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own bear country is mine now RAW novel - Chapter 109
불곰국은 이제 제겁니다 109화
109 앙골라 내전/변화를 일으킨 신문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CIA 국장은 급히 대통령실로 들어가 방금 보고받은 내용을 말했다.
“니콜라이 경제 고문이 앙골라로 향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거긴 지금 내전 중이잖아요?”
“맞습니다.”
“허어. 아무리 배짱이 두둑해도 그렇지, 어떻게 그런 곳에 갈 생각을 한답니까.”
“앙골라 내전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나라가 후방 지원을 했었는데 러시아는 우리와 반대 노선에 서 있습니다. 독일도 그렇고요. 니콜라이 고문이 갔다는 말은….”
국장의 말대로 러시아와 독일은 현 대통령 쪽인 앙골라 해방인민운동(MPLA)을 지원했고.
미국, 중국, 프랑스는 반대쪽인 앙골라 완전 독립 민족동맹(UNITA)을 지원했다.
지금은 지원을 끊었으나 노선이 러시아와 반대인 건 확실했다.
그러니 이 내전은 러시아와 미국의 힘겨루기와도 같다고 할 수 있었다.
“자하르 대통령이 더 깊이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게 아닌가 합니다.”
국장의 말에도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었으나 클린턴의 생각은 달랐다.
“내가 아는 자하르 대통령은 전쟁을 아주 싫어합니다.”
클린턴은 자하르의 대통령 취임식 때와 NATO 협정식 때도 대화를 많이 해 봤었기에 그의 정치적 성향을 잘 안다고 자부했다.
“대통령이 되자 곧바로 체첸 전쟁을 끝낸 것도 그렇고 벨라루스도 힘으로 누르지 않고 스스로 들어오게 한 걸 보면 알 수 있지요.”
거기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세계인들에게 평화의 상징으로 보여지고 있다.
굶주림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을 받아들여 고비사막을 숲으로 탈바꿈시키는 것까지.
니콜라이 고문이 총책임자로 있다곤 하지만 자하르 대통령이 허락했기에 가능했을 터.
이런 점들만 봐도 앙골라 내전에 더 깊이 개입하겠다는 의사가 있을 거란 국장의 판단은 틀렸다고 생각했다.
“다른 이유가 있을 겁니다. 정확히 알아보세요. 니콜라이 경제 고문이 앙골라에 왜 들어갔는지.”
* * *
중국에서도 백악관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비서실장의 보고를 받은 장쩌민 주석이 비릿하게 미소지었다.
“니콜라이 그자는 내가 일본에 차관을 빌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만든 인물이란 말이야. 그런 자가 아직 내전 중인 곳에 겁도 없이 갔단 말이지. 하늘이 우릴 돕는군.”
“여태 우리가 당했던 걸 분풀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실 겁니까?”
“총에는 눈이 없잖아. UNITA 쪽에 연락해서 한 달쯤 후에 처리하라고 해. 자하르 대통령이라도 전장에서 사라진 목숨을 가지고 우리한테 책임을 묻진 못할 테니까. 연락해.”
“알겠습니다.”
* * *
앙골라로 향하는 전용기.
자료를 훑어보던 샤샤가 머리를 갸웃하며 물었다.
“사우리모 지역에서 원유와 다이아몬드가 나올 확률이 가장 높다고 나왔어?”
“가스프롬과 알로사 지질 탐사 전문가들이 그렇게 보고했으니까 믿어 봐야지.”
원 역사에서도 80%가 북동부 지역에 묻혀 있었으니 전문가들의 보고는 얼추 맞았다.
“앙골라는 대통령 다음의 권력을 가진 사람이 장녀구나. 신기하네.”
니콜라이는 앙골라 권력의 이인자인 그녀에 대해서도 조사했기에 그녀를 구워삶아야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내전이 거의 끝나 가고 있긴 한데 앙골라는 솔직히 너무 위험해. 그나마 장갑차라도 가져갈 수 있어서 다행이야.”
원 역사에서 앙골라 내전이 끝나는 시점은 2002년.
러시아와 독일이 지원한 앙골라 해방인민운동(MPLA)이 승리한다.
지금 대통령이 정권을 계속 유지하기에 앙골라는 러시아와 깊은 우호 관계가 성립된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정말 괜찮을까?”
“뭐가?”
“아직 내전 중이잖아. 우리 둘 다 신혼인데….”
“그럴 거면 왜 자꾸 따라오겠다고 했어? 지금이라도 안 늦었으니까 앙골라에 도착하면 내리지 말고 그냥 돌아가.”
