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aebol that used future AI RAW - Chapter (90)
미래 인공지능으로 황제재벌기 090화
90화 시민단체
인텔에서 인수한 팔로 알토 지역의 연구소와 월드컴이 가진 토지는 다행히 붙어 있었다.
이곳에 새로운 공장 및 연구소를 증설하는 작업의 지시를 내렸다.
거기에 더해 알파벳 연구소의 소장 인선을 위해 여러 사람이 물망에 올랐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인물은 인텔의 빈센트 플로어란 인물이었다.
“반갑습니다.”
빈센트 플로어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미국인의 모습이었다.
체중 100kg에 키는 175㎝ 정도······.
언뜻 보면 슬램 덩크의 안 감독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학창시절 얼마나 슬램 덩크를 많이 봤던가.
“아시겠지만, 종합연구소 소장을 구하고 있죠.”
“허허허, 알고 있습니다.”
웃는 모습도 안 감독과 비슷한 빈센트 플로어······.
[빈센트 플로어의 감정은 ‘기대’예요.]루비가 빈센트 플로어의 감정 상태를 알려 준다.
“그럼 연구소를 맡으면 어떻게 운영할 생각입니까?”
연구소장이라는 자리는 연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맡는 게 아니었다.
각 연구의 조율 및 우선순위, 연구원들의 고충처리까지 다방면에서 능력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내 지시를 빠르게 처리하는 능력까지 필요하다.
자신의 고집만 부리는 소장은 필요 없었다.
“소장이란 자리가 뭐 있나요. 그저 연구 잘하고, 연구원 잘 챙기고, 나도 좀 배우고 하면 되겠죠?”
앞의 말은 괜찮았는데 뒤에 말은 뭔가 이상했다.
“배우다뇨?”
“하하하, 회장님이 얼마 전 신청한 반도체 노광장비 특허에 관심이 있죠.”
[저 말은 진실이네요. 경민 님에게 경외감까지 보이는데요.]루비의 말에 빈센트 플로어란 인물이 나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알 수 있었다.
나를 공돌이로 보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네요. 그럼 조금 더 생각하고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좋은 결과가 있으면 합니다.”
인텔 연구소의 다섯 손가락에 속하는 인물이 바로 빈센트 플로어였다.
반도체 생산 공정 설계에서는 두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인물이다.
또한, 로버트가 조사한 바로는 진중하고 다른 연구원을 잘 다독여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렇기에 가장 마음에 드는 인물이 바로 빈센트 플로어였다.
***
조지 터넷 국장이 결정했는지 모레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로버트, CIA의 결정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지?”
그걸 확인했다면 벌써 로버트가 보고했을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몰라 한번 물어본 나였다.
“CIA에서 정보를 차단하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우릴 배척하는 거야?”
조지 터넷 국장을 봤을 때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을 했다.
“그건 아닙니다. NSA와 정보 전쟁이 앞으로 다가오기에 전체적인 정보 통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NSA 때문에 우리 또한 CIA 내부 정보 취득이 어려워졌단 말이다.
그만큼 CIA의 조지 터넷과 NSA의 럼즈펠드가 이번 통합정보부에 걸려 있는 게임에 사활을 걸었다고 볼 수 있었다.
“로버트가 보기에는 이번에 조지 터넷이 요구를 들어줄 것 같나요?”
CIA에 근무했기에 누구보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로버트 실장에게 이번 일을 물어봤다.
그런 내 물음에 로버트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생각을 모두 정리했는지 내 물음에 대답한다.
“제 생각을 물으신다면 그럴 거라고 보입니다.”
그리 어려운 질문도 아니었는데 로버트는 저 대답에 약간의 텀을 뒀다.
“이유는요?”
“그렇지 않으면 조지 터넷 국장의 주도하에 통합정보부를 꾸릴 이유가 없습니다. 거기에 조지 터넷 국장은 누구보다 회장님의 능력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말을 위해 로버트는 생각의 텀을 둔 것 같았다.
거기에 로버트의 말처럼 미국에서 나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인물이 조지 터넷이다.
그건 어쩔 수 없었다.
처음 나에게 접근한 것도 CIA였고, 가장 많은 소통을 한 인물도 CIA였다.
그 후 CIA의 도움으로 나에 대한 정보를 숨긴 일도 있다.
CIA가 아니었다면 초반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었던 일이다.
“만약 거절한다면 로버트는 어떻게 할 것 같나요?”
“그 부분은 제가 판단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만약 제가 회장님의 입장이라면 럼즈펠드와 손을 잡겠습니다.”
술술 말하는 로버트를 보면서 난 흐뭇한 미소가 그려졌다.
“알았어요. 그만 나가 봐도 됩니다.”
