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208)
208화
“지금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를 알고 있다고 최연승 헌터를 견제하는 거야? 너무하잖아.”
한세하의 말에 정원욱은 자신도 모르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듣는 사람은 없었다.
“부끄러운 과거는 무슨!”
“그러면 왜 안 되는데?”
“당연히 공정한 평가를 해야 하니까지. 그걸 내가 설명해줘야 아는 거냐?”
“세상에 공정한 평가란 게 어디 있어? 어떤 헌터도 공정한 평가를 하지는 않을 텐데.”
한세하의 말은 날카로운 부분이 있었다.
헌터들마다 다 스타일이 다르고 싸우는 방식이 다른데, 완벽하게 공정한 평가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헌터들은 또 뇌물을 아주 즐겁게 받는 이들 아닌가.
몇몇 헌터들이 뒷돈을 받고 특정 기업의 아티팩트를 홍보하고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그거야 맞는 말이지만 전세계 헌터들에게 돈 받고 장사하려면 최대한 공정하게 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거 아니냐? 무엇보다…”
정원욱은 말하다가 스스로 어이가 없어졌다.
왜냐하면 여기 한성 그룹은 한세하의 기업이었지 그의 기업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성 그룹이 손해를 보면 한세하 손해지, 그게 그의 손해인가?
“네가 나서서 열심히 해도 모자랄 일을…”
“난 분명히 할 생각 없다고 말했는데 그룹 쪽에서 맡긴 거야.”
한세하는 매우 당당했다.
애초에 A급 헌터라고 해서 아티팩트를 완전하게 파악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남들이 쓰지 못하는 스킬을 쓸 수야 있겠지만, 좋은 아티팩트는 그걸로만 결정되는 게 아닌 것이다.
좋은 아티팩트는 적절해야 했다.
A급 헌터는 마력이 넘쳐났지만 아래 등급 헌터들은 마법 한 번 쓸 때마다 마력을 계산해야 하는 것이다.
무작정 강력한 스킬이 있다고 좋은 게 아니었다.
적당히 강력하고, 적당히 쓸만하고, 적당히 마력 소모하고, 어느 상황에서도 쓸 수 있는 스킬이어야 하고…
“내가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면 날 추천한 책임자 잘못이지.”
‘그룹 이사들이 들으면 뒷목을 잡을 소리를 하고 있군.’
하지만 저것도 맞는 말이었다.
한세하는 원래 저런 헌터였는데, 그걸 알고서 진행했다면 그건 추천한 사람 잘못 아니겠는가.
“그러면 마음대로 해라. 난 테스트 해보고 결정할 테니까.”
정원욱은 일어섰다.
한세하야 뭔 짓을 해도 한성 그룹의 회장 손녀니 별 일 없겠지만, 정원욱은 외부인이었다.
아무리 A급 헌터라도 대놓고 엿을 먹이면 여러모로 원한이 쌓이는 것이다.
헌터 클랜과 대기업들은 서로 상부상조하는 관계.
앞으로를 위해서, 그리고 받은 돈을 위해서 어느 정도 정성을 다해줄 필요가 있었다.
“그냥 드래곤 아티팩트 거 고르라니까?”
“저리 가라고 했다.”
“드래곤 아티팩트가 얼마나 대단한 회사인지 알아? 저번에 이중 스킬 시전을 새로 발표한 회사야.”
“지금 검색한 다음 말하는 거 뻔히 안다.”
정원욱은 무시하고 아티팩트를 하나씩 사용하기 시작했다.
‘타쓰이 사의 아티팩트는 물 속성 마법인가? 얘네는 아직도 물 속성을 밀고 있나. 물 속성 마법 유행 지난지가 언제인데…’
정원욱은 혀를 찼다.
타쓰이 사는 레이드 시대 초창기에 크게 성공한 회사 중 하나였다.
그 노하우와 기술력은 전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그러나 아티팩트 시장은 눈 감았다 뜨면 유행이 바뀔 정도로 빠르게 바뀌는 시장.
고집을 부려서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물 속성 마법 아티팩트로 크게 히트친 기억 때문에 타쓰이 사는 계속해서 꾸준히 물 속성 마법을 밀고 있었지만…
정원욱이 보기에 물 속성 마법 아티팩트는 그리 좋지 않았다.
‘몬스터 상대할 때 데미지도 약하고, 방어막을 칠거면 아예 다른 방어 마법을 쓰면 되지. 만능이라고 홍보한다지만 너무 어중간해.’
물을 조종해서 무기와 방패로 만드는 마법은 한계가 너무 명확해보였다.
정원욱은 다음 아티팩트로 넘어갔다.
