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196)
196화
-?
최연승이 흡성대법을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 마르카이델은 처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했다.
무공에 대한 정보가 워낙 부족했던 것이다.
‘에너지 드레인?!’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물이 흐르는 것처럼, 마력이 최연승 쪽으로 빨려나가고 있었다.
마르카이델은 코웃음을 쳤다.
-마력 좀 흡수한다고 해결될 일 같으냐?
어비스의 수많은 마법들 중에서도 상대의 마력을 흡수하는 마법은 위험하고 불안정한 마법이었다.
일단 상대의 마력을 자신의 몸 안으로 집어넣어야 하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천만한 일인 것이다.
마력이란 건 쉽게 통제하기 힘든 힘이었다.
하물며 그게 남의 마력이라면?
조금만 흡수하는 것도 난이도가 만만찮은데, 지금 최연승은 마르카이델의 마력을 전부 다 흡수하려고 하고 있었다.
-내 주인님께서 내려주신 권능이다. 네 몸이 찢겨지기 싫으면 그만두는 게 좋을 거다.
최연승은 대답하지 않았다.
묵묵히 흡성대법을 펼쳐 일라파엘 안의 마력을 닥치는 대로 빨아들였다.
-…멈춰라! 죽고 싶지 않다면!
“걱정해줘서 고맙군. 하지만 괜찮다. 악마.”
우드득!
마력이 절반 넘게 흡수되었는데도 최연승의 안색이 변하지 않자 마르카이델은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인간 주제에 얼마나 육신이 튼튼하기에 저렇게 버틸 수 있단 말인가?
-그만… 그만둬라. 지금 그만둔다면…
“밖으로 나오겠나?”
-…어디 한 번 해봐라!
악마는 죽어도 굴복하지 않는 법.
마르카이델은 끝까지 버텼다.
그 순간, 마르카이델이 성좌에게 받은 권능이 그대로 빨려나갔다.
[권능, 을 흡수합니다!]-안 된다!
“?”
성좌에게서 받은 권능이 사라졌다는 걸 깨달은 마르카이델은 여유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울부짖었다.
싸움의 패배나, 받은 명령을 실패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인 것이다.
성좌가 직접 존재력을 써서 내려 준 권능을 다른 자한테 뺏기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실수!
랭크:S
권능이 담긴 그림자로 상대를 침식합니다. 침식된 상대는 꼭두각시가 됩니다.
“뭘 이런 걸 다?”
-이 놈!
마르카이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일라파엘의 몸에서 빠져나왔다.
권능을 뺏기는 것까지는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멀쩡했을 때에도 최연승에게 크게 당했는데,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지금 마르카이델이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빠져나오자마자 최연승은 바로 손을 떼고 전투태세로 돌입했다.
쾅!
포탄 터지는 소리와 함께 혼원권이 마르카이델의 몸 위로 작렬했다.
어찌나 기세가 강맹했는지 뒤에 있던 헌터들이 밀려날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명령한다…! 저 인간 놈을 잡아라!
마르카이델은 온몸의 생명력과 마력을 쥐어짜서 남은 권속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림자 전사들이 눈빛을 빛내며 최연승을 공격하러 나서지…
않았다.
“?”
-명령을 내리려무나! 이제 저들의 주인은 후계자 너니까!
나태의 여신은 상황을 깨닫고 다급하게 조언을 했다.
마르카이델의 권능을 뺏은 이상, 지금 소환된 그림자 전사들의 주인은 최연승이었던 것이다.
최연승은 무슨 말인지 바로 깨닫고 외쳤다.
“마르카이델을 공격해라!”
그 순간 그림자 전사들은 우렁차게 함성을 지르며 마르카이델에게 덤벼들었다.
-커억!
안 그래도 한계까지 몰려 있던 마르카이델은 그대로 움직임이 굳었다.
그 위로 흰색 빛이 섬광처럼 작렬했다.
숨통을 끊는 최연승의 혼원권이었다.
[이 사라집니다!] […] […] […] [존재의 힘이…]그 공격을 마지막으로 궁전 위로 구축됐던 던전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침 밖에서는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 * *
“마력도 없을 텐데 덤벼들다니 너무 무모하군.”
최연승은 일라파엘을 보며 말했다.
방금 마르카이델의 숨통을 끊을 때 그림자 전사들뿐만 아니라 일라파엘도 덤벼들었던 것이다.
