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183)
183화
“그냥 다 뒤지게 내버려두면 안 되나?”
“죽이고 싶은 놈들 다 죽였으면 지금쯤 이카로스 클랜 인원도 한 절반쯤 됐겠군.”
“…날 말하는 건 아니겠지??”
안토니는 살짝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왠지 모르게 불안했던 것이다.
“넌 죽이고 싶은 정도는 아니었지.”
“역시 그럴 줄 알았다. …잠깐. 정도는 아니었다면 어느 정도는…”
최연승은 무시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중국 놈들 설득 끝났으니 나머지는 좀 쉽겠지.”
중국 원정대에 먼저 들른 건 역시 가장 설득하기 귀찮은 상대였기 때문이었다.
다른 놈들도 물론 쉬운 상대는 아니었지만 중국 쪽 헌터들에 비교하면 매우 쉬운 상대일 터.
* * *
“지원을 해준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정말 감동적입니다.”
일본 쪽 원정대 반응은 생각보다 호의적이었다.
그 반응에 최연승은 안심했다.
‘여긴 생각보다 빨리 끝나겠군.’
“감동이고 감사고 됐으니 정말 고마우면 빨리 끝내자고. 필요한 물자 빨리 정리해서 말…”
“아. 잠시만요.”
“??”
일본 헌터 옆에서 명백히 헌터 같지 않은 사람이 나오자 최연승은 슬슬 불길함을 느꼈다.
“누구?”
“그, 방위성 쪽 공무원…”
한국이나 미국은 레이드 시대에 맞춰 새로운 정부 부서를 창립했지만, 일본은 방위성에 헌터 관련 분야를 추가했다.
즉 방위성 쪽 공무원이면 헌터나 레이드 관련된 일 또한 맡는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최연승 헌터.”
“반갑군. 무슨 일이지?”
“최연승 헌터께서 물자를 지원해준다는 말은 매우 감사하나, 그 전에 몇 가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공무원은 서류를 꺼내서 하나씩 늘어놓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헌터들은 경악에 찬 표정으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저것들 설마…?
-국세청 공무원들도 저러지는 않는데.
-미친 놈 아니냐 저거?
“자! 받아주십시오.”
두툼한 서류 뭉치를 받은 최연승은 표정관리를 위해 힘을 주고 물었다.
“이게 뭐지?”
“최연승 헌터께서 확인해주실 서류입니다. 아시다시피 물자를 받을 때 나중에 무슨 문제가 생길 때를 대비하려면…”
“지금 우리가 갖고 온 게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냐?”
최연승은 가만히 있었지만 다른 헌터들이 발끈했다.
좋은 의도로 도와주러 왔는데 이딴 반응이 나오는 이상 참을 수 있는 헌터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서류가 일본어인데.”
“아… 죄송합니다. 다른 서류가 없어서. 번역기로 해주십시오.”
최연승이 주먹을 날릴까 서류를 날릴까 고민하고 있는 사이 뒤에서 다른 공무원이 달려왔다.
그걸 본 헌터들은 살짝 안도했다.
그래도 정신 제대로 박힌 놈이 있기는 있구나!
“잠깐! 잠깐 기다리게.”
“예? 과장님. 지금 정해진 절차에 따라서 행동하고 있습니다.”
“아니야. 내가 다시 한 번 규정을 찾아봤는데, 물자를 받으면 안 돼. 규정에 따르면 해외에서 제공한 물자는 관련 검사를 하기 전에는 받으면 안 되거든.”
“검사를 해야 하나요?”
“그런데 지금 검사 장비가 없으니까 일단 거절하게.”
“……”
“……”
일본 헌터들도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공무원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공무원의 의지는 매우 굳건했다.
일레야가 옆에서 부추기듯이 속삭였다.
“점혈, 할 거죠? 점혈이 좋을 거 가타요.”
쾅!
그러나 그럴 필요가 없었다.
오크들의 공세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공무원들은 운 좋게 최연승의 점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 * *
“놈들이 못 넘어오게 막아!!!”
헌터들은 비명을 지르며 마법을 시전했다.
요새에 남아 있는 방어 마법과, 원래 있던 요새 벽. 그리고 헌터들이 추가로 강화시킨 벽까지.
이것들이 지금 헌터들의 목숨줄이 되어주고 있었다.
