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15)
015화
“의미가 없다고?”
“제 스킬로는 성좌분을 측정할 수 없을 겁니다.”
성좌로 각성하기 시작한 존재는 이런 레벨로 측정할 수가 없었다.
레벨 외의 존재!
“.”
최연승
[측정 불가]“예. 이렇게 되죠? 감히 제 수준으로 어떻게 성좌님의 실력을 측정하겠어요.”
“아쉽군. 보고 싶었는데.”
“ 마법은 능숙해지면 능숙해질수록 더 많은 걸 알아낼 수 있어요. 아까 레벨과 스탯 말고도 스킬들이나 다양한 것들을 알아낼 수 있지만요… 다 보여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아르니는 자신의 상태창의 일부만을 보여준 것을 사과했다.
최연승 입장에서는 수상쩍게 여길 수도 있었던 것이다.
“아니. 나도 다른 사람의 밑천까지 다 보려고 하는 염치없는 놈은 아니니까.”
“성좌님…!”
“내가 아무 말이나 했다고 다 감동 받지는 말아줄래?”
“넵.”
어비스의 평균 인성 기준은 매우 매우 낮았기에, 최연승이 아무 말이나 해도 감동 받는 것 같았다.
물론 별로 기쁘진 않았다.
“결국 평소부터 절제하는 훈련을 하지 않으면 레벨이 높아진다 하더라도 이성을 잃게 되는 건가. 몽마는 힘들겠군.”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해요. 저희 같은 몽마에게 성좌님처럼 욕망을 절제하시는 분은 정말… 빛나는… 스으읍.”
아르니는 흠칫하더니 입가에서 흘러내리는 침을 닦았다. 최연승은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아르니를 쳐다보았다.
“전… 전 완벽히 스스로를 통제하고 있, 있씁니다! 믿어 주세요!”
“같은 말도 두 번 하니 이상하게 설득력이 떨어지는데.”
“흑흑…”
“아르니. 그렇게 서러워 할 필요는 없다. 널 딱히 못 믿거나 하는 건 아니니까.”
“성좌님!”
“그냥 몽마 종족에 대해 근본적으로 살짝 거부감이 드는 정도?”
“……”
역효과!
아르니는 주인을 만나기도 전에 최연승에게 괜한 선입견을 준 게 아닌가 하고 걱정했다.
사실 선입견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었지만!
* * *
가 머무르는 곳은 영역 한가운데의 한적한 신전이었다.
그리스 신전처럼 생긴 건물 앞에 도착한 아르니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들어가시면 됩니다.”
“같이 안 들어가나?”
“저 같이 하찮은 존재가 어떻게 성좌님들의 대화에 끼어들 수 있겠어요?!”
아르니는 펄쩍 뛰며 말했다.
“네 안내를 받아 왔으니 같이 들어가겠다. 앞장서라.”
“…!!!”
아르니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절 이렇게 생각해주신 분은 처음이에요!”
‘만약의 일이 생기면 이 자식을 방패로 써야겠군.’
최연승은 아르니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성좌끼리 대면하는 이상, 최연승은 불리한 입장이었다.
여기는 상대방의 영역인데다가, 성좌의 힘을 다루는 데에도 더 능숙할 테니까.
그에 비해 아르니는 속마음을 숨기는 데에 능숙하지 않아 보였다. 데리고 들어갈 경우 아르니의 반응을 통해 상대방이 하는 말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만약의 상황 방패도 가능하고!
‘저 정도 부하라면 아무리 성좌라도 잃는 걸 아까워하겠지.’
남의 초대를 받아 왔지만 최연승은 경계심을 놓지 않고 있었다.
이라는 이름은 아무한테나 주어지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신전 안으로 발걸음을 디디는 순간 가장 먼저 느낀 건 편안함이었다.
편안하다!
마치 목욕을 끝내고 나른한 기분으로 푹신한 침대 위에 드러누운 것처럼, 온몸에서 편안함이 느껴졌다.
모든 목적과 잡념을 잊고 이곳에 머무르고 싶다!
계속 여기에 있으면 얼마나 편안할 것인가?
그러나 최연승은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수없이 긴 세월 동안 몸에 배인 신념은 간단한 쾌락으로 흔들리지 않았다.
‘편안하지만… 나는 움직이겠다.’
옆을 보니 아그니는 완전히 홀린 표정이었다. 최연승은 그의 등을 쳤다.
“죄, 죄송해요!”
“좋은 꿈이라도 꿨나?”
“성좌님께서 허락해주셔서 욕망을 마음껏 들이키는 꿈을 꿨어요.”
