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13)
013화
“으음… 확실히 동물 키울 때 먹이면 안 되는 음식 종류들이 있었던 거 같은데. 내가 너무 안일했나.”
강아지한테는 초콜렛.
고양이한테는 양파.
이런 걸 먹이면 건강에 안 좋을 수 있었다.
암석 뱀한테는 히드라 고기가 그런 게 아니었을까?
-끼잉!
물론 아니었다. 암석 뱀은 강하고 단호하게 항의했다.
“알겠어. 진정해.”
암석 뱀은 최연승이 뺏어갈까봐 깔끔하게 고기를 해치웠다.
와구와구!
“롱■톤. 이제 슬슬 다 먹었으니 난 가봐야겠다.”
-끼이잉.
암석 뱀이 가지 말라는 듯이 꼬리를 뻗어 최연승의 손목을 감았다.
“미안. 난 가봐야 해.”
여기서 한동안 암석 뱀 가족들과 노는 것도 즐거울 것이다.
그러나 최연승은 자기의 목적을 잊지 않았다.
끊임없는 수련.
그것만이 성좌가 될 수 있는 길이었으니까.
목적을 이룰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겠다!
단순하게 들렸지만 그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한 사람이 흔들리지 않고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는 세월은 얼마 정도가 한계일까?
십년?
이십년?
만약 수십 년을 버틴다 쳐도, 수백 년 넘게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집중할 수 있을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몇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어비스에서 헤맸지만 최연승의 마음가짐은 지구에서와 조금도 달라짐이 없었다.
흔들리지 않고, 나태해지지 않고, 오만해지지 않고, 오로지 처음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모든 일에 맞서고 있었다.
그랬다.
이 미래를 위해 최연승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던 것이다.
그녀가 본 미래에 필요했던 사람은 바로 이런 사람!
뛰어난 마나 재능을 가지고 있어서 대마법사가 될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타고난 무공 재능을 가지고 있어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르는 성좌로의 길을 묵묵히 불평하지 않고 걸어갈 수 있는 사람.
바로 그 사람이 최연승이었던 것이다.
물론 정확한 이유는 여신 본인도 몰랐지만…
* * *
팍팍팍-
“?”
떠나려는 최연승을 두고, 암석 뱀은 꼬리로 바닥에 그림을 새겼다.
개발새발에 가까운 그림이었지만 무슨 뜻인지는 대충 느껴졌다.
“그러니까… 저쪽의 영역에… 뭔가 있다, 이건가?”
-끼잉, 끼잉!
아무래도 암석 뱀은 최연승이 가려는 곳에 대해 말해주려는 것 같았다.
어비스는 무한히 넓었고 위험한 놈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아무리 최연승이 성좌의 길에 들어선 강자라 할지라도 최연승보다 강한 존재들도 있을 터.
미리 안다는 건 좋은 것이었다. 대비할 수 있었으니까.
“…근데 이게 대체 뭐지?”
암석 뱀이 그린 상대는 매우… 특이했다.
일단 날개가 달렸고 뿔이 있었다. 그리고 사악해 보이는 얼굴에 강조 표시가 되어 있었다.
“…위험하다는 건가? 얼굴이?”
-끼잉!
‘악마인가? 그런데 얼굴이 위험하다는 게 뭐지?’
최연승은 의아해했다.
날개에 뿔.
사악한 얼굴.
어비스의 악마가 가진 특징 중 하나였다.
물론 꼭 악마가 저렇게만 생긴 건 아니었다.
애초에 악마라는 건 마신 계열 성좌들의 부하들을 싸잡아서 말하는 거라 온갖 형태의 악마가 다 있었다.
생전에는 슬라임이었는데 성좌의 선택을 받고 사도가 된 슬라임 악마, 생전에는 엘프였는데 마찬가지로 선택을 받고 사도가 된 엘프 악마 등등.
그렇지만 등에는 시커먼 날개를 달고 머리에는 날카로운 뿔을 달고 있는 형태의 악마가 일반적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최연승이 지구에 있었을 때 나왔던 악마들도 그런 형태의 악마들이었다.
한 번 던전에 나타나면 모든 헌터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던 악마들!
악마는 지능이 낮은 몬스터들과 달리 교활하고 사악했다.
강함을 떠나, 던전에 들어온 헌터들을 적극적으로 노리고 덤벼드는 그 호전성은 악명이 높았다.
하지만 그건 옛날 이야기.
