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198)
198화
“뭔 훈장?”
“레지옹… 레지옹 뭐였는데. 프랑스어 어려워서. 젠장. 프랑스 놈들은 왜 영어를 안 쓰는 거지?”
“멍청해서 그렇겠지.”
헌터들은 프랑스인들이 들으면 분노할 소리를 태연히 늘어놓았다.
등급이 높든 낮든 헌터들은 기본적으로 인성이 파탄난 놈들이었지만, 등급이 높으면 좀 더 적극적으로 무례해지기 마련.
하물며 목숨 걸고 파리 시민들을 구했던 헌터들인 만큼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그 훈장 받으면 뭐가 좋은 거지? 매달 프랑스 정부에서 돈이라도 주나?”
“어차피 푼돈일 것 같은데.”
듣고 있던 담당자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그런 물질적인 보상이 아닌 명예가 있는 훈장이지요. 프랑스의 국립묘지에 묻힐 수 있고…”
“미쳤어? 우리가 왜 프랑스 땅에 묻히는 걸 원하겠어?”
“이 프랑스인들이 돌았나? 이봐. 우리 시체도 돈인 거 몰라? 난 이미 비싸게 계약해놨다고.”
헌터의 시체는 일반인의 시체와 달랐다.
온갖 마력이 깃들어 있는 매우 비싼 시체인 것이다.
그렇기에 헌터들 중에는 자기 사후에 시체를 기증하기로 계약한 헌터들도 있었다.
어차피 죽은 뒤의 일인데 생전의 돈이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설마 이걸로 받을 보상에 수작 부리려는 건 아니겠지? 훈장 쪼가리 하나 주고서 퉁치려고 하면 서로 귀찮아지는 거야.”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담당자들은 속으로 헌터들을 욕했다.
파리의 영웅이라고 고마워했었지만 며칠 상대하니 그런 기억은 싹 사라졌다.
최연승 빼고는 이런 진상이 따로 없는 것이다.
정작 A급 헌터인 최연승은 겸손하게 가만히 있는데 자기들이 생색이란 생색은 다 내고 있으니…
“진짜 너무한 놈들 아닙니까?”
“참게. 지금 상황이 정리되지 않았는데 놈들이 불만이라도 품으면 일이 귀찮아져.”
“최연승 헌터는 가만히 있는데 왜 자기들이 더 난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번에 새벽 4시에 사람을 부르더니 미국 맥주 갖고 오라고 난리를 치는 겁니다. 프랑스 술은 맛이 없다고…”
“헌터 놈들이 원래 그렇지. 난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하네.”
“?”
“이번에 최연승 헌터 같은 사람이 와서 이 정도로 끝난 거지, 다른 A급 헌터가 왔다고 생각해보게. 이 정도로 끝났겠나?”
상사의 말에 담당자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몇몇 인성 유명한 A급 헌터들이 스치고 지나갔던 것이다.
“이번 훈장수여식으로 헌터들이 좀 만족했으면 좋겠군.”
“그럴 거 같습니까? 탐욕스럽기 그지없는 놈들인데.”
“탐욕스러운 놈들이지만, 칭찬 받는 걸 싫어하는 놈들은 없어.”
상사는 여러 헌터들을 상대해봤기에 잘 알고 있었다.
물론 돈도 중요하지만 명예욕이라는 게 의외로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처음에는 돈이나 더 달라고 삐딱하게 굴던 헌터들도 수많은 유명인사들과 공인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찬사를 받으면 그 단맛에 취하곤 했다.
이번 훈장수여식도 아마 그런 의도에서 열리는 게 분명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널 생각해주니 제발 좀 진정하고 진상 그만 피워라!
…물론 헌터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뜻도 있긴 했다.
안 그런다면 당장 파리 시민들한테 쌍욕이 날아들어올 테니까.
정부쪽에서 아무리 ‘사실 여기 헌터들이 성질 엄청 더러워서 공무원들을 괴롭히고 그랬습니다’라고 말해봤자 시민들은 ‘저 저 정부 놈들이 또 돈 주기 싫어서 개수작질을 부리는구나!’라고 받아들일 게 뻔하지 않은가.
이미지라는 건 실로 무서웠다.
헌터 같은 이들은 한 번 영웅적인 업적을 세우면 그 뒤로는 무슨 개짓거리를 해도 사람들이 믿어주는 것이다.
