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257)
257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이제 곧 성좌전이 시작될 테니 그럴 수 없겠네요.”
성좌전이 시작되면 천칭의 여신과 수집가 성좌 모두 개입할 수 없게 됐다.
그걸 알았기에 천칭의 여신은 쉽게 떠나지 않고 자리에 남아 머뭇거렸다.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것이다.
“이제 성좌전 시작해야 하니 아다콰니엘 님을 불러주시는 게?”
“조금만 더 이야기하죠?”
“아니… 성좌전 시작해야 하는데…”
* * *
어비스의 종족 중 하나인 뱀파이어는 숫자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강력한 종족 특성으로 두려움을 사는 종족이었다.
뱀파이어들은 언데드나 마찬가지라 무한에 가까운 수명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 만큼 뱀파이어들 중에서는 어비스에서도 소문이 돌 정도로 강력한 영웅이 여럿 있었다.
뱀파이어 왕 가르한샤는 그러한 영웅 중 하나였다.
어비스의 여러 뱀파이어 가문 중 하나를 이끄는 뱀파이어 왕.
수많은 전투에 참가했고 여러 권속들을 쓰러트려 온, 노회한 왕이었다.
가 이 가르한샤와 그의 뱀파이어 일족들을 손에 넣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을 정도로 이들의 능력은 뛰어났던 것이다.
[가 분노해서 명령을 내립니다.] [런던에 있는 권속들을 지휘해 어떤 적도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라고 말합니다.] [필요하다면 뱀파이어들의 목숨을 걸어서라도 막으라고 강하게 명령합니다!]-알겠소.
가르한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수집가 성좌는 지금 바다를 건너오려는 천사 성좌들의 권속을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천사 성좌가 뭘 잘못 먹었는지 존재력을 퍼부어가며 자기 권속들을 밀어주고 있는 한, 수집가 성좌도 거기에 집중해야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런던을 지키는 건 그들이 해야 할 일.
-가르한샤 님. 웬 미친 인간 놈들이 소란을 피우고 있습니다.
-양동일 수도 있으니 주의하라. 경계를 늦추지 말고 천천히 포위망을 조이도록. 어차피 이곳은 우리에게 유리한 곳이다.
아무리 소란을 일으킨다 하더라도 런던 곳곳에 배치된 권속들과 몬스터들은 수집가 성좌의 부하들이었다.
한 줌도 안 되는 인간들이 소란을 피운다고 해서 흔들기는 불가능했다.
-폐하. 성좌께서 우리를 너무 푸대접하시는 거 아닙니까?
-쉿. 조용히 하라.
비교적 젊은, 이제 막 1200살이 된 뱀파이어 전사의 말에 가르한샤는 경고를 줬다.
성좌전 동안 성좌가 간섭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 말이 새어나간다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젊은 뱀파이어들의 불만도 이해가 갔다.
최근 가 보여준 능력은 영 실망스러웠으니까.
‘성좌를 잘못 고른 것인가?’
성좌가 권속을 골라서 받듯이, 권속들도 성좌를 몰래 속으로 평가했다.
아다콰니엘처럼 절대적인 충성심을 보이는 권속이 있다면 누구를 따를지 계속 고민하고 머리를 굴리는 권속들도 있는 것이다.
가르한샤가 수집가 성좌의 밑으로 들어간 건, 그 특유의 고귀한 품격과 강력한 능력 때문이었다.
그 쟁쟁한 지구의 성좌들 중에서도 스무 명 안에 들 정도면 충분히 뱀파이어 일족의 명운을 맡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최근 몇 번의 실패로 수집가 성좌는 그의 단점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승승장구할 때에는 고귀하고 품위 있었지만, 패배가 시작되자 난폭하고 오만한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당장 수집가 성좌의 권속, 마르카이델이 그런 경우였다.
마르카이델이 인간 헌터들에게 치욕적인 패배를 겪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천사 성좌의 개입 때문이었지 마르카이델의 잘못이 아니었다.
그런데 수집가 성좌는 모욕적으로 마르카이델을 조롱하고 그의 이름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다른 권속들 입장에서는 술렁일 수밖에 없는 일.
그 마르카이델도 저런 대접을 받는다면 다른 권속들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맹세를 한 이상 따라야 한다.’
가르한샤는 고개를 저으며 흔들리는 마음을 바로잡았다.