수백 명에 가까운 헌터들이 건 마법은 워낙 강력해 오크들도 쉽게 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오크들은 요새 앞에서 갈려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아까는 공격을 퍼붓다가 안 될 것 같으면 후퇴했었지만, 이번에는 죽일 듯이 동료의 시체를 밟고 올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 기세가 다른 거 같은데?!”
스몰우드가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마치 이번에 끝장을 보겠다는 것처럼 덤비는 오크들.
경험 많은 헌터들도 등골이 서늘해질만 했다.
“그래. 그런 거 같군.”
“……”
스몰우드는 황당하다는 듯이 최연승을 쳐다보았다.
최연승이 너무 태연했던 것이다.
지금 다른 쪽 헌터들도 당황해서 대책을 회의하느라 바빠지고 있었는데…?
“아마 오크들의 우두머리가 나타난 거 같군.”
“이 영역의 보스 몬스터가?”
최연승의 말에 헌터들은 자신도 모르게 요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하도 많은 오크들이 모여 있어서 누가 누구인지 구분 자체가 되지 않았다.
정말로 보스 몬스터가 나타났단 말인가?
“확실한 것 같아?”
“이 정도 숫자를 모으고 제대로 지휘를 하려면 우두머리는 되어야 하니까.”
최연승은 요새 벽 위에 발을 올렸다.
“???”
“보스 몬스터 목 따고 올 테니까, 버티고 있어라. 헌터들이 앞에서 진법으로 길 막고 있으니까 뒤에서 마법만 잘 쓰면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거다.”
말과 함께 최연승은 사라졌다.
남은 헌터들은 경악한 표정으로 사라진 곳을 확인했지만, 이미 최연승의 기척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 * *
‘보스 몬스터가 나와 줘서 다행이군.’
왜 던전의 보스 몬스터는 던전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것일까?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침입자들을 공격하는 게 더 편할 텐데.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 중 하나는 보스 몬스터가 쓰러지면 보통 그 던전이 끝장나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보스 몬스터는 가능한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그 밑의 부하들이 오기 전에 끝내는 것이 바로 정석적인 방법!
그러나 이번 원정대의 규모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했고, 광전사 성좌는 원칙을 깨고 오크들을 다 불러 모았다.
이렇게 불러 모은 이상 우두머리가 나서지 않으면 오크들은 자기들끼리 싸우게 되어 있었다.
-케탈라. 훌륭하다. 주인님께서 내려주신 전략을 이렇게 훌륭하게 따르다니!
오크 대족장, 이고르카는 무기를 휘두르며 외쳤다.
이 영역의 모든 오크들을 통괄하는 오크이자, 동시에 영역의 클리어 조건으로 설정된 보스 몬스터였다.
원래라면 성좌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어야 하는 건 바로 이 대족장 이고르카였다.
그러나 광전사 성좌는 그러지 않았다.
왜냐하면…
‘놈의 지나친 광기만 아니었다면 직접 명령을 내렸을 텐데.’
라는 성좌의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지만, 때로는 성좌의 권능이 성좌의 발목을 잡을 때가 있었다.
광기가 일정 이상 넘어가면 성좌의 말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침입자 놈들의 골통을 부수고 심장을 꺼내 씹겠다!
-훌륭하십니다. 이고르카 님!
그래도 다행히 케탈라라는 쓸만한 장기말이 있었다.
케탈라 덕분에 광전사 성좌는 여기 원정대들을 계략에 빠뜨릴 수 있었던 것이다.
‘지구의 인간 놈들은 한동안 내 이름만 들어도 공포에 떨리라.’
그러나 광전사 성좌는 너무 방심하고 있었다.
이런 원정대가 왔다는 건, 원정대도 보스 몬스터를 쓰러뜨릴 계획이 있다는 것이었으니까.
“저기 있다.”
최연승의 계획은 간단했다.
어느 순간이든 간에 최대한 피해를 줄이면서 버티고 있다가 보스 몬스터가 보인다면 달려가서 암살.
최연승의 무공 실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차 싶으면 성좌의 권능을 써서라도 죽일 수 있기에 가능한 자신감인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원정을 계획한 조셉도 같은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것도 최연승보다 한 발 앞서서!
[와 . 네게 이 두 개의 보물을 내리겠다.] [첫 번째 영역을 클리어해서 피에 미친 성좌 놈의 힘을 꺾어내라.]조셉의 주인, 도 오랫동안 고민한 결과 보스 몬스터 암살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만한 광전사 성좌는 설마 암살을 당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할 테니까.