‘내가 이제 그런 악마들한테 겁을 먹을 수준은 아닌데.’
지금 최연승의 경지와 그 때 지구에 나타났던 악마들의 경지는 차이가 어마어마했다.
그 때 나타났던 악마들의 수준은 B-급에서 B+급 정도였고, 그 정도면 5서클 마법 사용자나 일류의 경지를 찍은 무공 사용자들이 팀을 이뤄서 잡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지금의 최연승이라면 혼자서 학살을 할 수 있었다.
‘훨씬 더 강한 악마인가? 바리고스 같은?’
최연승은 바리고스를 떠올렸다.
성좌의 길을 본격적으로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싸웠던 대악마!
그는 정말로 강했었다. 지구에서 나왔던 악마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하지만…
최연승은 바리고스를 꺾고 더 높은 경지 위로 올라갔다.
게다가 성좌의 힘까지 손에 넣은 상태.
이제 다시 바리고스와 부딪힌다 하더라도 저번처럼 팽팽하게 흘러가진 않을 것이다.
최연승이 압도할 게 분명!
‘혼원보로 사방을 점하고 거기서 강기의 탄환을 쏘아내 움직임을 묶은 다음, 어디든 드러난 빈틈에 존재력을 담은 강기를 쑤셔 박으면 끝나겠지.’
어쨌든 바리고스는 성좌의 권속들 중에서 손꼽히는 강함을 갖고 있었다.
성좌 아닌 존재들 중에서는 한계에 도달한 강함!
최연승이 보기에, 성좌가 직접 오는 게 아니라면 바리고스보다 더 강한 자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걱정 마라. 성좌쯤 되면 내가 영역에 들어왔다고 직접 덤벼들지는 않으니까. 그리고 성좌가 아니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고.”
성좌들이 엉덩이 무거운 건 이미 어비스에서 겪은 지 오래였다.
최연승이 성좌의 사도들을 전부 쓰러뜨리고, 성좌의 영역을 모두 부숴버리고, 성좌의 얼굴에 침이라도 뱉지 않는 한 성좌가 직접 나서지는 않으리라.
-끼잉…
그렇게 말했는데도 암석 뱀은 걱정된다는 기색이었다.
* * *
[의 영역에 들어왔습니다.] [인근의 성좌들이 당신을 주시하기 시작합니다.] [의 권속들이 당신을 눈치 채고 접근합니다.]주인 없는 어비스의 공허를 떠돌다가 주인 있는 어비스의 영역으로 들어서자 성좌들이 최연승의 존재를 느끼고 시선을 던져왔다.
마치 최연승이 개인 방송이라도 하는 것 같은 상황.
차이점이 있다면 이건 최연승이 끄고 싶어도 끌 수 없다는 점이었다.
‘쯧. 성좌 놈들.’
계속 ‘멍청한 놈, 내 것이 되어라!’ ‘네가 성좌가 될 수 있을 거 같냐? ㅉㅉ’ ‘내 명을 듣지 않으면 널 부숴버리겠다!’고 종알대는데, 짜증이 안 날 수가 없었다.
물론 최연승이 이런 것 때문에 흔들리진 않았다. 짜증은 나더라도 정신은 냉정함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구에 있던 계약자들은…
‘성좌와 계약하는 놈들은 정말 제정신 유지하기가 힘들겠군.’
일거수일투족을 다 팔아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이십니까?”
“맞다.”
“제 주인님께서 성좌님을 뵙고 싶어 하십니다.”
멀리서 접근한 의 권속들.
최연승은 자세를 바로잡고 상대를 마주보았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름답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나타난 권속들은 흠잡을 곳 없이 아름다웠다.
색만 조금 더 흰색이었다면 천사 쪽으로 착각했을 정도로!
그러나 권속들의 이마에는 뿔이 솟아나 있었고 등에는 시커먼 날개가 피어나 있었다.
흔히 몽마라고 부르는, 타인의 꿈에 들어가 욕망을 조종하는 악마들!
[몽마(夢魔), 인큐버스가 을 사용합니다.] [의 내공이 저항합니다.]인큐버스의 종족 특성은 매혹.
어떤 존재든 간에 유혹하고 매혹시켜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것이 그들이었다.
물론 최연승한테는 통하지 않았다.
혼원신공의 정순한 내공과 성좌로서의 존재력이 모든 접근을 막아낸 것이다.
“인사치고는 무례한데.”