“훈장이라도 받으면 저들도 좀 기분이 좋아져서 얌전해지겠지.”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 * *
“대통령 각하. 제 말을 이해하셨습니까?”
“아, 알겠다니까? 예의 바르게 행동하면 되는 것 아닌가?”
조르주 대통령은 짜증을 냈다. 그 말에 보좌관은 진땀을 흘렸다.
궁전 안의 일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의 일을 존경하고 부러워했지만 실제로는 극한직업에 가까웠다.
‘어쩌다가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가지고…’
생각 없이 툭툭 말을 내뱉는 건 기본에, 국정 연설 자리에서 자기가 갖고 있는 기업 자랑을 하고, 국회의원들이 실수를 지적하면 ‘이건 적들의 음모다!’라면서 적반하장으로 화를 내고…
그러다보니 그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들은 전부 쫓겨나고 주변에는 아부하는 사람들만 남아 있었다.
문제는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대통령이 멀쩡하게 행동하게 해야 한다는 점!
헌터들이 분노라도 하면 해고가 문제가 아니었다.
“이번에 온 헌터들은 매우 중요한 인재들입니다. 심지어 각하를 구출하고 파리 시민들을 구해냈단 말입니다. 이런 헌터들에게 무례하게 행동했다가는 이후로 어떤 헌터들도 지원에 나서지 않을 겁니다.”
“이해했네. 그런데 우리나라 헌터들은 대체 뭘 했길래 가만히 있었던 건가?”
“……”
이 질문에는 보좌관도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궁전을 지키던 헌터들은 기습에 쓰러졌고, A급 헌터 중 둘은 연락이 두절되었으니까.
부끄러운 추태였다.
평소에는 헌터들의 눈치를 보고 우호적이던 언론들도 이번 사태는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었는지 맹렬하게 욕을 하고 있었다.
-위대한 프랑스는 죽었다! A급 헌터는 뭘 하고 있었는가?
-A급 헌터로서의 특권, 올바른가? 우리의 세금이…
보좌관이 말이 없자 조르주 대통령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뭐라고 했나! 헌터 놈들은 쓸모가 없는 놈들이야. 그들이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어!”
“각하를 구출해낸 것도 헌터들이었잖습니까…”
“그건 해외에서 온 헌터들이니까 그런 거지. 우리나라 헌터들은 쓸모가 없다는 걸세. 말을 왜 그렇게 못 알아듣나!”
“죄, 죄송합니다.”
“마침 잘 됐군.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 헌터들의 무능함에 대해 강력하게 질책해야겠네.”
“그… 그, 그건 좀… 헌터들이 크게 반발할 수도 있습니다. 그보다 지금 훈장수여식에 집중해주시면…”
“알겠다니까. 그 중국인 헌터한테 감사 인사를 하면 되는 거겠지? 날 구해준 건 고맙지만 중국인이라는 건 마음에 들지 않는군. 요즘 중국인들이 우리 위대한 프랑스를 오염시키고 있는데.”
“한국인입니다! 한국인 앞에서 그런 말을 하면 커다란 실례라고 아까도 말씀드렸잖습니까!”
“지금 내 앞에서 소리를 지른 건가?”
“아, 아닙니다. 각하.”
“중국이 아니라 한국이라니 한결 낫군. 그… 한국이 거기였지? 아이돌 인기 있고. 스마트폰 잘 만들고.”
“맞습니다. 훌륭하십니다.”
“스시가 인기 있고.”
“…일본입니다 그건.”
“아, 왜 이리 헷갈리는 거야? 제기랄.”
보좌관은 깊게 한숨을 쉬었다.
만약 훈장수여식에서 사건이 터지면 뒤지기 전에 먼저 멀리 도망치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 * *
“오! 최연승 헌터! 환영합니다! 당신 덕분에 나는 목숨을 구했습니다! 이런 헌터가 있다는 건 지구의 기쁨, 영광 아니겠습니까!”
조르주 대통령은 최연승을 꽉 껴안더니 매우 쾌활한 목소리로 외쳤다.
프랑스 시민들에게는 미친 사람 취급 받고, 주변 보좌관들에게는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 취급을 받았지만, 조르주 대통령에게도 장점은 있었다.
막대한 재산과 귀족 혈통, 그리고 활발한 사교력이었다.
이런 장점들은 그의 지지자들에게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조르주 대통령의 실언은 솔직한 발언, 실수는 깊은 생각이 있는 계책 등등으로 해석해주는 것이다.
