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14)
014화
가 지배하던 어비스의 영역은 그 이름에 걸맞게 혼잡한 곳이었다.
곳곳에 사냥감들의 뼈와 근육, 피로 만든 건축물들이 있었고 근처의 악마들은 닥치는 대로 싸움을 벌여댔다. 주인의 눈에 들기 위해서였다.
몽마들의 주인은 .
좀 더 욕망에 충실한 곳이어야 하지 않나?
“왜 그러세요?”
“솔직히 말해서, 생각했던 모습과 좀 다르군.”
“성좌님께서는 어떤 모습을 예상하셨죠?”
“욕망에 충실한 모습? 실례가 되는 말이었다면 미리 사과하지.”
“무슨 말씀을요! 아닙니다!”
아르니는 손사래를 치더니 다시 말했다.
“그리고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닙니다.”
“?”
최연승은 의아해했다.
“저희는 욕망에 충실한 종족이 맞으니까요.”
“에이, 그 정도 가지고 뭘 그러나. 그 정도는 다들 그러지.”
최연승은 코웃음쳤다. 인간만 해도 욕망에 충실한 종족이었다.
인간이 욕망 때문에 얼마나 많은 실수를 저지르는가.
“저희는… 좀 많이 과한 편이거든요… 제 입으로 말하기도 좀 부끄럽지만요…”
“그래? 겉모습과는 전혀 다르군.”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면 안 되니 언제나 훈련중이에요. 저 건물들도 훈련의 일종이고요.”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술을 끊기 위해 아예 술을 멀리하듯이, 몽마들도 욕망을 다스리기 위해 비슷한 방법을 선택했다.
필요한 때가 아니면 아예 욕망이 생길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저 투박한 건물들은 일종의 수련장!
“훈련? 그거 좋아 보이는군.”
그리고 최연승은 ‘훈련’이란 단어에 반응했다.
수천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훈련성애자!
“흠. 혹시 나도 들어갈 수 있나?”
“안 됩니다.”
아르니는 단호하게 말했다. 최연승은 시무룩해졌다.
“그런가.”
“아… 아니… 그게… 죄송해요. 성좌님께서 안에 들어가시면 다른 몽마들이…”
“?”
최연승은 아르니가 무슨 소리를 하나 싶었다.
쾅!
순간 저 위에서 무언가가 굉음을 내며 착지했다.
“!”
갑작스러운 기습에 아르니는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뭐하고 있는 거야! 다들!”
“죄… 죄송합니다!”
“막아!”
“크아아악! 아무도 나를 막을 순 없다!”
다급한 외침.
아까까지는 보이지도 않던 몽마들이 사방에서 급하게 튀어나왔다.
“크르르르… 못 참겠다…! 욕망! 욕망을 내놔라!”
“뭐냐 저건?”
최연승은 황당하다는 듯이 앞을 가리켰다.
[서큐버스가 을 사용합니다!] [혼원신공이…] [서큐버스가 를 사용합니다!] [혼원신공이…] [서큐버스가…]눈앞의 서큐버스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눈빛에 이성이라고는 없었다.
마치 야수와 같은 흉폭함!
침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최연승을 노려보는 모습이 매우 살벌했다.
최연승은 손가락을 튕겨 혼원지를 날렸다. 공기를 찢는 소리와 함께 서큐버스 앞의 땅에 구멍이 뚫렸다.
명백한 경고.
힘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더라도 목숨의 위협은 느끼리라.
그러나 서큐버스는 멈추지 않았다.
“네 욕망! 네 욕망을 내놓으란 말이다!”
“내 욕망?”
순간 최연승은 의아해했다.
욕망…
내가 가진 욕망이 뭐지?
맛있는 걸 먹고 싶은 욕망, 강해지고 싶은 욕망, 지구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 돌아가면 가장 먼저 벤치프레스나 좀 해볼까 싶은 욕망, 성좌가 되려는 욕망…
‘이 정도인가?’
최연승이 생각해도 꽤 검소한 욕망들이었다.
이런 욕망들을 가져서 뭐 쓸 곳이 있나?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서큐버스는 눈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놀랍게도 온몸에 각종 강화 마법을 걸고 있었다.
반쯤 이성을 잃었는데도 저렇게 자연스럽게 마법을 쓸 줄이야.
‘A급 이상이다!’
지구의 기준이었다면 A급 몬스터로 취급받아도 이상할 게 없었다.
물론 최연승의 상대는 아니었지만.
쿵!
최연승은 서큐버스의 머리를 붙잡은 뒤 그대로 땅바닥에 짓눌렀다. 스킬을 사용해 상대의 힘을 역으로 돌려준 것이다.