물론 천사로서 적대심을 갖는 건 이해가 갔지만, 아무리 그래도 최연승에게 흡성대법으로 마력을 다 빨린 상황에서 덤벼드는 건 위험한 짓이었다.
“…본능적으로 나왔던 거 같군.”
일라파엘은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천천히 말했다.
“인간. 네 실력을 인정하겠다. 이번 임무는 네가 없었다면 해낼 수 없었을 거다.”
“어. 그래. 고맙다.”
“……”
최연승이 너무 무덤덤하게 대답하자 일라파엘은 살짝 당황했다.
물론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기뻐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일라파엘 본인이 인간을 인정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던 것이다.
최소한 서로 ‘너도 훌륭했다’같은 말 정도는 오갈 줄 알았는데…
“왜 그러지?”
“…아무것도 아니다.”
여기서 존중해달라고 말하기에는 일라파엘 스스로가 너무 부끄러웠다.
이번 임무에서 너무 많은 실수를 저질렀던 것이다.
언젠가 반드시 설욕하고 말리라.
“어, 최연승 헌터. 코어가 나오는데요?”
“놈이 몬스터도 부렸나? 잘 됐군. 코어도 챙기자. 코어 챙겨라.”
“예.”
마르카이델이 몬스터도 부렸었는지, 그림자 전사들이 죽은 곳에 큼지막한 코어들이 떨어져 있었다.
한 개당 몇백, 몇천만 달러 나갈 수 있는 보상을 버릴 정도로 헌터들은 금욕적이지 않았다.
“…??”
“뭐하십니까?”
헌터들은 당황했다.
일라파엘이 코어를 줍고 있었던 것이다.
‘천사도 코어를 챙기나?’
‘챙기긴 하겠지? 마력 덩어리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리랑 코어 경쟁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천사들에게는 자긍심이 있었다.
천사들이 코어가 필요하면 어비스를 돌아다니면서 몬스터를 사냥하지, 인간들의 코어를 대신 뺏어서 줍지는 않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라파엘이 코어를 대신 줍는 모습은 상당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아니다!”
일라파엘은 그 차갑고 냉정했던 얼굴을 붉히며 외쳤다.
“뭐가 아닙니까?”
“내가 너희들의 코어를 뺏으리라고 생각한 거냐?!”
“그… 그런 게 아닙니까? 그렇게 보입니다만…”
“저희는 괜찮습니다. 천사님께서 코어를 갖고 싶으시다면 어쩔 수 없지요…”
헌터들은 쓸쓸하고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코어가 비싼 물건이긴 했지만, 천사가 제공해 준 성좌의 무구와 비교하면 싼 물건이었다.
성좌의 권속에게 밉보이는 걸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은 최연승 정도밖에 없었다.
나머지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간들이 겁먹고 양보를 하자 일라파엘은 더욱 환장할 노릇이었다.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나!”
“그러면 뭔데?”
최연승은 다른 곳에서 코어를 챙긴 다음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일라파엘이 왜 코어를 들었는지 솔직히 궁금했던 것이다.
“설마 헌터들을 위해 대신 챙겨주려던 건가?”
“인간. 내가 그런 짓을 할 것 같나?”
“그러면 왜 들고 있는 거지?”
“그건…”
일라파엘은 머뭇거렸다.
왜냐하면…
본인도 잘 몰랐던 것이다.
‘내가 왜 든 거지?’
-후계자야.
-?
-혹시 저 천사한테 명령을 해볼 수 있겠니?
-미쳤나?
최연승은 어이없어했다.
일라파엘은 천사 중에서도 상당히 자존심이 높고 오만한 성격이었다.
그런 천사한테 명령을 내리다니.
그나마 쌓인 친분 관계가 그대로 박살이 날 것이다.
-날 믿고 한 번만 해주렴.
-싫어.
-……
단칼에 거절하는 최연승의 모습에 나태의 여신은 살짝 상처받았다.
-너무하지 않니…?
-아. 현장에서 뛰는 건 나인데 신전에서 구경만 하면서 이상한 거 시키지 말라고.
명치를 때리는 최연승의 묵직한 말에 나태의 여신은 할 말이 없었다.
여기서 가장 한가하게 자신의 신전에서 구경만 하고 있는 건 그녀 본인이었으니까.
-그래도… 응…?
