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228)
228화
‘허.’
최연승도 황당해했다.
어비스를 그렇게 떠돌면서 온갖 못 볼꼴을 다 보긴 했지만 천샤이치가 노환으로 인해 정신을 잃어버리다니.
이건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었던 것이다.
“여긴 쑤저우입니다. 천샤이치 님.”
옆에 있던 중국 헌터들이 울상이 되어 속삭였다.
어떻게든 다른 나라 헌터들 앞에서 속여 넘겨보려고 했는데 시작부터 들킬 줄이야.
아무리 침묵을 지킨다고 해도 이 사실은 새어나가게 되어 있었다.
지금 중국 전역에 몬스터 웨이브로 비상이 걸려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나섰다지만…
“아… 쑤저우.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몬스터와 싸우기 위해 오셨습니다.”
“그래? 그랬던 거 같기도 하고. 근데 지금 왕이 누구더라? 장제스였나?”
“어르신…! 왕이 아니라 주석이고 장제스도 아닙니다!”
기억을 잃어버려도 그렇지 대만 쪽 지도자 이름을 천연덕스럽게 꺼내는 그 모습에 중국 헌터들은 대경실색했다.
“제가 몇 번이고 말씀드렸잖습니까! 중화인민공화국, 중국 공산당!”
“뭐? 그 놈들이 아직까지 안 망하고 해먹고 있었어??”
“……”
처음에는 짠한 표정을 짓고 있던 헌터들도 이제 입술을 깨물고 웃음을 참고 있었다.
이게 무슨 웃기는 상황이란 말인가.
벤 나하트가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입을 열었다.
“천샤이치 헌터가 왜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지는 잘 알겠군. 하지만 지금은 S급 몬스터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 정상이 아닌 헌터를 참가시키는 건 오히려 더 위험한 것 아닌가?”
벤 나하트는 천샤이치 같은 전대의 고수가 죽는 모습을 굳이 보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전력에서 제외시키면 제외시켰지, 굳이…
“지금 내가 정상이 아니라는 거냐??”
천샤이치는 상처 받은 표정으로 말했다.
벤 나하트는 당황해서 대답했다.
“그런 게 아니라…”
“그런 뜻이지 그게 뭐냐! 엉엉… 저 놈이 날 이렇게 무시하다니! 넌 뭐하고 있는 거냐. 내가 무시당하고 있는데!”
천샤이치가 손바닥으로 때리기 시작하자 옆에 있던 중국 헌터들은 당황했다.
“가서 뭐라도 해라!”
“어… 어…”
“에이… 됐다!”
말과 함께 천샤이치가 손을 휘둘렀다.
쾅!
그걸 맞은 중국 헌터는 피를 토하며 날아갔다.
‘아니?’
최연승은 분명히 보았다.
천샤이치가 순간적으로 고위 서클 마법 서너개를 중첩해서 건 다음 중국 헌터를 날려버린 모습을!
기억을 잃지 않은 헌터들도 저렇게 빠르고 자연스럽게 쓰지는 못했다.
“너도 싫어!”
“잠, 잠…”
퍽!
중국 헌터가 한 명 더 날아갔다.
감히 중국의 국보인 천샤이치한테 제대로 된 공격을 날릴 수도 없는데다가, 날릴 수 있다 하더라도 C~D급 헌터들은 천샤이치를 제압할 힘이 없었다.
“어르신!! 제발 정신을 차려주십시오!”
“어르신! 제발 노여움을 풀어주세요!”
“듣기 싫다!!!”
헌터 중 한 명이 절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S급 몬스터가 아니라 S급 헌터를 상대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도와주십시오!!”
중국 헌터들은 급기야 해외 헌터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엉엉 울며 날뛰는 천샤이치를 막기 위해서는 여기 있는 헌터들이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으음…”
“크음…”
“!!”
그러나 헌터들 중 그 누구도 나서고 싶지 않아했다.
첫 번째로 이건 중국 내의 문제였고…
두 번째로 천샤이치가 보여준 방금 일격으로 늙어도 S급 헌터라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S급 몬스터와 싸우다가 다치면 평생 놀고 먹을 정도로 보상이 나왔지만, S급 헌터와 싸우다가 다치면 아무 보상도 안 나오는 것이다.
심지어 그게 정신을 놓은 S급 헌터라면 더더욱.
결국 이런 상황에서 나서는 건 헌터들 중 비교적 가장 올바른 인성을 가진 사람밖에 없었다.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게 견제해라. 내가 말려야겠군.”
“그냥 중국 헌터들 다 죽은 다음에 나서도 늦지 않지 않을까요?”