“아니… 사 아티팩트는 왜 자꾸 주는 거요? 저번에도 말했는데…”
“죄, 죄송합니다.”
“됐소. 그쪽도 일이니 어쩔 수 없었겠지.”
중국의 아티팩트 회사, .
정원욱은 이 회사에서 내놓은 아티팩트를 보자 대번에 인상을 찌푸렸다.
별로 좋은 기억이 없었던 것이다.
일단 사 자체가 경쟁사에 산업스파이 보내서 기술 훔치기, 고급인력 매수, 기술 무단 도용 등등 원한 쌓일 짓을 많이 한 곳이었다.
거기에 이 발표하는 아티팩트들은 각종 부작용들이 일어났다.
코어 과열로 인한 폭발, 표기된 공식 스펙을 밑도는 낮은 실제 스펙 등등.
정원욱의 클랜에서도 젊은 헌터들이 싼 맛에 쪽 인공 아티팩트를 몇 개 구입했다가 크게 다친 적이 있었다.
안 그래도 목숨 위험한 레이드에서 불확실한 장비를 쓰는 건 죽여달라는 것이나 마찬가지.
정원욱은 당장 클랜원들에게 사 금지 명령을 내렸다.
“그래도 은얼이 잘 나가지 않아?”
“난 얘네가 아무리 잘 나가더라도 좋게 평가해 줄 생각이 없다.”
정원욱은 못마땅한 얼굴로 은얼 사의 아티팩트를 확인했다.
번개를 불러내서 인챈트하는 마법으로, 상당히 파괴력이 있었다.
‘그런데…’
안 그래도 번개 속성 쪽 마법은 불안정해서 다루는 데 난이도가 높은 마법.
이걸 인공 아티팩트로 구현했다고?
“번개 마법이라니. 대단한데?”
한세하는 정원욱의 손에 깃든 번개를 보고 놀라워했다.
인공 아티팩트로 번개 속성 마법을 구현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불안정해. 오래 못 갈 거다.”
정원욱은 차례대로 다른 아티팩트들을 확인해나갔다.
그러던 도중 정원욱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역시 파커 그룹 아티팩트는 차원이 다르군.”
소모되는 적은 마력량, 안정적으로 발동되는 마법, 유려하고 세련된 디자인.
세계에서 손꼽히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렇게 대단해?”
“그래. 마법 두 개를 넣었다는 게 놀랍군. 어떻게 가격을 맞추려는 거지?”
정원욱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파커 그룹 쪽의 아티팩트를 확인했다.
인공 아티팩트는 아무래도 일반 아티팩트보다는 가격이 싸야 했다.
가격이 비슷하다면 누구나 진짜를 살 테니까.
그런데 이렇게 마법 두 개를 넣고서도 가격을 맞추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공격 마법 하나에 방어 마법 하나. 안정적이고… 튼튼하군. 아니. 정말 어떻게 단가를 맞춘 거지?”
정원욱은 연신 신기해했다.
기술적으로 아티팩트 하나에 마법 두 개 넣는 게 불가능하진 않았지만 손이 엄청나게 많이 가는 것이다.
“중국에 공장 많이 세웠다면서?”
“중국인들은 돈 안 받고 일하나? 아무리 그래도 한계가 있지.”
“그러면 죄수들 시켰나보지.”
“…?!”
한세하의 말에 정원욱은 갑자기 멈칫했다.
그럴듯하게 들려서 무서웠던 것이다.
“자. 여기. 드래곤 아티팩트 쪽에서 보낸 신제품. 좋다고 말해.”
“난 냉정하게 한다고 말했다.”
정원욱은 푸른빛을 뿜어내는 한손검을 들었다.
청철석을 원재료로 썼는지 서늘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얼음 속성? 용케 얼음 속성에 도전했군.’
얼음 속성 마법은 번개 속성만큼이나 까다로운 편이었다.
번개 속성 마법처럼 불안정하진 않지만, 매번 그 위력이 달라지는 등 꺼림칙한 마법이었다.
휙!
쩌저적!
정원욱이 검을 휘두르자 그 검 끝에서 푸른 냉기가 뿜어져 나오며 연습장의 테스트 인형들을 얼려버렸다.
‘괜찮은데?’
정원욱은 다시 한 번 휘둘렀다.
쩌적, 쩌적, 쩌저적!
몇 번을 휘둘러도 똑같은 위력의 냉기 파도가 솟구쳐나갔다.
“아니… 이건 더 놀랍군. 드래곤 아티팩트가 이런 멀쩡한 걸 만들다니.”
“드래곤 아티팩트가 뭐 어때서?”
“드래곤 아티팩트가 기술력이 부족한 회사는 아니지만… 좀 괴짜들이 많이 모인 곳이잖아.”