물론 조르주 대통령에게는 그런 생각이 없었다.
그는 매우 단순한 사람이었다.
자기에게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 자기에게 나쁜 말을 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
그리고 자신을 구해준 최연승은 매우 좋은 사람이었다. 아직까지는.
최연승은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입을 열었다.
“대통령의 업적에 대해서는 많이 들었습니다. 인기가 아주 뜨겁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뵙게 되니 역시 인기가 있으실 법 합니다.”
“???”
옆에서 듣고 있던 다른 헌터들은 의아해했다.
‘한국은 기준이 다른가?’
물론 최연승은 그냥 예의상 인삿말을 해준 것이었지만, A급 헌터가 하면 그 말의 권위도 남달랐다.
“들었나? 들었지? 어이. 들었냐고.”
“아, 예. 들었습니다. 각하.”
“으하하하하! 그래!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내가 인기가 좀 있긴 하네.”
조르주 대통령은 매우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았다.
“나를 구해준 건 물론이고 파리 시민들까지 구해주시다니. 평소에 헌터들은 세금 안 내는 잡놈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런 헌터들만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
최연승은 상대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친 인간인가?’
지금 여기 사람들이 몇 명인데 저런 소리를 하다니.
바로 언론에 같은 식으로 기사들이 올라올 텐데…
‘프랑스 사람들은 엄청나게 관대한가보군.’
한국에서 저랬다가는 대통령 모가지가 날아갈 수도 있는데 프랑스는 좀 관대한 모양이었다.
“거기 마실 것 좀 주겠나?”
최연승은 지나가던 직원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조르주 대통령이 직접 잔을 들어 건넸다.
“?”
조르주 대통령 본인도 왜 자신이 손을 뻗었나 의아해하는 얼굴이었다.
‘이런 젠장.’
최연승은 당황했다.
별 생각 없이 말했는데 지배의 효과가 있는 모양이었다.
최연승은 떠나려고 했지만 기분이 좋아진 조르주 대통령은 최연승을 붙잡았다.
“최연승 헌터. 그러고 보니 내가 생각한 계획이 하나 있습니다.”
“?”
“어비스에 아주 커다란 기지를 세우려고 하는데, 우리 나라 헌터들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어… 프랑스 헌터들이 그 정도는 아닐 텐데.”
최연승은 그래도 같은 헌터라고 좀 대신 변명을 해주려고 했다.
그러나 조르주 대통령은 분노해서 외쳤다.
“아닙니다! 최연승 헌터가 몰라서 그렇지, 아주 뻔뻔하기 그지없는 도둑놈들입니다! 이번에 보지 않았습니까! A급 헌터 세 명 중 두 명이 연락두절이라니!”
‘한 명 오면 됐지 뭘…’
최연승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솔직히 이번에 A급 헌터들이 너무 양심 없게 행동한 것이다.
세 명 중 두 명이 연락 두절이라니. 너무 속보이는 짓이었다.
자신의 위치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서 저지른 짓이었겠지만 사태가 사태다보니 사람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조르주 대통령은 그런 변화를 아주 민감하게 읽어냈다.
“이번 기회에 이 도둑놈들을 따끔하게 단죄하고 교훈으로 삼을 것입니다! 위대한 프랑스를 위해!”
“어… 뭐 힘내십시오.”
“최연승 헌터는 지휘하는 헌터 클랜들만 여럿 아닙니까. 여기 이 도둑놈들보다는 훨씬 믿음직스러울 겁니다.”
최연승은 이 제안을 받아도 되나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프랑스 헌터들 대신 돈 받고 어비스에 도시를 세워주면 돈이야 어마어마하게 굴러 들어올 것이다.
문제는…
‘이런 제안을 진짜 받아도 되는 건가?’
몬스터 레이드부터 시작해서 헌터와 관련된 일은 어느 나라 헌터가 하는지가 매우 중요했다.
전리품부터 시작해서 천문학적인 단위의 돈이 오가는 일인 만큼, 가능한 자국의 헌터가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당장 한국 정부에서 몬스터 사냥 힘들어서 일본이나 중국 헌터한테 지원을 요청했다면…
‘위에서 책임을 지고 줄줄이 옷을 벗을 텐데.’
오히려 받는 최연승이 받아도 되나 고민을 하게 되는 기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 * *
“푸훕!”
보리차 마시면서 뉴스 보고 있던 황경룡은 보리차를 그대로 뿜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