로버트를 시험하기 위한 질문은 아니었다.
그저 다른 이의 생각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을 뿐이다.
***
[국민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모임]에 대한 보고서를 올리고 오늘에서야 지시가 떨어졌다.그걸 본 황규태 실장은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 보고서를 보고 난 그는 자신이 경민을 따른 것이 잘한 일이라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것이다.
회장인 경민은 손해 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지만, 가끔은 손해 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금 [국민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모임]의 처리 문제 같은 경우다.
한일어업협정의 대가로 받은 토지의 검찰 고발은 그만큼 알파벳이나 한영에는 악재에 해당한다.
이 경우 정부를 압박해 일을 해결하면 그만이다.
없는 죄도 뒤집어씌울 수 있는 게 정부의 권력이다.
정치권 모두가 합심한다면 그 파급력은 일개 시민단체가 감당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러면 언론 또한 정부 정책에 편승해 기사를 쏟아 낼 것이다.
그럼 아무리 깨끗한 사람이라도 죽일 놈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그게 지금 회장인 경민의 힘이었다.
그러나 회장이 한 지시는 모든 것을 오픈하라는 말이었다.
이 때문에 정보가 세상천지에 알려진다고 해도 말이다.
언젠가는 밝혀질 일이지만, 지금 밝혀지면 대권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럼 한국 내 야당의 여론이 돌아설 수 있었다.
청와대와 정치권과의 협상 내용은 대통령 선거 후에 밝히자고 협의가 되었기에 현 정권의 열매가 될 한일어업협정 개정은 그만큼 민감한 이야기였다.
“재미있게 돌아가는군.”
황규태 실장은 바로 차를 대기시켰다.
[국민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모임] 사무실에 가기 위해서였다.“어떻게 되겠지. 아무리 야당이 돌아선다고 해도 사안이 사안이니까.”
일단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정말 애국자라면 윤원상 회장이 또 밖으로 알리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이건 윤원상 회장에 대한 시험이기도 하다.
***
[국민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모임] 사무실은 그리 크지 않았다.황규태가 [국민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모임] 사무실에서 받은 첫 느낌은 정신이 없다였다.
그만큼 사무실 곳곳은 각종 서류와 자료로 탑을 쌓을 정도다.
[국민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모임]이 만들어진 것은 1998년 IMF 이후였고 설립된 것은 채 4년이 되지 않았다.“누구······.”
황규태 실장이 사무실에 들어서자 여직원으로 보이는 아가씨가 왜 왔느냐는 얼굴을 하고 물어본다.
저 여직원이 누구인지 모두 파악하고 온 황규태지만 모르는 척했다.
“아~ 회장님을 만나고 싶어서요.”
조그만 사무실에 회장이란 직함이 재미있기는 했지만, 직함이야 아무렴 어떤가?
의장이라 하든, 위원장이라 하든, 협회장이라고 하든 하등 문제될 것이 없었다.
“지금 바쁘신데······.”
그 바쁜 이유로 찾아왔다고 말하려다 마는 황규태였다.
“하하하, 잠깐 중요하게 할 이야기가 있어서요.”
“알겠어요. 그래도 누구인지는 알아야 보고하니 소속을 알려 주세요.”
앞의 여직원은 황규태 실장을 그리 좋게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일단 인상부터 그리 좋지 않았고, 약간 껄렁거리는 몸짓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파벳의 황규태 실장이라고 하면 알 겁니다.”
“……알파벳요?”
“네, 지금 고발한 회사입니다. 우리 회장님이 전달하라는 서류가 있어서요.”
약간 불안해하는 여직원이었다.
무슨 해코지라도 하는 줄 아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 알겠어요. 잠시만…….”
사무실 내부에 하나 존재하는 문을 노크하고 들어가 보고하던 여직원은 잠시 후 바로 나와 이야기를 한다.
“들어가시면 돼요.”
“감사합니다. 예쁜 아가씨!”
“아가씨는 아니에요.”
황규태의 말에 뭘 생각하는지 아가씨가 아니라고 강하게 말하고 있었다.
“그런가요. 그럼 예쁜 아줌마라고······.”
“뭐예요?”
아줌마란 소리에 소리를 빽 하고 지르는 아가씨였다.
“아줌…… 아니, 아가씨가 아니라고 해서 한 말입니다. 그럼 들어가 보도록 하죠.”
빠르게 아가씨를 피해 문을 열고 들어가는 황규태 실장이다.
그런 황규태 실장을 눈에 쌍심지를 켜고 흘겨보는 아가씨……
그 눈빛이 자신의 뒷목을 잡아끄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개의치 않는 황규태는 방 안에 들어가 한번 쓱 훑어본다.
