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ood Knight's Villains RAW novel - Chapter (533)
나의 악당들 533화
68. 왕도행(6)
프로스하펜의 영주성은 전형적인 아성으로 썩 고풍스러운, 혹은 촌스 러운 양식의 건축물이다.
장엄한 성채이자 육중한 군사기지 이며 지배자의 거처이기도 한 영주 성은 도심 구역 한가운데 솟은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완만하지만 길고 구불구불한 오르 막길을 올라 아치형 현관에 이르면, 진흙 블록 같은 주택들과 오밀조밀 이어진 상가들이 훤히 내려다보였 다. 현관을 지나 영주성 1층의 회당 에 들어서면 좁지만 길쭉한 창을 통 해 복잡한 도심을 조망할 수 있었 고.
칼날만 전쟁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첨탑 최상층에서는 프로스 하펜 전체를 발밑에 두고 설 수 있 었다. 그 경치가 꽤 빼어나서 나도 모르게 야호,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를 뻔했던 기억이 난다.
말하자면 이 영주성은 아주 원시적 인 방법으로, 그러니까, 높이를 통해 권력을 과시하고 있었다.
지배자는 장엄한 성채 위, 정오의 태양을 등지고 서는 단순한 행동만 으로 제 권위를 재확인할 수 있을 터였다. 자신의 도시를 마치 신과도 같은 시야로 내려다보며 힘을 즐기 는 것이다.
반대로 저 아래에 있는 자들은 그 들의 지배자를 보기 위해 목을 한껏 꺾고 눈살을 찌푸려야만 할 것이다. 그렇게 첨탑을 올려다보고 있자면 그 위에 있는 게 인간인지 태양인지 헷갈리게 될지도 모른다.
좀 유치하긴 해도, 어디에서나 흔 히 볼 수 있는 권력의 은유…….
이는 영주성의 위치와 형태에만 국 한되지 않았다. 지금 이곳을 차지하 고 있는 자들은 그걸로 만족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 =n 아 ••••••Or
부하들을 이끌고 달려간 내가 영주 성 앞에 이르러 마주한 건, 누데인 의 최정예 전사 ‘하레스 키스’들이 었다. 난 그들의 행색을 보고 헛숨 을 흘리고 말았다.
씨족의 수뇌인 ‘아순’을 호위하던 이 신성한 전사들은, ‘구원의 딸’이 자 ‘승리인도자’인 아탈란테가 건방 진 억압자들을 찢어 죽인 직후 그녀 의 친위대로 변모했다. 하레스 키스 들은 새로운 맹세를 통해 아버지 주 의 핏줄이자 방랑하는 반신의 딸인 아탈란테를 신앙과 충성, 사랑으로 섬겼다.
그러나 평생에 걸친 고난과 공허의 힘을 남용한 후유증으로 정신적 한 계에 부딪친 아탈란테는, 모든 추종 자들을 내팽개치고 떠나버렸다. 그 녀의 영도에 이끌려 복속된 ‘잘라 둡’ 씨족과 ‘레준’ 씨족은 물론, 아 탈란테의 친정이나 다름없는 ‘알 카 다리’ 씨족마저 버려지다시피 했다. 그녀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섬기던 하레스 키스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게 남겨진 신성한 전사들은, 황금으로 상감한 판금갑주와 마법의 문자를 새긴 무기를 갖춘 채 영주성 안팎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들은 잘 벼린 칼날처럼 삼엄한 기세를 흘리고 있었으나, 내가 부하 들과 함께 다가서니 좌우로 갈라지 며 길을 터주었다. 하긴, 대부분 칼 날만 전쟁에서 함께 구른 놈들일 테 니 나를 모를 리 없거니와, 설령 내 얼굴을 모른다 한들 눈깔이 박혔다 면 바이콘은 알아볼 수 있을 터였 다.
“Anuti, yudron salam hareth. 오 랜만에 뵙습니다, 후나피.”
한 중년 사내가 바이콘에서 내리는 나에게 다가와 고울란어와 밀라놀어 가 섞인 인사말을 건네었다.
아고스였다. 아탈란테의 최측근이 자 하레스 키스를 대표하는 전사. 나와는 꽤 오래 전에 안면을 튼 사 이이기도 했다.
아니, 안면을 튼 정도가 아니지.
롱빌에서는 한동안 동행하며 괴물 들을 사냥했고, 강력한 영혼주술사 아칸쿠 카라멕의 차원을 헤맬 때도 함께였다. 게다가 칼날만 전쟁에서 도 같이 싸웠으니 전우라 칭해도 어 색할 것 하나 없는 아저씨다.