정원욱은 드래곤 아티팩트를 무시하진 않았다.
세계 최고의 인재들을 모아 놓고 그렇게 빵빵하게 지원을 해주는데 기술력이 없을 수가 없었다.
다만 드래곤 아티팩트는 좀…
‘많이 괴짜지.’
시장에서 잘 팔리는 건 대중적이고 안정적인 아티팩트지, 너무 참신하고 기발한 아티팩트는 헌터들이 따라가기 힘든 것이다.
덕분에 드래곤 아티팩트는 드래곤 인더스트리의 다른 계열사들이 요구하는 아티팩트 개발은 완벽하게 해내도, 자기들끼리 만들어서 내놓으라고 하면 뭔가 이상하고 희한한 걸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취향에 꽂힌 헌터들은 아주 충성심이 높아서 ‘드래곤 아티팩트만이 진정한 아티팩트고 나머지는 다 허접쓰레기다!’라고 주장할 정도였지만…
결국 대다수 헌터들이 가장 많이 써야 잘나가는 법.
“그런데 좋다면서?”
“…그래. 흠잡을 곳이 없군. 내구도도 좋고, 디자인도 훌륭하고, 마법도 좋고, 마력량도 좋고… 아니 이런 걸 어떻게 만든 거지?”
“잘 됐네. 이걸로 고르자.”
“잠깐. 파커 그룹과 고민을 해야…”
“당신도 한국인이라면 드래곤 아티팩트를 응원해야지!”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이냐??”
하지만 정원욱은 고민 끝에 결국 드래곤 아티팩트의 신제품을 선택했다.
미세한 차이였지만 드래곤 아티팩트의 신제품이 더 뛰어나다고 느낀 것이다.
‘아… 이러다가 파커 그룹이 잘나가면 개망신인데.’
-A급 헌터의 실수, 한성 그룹에게 역대급 피해를 입히다…
벌써부터 기사 제목이 아른거렸다.
* * *
“한세하 헌터야 그렇다 치더라도 정원욱 헌터까지? 드래곤 아티팩트가 이번에 정말 대박을 낸 건가?”
“그런 것 같습니다.”
“하긴 언제 그래도 이상하지 않은 놈들이긴 했지. 맨날 희한한 것만 내지 않았으면 진작에 냈을지도…”
안영구 상무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업계에서 오래 일한 감과, 들려오던 소문 때문에 파커 그룹이 뽑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파커 그룹이 이번에 정말 작정하고 아티팩트를 냈다던데… 보험을 들어놓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랬다가는 양쪽에게 욕 먹을 수 있다. 한 쪽을 정해야 하는 상황. 난 정원욱 헌터의 눈을 믿는다.”
“한세하 헌터는요?”
“…한세하 헌터의 눈은 반만 믿는다.”
안영구 상무는 그룹의 중진들도 단단히 믿는 회사의 인재였다.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
그런 만큼 헌터가 아닌데도 헌터만큼 뛰어난 판단력을 보여줬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왜지?”
“최연승 헌터는 한국 출신이니 대화가 좀 통하지 않겠습니까?”
아예 국적도 인종도 다른 사람보다는 같은 나라 사람이라는 게 훨씬 대화하기 편했다.
안영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른 나라 사람보다 더 상대하기 까다로운 게 자기 나라 싫어서 다른 나라 간 사람이다. 황경룡 회장 기억 안 나나?”
“아…”
비서는 황경룡이 저질렀던 깽판이 떠올랐는지 안색이 어두워졌다.
하도 해외에서 잘나가니 한국 쪽에서 상 주겠다고 불렀는데, 와서 그때까지 쌓인 원한을 다 털어놓고 간 그 전설의 사건!
황경룡의 기억력은 어마어마했다.
악신 대침공 때 코어 하나 횡령한 공무원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다가 생방송 자리에서 하나하나 다 짚어버렸다.
덕분에 은퇴해서 연금 받고 있던 고위공무원들까지 대폭 끌려 나와서 언론에게 두들겨 맞게 되었다.
그 다음부터 어느 정부 단체도 감히 황경룡을 부르진 않았다.
“들어가시면 됩니다.”
둘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와 회의를 하기 위해 직접 찾아온 것이다.
과연 최연승 헌터는 어디에 있을까?
“왜 이렇게 시끄럽죠?”
“기계 돌리는 거겠지.”
“여기 대표실에서 말입니까?”
“…?!”
안영구 상무는 그 말에 이상함을 깨달았다.
공장에서나 들릴 법한 시끄러운 소리가 안에서 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 왔나.”
최연승은 맨손으로 광석을 때리다가 손님이 오는 걸 보고 멈췄다.
[가 집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손님 왔잖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