-…쯧. 알겠다.
-큭큭큭. 쉽구나.
-취소다.
-아니야! 잘못했단다!
나태의 여신은 다시 부탁했다. 최연승은 혀를 차며 생각했다.
‘무슨 명령을 시키지.’
나태의 여신이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최연승은 일라파엘과 싸울 생각이 없었다.
물론 상대가 오만하고 건방지긴 했지만 그런 성격에 일일이 반응할 정도로 최연승이 어리지 않았던 것이다.
필요하면 협력하고, 필요하지 않으면 협력하지 않고.
중요한 건 실용이었지 쓸데없는 감정싸움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상대방한테 모욕적이지 않은 명령이 필요한데…
“일라파엘?”
“왜 부르지, 인간?”
다른 헌터들의 부름은 무시하던 일라파엘이었지만, 최연승의 부름까지 무시하진 않았다.
여전히 인간을 무시하고 오만하긴 했지만 내심 최연승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내가 목이 마른데 혹시 궁전 밖으로 가서 마실 것 좀 사다줄 수 있겠어?”
최연승은 달러 지폐를 일라파엘 손에 쥐어주며 말했다.
“……”
“……”
그 말에 헌터들은 얼어붙었다.
‘결투 신청인가?’
‘최연승 헌터 편에 서야 하나?’
아무리 같이 싸웠다지만, 어비스의 종족들은 농담을 모르는 이들이었다.
최연승이 저렇게 말하는 걸 모욕으로 받아들이고 검을 휘두른다면…
“인간. 날 모욕하는 것인가?! 아무리 내가 이번 싸움에서 추태를 보였다고 해도 그렇지…”
일라파엘은 그렇게 말하며 달러 지폐를 챙겼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
“…????”
“?????????”
* * *
-간단히 요약하자면 소유권이 이전된 거란다.
나태의 여신은 오래 산 성좌답게 마법과 권능의 원리에 대해 해박했다.
은 수집가 성좌가 만든 강력한 흑마법 권능.
상대를 꼭두각시로 만드는 이 권능으로 일라파엘이 지배된 상태에서, 최연승이 그 권능을 가져가버린 것이다.
일라파엘은 최연승의 명령을 거절할 수가 없게 된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고양이 성좌는 안 그래도 밉상이었던 일라파엘이 명령을 듣는 꼴이 되었다는 걸 듣자 신나서 외쳤다.
-아니. 안 되지. 쟤 성좌가 아직 눈 뜨고 살아 있는데 싸우자는 것도 아니고…
[그러면 좀 완화해서 불닭볶■면 같은 거 먹기 시킨 다음 유■브에 올리자고 가 말합니다.]지구에 빠르게 적응한 고양이 성좌는 다른 의미로 굴욕스러운 제안을 내놓았다.
이건 솔직히 좀 탐나긴 했지만 최연승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는 사이 일라파엘이 음료수를 사갖고 돌아왔다.
부끄러움과 굴욕과 당혹으로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이게… 이게 어떻게 된 거냐?”
“미안하게 됐다. 나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일라파엘도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달았다.
아까 최연승이 상대의 힘을 흡수했는지 조종하는 권능을 그대로 이어 받은 것이다.
어떻게 흡수한건지 매우 놀라운 일이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풀어주면 원하는 게 뭐든지 지불하겠다!”
“미안하게 됐다. 나도 일부러 한 건 아니고… 그리고 푸는 방법은 나도 모른다. 마르카이델이 알 거 같은데.”
“……”
일라파엘은 털썩 주저앉았다.
좌절한 듯 얼굴을 손과 날개로 가린 모습이 꽤나 불쌍하게 보였다.
“명령 안 할 테니까 진정해.”
“넌 이미 명령을 하고 있다!”
“아. 하긴 이것도 명령이군.”
강제로 진정이 되어버린 일라파엘은 거리를 벌리려고 했다. 일라파엘은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인간. 이번 일에 대한 보상은 내 주인의 이름으로, 내 이름으로 반드시 약속하겠다.”
“너무 급하게 가는 것 아닌가? 조금 더…”
“명령하지 말라고 했지 않나!”
일라파엘은 날개를 펼친 후 빠르게 날아올랐다.
도망치듯 날아가는 천사의 모습을 보며 헌터들은 감탄했다.
살다 보니 천사들의 저런 모습도 보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