하지만 광장에서 경비대의 추태를 봐서일까, 반가운 인사에 앞서 인상 이 찌푸려졌다.
“참나, 완전 돈지랄을 해놨네. 이게 다 무슨 꼴이야?”
골만에게 고삐를 건넨 나는 아고스 의 화려한 망토를 들추며 핀잔을 주 었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너 스레를 떨었다.
“장로들의 명령이라 어쩔 수 없이 걸친 것입니다만……. 꽤 근사하지 않습니까? 이 망토 하나만 팔아도 망아지 서너 마리는 살 수 있을 겁
니다.”
“근사하긴 개뿔이. 돈 번 거 티 내 고 싶어서 안달 난 졸부 같아.”
“하하••••••
“그리고, 장로라고? 너희 장로들은 다 죽었잖아?”
“알 카다리의 장로들은 그렇지요. 제가 말씀드린 건 최근 결성된 ‘누 보아 공동체’의 장로들입니다.”
“……누보아 공동체?”
그 생소한 단어에, 난 아탈란테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누데인이란 가울란교를 믿는 민족 집단을 이르는데, 저 멀리 아미르 술탄국에 정착한 이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온 중간계에 흩어져 떠돌이 생활을 한다.
그만큼 오랜 세월 동안 분화되며 최소 단위인 씨족의 수가 무려 수 백, 어쩌면 수천에 이르렀다. 최대한 큰 뭉텅이인 종파로 묶어도 대여섯 갈래로 나뉠 지경이고.
그 대여섯 개의 종파 중 하나가 바로 ‘누보아’였다. 알 카다리를 비 롯해, 아탈란테를 따르는 다른 씨족 들 역시 이 누보아 종파에 속했다.
“근데, 누보아 공동체는 뭐야?” “말 그대로 누보아 종파가 모여 만 든 공동체입니다. 도시에 모인 여러 어른들의 숙의 끝에 석 달 전쯤 결 성 되었지요.”
“그 어른이란 것들이 장로고?”
“그게, 음, 대개 그렇습니다.”
“하, 참나.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 가고 있는 거야.”
헛웃음을 터뜨린 나는 영주성 앞을 가득 채운 하레스 키스들을 돌아보 았다. 그리고 슬쩍 고개를 기울였다.
“그건 그렇고. 너희는 무슨 일로 여기 이렇게 바글바글 모여 있냐?”
“그것이……. 신호를 전해 받았습 니다.”
“ 신호?”
“도시경비대에서 비상을 걸었더군 요. 자세한 상황이 파악되기 전까지 일단 영주성을 봉쇄 중이었는데 아고스는 어쩐지 난처한 기색으로 마른 입술을 적셨다.
“제 감이 무뎌진 게 아니라면, 후 나피께서 관련된 일인가 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존안을 뵈니 알겠습니다.”
“존안? 내 얼굴?”
“예. 후나피께서는 전투에 임하기 직전 늘 그런 표정을 짓고 계셨지 요.”
난 괜스레 얼굴을 더듬어보았다. 겨울바람에 차갑게 식은 살덩이가 얇은 비늘수갑 너머로 느껴진다. 별 다른 굴곡도, 근육의 수축도 느껴지 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
물론 헛수고였다. 내가 전장에 거 울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싸우기 직전에 어떤 표정을 지었는 지 알게 뭐란 말인가.
“잘 모르겠는데……. 싸우러 온 건 아니야.”
아고스의 눈빛에 섣부른 안도와 미 심쩍은 기운이 함께 어리자, 나는 눈썹을 긁적이며 말을 덧붙였다.
“일단은 그래.”
“상황에 따라서는 피를 조금 보게 될지도 모르지. 장담은 못하겠어.”
요 o ”
“그래서, 막을 거야?”
순간 영주성 앞의 기온이 몇 도쯤 떨어진 것만 같았다. 내 부하들과 하레스 키스들 사이로 긴장감이 홀 렀다.
우리를 좌우로 둘러싼 하레스 키스 들은 서른 명도 넘었다. 밀라놀의 기사들과 비견될만한 기량을 갖춘데 다가 값비싼 판금갑주와 마도구를 둘둘 두르고 있으며, 제 목숨 중한 줄 모르는 끔찍한 광신도들.
그들의 우묵한 시선에 내 부하들은 살며시 무기에 손을 얹었다.
나를 따라온 부하는 란델 등 친위 기병들과 ‘괴물 종자’ 골만, ‘뼈 수 집가’ 미텔먼, ‘첫 번째 마귀’ 칼아 인까지 여덟 명이 전부였다.