최연승은 다시 한 걸음 거리를 벌렸다.
“그… 그래. 그래서 네 주인님께서는 어디 계시는 거냐?”
“이미 저 앞에 계시는걸요.”
최연승은 고개를 돌렸다.
차가운 신전의 돌바닥 위에, 조그마한 소녀가 서있었다.
아까까지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소녀는 마치 안개처럼 조용히 나타난 것이다.
다른 몽마들과 달리 빛나는 외모를 갖고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평범한 인상에 무해한 분위기만 풍겼다.
“?”
“맞다. 네가 최근에 어비스를 시끄럽게 한 그 성좌로군. 만나보고 싶었다.”
“미안하지만 아직 성좌는 아니다. 갈 길이 멀지.”
“아니, 일단 성좌의 길에 오른 이상 성좌나 마찬가지다. 스스로 각성만 하지 못했을 뿐, 할 수 있는 건 같으니까. 존재력을 다룰 수 있지 않나?”
아무런 해도 끼치지 못할 것 같은 소녀가 담담하게 말하는 모습에서는 현기(玄機)가 느껴졌다.
어린 소녀가 아니라 성좌라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제 성좌로서는 풋내기나 마찬가지인 최연승으로서는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각성이라고?”
“궁금하겠지. 하지만 더 이상 설명은 해주지 않겠다.”
소녀는 짓궂게 웃었다. 최연승은 눈썹을 찌푸렸다.
“뭘 원하나?”
“눈치가 좋군? 그래. 본녀가 원하는 걸 들어주면 설명은 얼마든지 더 해줄 수 있다. 그리고 본녀가 원하는 건… 동맹이다.”
“…?”
최연승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소녀를 쳐다보았다.
“본녀가 동맹을 원하는 게 이상하게 들리나?”
“솔직히 말해서 그렇군. 성좌란 족속들은 자기밖에 모르는 놈들이라고 생각했거든.”
“자기밖에 모르는 족속 맞네. 하지만 자기밖에 몰라도 동맹은 이뤄질 수 있어. 서로의 이해가 일치하면 말이지.”
소녀는 제자리에서 빙글 돌았다.
“필멸자들 사이에서도 강자와 약자가 정해지듯이, 성좌에서도 강한 성좌와 약한 성좌는 있네. 그 정도는 알고 있겠지?”
“그렇겠지.”
거느리고 있는 영혼이 많고, 모든 이들이 숭배하는 성좌는 강한 성좌였다.
영혼을 거느릴수록 강해지고.
숭배를 받으면 강해진다.
성좌는 영혼의 숭배를 받을수록 강해지는 것이다.
당연히 이런 게 부족한 성좌는 약한 성좌였다.
“필멸자들은 성좌를 신처럼 우러러보고 부러워하지만… 사실 성좌의 삶도 쉽지는 않지. 특히 약한 성좌는 더더욱. 성좌들은 자기보다 약한 놈들은 귀신 같이 알아보고 덤벼들거든.”
“어디든 그렇겠지. 그쪽도 마찬가지 아닌가?”
약육강식.
수많은 성좌들이 자신의 왕국을 세우고 도사리는 어비스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본녀는 다른 성좌들의 영역이나 영혼에 관심이 없네. 모든 성좌들이 다 야심 넘치는 건 아니라는 걸 명심해줬으면 하는군.”
“……”
“왜, 못 믿겠나?”
“있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완전히 믿기는 좀 힘들군.”
“그 정도면 충분하네.”
소녀는 싱긋 웃었다.
“그 정도면 이 어비스에서 넘치는 신뢰지. 조금 더 믿어줄 수 있게 설명을 해볼까? 본녀는 몽마들의 신이자 주인이지. 그리고 몽마는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종족이고.”
타인의 욕망을 먹고 살아가는 몽마는, 타인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었다.
“그건 약간 기…”
“기생충 같지?”
“…묘하다고 하려고 했는데.”
“후후. 친절하군. 하지만 몽마란 종족 자체가 기생하는 종족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네. 그러면 생각해보게. 다른 종족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종족이 어비스를 지배하려 할까?”
“노예로 잡은 다음 욕망을 뜯어내면 되지 않나?”
“네가 몽마가 아니라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걸세. 그런 식의 저급하고 불순한 욕망은 아무리 굶주린 몽마들도 싫어할걸. 욕망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 질일세. 자네 욕망처럼 말이야.”
소녀는 최연승을 보며 눈빛을 반짝였다. 최연승은 그녀가 자신의 욕망을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정말 몽마를 미치게 하는 욕망을 갖고 있군… 다른 자였다면 몇 번이고 충족되어 사라졌을 욕망인데도…”
최연승이 가진 ‘강해지고 싶다’는 욕망은 거대한 바다처럼 끝이 없고 오리하르콘처럼 순수했다.