수집가 성좌가 지금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분명 곧 총기를 되찾을 것이다.
뱀파이어 일족과 그의 명예를 걸고 권속이 된 이상 조금 흔들린다고 배신할 수는 없었다.
-…?
가르한샤는 갑자기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앞에서 천사 하나와 인간 하나가 다가오고 있었다.
* * *
“아다콰니엘 님. 앞은 제가 맡겠습니다.”
“그렇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다콰니엘은 신뢰 가득한 눈빛을 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연승의 근접전 능력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단순히 레벨로 치면 몇 배는 더 강한 적들도 가까이 붙으면 정신없이 농락당하는 마술 같은 능력!
그건 극한까지 갈고 닦은 기술이 보여줄 수 있는 초월적인 능력이었다.
최연승은 한 손에는 검을 뽑아들고, 다른 손은 쫙 폈다.
지금 지구에서 최연승이 받고 있는 평가는 A급 헌터.
거기에 세운 업적들이 많아 얼마 되지 않는 A급 헌터들 중에서도 꽤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권영승과 최연승이 같은 A급 헌터라 하더라도, 냉정한 성좌들의 눈에는 그 가치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한 쪽은 실전 경험이 부족한, 재능과 마력만 믿고 A급까지 올라온 케이스.
다른 한 쪽은 몬스터든 인간이든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일 수 있는 백전노장.
‘오늘 싸우고 나면 S급 취급을 받을지도 모르겠군.’
적들이 이렇게 많은 이상 최연승도 봐주면서 싸울 수는 없었다.
성좌의 권능은 봉인하더라도 무공의 경지는 초절정까지 풀어야 했다.
성좌의 권능이라고 속아넘어가 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S급 평가를 받을 수도 있었다.
‘여기서 더 견제를 받으면 힘들긴 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이미 각오한 일이잖니.
‘그렇지.’
이미 최연승과 수련의 화신은 다른 성좌들의 경계를 충분히 사고 있었다.
지구에 새로 들이닥친 성좌 중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성좌가 드물었던 것이다.
여기서 경계를 산다고 멈출 수는 없었다.
더욱 더 앞으로 전진할 뿐!
-인간 놈도 같이 왔다니. 천칭의 여신께서 처지가 실로 곤궁한 모양이로군.
가르한샤는 인간 헌터가 아다콰니엘과 같이 오는 걸 보며 혀를 찼다.
오래 산 만큼 어비스의 소문에도 나름 밝은 가르한샤.
천칭의 여신이 소수의 천사들만 데리고 있는 성좌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인간 헌터라니.
“협력을 위해 왔을 뿐이다.”
-협력을? 그것 또한 신기한 일이군.
가르한샤는 그렇게 말하고 최연승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두 강자의 눈빛이 부딪히자 공기가 팽팽해지고 불꽃이 튀었다.
그리고 그 순간 가르한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깐… 낯이 익은데?
“…뱀파이어니까 그렇겠지. 뱀파이어 눈에는 인간들이 다 비슷하게 보일 테니까. 내 눈에도 뱀파이어들은 다 비슷하게 보인다.”
최연승의 말에 뒤에 있던 뱀파이어들이 발끈했다.
감히 저 놈이!
그러나 가르한샤는 넘어가지 않았다. 가르한샤는 기억을 떠올렸다.
-너는… 그 미친 놈이로구나!
“……”
아다콰니엘이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최연승을 쳐다보았다.
저 뱀파이어 왕이 저런 천박한 욕을 할 줄이야.
무슨 관계였던 거지?
-우리 일족에서 가장 뛰어났던 검사들이 모여 있었던 들을 박살 낸 인간 놈! 그 인간 놈이 지구 출신이었을 줄이야. 크게 될 놈이라고 생각하긴 했었지만 설마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
최연승도 그 말에 기억이 났다.
최연승은 어비스를 돌아다니면서 성좌로 지냈던 시간보다, 성좌로 지내지 못했던 시간이 더 길었다.
성좌로 지내지 못했던 시간에는 필멸자로서 어비스를 떠돌아다니며 적들과 싸워왔었고.
어떨 때는 일류로, 어떨 때는 절정으로, 어떨 때는 초절정으로…
그리고 절정과 초절정 사이의 어디쯤에 위치해 있을 때 만났던 게 아마 이 뱀파이어들이었다.
자기들을 라고 부르는 뱀파이어 검사들은, 최연승을 얕잡아보고 피를 뽑는 노예로 쓰려고 했던 것이다.