칼아인은 후드를 내려 눈가에 새겨 진 파란 문신을 드러냈고, 미텔먼은 엄지가 하나 더 달린 왼손으로 화살 통 근처를 두드렸다.
“••••••어, 어?”
막 바이콘과 제 말의 고삐를 걸대 에 묶은 골만은 떨떠름한 얼굴로 주 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이내 상황 을 파악했는지 걸대 뒤쪽에 우뚝 서 있는 아름드리나무를 엉거주춤 붙드 는 것이었다.
골만이 막 허리에 힘을 주려던 찰 나, 그리고 내가 하레스 키스들의 경험치 계산을 끝내고 내심 기대하 는 마음을 품을 무렵. 잠시 침묵하 던 아고스가 입을 열었다.
“……누보아 공동체의 정당한 지도 자는 ‘아란 하레스’ 나피닷이시며, 당신께서는 그분의 태양이십니다.”
그는 옆으로 비켜서더니 공손히 고 개를 숙여 보였다.
“그런데 어찌 감히 저희가 후나피 를 막아서겠습니까.”
“••••••그래?”
“드시지요. 제가 모시겠습니다.”
우두머리가 고개를 숙이자 하레스 키스들은 살기를 거두며 몇 발자국 더 물러섰다. 광신도 전사들답지 않 게, 희미한 안도감 같은 것이 그들 의 눈을 스친 듯했다.
반대로 나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 이며 아쉬움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 썼다.
영주성의 회당으로 이어지는 복도 는 폭 3, 4미터에 길이는 20미터도 되지 않는 공간이었다. 하기야, 이곳 이 오래 전에 지어진 아성임을 감안 했을 때 이 정도면 널찍하고 여유로 운 복도다.
그러나 영주성을 차지한 자에게 이 복도는 권세를 뽐내기에 부족해 보 였던 모양이다. 공들여 치장을 해둔 꼴을 보니 그 속내가 훤히 보이는 것만 같다.
먼저, 테두리를 금실과 화려한 보 석으로 장식한 태피스트리들이 양쪽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왼쪽의 태피스트리들은 여러 기하 학적인 상징물과 어딘지 알 수 없는 풍경 따위를 수놓은 것이었다. 오른 쪽은 척 보기에도 누데인족이 겪은 고난과 승리, 정복의 과정을 표현하 는 것이었다.
하얀 창을 빗겨 들고 자색의 머리 칼을 휘날리며 비행하는 여인과, 그 아래에서 두 뿔의 마수를 타고 달리 는 사내. 가까운 과거를 새긴 것이 분명했으나, 그 장식이며 분위기가 워낙 과해서 창세신화라도 묘사하는 것만 같았다.
“……진짜 졸부 같네.”
나는 투덜거리며 치렁치렁한 천을 걷어내었다. 천장에 매달아 바닥까 지 늘어뜨린 휘장을 짧은 복도에 쌍 쌍이 여덟 장이나 드리웠는데, 하나 같이 고울란교의 표식이 새겨져 있 다.
이 좆만 한 복도에 어떻게든 신성 한 분위기를 불어넣겠다고 애를 쓴 모양인데, 개인적으로는 거슬리고 꼴사납기만 했다.
그 짜증스러운 감정을 담아, 나는 회당의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Lu indiwat- Ubu?”
“……Hyala.”
수십 쌍의 시선이 모여든다. 소란 을 떨어대는 놈들을 무시하고, 나는 회당 안을 쭉 둘러보았다.
내가 기억하기로, 이곳에는 작지만 단단한 탁자가 놓여 있었고 사방에 는 지도가 걸려있었다. 기사와 장교 십수 명이 모여 앉아 앞날을 고민하 던 작전실이었다.
지금은 꽤 많이 달랐다.
벽에는 지도 대신 종교적인 장식으 로 가득했으며, 바닥에 붉은 융단이 깔렸고, 입구 반대편에는 멋진 단상 이 설치되었다.
열댓 명의 사람들이 단상 아래 서 있었고, 앉아 있는 건 단상 위의 네 사람 뿐이었다. 두 단의 단상 중 아 랫단에는 등받이가 높이 솟은 의자 가 셋이었고, 윗단에는 왕의 옥좌를 방불케 하는 크고 육중한 의자가 놓 여 있었다.
“Agos, yalah antina min qiam? Qiam baelmik!”
“Uzuarnar!” 단상 아래 서 있던 자들이 빽 고 함을 질러댔다. 그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내가 아니라 나를 안내한 아고 스였다.
허리춤의 곡도에 손을 얹은 채 앞 으로 나선 아고스가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
“후나피께선 고울란의 언어에 서투 시니, 지금부터 밀라놀이나 겔란의 언어로 말씀하시오.”