그 뒤는 어마어마한 양의 정순한 내공으로 짓눌렀다.
“으아아아! 욕망 내놔! 욕망 내놔! 욕망 내놓으라고!”
“미친놈인가?”
최연승은 죽여도 되나 싶었지만 참았다. 일단 몽마들의 영역이었으니까.
“정말 죄송해요!!”
“사과는 됐고 이거나 좀 어떻게 해주지. 계속 나한테 스킬을 쓰고 있는데.”
[서큐버스가 를…] [서큐버스가 을…] […] […]몸이 닿은 것을 틈타 계속해서 최연승의 욕망과 힘을 뺏으려 드는 서큐버스!
경지의 차이가 너무 나서 아무런 효과도 주지 못했지만, 스킬은 매우 무시무시한 스킬이었다.
상대의 힘을 영구적으로 흡수하는 스킬!
마법 중에서도 나 같은 마법들은 그 희소성과 강력함으로 인해 명성이 높았다.
하물며 하급이 아닌 이라면야.
몽마가 왜 위험한 몬스터인지 알 것 같았다. 이런 스킬들을 종특으로 쓰는 것이다.
흡정의 종족!
한 번 붙잡히면 죽을 때까지 빨릴 수 있었다.
“빨리 움직여! 뭐하는 거야!”
아르니의 외침에 다른 서큐버스들과 인큐버스들이 허겁지겁 달려들어 서큐버스를 쇠사슬로 단단히 포박했다.
“으아아! 이거 놓으라고! 너희들도 먹고 싶잖아! 먹고 싶잖아! 같이 먹자고!”
“닥쳐 좀!”
“넌 300년 봉인행이다!”
서큐버스와 인큐버스들은 동료의 말을 무시하며 작업을 마쳤다.
그리고 최연승을 최대한 보지 않으려 애쓰며 움직였다.
“실례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왜 눈을 피하지?”
“그게… 음…”
아르니는 설명하려다가 한숨을 푹 쉬고 말했다.
“으으. 이렇게 설명 드리고 싶지는 않았는데요… 저희가 욕망이 강하기 때문이에요.”
* * *
몽마는 욕망을 욕망했다.
즉, 서큐버스나 인큐버스의 주식은 다른 영혼들의 욕망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욕망에 대한 욕망은 매우 탐욕스러워서, 한 번 발동되면 모두 정신을 잃었다.
같은 스킬도 강제로 발동되어서 상대를 통째로 빨아먹으려 할 정도!
“오랫동안 수련한 몽마는 상대방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고 욕망만 섭취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몽마들은 그러지 못합니다. 그래서 전부 다 안에 들어가 있게 명령했어요.”
“…그런 거였군.”
한 마디로 최연승을 보고 이성을 잃은 채 덤빌까봐 격리해놨던 것!
아까 그 서큐버스는 몰래 빠져나와서 덤벼들었던 것이 분명했다.
성좌한테도 덤벼들 정도라니.
얼마나 욕망이 대단하면…
“하지만 내 욕망은 별 거 없지 않나? 시시한 욕망들일 텐데.”
아 벤치프레스 하고 싶다~ 같은 욕망들을 과연 몽마들이 좋아할까?
“아니요. 성좌님의 욕망은… 정말 탐스럽고 빛나는 게… 츄르릅.”
“……”
“아, 아니. 전 완벽히 스스로를 통제하고 있습니다…! 믿어 주세요!”
“알겠으니 나한테서 10m 이상 떨어져라.”
“아앗…”
아르니는 울상을 지으며 거리를 벌렸다.
아르니의 설명에 따르면, 욕망의 양이나 종류는 중요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중요한 건 욕망의 질!
얼마나 순수하게 욕망하는지, 얼마나 굳게 욕망하는지에 따라 그 질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연승의 욕망은 수천 년 넘게 강인한 의지로 단련되고 숙성된 최상급의 욕망.
드넓은 어비스에서도 이런 욕망은 본 적 없었다.
덕분에 최연승은 저 멀리서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몽마들을 미치게 만들고 헐떡이게 만들었다.
철커덩철커덩-
“그러면 이 소리는 설마…”
“…대, 대부분은 묶어놨습니다.”
왠지 모르게 희미한 울부짖음도 들려오는 것 같았다.
‘괜히 왔나?’
최연승은 괜히 찝찝해졌다.
는 몽마와 관련이 깊은 성좌. 만약 최연승의 욕망을 노리는 거라면?
물론 욕망만 노리는 거라면 최연승에게 해는 없었다.
아르니의 말에 따르면 몽마가 욕망만 잔뜩 섭취하면, 그 사람은 마치 욕망이 해결된 것 같은 개운함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 최연승은 다시 수련하고 싶은 욕망을 가질 것이고, 지구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을 가지겠지.