갑작스러운 오크들의 공격에 말려들긴 했지만, 장군 성좌의 계획은 여전히 유효했던 것이다.
“저 오크 놈이 이 영역의 보스 몬스터라고?”
같이 온 헌터들은 어느 정도 확신을 하고 있었다.
이고르카가 뿜어내는 존재감이 보통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
원래 벤 나하트나 아들린 보나벨루자 같은 A급 헌터들은 조셉과 함께 할 생각이 없었다.
각자 원정대도 있고 조셉과 결과를 나누기보다는 그냥 자기들이 먼저 잡는 게 훨씬 나았으니까.
그러나 조셉의 제안은 생각보다 매력적이었다.
-난 지금 여기 있는 오크 놈들을 쓰러뜨릴 방법을 갖고 있다. 성좌가 직접 내려준 방법이지. 만약 나와 함께 한다면 너희 둘과 같이 권리를 나누겠다.
-……
-……
아무리 철천지원수 사이라도 이익이 걸려 있을 때는 뭉쳐 있기 마련.
독일 출신의 벤 나하트나 프랑스 출신의 아들린 보나벨루자도 그랬다.
아예 못 먹는 것보다는 나눠 먹는 게 낫지 않겠는가.
‘저 아티팩트,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군…!’
조셉이 갖고 있는 는 생각보다 훨씬 강력했다.
오크들의 눈을 전부 속이고 대족장의 근처까지 접근했는데도 어떤 이들도 눈치를 채지 못했으니까.
성좌가 직접 줬다는 게 허언이 아니었다.
망토의 힘이 저 정도라면, 갖고 있는 다른 아이템은…
슥-
조셉이 뽑아든 한손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독한 마력에 두 A급 헌터는 눈을 크게 떴다.
대체 무슨 마법이 담겨 있는 거지?
“한 번만 기회를 만들면 된다. 그러면 내가 놈의 숨통을 끊지.”
“…좋아. 나서보도록 하지.”
벤은 자기를 따라 온 몇 명의 헌터들과 함께 마법을 쓸 준비를 했다.
주변의 오크들이 많았지만 여기 있는 A급 헌터만 세 명에, B급 헌터가 열 명이 넘었다.
잠깐의 시간 정도는 얼마든지 벌 수 있었다.
“보나벨루자. 내가 스킬을 사용하면 네가 이어서 공격을 퍼부어라.”
“좋아. 준비나 하라고.”
콰아아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주변 오크들이 그대로 날아가고 천막들이 찢겨나갔다.
헌터들의 강력한 마법 때문이었다.
팟!
그 틈을 타 조셉은 정확하게 대족장의 등판을 푹 찔렀다.
성좌가 내려준 이 대족장의 몸을 파고들고 그대로 녹여버렸다.
…아니, 녹여버렸어야 했다.
“…?!”
-크… 크으으… 크으…
대족장 이고르카는 붉게 달아오른 눈동자로 조셉을 내려다보았다.
아무리 봐도 곧 죽을 놈은 아니었다.
[이 예상이 빗나갔다고 말합니다.]이윽고 들리는 성좌의 메시지.
조셉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걸 느꼈다.
-■■■■■■■■!
이고르카는 중독되어서 괴로워했지만 쓰러지지 않았다. 질기디 질긴 생명력으로 버티면서 광기를 폭발시켰다.
[가 기뻐합니다!] [가 이고르카에게 더욱 더 강한 힘을 내립니다!] […] […]깜짝 놀랐던 광전사 성좌는 의외의 상황에 비웃음을 터뜨렸다.
‘멍청한 놈들 같으니! 이고르카의 생명력을 얕봤구나!’
꼴을 보아하니 암살을 시도하려다가 실패한 게 분명했다.
“후퇴해라! 실패했다!”
“야 이런 미친 개새끼야!”
“니가 그러고도 A급이냐!?”
자리에 모인 헌터들은 어이가 없어서 욕설을 퍼부었다.
저렇게 자신만만했던 놈이 실패할 거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던 것이다.
이고르카는 순식간에 주변을 갈아버리고 아군인 오크들까지 날려버렸다.
헌터들은 도망치려고 해도 소리를 들은 주변의 오크들이 전부 몰려든 탓에 도망칠 수 없는 상황.
그리고 그 때, 진한 흰색 빛과 함께 이고르카의 목이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