“Yal? Hyala!”
“On haramzirabun!”
아고스의 말이 이어진 뒤에도 빽빽 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잠시 상황을 지켜본 나는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회당의 노골적이고 유치한 연출 덕분에, 누구부터 손을 봐줘야 할지 아주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Ju, juan? Qirif!”
“Agos, walya diam hareth kith! Qiam baelmik!”
말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지 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여기 모인 놈들 중 나를 모르는 놈은 드물다는 것이었다. 단상으로 똑바로 걸어가 고 있음에도 아고스와 하레스 키스, 그리고 소속을 알 수 없는 병사들을 향해 고함을 질러댈 뿐 누구 하나 막아서는 놈이 없다는 것이 그 증거 였다.
소속을 알 수 없는 누데인족 병사 들, 아마 여기 모인 놈들의 개인 호 위병쯤 될 것 같은 자들이 나서려 하자 어느 하레스 키스가 그들에게 무어라 경고했다. 그러자 스무 명도 넘는 병사들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벽에 달라붙다시피 하며 물러섰다.
단상 아래 모인 놈들은 겁에 질린 얼굴로 분분히 흩어졌다. 단상 위의 등받이 높은 의자에 앉아 있던 노인 들은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입을 쩍 벌리거나, 우연히 눈을 마 주치고는 턱을 덜덜 떨어댈 뿐이었 다.
덕분에 나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회당의 가장 높은 자리 앞에 설 수 있었다.
“……뭐야. 어린 놈이잖아?”
“맙소사.”
매끈한 인상의 청년이 나를 올려다 보며 눈을 끔뻑거렸다.
“다, 당신이, 적기사?”
“ 맞아.”
난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의 멱살 을 틀어쥐었다.
“비켜. 나 일 해야 하니까.”
“Aluf, 이게 무슨 행패-”
말을 끝내기도 전에 놈은 입구 쪽 으로 7미터쯤 날아가 버렸다. 청년 은 바닥을 세차게 나뒹군 다음 숨이 막힌 듯 켁켁거렸고, 깜짝 놀란 누 데인족들이 그에게 몰려들어 부축을 했다.
“다들, 입 다물어. ”
마력을 담은 목소리가 회당을 묵직 하게 올렸다.
당황한, 영문 모를, 혹은 적개심 어린 시선들이 재차 모여들자 나는 보란 듯이 옥좌에 앉았다.
아고스와 하레스 키스들이 내 부하 들을 따라서 옥좌 옆에 서자, 장로 들과 귀족 정도로 추측되는 누데인 족들은 헛숨을 터뜨리고 말았다.
“Lu mawzir! Hiem hyalia ozom! Ondoro rauram!”
그 와중에도 어느 중년인은 내게 삿대질을 하며 무어라 고함을 질러 댔다. 란델과 다른 친위기병이 나서 려던 차, 난 손짓으로 그들을 만류 했다.
그리고 중년인을 향해 가만히 손을 뻗었다. 누데인족답지 않게 멋진 튜 닉에 샤프롱까지 쓴 중년인은 흠칫 놀라 어깨를 떨었으나, 이내 다시 나를 향해 고함을 질러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즈츠츠.
“Ohg, lu, lu dom?”
중년인은 무언가 기이한 감각을 느 낀 듯 신음을 흘리며 비틀거렸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만지작 거렸다. 그리고 그 손길이 제 가슴 으로 향할 즈음.
팍!
마치 가슴 속에서 폭탄이라도 터진 것 같았다. 사방으로 피가 흩뿌려지 는 동시에 머리통과 양팔도 덩달아
튕겨 나갔다. 땅을 딛고 있던 양 다 리가 나무토막처럼 쓰러졌다.
“으, 으아아아악!”
“Hyala, oh, hyala!”
인간이 저절로 터져버리는 장면에 장내에 모인 누데인족들은 공황에 빠져 비명을 질러댔다. 경고를 받고 물러서 있던 병사들은 허겁지겁 밖 으로 줄행랑쳤으나, 다른 자들은 그 럴 수 없었다. 골만과 칼아인이 문 을 굳게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 끄음.”
아무리 마력이 적고 신체도 단련되 지 않은 일반인이라 해도, 남의 몸
속에서 ‘피보라’를 터뜨리는 건 보 통 어려운 기예가 아니었다.
덕분에 난 얼마간 호흡하며 제멋대 로 들끓는 마력을 갈무리한 다음에 야 입을 열 수 있었다.
“입, 다물어.”
회당은 그제야 고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