한세하의 놀라운 논리에 최연승은 살짝 감탄했다.
“그것도 나쁘진 않은데 그 전에 이 주변이 박살나고 헌터들도 몇 명 죽을 수 있으니까… 제정신이 아닌 만큼 기세 붙기 전에 잡아야지.”
지금이야 자기 늙은이 취급했다고 엉엉 울며 투정부리는 수준이지만, 조금 더 날뛰다보면 ‘그러고보니 너희 어제 왜 고깃국 안 줬냐?? 늙은 사람이라고 그러는 거냐! 엉엉!’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S급 헌터가 작정하고 광역기 갈기기 시작하면 도시가 무너지고 세계경제가 무너지고 황경룡의 애간장도 타들어가는 것이다.
“상대는 내가 할 테니까 주변으로만 못 도망치게 해.”
“네!”
“…우리 둘 의견도 좀 들어주시면…”
권영승은 소심하게 저항해봤지만 최연승과 한세하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쾅!
최연승이 갑자기 나타나자 천샤이치가 기겁했다.
“몬스터냐!?”
“……”
“아니. 무공 사용자구나!”
“!”
천샤이치는 놀랍게도 최연승이 무공 사용자라는 걸 바로 알아봤다.
‘옛날 사람이라 그런가?’
옛날에는 무공 사용자들이 훨씬 더 많았으니…
“무공 사용자가 어떻게 이렇게 빠르지?”
“경지가 높아서 아니겠습니까?”
“그렇구나! 어떻게 경지가 높아진 거지?”
“수련…”
“약이구나!”
“……”
“그 약은 어디서 구한 거냐?”
최연승은 대답 없이 혼원보를 밟은 다음 천샤이치의 혈도를 짚으려고 했다.
제각각 다른 몬스터들의 약점과 달리 사람의 혈도는 어떻게 바꾸려고 해도 바꿀 수 없는 법.
그런 점에서 무공 사용자가 대인전 특화 헌터라는 건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천샤이치는 늙었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기지를 발휘했다.
-푸른 정령의 안개화!
천샤이치의 몸이 구름처럼 변하더니 흩어져서 사라졌다.
무려 6서클의 마법을 눈 한 번 깜박이는 사이에 시전한 것이다.
아무리 S급 헌터라고 해도 그렇지 저렇게 빠르게 쓸 줄은 몰랐던 헌터들은 경악했다.
‘아무리 S급 헌터라지만… 저게 말이 되나?’
‘경험의 차이인가?’
똑같은 마법 스킬이라고 해도 사용자에 따라 그 랭크가 달랐다.
오랫동안 갈고 닦은 장인의 마법과, 그 마법을 처음 배운 초보자의 마법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천샤이치는 노장 그 자체를 자랑했다.
그러나 천샤이치는 알지 못했다. 그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을 어비스에서 떠돌아다닌 사람이 있다는 것을.
쾅!
최연승은 장력을 사방으로 날려 퍼지는 안개를 견제했다. 안개가 뭉치는 순간 최연승은 혼원권을 날렸다.
아무리 안개가 되었다고 해서 공격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는 법.
게다가 최연승에게는 엘프 성좌가 내려준 빛의 권능까지 있었다.
“아프잖아!! 너… 너 이 놈. 공산당이 보낸 첩자지!”
“……”
최연승은 정말 참신한 말에 당황했다.
러시아 스파이나 미국 스파이면 모를까 중국 스파이란 소리를 중국인한테 들을 줄이야.
밑에서 쓰러져 있던 중국 헌터가 애타는 목소리로 외쳤다.
“천샤이치 님! 그러니까 천샤이치 님이 지금 공산당 소속이십니다!!”
“내가 늙었다고 너까지 날 무시하는 거냐!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정부랑 사이 안 좋다는 소문이 진짜였나?’
최연승은 천샤이치를 팰까 고민하다가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설득해보기로.
“천샤이치 님. 제 말을 들어보십시오. 저는 천샤이치 님을 돕기 위해서 해외에서 온 헌터입니다.”
“뭐? 진짜?”
“뭔 미친 개소리를…”
쓰러져 있던 중국 헌터는 그대로 혈도를 맞고 쓰러졌다.
“보십시오. 외국인들이 많잖습니까.”
“그러네. 코쟁이 놈들이 많잖아?”
해외에서 온 헌터들이 우글거리는 만큼, 천샤이치는 최연승의 말에 솔깃한 것 같았다.
“계속 그렇게 날뛰시면 저희가 돕기 힘들어집니다. 저 수상한 놈들은 모두 치워버릴 테니 진정해주십시오.”