“그럴 순 없지. 나는 너한테 목숨을 바치기로 이미 맹세를 했는데.”
“맹세 못 들었는데?”
“마음속으로 했었어.”
니콜라이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앙골라가 위험하다는 걸 내가 모르겠어?”
“당연히 알지.”
“아프리카를 우리 손아귀에 넣으려면 수십 년이 걸려도 불가능할 거야. 그런데 내전에서 러시아가 압도적으로 승리하면 어떻게 될 것 같냐?”
“그거야 앙골라는 완전히 러시아 편이 되겠지.”
“그것뿐이 아니야. 앙골라를 시작으로 주변국들에까지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그런데 러시아가 전면으로 나서기엔 명분이 좀 약해.”
러시아는 독일을 포함한 여러 지원국과 함께 후방에서 지원하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니콜라이가 오직 경제적인 참여로 앙골라에 갔음에도 공격을 받았다?
이건 러시아가 전면으로 나설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셈이다.
니콜라이는 전쟁을 누구보다 싫어했기에 이 내전을 최대한 빨리 종식시키는 것이 모두를 돕는 일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전쟁이 끝나면 앙골라의 경제는 완전히 블랙홀의 손아귀에 넣을 생각이었고.
그랬기에 이번에 군사용 드론을 3만 대나 가져갔으며 추가로 7만 대를 준비해 뒀다.
적들이 조금이라도 공격하는 모습을 보이면 드론을 이용해 일거에 쓸어 버릴 생각으로.
“그러니 나는 일단 공격을 받아야 해.”
“뭐어?”
“그래서 특별히 만든 방탄복과 방탄 헬멧을 가져가잖아.”
“네 생각이 독특한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무서운 생각을 하는 줄은 몰랐다.”
“내전으로 인해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었어.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게 될 테고. 이 내전을 최대한 빨리 끝내려면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감수해야지. 기회는 늘 위험과 함께하는 법이거든.”
니콜라이는 자신이 죽을 거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이쯤에서 죽을 거였으면 하늘이 자신에게 새 삶을 줬겠나.
무슨 이유가 있으니 새 삶을 줬겠지.
그 이유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구하고 지금과 같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는 걸 깊이 느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때처럼 후방 지원을 계속하면 이 내전에서 목숨을 잃는 사람은 더욱 늘어날 터.
최선의 방법은 내전을 가장 빨리 끝내는 것밖에 없다.
니콜라이의 말을 들은 샤샤가 머리를 끄덕였다.
“우리가 가는 곳은 내전 지역과는 거리가 있어서 다행이긴 하다. 네 말처럼 이 내전이 최대한 빨리 끝났으면….”
둘이 대화를 하던 중에 전용기는 루안다 콰투르 드 페베레이루 공항에 도착했다.
전용기에서 내린 니콜라이는 대통령이 특별히 보낸 차를 타고 대통령궁으로 향했다.
조제 에두아르두 두스 산투스 대통령(58세).
재임 기간이 1979년~2017년까지였으니 무려 38년간 대통령을 했다는 뜻이다
재임 기간만 놓고 보자면 푸틴을 한 수 아래로 볼 수 있는 자였다.
장녀는 이사벨 두스 산투스.
그녀는 대통령이 아제르바이잔(소비에트 독립국)에서 공부할 때 만난 소비에트 출신인 전 부인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랬기에 조제 에두아르두 대통령은 소비에트 연방의 뒤를 이은 러시아에 아주 우호적이었다.
지금 러시아가 후방 지원을 해 주고 있었기에 더욱.
간단한 인사를 한 후 이사벨이 러시아어로 물었다.
“여기가 내전 중이라는 걸 알면서도 니콜라이 씨가 직접 온다기에 많이 놀랐어요.”
앙골라의 공용어는 포르투갈어지만 부분적으로 프랑스어와 영어를 하는 사람들도 꽤 되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러시아를 배웠기에 발음이 꽤 좋았다.
“내전이 하루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할아버지가 절 보내신 겁니다.”
니콜라이는 일부러 할아버지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전쟁터에 가장 아끼는 핏줄을 보낼 만큼 앙골라를 생각하고 있다는 모습을 둘에게 보이기 위해서였다.
“자하르 대통령이 가장 아끼는 사람이 니콜라이 고문으로 알고 있는데 러시아의 마음이 어떤지 느껴지네요.”
대통령도 딸의 말에 머리를 끄덕였다.
