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265)
265화
‘말이 되나?’
게이트 이전이나 이후에나 미국은 가장 강력한 나라였다.
헌터들의 실력과 숫자, 보유하고 있는 아티팩트들.
그런데 미국 전역이 무슨 전쟁이라도 일어난 것마냥 곳곳에서 폭동과 소란이 일어나고 있으니…
“…이거, 생각보다 좀 심각한데요.”
“무슨 소리냐?”
최연승은 자신이 본 미래를 말해줬다.
다른 헌터였다면 황경룡은 ‘뭔 개소리냐?’ 했겠지만 최연승의 말은 그 무게감이 달랐다.
무엇보다 성좌 아닌가.
필멸자들은 볼 수 없는 어비스의 일들을 볼 수 있는 존재.
설명을 들은 황경룡은 인상을 찌푸렸다.
“저 정도로 피해를 입히는 놈이면… 아무래도 군단형 아닌가 싶은데.”
“역시 그렇죠?”
몬스터들도 다 똑같은 몬스터들이 아니었다.
제각각 특성이 있고 행동 방식이 있었다.
그 때문에 같은 A급 몬스터라고 하더라도 위험성은 천차만별이었다.
자기 영역에 머무르면서 들어오는 침입자들만 공격하는 A급 몬스터와, 계속 돌아다니면서 닥치는 대로 짓이기고 파괴하는 A급 몬스터는 위험성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얼만큼 사납고 난폭한가?
얼만큼 교활한가?
어떤 스킬을 갖고 있는가?
그리고…
혼자 돌아다니는가, 아니면 무리를 이끌고 다니는가.
보통 사람들은 다른 것들에 주목하기 쉬웠지만 혼자 다니느냐 무리를 이끌고 다니느냐는 의외로 매우 중요했다.
등급 높은 몬스터가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면 그 때부터 지옥이 열리는 것이다.
언제나 큰 피해를 입혔던 건 저런 식으로 무리를 이끌고 다니는 몬스터!
“촉룡(燭龍)은 S급 몬스터여도 피를 탐하거나 무리를 끌고 다니는 놈이 아니라서 차라리 편했지. 무리를 끌고 다니는 놈이면 진짜 골치 아파진다.”
촉룡처럼 비교적 덜 사나운 놈도 나타나면 정부에 비상이 걸리고 움직이는 경로에 모두 대피가 걸리는데, 사납고 난폭한 놈에 숫자까지 많다면…
최연승이 본 미래처럼 난리가 나는 것도 당연했다.
요즘은 나타나는 던전보다 헌터들 숫자가 많아서 헌터들이 허덕이는 시대라고 종종 뉴스에서 나왔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황경룡은 그걸 아주 잘 알았다.
‘상위 헌터들은 솔직히 아직도 부족해.’
대부분이 등급 낮은 던전들이라 그렇지 등급 높은 던전들이 조금만 더 많이 나오기 시작하면 인류는 순식간에 게이트 초기처럼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래서 지금 대책은 어떻게 세웠습니까?”
“가능한 헌터들을 동원해서 포위망을 만들어버리는 거지. 어느 몬스터들이 나오든 간에 그 안에서 쓸어버릴 수 있도록.”
클리어하기 힘들 것 같은 던전이 나왔을 때 가장 많이 쓰는 방법.
던전 주변으로 포위망을 짠 다음 나오는 순간 화력으로 밀어버리는 방법이었다.
너무나도 정석적이라서 이제 와서 굳이 할 말은 없지만…
“그런데 실패하니까 이런 미래가 보이는 거 아닙니까?”
“그렇지. 나 포함해서 동원 가능한 A급 헌터 여럿 있을 텐데도 이 정도면… 놓친 건가?”
포위망을 구축하더라도 몬스터의 능력이 예상 밖이면 탈출할 때도 있었다.
“A급 헌터들을 몇 명이나 동원했는데요?”
“아마 3명쯤?”
“…지금 미국 현역 A급 헌터가 15명 정도 되지 않습니까?”
“야. S급 한 명에 A급 3명이면 솔직히 정부도 할만큼 한 거야…”
솔직히 황경룡을 동원할 수 있었던 것도 대통령과의 친분 때문이 컸다.
황경룡 같이 가진 것 많고, 기업의 회장이 된 헌터들은 더 이상 실전을 뛰려고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당장 미국의 현역 A급 헌터들 중에서도 일 년 넘게 실전을 뛰지 않은 헌터들이 여럿이었다.
‘들을 때마다 두통 생기겠군.’
헌터들이 성장 안 하고 스포츠 뛰고 있다는 것도 그렇지만 A급 헌터들이 레이드를 안 하려고 한다니…
“일단 내가 들은 만큼, 최대한 노력해보마.”
“으음…”
“그 못 믿겠다는 눈빛은 뭐냐??”