하지만 다른 몽마들처럼 욕망 말고 다른 힘까지 흡수하려고 든다면 우습게 볼 수 없었다.
‘뭐, 그렇게 나오면 싸울 뿐이다.’
“아르니. 왜 그렇게 멀리서 우물쭈물거리는 거지?”
“성좌님께서 10m 이상 떨어지시라고…”
“아. 그거. 농담이었으니 다가와도 된다.”
“성좌님!”
아르니는 감격한 얼굴로 다가왔다. 최연승은 슬쩍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런데… 넌 통제가 가능한데 왜 저 서큐버스는 스스로를 통제 못 했던 거지? 그 서큐버스가 약한 것 같지는 않던데.”
“레벨과 통제는 달라요. 몽마가 스스로를 다스리려면 오랫동안 꾸준히 금욕 생활을 하며 절제하는 훈련을 해야 해요. 이런 훈련 없이 레벨만 높으면 오히려 더 폭주할 위험이 높거든요.”
“레벨?”
“네? 레벨에 뭔가 잘못된 거라도 있나요?”
“레벨이 뭐지?”
“…?”
아르니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 강함의 수준을 측정하는 스킬인데요… 성좌님께서는 쓰지 않으신가요?”
지구에서도 강함의 수준을 측정하는 방법들은 있었다.
마법 사용자면 서클로.
무공 사용자면 삼류, 이류, 일류, 같은 식으로.
이런 경지를 기본으로, 헌터가 클리어한 던전이나 몬스터까지 고려해서 매기는 것이 헌터 랭크!
“강함의 수준은 마법 서클이나 무공 경지로 따지지 않나?”
“?!”
아르니는 경악했다.
저런 대충대충 따지는 방법이라니.
아니, 저건 측정 스킬에 들어가는 수준도 아니었다.
그냥 어림짐작이잖아!
“물론 상대의 강함을 측정하는 스킬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요… 쓸 수 있는 마법의 서클로 측정하는 건 너무 대략적이에요. 같은 7서클 마법 사용자라 하더라도 그 안에서 차이가 얼마나 심한데요. 어비스에서 보통 상대를 측정하는데 쓰는 방법은 레벨식이라는 게 학계의 정설이죠.”
“그… 그래. 그건 어떻게 하는 거지?”
“ 마법 스킬이요.”
‘지구에는 없었는데?’
하긴 지구에 들어온 마법들은 던전과 게이트에서 나오거나, 성좌들이 하사해 준 마법들이었다.
게이트가 열린지 그렇게 오래 지나지 않았으니 아직 없는 마법들이 많아도 이상할 거 없었다.
‘으음. 내가 떠난 지 꽤 됐으니 돌아가면 있으려나.’
“직접 보여드리는 게 나을 것 같아요. .”
아르니는 마법을 자신한테 사용해서 최연승한테 보여주었다.
아르니
LV:480
힘:490
민첩:1100
체력:620
마력:1200
지능:460
[이하는 확인 불가]생각대로 아르니의 레벨은 높았다.
필멸자들 사이에서는 손꼽히는 강함!
분명 이 몽마들 사이에서도 순위에 드는 실력자가 분명했다.
헌터 등급 쪽에서는 1~3서클 마법사가 E급이나 D급 헌터 취급을 받고, 4서클 마법사부터 C급, 5서클 마법사는 B급 이런 식으로 매겨지는 경향이 있었다.
뛰어난 공을 세우면 낮은 서클 마법사도 더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긴 했지만 일반적으로는 저랬다.
그리고 아르니의 말에 따르면 1~3 서클 마법사는 보통 레벨 100 이하, 4서클 마법사는 100에서 200 사이, 5서클 마법사는 200에서 300 사이.
즉 400 후반대인 아르니는…
‘헌터라면 S급 이상!’
S급 헌터들이 실제로는 A급 헌터들과 크게 실력 차이가 나지 않고, 세운 업적 때문에 받은 등급이라는 걸 감안하면 아르니의 실력은 S급 헌터들을 압도했다.
S급 헌터들은 아무리 높게 쳐줘도 레벨 400 초반대일 테니까.
S급 헌터 중에 6서클 마법사도 있다는 게 그걸 증명했다. 6서클이면 레벨 400을 못 넘었다.
‘무공 사용자는 아무도 없고…’
절정 경지의 무공 사용자, A급 헌터 리 여원이 최고 등급의 무공 사용자 헌터였다. 그 말고는 무공 사용자에서는 아무도 A급 헌터가 없었다.
“나도 해봐도 되나?”
“네? 성좌님께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