“장갑차와 군인들은 이미 들어와 있는데 그걸 어떻게 사용할 생각인가요?”
“우린 내전 지역 깊이는 들어가지 않을 겁니다. 다만….”
“…?”
“조금이라도 공격을 받게 되면 본격적으로 개입을 할 겁니다.”
“자하르 대통령과 논의를 마쳐서 모두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부디 조심하세요. 이 내전은 반군 지도자 ‘조나스 말례이루 사빔비’가 죽지 않는 한은 끝나지 않을 거예요.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그자는 끝까지 저항할 인물이에요.”
“위험한 행동은 하지 않을 겁니다. 당분간은 말씀드린 지역을 벗어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렇게 하세요. 니콜라이 씨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내전 양상은 더욱 복잡해질 거예요. 그러니 정말 몸조심하셔야 합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니가 소비에트 출신이라 그런지 니콜라이 씨가 친근하게 느껴지네요.”
자하르 대통령이 이미 많은 것을 해 놓은 덕에 니콜라이는 대통령과 그녀에게서 완전한 자유를 보장받았다.
다만 절대로 위험한 행동을 하지 말라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
대통령과의 만남을 마친 후 호텔에서 하루를 보낸 니콜라이는 현장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국토 대부분이 사바나 지역이라 평지였다.
몇 시간 후, 현장에 도착한 니콜라이는 러시아에서 먼저 출발해 이미 도착해 있던 군인들과 인사를 나눴다.
“배치는 어떻게 했습니까?”
“텐트촌을 중심으로 사방 2km 전방에 군인들과 장갑차를 배치했습니다.”
“여기는 내전 지역과 얼마나 떨어져 있나요?”
“700km는 넘습니다.”
그래도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갑자기 치고 들어올 수 있는 거리는 아니다.
“그리고 최장 50km까지 2km마다 전진해서 GNSS(위성항법시스템) 신호를 받는 말뚝을 박아 뒀습니다. 그 안으로 들어오는 군인이나 탱크, 전투기가 있으면 모두 알아낼 수 있어서 사전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니콜라이는 지질 탐사 팀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곳이 과거에 다이아몬드를 채굴하던 곳이라고요?”
“그렇긴 한데 사람들 십여 명이 채굴했을 뿐 대단위로 한 적은 없었습니다. 전체 지역을 다 탐사해 본 결과 이곳에서 다이아몬드가 대규모로 나올 가능성이 가장 컸습니다.”
앙골라의 다이아몬드 광산은 킴벌라이트 광산과 충적 광산으로 나뉜다.
킴벌라이트란 감람암의 일종으로 마그마가 급격히 분출되면서 굳어져 만들어지는 화성암이다.
충적은 흙과 모래가 물에 운반되어 쌓인 것을 말하는데 여기 현장은 킴벌라이트 광산이었다.
“일단 일손이 부족하니 주민들부터 좀 받으세요.”
“얼마나 말입니까?”
“급한 대로 300명 정도면 되겠군요. 그 사람들이 쓸 텐트부터 설치하라고 하고요.”
“알겠습니다.”
니콜라이는 현장에 도착하고 1주일간은 정신없이 보냈다.
고비사막에서의 경험이 있었기에 그리 힘든 작업은 아니었으나 여기서도 문제는 물이었다.
‘우물부터 파야겠어.’
결단을 내림과 동시에 지도에 선을 그어 가며 곳곳에 우물을 파 내려갔다.
다행히 70m 지점에 지하수가 있었던 터라 곳곳에 우물을 만들 수 있었다.
그 우물을 중심으로 텐트촌을 다시 만들고, 장갑차와 군인들도 다시 배치했다.
그렇게 15일이 넘어갔을 때, 현장 상황을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한다며 공무원 세 사람이 왔다.
“우와! 제가 여러 곳을 다녀 봤지만 이렇게 잘 준비해 놓은 곳은 못 봤습니다. 이걸 모두 고문님께서 지시해서 한 겁니까?”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 텐트는 정말 편하겠습니다. 혹시 여유가 좀 되면 하나만….”
“충분하니까 몇 개 가져가세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건 사과입니다. 오다가 몇 봉지 샀습니다.”
현장에서는 아직 과일을 먹지 못하고 있었기에 고맙게 받았다.
니콜라이는 그중 한 사람이 사과를 싼 신문을 버리는 걸 우연히 봤다가 혹시나 해서 집어 들었다.
그런데 그 신문이 정말 오랜만에 변화를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