“아니, 형 능력 의심하는 게 아니라 A급 헌터 놈들을 못 믿는 거거든요?”
* * *
그러나 황경룡의 장담을 확인하기도 전에, 사태는 다른 방향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미국, 풀더포드에 던전 발견! 마력 측정 결과 기존 A급 던전을 상회하는…
-S급 던전, 과연 지금의 전력으로 해결 가능한가?
-중국을 덮쳤던 S급의 악몽이 미국에서도…
-미 대통령, ‘아무것도 두려워할 것 없다, 정부는 완벽하게 준비가 되어 있다’고 기자회견 중 발표…
“이걸 왜 발표한 거지?”
최연승은 의아하다는 듯이 아이네에게 물었다. 아이네는 어이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이걸 누가 발표했겠어? 유출된 거야.”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A급 이상 던전들은 굳이 발표하고 싶지 않아했다.
그 정도 되는 던전들은 나타났다는 것만 발표해도 파급효과가 너무 큰 것이다.
가능한 조용히 헌터들과 클랜들로 클리어한 다음 발표하는 게 최선인데…
“누가?”
“현 야당… 그러니까 자유연방당 쪽 사람이겠지. 곧 선거니까 혼란스러워지면 야당 쪽에 유리해져.”
황경룡과 사우나 같이 가면서 친한 사이인 현 미국 대통령은 공화민주당.
그리고 그 반대 쪽은 자유연방당 소속이었다.
안 그래도 미국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게이트 이후로 어마어마하게 격변한 미국 정치사를 따라가는 건 최연승에게 무리였다.
“그냥 내가 신경 쓸 게 있는지만 말해주겠어?”
“당신 정도면 굳이? 여당이든 야당이든 A급 헌터와 척을 질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아. 실제로 아ㅃ… 아니, 회장님도 둘 다 넉넉하게 돈을 넣고 있고. 굳이 헌터 입장에서 차이점을 따져보자면… 공화민주당이 헌터한테 세금을 좀 더 걷으려고 하나?”
“그러면 자유연방당을 지지하는 게 좋나?”
“자유연방당은 그런데 헌터들을 강제로 소집할 수 있어야 한다는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해.”
“그런 걸 헌터들이 받아들인다고?”
“물론 그래서 상위 등급은 빼고 하위 등급 헌터들을 대상으로 하려고 하고 있지. 이건 비밀이야.”
“……”
최연승은 어이없어했다. 아이네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신경 쓸 거 없다니까. 어차피 둘 다 이쪽을 건드리지는 못하니까, 우리는 우리 일을 하는 게 가장 좋아.”
다른 기업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눈치를 봐야 했지만, 헌터들은 좀 더 특별했다.
그들은 마음만 먹으면 의원 저택에 찾아가 무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그 일을 하려는데 문제를 키우니까 그렇지. 이렇게 유출하면 혼란만 커지잖나.”
미국에서 몇 번 레이드를 해본 적 있는 최연승은, 사람들이 30년 사이 얼마나 멍청해졌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는 몬스터 나오고 던전 나오면 도망부터 쳤는데 요즘은 카메라 들고 차 끌고 와서 구경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헌터들이 대피시키려고 하면 ‘아니! 당신들은 지금 헌법에 기록된 자유의 정신을 모독하고 있어!’라고 지껄이는 놈들을 보면 정신 공격을 당한 것처럼 어지러워졌다.
미국인들만 그런 줄 알았는데 프랑스 가서도 그런 거 보면 마치 멍청함이 질병처럼 유행하는 것 같았다.
“그건 확실히 문제긴 해. 이러면 A급 헌터들 모으기 힘들어지거든. A급 헌터들이 안 그래도 더럽게 깐깐한 인간들인데…”
혼란이 커지고 헛소문이 늘어나면 원래 참가하려던 A급 헌터들도 슬슬 발을 빼기 마련.
준비하는 입장에서 좋을 리 없었다.
“경룡이 형이 다른 A급 헌터들을 설득하는 걸 도와줘야 하나?”
그러나 최연승은 다른 A급 헌터들을 설득하는 걸 도와줄 때가 아니었다.
눈치 채지 못한 사이 본인의 발밑에서 불이 피어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 * *
“미국 정부는 최연승 헌터를 풀더포드 던전 레이드에 참가시키지 마라!”
“자국 A급 헌터는 아끼고 다른 나라의 A급 헌터를 쓰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최소한 자국의 A급 헌터들을 열 명 이상 동원하고 나서야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것…”
처음에 최연승은 한국 쪽에서 여론이 나온 줄 알았다.
그런 거면 이해가 갔다.
한국 사람들 입장에서 한국인 헌터가 미국 쪽 S급 던전 공략하다가 죽기라도 하면 말 그대로 국력에 타격을 입었으니까.