회장실은 온갖 책으로 도배되어 있었고, 사무실과 마찬가지로 서류가 탑을 쌓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알파벳의 황규태 실장입니다.”
그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로 움직이는 윤원상 회장이다.
“일단 앉으시죠.”
“감사합니다.”
말도 안 듣고 쫓겨날 줄 알았는데 얼굴에서는 별다른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윤원상 회장이다.
“그래, 우리가 고발한 회사에서 나를 찾아온 이유가 뭔가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는 듯 바로 본론을 물어보는 윤원상 회장이다.
“이거 차라도 한잔 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 황규태 실장의 너스레에도 윤원상 회장에게서 아무런 표정 변화를 찾을 수 없었다.
“우리가 고발한 회사와 이야기하는 것도 그리 좋은 일은 아니니, 협박이든 돈 지랄이든 하고 가란 말입니다.”
하고 싶은 것 다 해 보라는 표정, 뭔가 신념에 찬 표정이었다.
저런 사람이 가장 상대하기 힘든 부류라는 걸 잘 알고 있는 황규태였다.
보통 종교인들은 신념이 강하다.
또 국수주의자와 같은 애국자로 칭하는 인물들이 그러하다.
그들은 신념에 따라 죽음도 불사하는 부류들이었다.
윤원상 회장을 보면서 그런 부류의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럼 말하라고 하니 본론을 말하죠. 이것부터 읽어 보시고 이야기하시죠.”
들고 온 서류를 내미는 황규태 실장이다.
“…….”
“돈 같은 저급한 것 아니니 일단 읽어 보시고 이야기하시죠.”
그제야 봉투를 뜯어보는 윤원상 회장이었다.
천천히 읽어 내려가는 윤원상 회장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손까지 가늘게 떨면서 끝까지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장장 20분에 걸쳐 토씨 하나까지 상기하며 읽는 듯 그 속도가 얼마나 느린지 모른다.
그저 A4용지 4장에 지나지 않는 분량일 뿐인데 말이다.
거기에는 왜 정부가 알파벳과 한영에 토지와 기업을 넘기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넘길지 에 대해 상세하게 나와 있다.
또한 지도와 함께 한일어업협정 개정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게 사실인가요?”
눈이 충혈되기까지 한 윤원상 회장이다.
황규태는 그가 국수주의에 빠진 애국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습니다. 우린 정당한 대가를 받고 한국 정부가 원하는 대로 협상을 해 줬을 뿐입니다.”
보고서에 나온 또 다른 내용이었다.
또한 알파벳의 한경민 회장이 어떻게 해서 한일어업협정 개정을 할 수 있었고, 그의 역할이 뭔지, 거기에 지금이라도 한일어업협정 개정을 무위로 돌릴 힘까지 있다는 내용까지 적혀 있었다.
“이걸 나에게 건네주는 이유가 뭐죠? 이 정도 사안이라면 나 정도는 정부에서 알아서 처리해 줬을 텐데요.”
아마 정부에 오늘 만남이 보고가 될 것이다.
그만큼 정부는 윤원상 회장이 국익에 해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회장님이 그러시더군요. 한국에 윤 회장님 같은 분 한 사람은 있어야 세상이 조금은 살만하지 않을까 하고요.”
“…….”
“이걸 외부에 알리든 안 알리든 우리는 이제 상관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그에 따른 책임은 윤 회장님이 지셔야 한다는 것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협박인가요?”
“협박이라면 협박일 수 있겠군요. 우리 회장님은 윤 회장님을 좋게 보셔서 이렇게 모든 것을 오픈했을지 모르지만, 전 아닙니다. 회사의 리스크가 될 인물이라면 과감하게 제거라도 할 생각이니까요.”
얼굴에 한기를 보이며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는 황규태 실장이었다.
실제로는 황규태 실장 또한 경민과 같은 마음이었다.
“…….”
“오늘 이후로 윤 회장님에 대한 감시를 걷어 드리도록 하죠. 그럴 힘은 저에게도 있으니까요.”
“…….”
황규태는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 윤원상 회장을 뒤로하고 방을 나섰다.
“아줌마, 혹시 남자 친구 있어요?”
나오자마자 이 말을 꺼낸 황규태를 보며 못 볼 것을 봤다는 얼굴을 하는 여직원이다.
“…….”
“없나 보네. 내가 아줌마랑 잘 맞는 남자 하나 아는데······.”
이상한 말을 꺼내는 황규태 실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더 나가면 분위기가 이상해질 것 같아 곧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황규태 실장은 [국민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모임]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갑자기 입안이 쓰다 보니 소주가 간절히 당겼다.
황규태는 전화기를 들어 오진호에게 지난번에 만났던 식당으로 오라는 말을 꺼내고는 차에 올라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