최상 중의 최상!
다른 사람이면 ‘이 정도면 됐겠지’라고 예전에 만족했을 텐데도 최연승은 아직도 굶주려 있었다.
과연 수련의 성좌가 될 만한 자격이 있다!
“지금 혹시 입맛을 다셨나?”
“잘못 본 거겠지. 이야기가 잠깐 옆으로 샜군. 어쨌든 더 믿어주면 좋겠지만 억지로 설득하지는 않겠네.”
“아니. 그럴듯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그러면… 약하고 욕심 없는 성좌들끼리 연합하자는 건가?”
“바로 맞췄네. 눈치가 좋군.”
최연승은 소녀의 목적을 알아차렸다.
약하고 욕심 없는 성좌들끼리 손을 잡고, 탐욕스러운 성좌들한테 대항하자!
초식동물들끼리 무리를 지으면 맹수가 함부로 덤비지 못하는 것과 같았다.
“내가 호전적이고 탐욕스러울 수도 있다고는 생각하진 않았나?”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긴 했지. 하지만 다른 성좌들보다는 훨씬 더 이야기가 통하는 상대라고 생각했네.”
는 최연승의 욕망을 보고 판단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런 것까지 할 수 있다는 걸 알면 상대가 몽마를 경계할 테니까.
동맹 상대한테 굳이 안 좋은 인상을 살 필요는 없었다.
‘정말 보기 드문 성좌다.’
는 욕망을 구분하는 능력으로 동맹상대를 찾았다.
그리고 최연승의 거대한 욕망에서는 정복욕이나 권력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전투형 성좌 중에서 저 정도로 믿을 수 있는 상대는 찾기 힘들었다.
“솔깃한 이야기긴 하군.”
“!”
최연승의 말에 소녀의 얼굴이 환해졌다.
“하지만 몇 가지 더 물어볼 게 있다.”
“뭐든지 물어보게. 대답할 수 있는 거라면 바로 해주겠네.”
“동맹을 하게 되면 뭘 해야 되지? 의무가 있나? 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뭔가를 계획하고 있으면 도와주지 못할 수도 있는데.”
소녀는 웃었다. 이 성좌는 놀라울 정도로 신뢰가 갔다. 자기가 얻을 수 있는 걸 묻지 않고 자기가 해야 하는 것부터 묻다니. 어비스에서는 보기 드문 재능이었다.
“아무것도. 다른 성좌가 우리 동맹을 공격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거 없네. 무언가 강제로 시켜봤자 성좌들은 자기한테 손해가 가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거든. 네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뭐든지 해도 되네. 성좌간의 싸움은 지루할 정도로 오래 걸리니 도움을 주고받기에는 충분할걸세.”
성좌끼리의 싸움은 시간이 밖과 다르게 흘러가는 어비스에서도 지루할 정도로 오래 걸렸다.
성좌끼리 직접 붙는다? 그런 거 없었다.
다른 성좌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데 공격 좀 하겠다고 왕국을 비우는 바보는 어디 있겠는가.
결국 성좌끼리의 싸움은 부하들의 싸움이었다. 성좌의 지원을 받는 부하들은 치열하게 싸워서 땅 하나를 뺏고 뺏기곤 했다.
‘성좌들이 계약을 해서 부하를 만드는 것도 당연하군. 사실상 부하들이 곧 전력이니…’
지구에 있을 때, 여러 명의 성좌한테 컨택을 받은 헌터도 있었다.
그만큼 그 헌터의 재능이 뛰어났던 것이리라.
‘나한테는 손해 볼 거 없는 이야기다.’
최연승은 막 성좌의 길에 들어선 풋내기였고, 어비스에는 오래 산 성좌들이 수없이 많았다.
동맹이 생긴다면 든든하긴 하리라. 거기에 최연승이 지구로 돌아가는 것도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좋다. 동맹을 받아들이지.”
“잘 생각했네!”
소녀는 뛸 듯이 기뻐하며 최연승의 손을 잡았다.
[의 에 가입했습니다.] [성좌에게 말은 곧 힘.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존재력에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동맹 이름이 뭐 이러냐…?’
최연승은 처음으로 살짝 흔들렸다.
내가 이상한 곳에 들어온 건 아니겠지?
“좋은 이름이지?”
“음… 그, 그렇군.”
가 진심으로 묻는 것 같아서 최연승은 슬쩍 말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정말 오랜만에 하는 사회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