* * *
-이런 외진 곳에 인간이라니. 참으로 신기하군.
-잘 되었다. 인간. 네게 영광스러운 자리를 제안하겠다. 너는 우리에게 피를 바치는 노예가 될 것이다. 우리에게 백 년 동안 헌신하면 풀어주겠다. 어떤가? 목숨을 건지는 대가라고 생각하면… 크억!
푹!
“개소리 같으면 적당히 하고 멈춰야지 무슨 끝도 모르고 계속 지껄이고 있나?”
그 때 한창 적들과 싸우고 있던 최연승은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바로 뱀파이어들에게 혼원지를 날리고 혼원보를 밟은 다음 혼원권으로 주변을 날려버렸다.
절정의 경지를 넘고 나서부터 최연승은 싸움에 있어 불리해진 경험을 거의 겪지 않았다.
물론 단순히 레벨만 놓고 보거나 마력량만 놓고 보면 최연승보다 더 강한 이들도 어비스에는 여럿 있었다.
하지만 최연승은 그들보다 싸우는 법에 능했다.
상대가 근거리에 강하면 거리를 벌리고 원거리로, 상대가 원거리에 강하면 빠르게 붙어서 근거리로, 상대가 지구력이 약하면 장기전으로, 상대가 지구력이 강하면 단기전으로…
약점이 있다면 약점을 노리고 힘을 쓰면 그 힘을 돌려보낸다.
뱀파이어 검사들은 나름 검술에 자신이 있고 마법의 달인인 이들이었지만 익숙지 않은 상대에게 순식간에 쓰러졌다.
“어이. 피를 바치는 노예가 되라고 다시 말해봐라.”
-큭…
* * *
그런데 여기서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아다콰니엘은 최연승이 피치 못할 불운으로(사실 여신의 실수 때문이지만) 어비스를 떠돈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까… 피로 맺힌 원한이 둘 사이에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최연승 헌터. 어떤 원한이 최연승 헌터를 노린다 하더라도 저는 최연승 헌터와 같이 싸우겠습니다.”
“딱히 원한은 없습니다만?”
“물론 최연승 헌터는 이긴 입장이니 원한이 없겠지만 저쪽은…”
-우리도 원한은 없다만?
가르한샤는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아다콰니엘을 쳐다보았다.
-아다콰니엘 공. 뭔가 오해하고 계신 것 같소만… 저 인간은 뱀파이어들을 죽이지 않았소. 길만 물어보고 풀어줬지.
“정확히는 짐도 뺏었다.”
-목숨을 건 사투에서 졌는데 그 정도는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는 것 아닌가.
뱀파이어 검사들에게는 행운이었다.
마침 그 때 최연승은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최연승은 뱀파이어들을 살려주는 대신 그 외진 곳을 빠져나가는 길을 얻어냈다.
가르한샤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싸우기 전에, 네 자비에 감사를 표하겠다.
“그러면 혹시 비켜줄 수 있나?”
최연승은 날로 먹을 수 있나 기대했다.
물론 그 정도로 뱀파이어 왕이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그럴 순 없지. 내 주인께서 명령한 이상, 이 도시에 어떤 침입자도 있을 수 없다.
가르한샤의 손에서 붉은 혈액이 뭉게뭉게 끓기 시작하더니 무기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최연승은 그 정체를 금세 꿰뚫어봤다.
강력한 마력이 뿜어져 나오는 저 붉은 기운은 어떤 형태도 될 수 있는 사악한 아티팩트였다.
‘만만치 않군.’
-일족의 젊은 뱀파이어들의 패배를 오늘 내가 갚아주게 됐군.
“저런. 그런 소리는 이기고 나서 하는 게 좋을 텐데.”
최연승의 말에 가르한샤는 기분 좋게 웃었다. 어린 필멸자의 피 끓는 패기가 그를 기분 좋게 만든 것이다.
-어비스에서 오래 살다 보면, 너 같이 피가 뜨거운 어린 종족이 반가워지지. 어디 한 번 제대로…
말이 끝나기 전에, 버킹엄 궁전 주변의 호수에서 거대한 소리와 함께 물기둥이 치솟기 시작했다.
“???”
-???
[꿰뚫는 부정형의 이해자가 차원의 문을 열고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내가… 도착했다!
‘저 새끼는 왜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