게다가 미국은 현역 A급 헌터가 두 자릿수가 넘어가는데 한국은 고작해야 3명 아닌가.
하지만 놀랍게도 여론이 직접적으로 터져 나온 건 한국 쪽이 아니었다.
중국, 프랑스, 영국 등등 동시다발적으로 튀어나온 여론!
심지어 프랑스나 중국 쪽은 정부 발표나 당 기관지로 대놓고 미국 정부를 저격하는 패기를 보여줬다.
소식을 들은 최연승은 순간 정부들이 미친 줄 알았다.
뭐지??
“뭐냐?”
“그야… 당신이 좀…”
아이네는 어떻게 표현해야 최연승이 상처 받지 않을까 고민했다.
‘호구 같다’는 표현은 좀 그렇고…?
“책임감이 투철한 헌터니까?”
“…뭔가 숨겨진 뜻이 있는 것 같은데?”
“아니. A급 헌터가 보통 그렇게 여러 나라 돌아다니면서 싸우는 경우 진짜 드물거든.”
아이네는 솔직하게 말했다.
보통 A급 찍으면 정부 보호 받으면서 안락하게 뒹굴거리지, 최연승처럼 목숨 걸고 최전선에서 싸우는 경우는 드물었다.
프랑스-중국-영국 쪽을 돌면서 파격적으로 레이드에 나선 것이다.
이런 헌터를 보면 다른 나라 정부들은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헌터, 우리 나라에도 요청하면 오지 않을까?
돈이나 보상이 문제가 아니었다. A급 헌터는 아무리 보상을 많이 줘도 다른 나라에 잘 오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최연승 같은 헌터는 솔직히 탐이 날 수밖에 없었다.
“…내가 호구처럼 보였나??”
“아, 아니. 호구처럼 보인 게 아니지. 솔직히 당신 같은 헌터는 요즘 드물어. 당신처럼 책임감 있고 정의로운 사람은 정말 드물다고.”
“……”
아이네가 열심히 포장해줘도 최연승의 기분이 미묘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사실 최연승이 손해본 건 없긴 했다.
다른 헌터들이 미적거리는 동안 앞에 나선 덕분에 닥치는 대로 존재력을 빨아들일 수 있었으니까.
계속 미적거리고 있었다면 이름을 알리고 명성을 쌓기는커녕 A급도 아직 못 찍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반응을 보니 좀…
-그리고 후계자는 어차피 나서야 하지 않니?
-…그러니까 말이지.
더 찜찜한 건 최연승이 이런 반응과 별개로 이번 S급 던전 레이드에 무조건 참가할 생각이라는 점이었다.
황경룡이 나서는데 최연승이 어떻게 안 나선단 말인가!
분명 이걸 보면 다른 나라 정부들은 ‘와 진짜 저거 개호구 아닌가??’같은 생각을 할 것 같았다.
“최연성 헌터 있나?”
마침 미국의 A급 헌터, 웨스 모랄레스가 찾아왔다.
저번에 최연승과 함께 손을 잡고 파커 에너지의 던전을 힘으로 가져간 사람.
최연승은 갑작스러운 손님의 등장에 의아했다.
“무슨 일이지? 아. 알겠군.”
“?”
“파커 에너지의 새로운 보물을 또 훔쳐올 생각이로군. 좋은 생각이야.”
“…아니오!”
모랄레스는 기겁해서 부정했다.
최연승이 지금 그를 도둑으로 착각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아니었나?”
“최, 최연승 헌터. 날 도둑으로 아는 건 아니리라 믿소.”
파커 에너지 상대로 강도질을 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약속한 대가를 받지 못해서 나선 것뿐.
모랄레스는 아무 죄도 없는 상대한테서 물건을 뺏지는 않았다.
“아니… 도둑으로 아는 건 아니지만, 아쉽군.”
최연승은 입맛을 다셨다.
파커 에너지 상대로 갖고 온 게 상당히 짭짤했던 것이다.
솔직히 열심히 연구해서 새로운 아티팩트 출시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그냥 남의 기업 들어가서 코어 훔치고 던전 갖고 오는 게 훨씬 더 사업적으로 효율이 좋은 것 같은데…
-과연. 후계자도 이제 어비스의 사업 방식을 아는구나.
나태의 여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들은 지나치게 복잡한 시스템과 구조를 갖추고 복닥거리는 경향이 있었다.
가끔은 단순한 게 가장 좋은 법.
-농담한 거다.
-아니 왜? 정말로 좋은데?
“그래서 무슨 일로 찾아왔나?”
“최연승 헌터에게 신세를 진 만큼 이번 S급 던전 공략에 도우러 찾아왔소.”
“…난 아직 참가한다고 발표 안 했는데?”
“앗. 설마 안 하오?”
“…하긴 하겠지만…”
최연승은 왠지 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