“죄송합니다. 이건 저희가 조종할 수 없는 능력이어서요.”
인큐버스는 고개를 숙였다. 딱 달라붙은 옷 위로 날씬하고 호리호리한 몸매가 드러났다.
새하얀 얼굴은 티 하나 없었고,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위로 드러나는 중성적인 미모는 지구에서 봤던 어떤 미인보다도 아름다웠다.
어비스에서 수천 년 동안 흉악한 몬스터 놈들만 보면서 지내다가 이런 사람, 아니 인큐버스를 보니 눈이 부실 정도였다.
‘아니. 잠깐. 인큐버스는 수컷 아닌가?’
최연승은 의아해했다.
인큐버스=수컷.
서큐버스=암컷.
지금 눈앞에 있는 인큐버스는…
‘하긴 지금 그게 뭐가 중요하냐.’
“그리고 위대하신 성좌님에게는 저희의 하찮은 능력 같은 건 통하지 않으리라 믿었습니다.”
“아직 성좌가 아니다만.”
“곧 좌에 오르실 거라 믿으니까요.”
“……”
최연승은 순간 살짝 감동했다.
어비스에서 처음 들은 따뜻한 말!
성좌란 놈들은 자꾸 짜증나는 메시지 창만 던져대는데, 처음 보는 인큐버스가 저렇게 믿어주니 울컥하고 올라왔다.
이 삭막한 어비스에도 아직 따뜻한 정과 믿음이 남아 있었구나!
“거절한다면?”
“거절한다면 그냥 보내라고 주인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절대 성좌님께 해가 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주인님의 명예를 걸고 맹세할 수 있습니다.”
인큐버스가 전한 말은 꽤나 그럴듯하게 들렸다.
무엇보다 최연승이 원한다면 그냥 떠나도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뭘 원하는 거지?’
“좋다. 만나보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최연승은 인큐버스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아. 그러고 보니.’
“혹시 지구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 어비스 밖의 행성 중 하나인데.”
“지구… 말인가요? 아… 아주 예전에 소문으로 한 번 들어본 것 같은데요… 거기로 가는 게이트를 두고 인근 성좌들끼리 다퉜다고…”
“!”
최연승은 눈을 크게 떴다. 확실히 지구가 맞았다.
“그거 말고는?”
“죄송합니다. 저도 소문으로 들은 거라 그 이상은 잘… 제 주인님께서 아실지도 모르겠어요. 지구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그래.”
“영혼이 어마어마하게 많다고 들었는데, 확실히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성좌님께 대단한 도움이 될 거에요.”
인큐버스는 최연승이 성좌로서의 힘을 올리기 위해 지구를 손에 넣으려는 줄 알고 있었다.
“난 딱히 지구를 손에 넣을 생각이 아닌데.”
“예? 그러면 어떤 이유로?”
“지구를 손에 넣으려고 하는 다른 성좌들을 막을 생각이다.”
말하고 나서 최연승은 살짝 민망해졌다.
어비스의 다른 종족들에게 그의 말이 어떻게 들리겠는가. 아마 터무니없는 거짓말로 들릴 것이다.
어비스의 어떤 성좌가 그렇게 남 좋은 일만 해주겠는가?
“그건… 놀랍습니다. 성좌님께서는 강하신 것뿐만이 아니라 고귀하시기까지 하군요!”
그러나 인큐버스는 최연승의 말을 진지하게 믿어줬다.
“…네 이름이 뭐지?”
“? 제 이름은 아르니라고 해요.”
“그래. 잘 부탁한다. 아르니.”
“성좌님께서 외워주실 정도로 가치 있는 이름은 아닙니다! 황송할 따름이에요.”
아르니는 몸 둘 바를 몰라하며 황송해했다. 중성적인 미모를 가진 인큐버스가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을 매혹시켰다.
이것이 몽마들의 종족 특성!
단순히 관련 스킬을 상시 발동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종족 자체가 다른 이들의 호감을 사는 것에 능했다.
‘하지만 그게 나쁠 건 없지 않나?’
최연승은 그렇게 생각했다. 종족이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호감을 산다고 해서 뭐 어떻단 말인가.
비호감인 것보다는 낫지 않나?
그러나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 * *
몽마들의 영역은 신전이나 절을 연상시켰다.
고요하고 조용한데다가 곳곳에 보이는 건물들은 장식 하나 없이 투박하고 검소했다.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다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