“진짜지? 치운다고 말 해놓고 옆에 붙여 놓는다거나…”
“물론입니다. 야. 치워라.”
최연승의 말에 해외에서 온 헌터들은 잠깐 당황했다.
중국 헌터들은 더더욱 당황했고.
최연승의 말을 들어야 할까, 아니면 중국 땅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갖고 있는 중국 헌터들의 말을 들어야 할까?
“치우지 뭐.”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닌데. 저리 좀 꺼져 있어라.”
“이… 이 미친 놈들이!”
* * *
천샤이치는 생각보다 훨씬 더 잘 진정했다.
침착한 표정으로 앉아서 최연승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지금 S급 몬스터, 촉룡(燭龍)이 이 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여기 있는 헌터들은 이 놈을 막기 위해 여기 모여 있고요.”
“그래. 나를 몰래 빼돌리기 위해서 촉룡 핑계를 대고 온 건가?”
“…어…”
한세하가 옆에서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고맙구만.”
“당연히 젊은 사람으로서 갖춰야 할 예의죠.”
목적이 있으면 한세하는 얼마든지 친절해질 수 있는 사람이었다.
정원욱은 못 볼 꼴을 봤다는 표정으로 눈을 비볐다.
“그러려면 촉룡을 잡아야겠군!”
“이해해주시니 기쁩니다.”
촉룡.
최근에 상대했던 귀수산만큼은 아니었지만 촉룡도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몬스터였다.
귀수산보다 더 끔찍한 것은 놈이 날아다닌다는 것.
전세계의 국가들은 한 번 몬스터가 나타나면 그 몬스터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계획을 미리 준비하곤 했다.
촉룡의 상대 방법은 기본적으로…
“놈이 주변에 두르고 다니는 결계를 찢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벤 나하트의 말에 다른 헌터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촉룡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몇십 장의 마법 결계를 걸치고 다녔다.
촉룡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이 마법 결계를 박살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다행히 동원할 수 있는 헌터들의 숫자는 부족하지 않다는군.”
“중국군의 화력도 빌릴 수 있을 거고…”
“중국군 화력을 믿어도 되나?”
“안 되면 바로 후퇴하자고.” 헌터들의 수군거림이 있었지만 다들 여기까지는 동의를 했다.
“촉룡의 약점은 여기, 목덜미 쪽의 역린(逆鱗)이라고 하던데. 결계를 찢는다고 하더라도 여기 접근하려면…”
“위에 올라타는 게 가장 좋겠지. 놈의 머리나 목덜미 위로. 역린을 그냥 툭 건드린다고 죽진 않을 테니까.”
모인 헌터들은 제각기 국적이 달랐지만 계획은 상당히 순조로웠다.
애초에 S급 몬스터를 상대하는 상황에서는 역할이 정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A급 헌터들이 주 공격대 역할을 맡고 나머지는 나눠져서 보조 역할을 맡는다!
“이 구역에서 시작해 촉룡을 몰기 시작해 동쪽으로 유도를 해야 한다더군. 동쪽의 구역이 그나마 사람 없는 곳이니 싸우기 좋겠지.”
“유도는 누가 해야 하는데? 우리보고 하라고 하면 바로 공장이고 세계경제고 뭐고 아작나는 거야.”
“걱정 마라. 그건 중국 헌터들이 할 테니까.”
해외에서 온 헌터들이 지랄할 걸 뻔히 알았기에, 중국 정부도 되도 않는 억지를 부리진 않았다.
각 지역에 배치된 중국 헌터들과 군대들을 보던 최연승은 문득 깨달았다.
‘잠깐만… 황광아오 그 놈 악신 성좌와 계약한 놈이잖아?’
중국의 A급 헌터 황광아오.
소문에 따르면 촉룡 때문에 중국의 A급 헌터 여럿이 크게 다쳤다는데, 놈은 용케 멀쩡한 모양이었다. 지도에 이름이 있었으니까.
-어떻게 할 거니?
-으음. 그냥 가서 잡을 수 있으면 편하긴 하겠지만…
여긴 중국이었고 중국의 A급 헌터를 건드리는 건 생각보다 위험한 일이었다.
자칫하면 벌집을 건드리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상황을 봐서 뒤에서 몰래 찌르면 어떠니?
-나쁘지 않은 방법이군.
여신은 농담 삼아서 한 말이었지만 최연승은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사방이 혼란스러울 테니까 기회는 꽤 많지 않겠는가?
게다가 상대는 예상하지도 못하고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