조는 필수적이었
그도 그럴 것이, 아이스보발트를 포함한 드펠켄 변경백령은 의심할 여지없이 내 근거지다.
이 커다란 땅의 주인이 된 2년간 불쑥 커버린 애착 같은 건 잠시 차 치하더라도, 수천의 병력과 막대한 돈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가치가 아니겠나. 앞으 로 무슨 일이 닥치든 이 영지가 내 게 크나큰 도움이 되리라는 사실에 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 근거지를 아무에게나 맡길 수 는 없는 노릇이었다. 특히 요즘처럼 주변 정세가 심상치 않은 와중에는
더더욱.
이러한 측면에서, 내가 이 영지를 맡길 수 있는 건 오직 헤일라뿐이 다. 그녀 정도로 믿을 만한 동시에 그녀 정도로 능력을 갖춘 자는 내 주변에 없다.
“••••••좋아.”
헤일라는 한숨이 섞인 듯한 말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장고 끝에 내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그게 뭐든 내 맘대로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 의 주관 하에 개략적인 계획을 짜기 를 원했다.
“개략적인 계획?”
“왕도는 멀어.”
헤일라는 서궤의 서랍에서 빈 종이 를 꺼내며 금박을 입힌 잉크병에 깃 펜을 담갔다.
“많은 세력이 도사린 곳이고,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몰라. 상세한 계획 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해.”
“……그렇긴 하지.”
계획을 짜는 건 설득하는 것에 비 해 훨씬 짧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헤일라는 마치 여정 중에 존재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고려하려는 것 처럼 굴었으나, 아직 주어진 조건들 이 충분치 않은 만큼 구체적인 계획 을 세우기는 어려웠다. 아무리 수완 이 좋은 그녀라도 에아본 후작이 무 슨 수를 쓰려고 하는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에아본 후작과의 접선을 어디서 할지 확정하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일단 왕국에 들어갈 때는 배편을 이 용하는 편이 좋겠어.”
그러는 쪽이 일정상 훨씬 빠른 건 물론이고, 프로스하펜의 건너편에 해당하는 항구인 오두엔느는 ‘어린 나가’ 아이네스 백작의 영지이니 충 분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게
“어, 배로 가라고? 굳이? 예비마만 충분히 챙기면 하이캐슬 쪽으로 넘 어가는 쪽이 빠를 텐데.”
“……부하를 얼마나 데려갈 생각인 데?”
“경호대만. 괜히 많이 데려가 봐야 걸릴 위험만 높아지잖아.”
헤일라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검문이 심한 지방은 왕도나 트로 셔, 기스톨 정도일 거야. 그 외의 지방에서는 소규모 분견대로 흩어두 면 문제 생길 일은 없겠지.” “어, 그런가?”
“그리고 국경은 위험해. 왕의 군대 가 있으니까.”
미테르게란트 제국과 국경을 맞댄 고원은 내게 우호적인 영주의 영역 이다. 정마검주에 의해 암살당한 란 드리 변경백의 후계자, ‘황야백’ 가 윈의 영지니까.
하지만 헤일라의 경고대로, 그쪽은 도움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 다.
칼날만 전쟁 이후 국왕의 군대가 고원 곳곳의 요새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가윈은 작년 가을 무렵에 왕 도로 끌려가듯 초청되어 왕립대학에 입학한 상황이니까.
‘우아한’ 제파르트 경이나 아르베 콘 대장 등 왕의 군대의 등쌀에 눌 려 화를 삭이고 있을 액소드브룩 가 문의 가신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 도 나쁘지 않겠지. 하지만 괜히 편 한 길을 두고 위험을 부담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근데 아이네스도 왕립대학에 입학 한 것은 마찬가진데?”
“거긴 왕의 군대가 없잖아. 그리고 아이네스 백작은 가문에 대한 장악 이 아주 확고해.” 아이네스 백작은 칼날만 전쟁을 통 해 가주로서의 권위를 쌓았다.
‘황야백’ 가윈과 ‘어린 여우’ 오스 그리고 ‘용의 후예’ 루얀의 경우처 럼, 그녀에게 열일곱이라는 어린 나 이를 이유로 시비를 거는 자는 드물 었다. 적어도 밀그레스터 가문에는 존재할 수가 없을 테고.
“그리고 오두엔느는 아비든 지방의 요소(要所) 중의 요소로 꼽히는 곳 이야. ‘도끼를 쥔 청동’ 엑버트나 상 급기사 슬랜위드처럼 밀그레스터의 충실한 가신들이 포진된 곳이지.”
“음, 하긴.”
그들은 나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 는 전우들이기도 하니, 미리 서신만 보내두면 협조에 대해선 걱정할 필 요가 없을 거다.
“아예 포건에게 언질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아, 맞다. 그 아저씨가 있었지.”
칼날만 전쟁 당시 나와 아탈란테가 군대를 몰고 오두엔느에 이르렀을 때, 아이네스 백작은 점령지의 지분 을 대가로 참전을 약속했다.
백작 본인이 직접 거느리고 나선 이십여 기사와 숙련된 전투마법사 넷 그리고 정예병 오백은 그 규모는 작아도 이후의 전황에 크나큰 공을 세웠더 랬다.
그런 사연으로 밀그레스터 가문은 프로스하펜과 아이스보발트의 지분 을 각각 1할 5푼, 1할씩 소유하게 되었다.
아이네스 백작의 가신이자 참모인 포건이 프로스하펜에 상주하게 된 것도 그런 사정에서였다. 그는 두 도시를 오가며 밀그레스터 가문이 차린 교역소와 거점을 관리하는 동 시에, 프로스하펜의 누데인 씨족장 들이 가문의 권리를 침해하지 못하 도록 지키는 소임을 맡고 있었다.
포건에게 언질해 밀그레스터 가문 의 정기선을 통해 서신을 전하면 괜 히 어딘가로 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칼날만을 건넌 뒤에는 일행을 흩 어서 잠행하면 돼. 왕국에서 대여섯 명 단위의 용병, 여행자 무리는 흔 하니까. 적당히 위장만 하면 걸릴 일은 없을 거야.”
“왕도, 트로셔, 기스톨만 제외하 면?”
“맞아.”
이후에도 헤일라의 계획 수립은 한 참이나 이어졌다.
그러다 문득 창밖에 내려앉은 어둑 한 땅거미를 발견한 나는, 그녀가 만족할 만한 계획이 완성되려면 적 어도 며칠은 소요될 것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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