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270)
270화
성좌전, 아니, SSL은 여섯 명의 헌터들이 가상 던전을 도는 경기.
던전은 매 경기마다 달라졌지만 크게 서로의 진영으로 세 갈래 길이 나있다는 건 달라지지 않았다.
그 중 윗길만 맡아서 싸워봤다는 건 좀 많이 불길한 이야기였다.
어떨 때는 길을 맡아서 상대 헌터들을 견제하고 마탑을 지켜야 했지만, 어떨 때는 길 밖으로 나와서 던전을 돌아다니며 특별한 몬스터를 잡아야 하는 법.
“으으음…”
“크으으으음…”
헌터들은 괴로워했지만, 그런다고 마주쳐야 할 현실이 달라지진 않았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지시해보겠습니다.”
“그래. 잘 부탁하지.”
앞으로 걸어가는 최연승을 두고, 헌터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수군거렸다.
“괜찮을까?”
“야. 이번에 중요한 건 승패가 아니다. 괜히 심기 거스르지 말자고.”
클랜 헌터 중 한 명인 리베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미 경기는 반쯤 포기한 얼굴이었다.
“지더라도 어느 정도 보상은 받을 수 있잖아.”
“그거야 그렇지만…”
“괜히 A급 헌터 심기 거슬렀다가는 인생 피곤해지는 거야. 알겠지? 평소처럼 욕하거나 그러지 말라고.”
리베카는 A급 헌터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나 개짓거리를 할 수 있는지 잘 알았다.
평소처럼 하던 대로 대했다가 A급 헌터가 분노하기라도 하면 앞으로 인생이 피곤해지는 것이다.
“저 사람을 투자자라고 생각해. 알겠어?”
“아까 그렇게 말해놓고 그걸 뒤집지는 않을 것 같은데.”
“헛소리. 욕 듣고 기분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건 맞는 말이긴 해.”
헌터들은 이번 경기에서 승패를 떠나 입을 조심하기로 했다.
평소처럼 거칠게 떠들었다가는…
‘조심하자!’
* * *
[가 흥미로워합니다.] [이번에 쓰는 무공을 설명해주지 않겠냐고 묻습니다.]“…극양지기를 사용하는 무공이다.”
혼원신공은 말 그대로 모든 기운을 다루는, 부족함이 없는 무공이었다.
그 대신 성장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느렸지만 최연승은 어비스에서의 수련으로 그걸 극복해냈다.
하지만 이런 성좌전에서는 그런 완벽한 무공보다, 조금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한 부분에 특화된 무공이 나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최연승은 혼원보와 혼원지 대신, 새로 잘라내서 만든 무공을 들고 왔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화염신공 정도?
그 정도로 이 무공은 극양지기, 양의 기운에 치중되어 있었다.
마법처럼 세세하게 나누지는 않았지만 무공 또한 기운을 이런 식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다.
양의 기운은 뜨겁고, 밝고, 화(火)의 속성과도 연관이 강한 기운.
가 데리고 온 권속들은 냉기의 힘을 다룰 가능성이 높았기에 일부러 들고 온 것이다.
[ 성좌가 전략에 감탄합니다.] [당신에게 아티팩트를 선물합니다.]“…?”
보고 있던 성좌가 감탄하면서 아이템을 주는 건 그렇다 쳐도, 많이 본 성좌 이름에 최연승은 의아해했다.
‘뭐야… 저 놈도 저걸 보고 있었나?’
[가 서투른 모습을 보이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아는 이름들이 여럿 튀어나오기 시작하자 최연승은 슬슬 어이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다들 여기서 뭘 하고 있단 말인가?
-중립 성향의 성좌들은 이런 유희를 엄청나게 좋아할 수밖에 없겠지.
-…그렇군. 정말 궁금하지 않았던 사실인데…
-후계자가 성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건 알겠지만, 이기기 위해서는 이런 습성도 공략할 줄 알아야 하지 않겠니.
-맞는 말이긴 해.
최연승은 나태의 여신이 하는 조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성좌들이 짜증나는 외계인이긴 했지만…
-……
[……]…그 힘은 타협 없이 이겨나갈 수는 없었다.
성좌들을 조종할 방법이 있다면 그것 또한 나쁘지는 않으리라.
가 연 것처럼 경기판을 벌이는 것도 방법 중 하나.
‘내가 갖고 있는 게 뭐가 있지.’
-후계자의 영역에서 자라나고 있는 농산물들?
-…한테 팔 수는 있긴 하겠는데…
[가 앞을 보라고 조언합니다.]“!”
최연승은 고개를 들었다.
이번 던전은 .
주최한 성좌의 이름에 걸맞게 사방에서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싸늘한 곳이었다.
길 밖으로 조금만 나서도 주변이 어두워지고 얼음폭풍이 치는 곳.
그 안에 뭐가 숨어 있을 지 모르기에 더더욱 조심해야 했다.
그런데…
“저건 사기 아닌가?”
[가 상황에 맞는 스킬 또한 능력이라고 말합니다.]멀리서 달려오는 관찰자 성좌의 권속.
그건 아이스 골렘이었다.
[눈덩이 골렘이 주변의 냉기를 흡수해서 빠르게 강해지기 시작합니다.] [눈덩이 골렘이 얼음을 일으켜 주변을 휩씁니다!] [눈덩이 골렘이…]태생적으로 주변의 냉기를 먹고 빠르게 성장하는 존재.
게다가 냉기를 이용해서 강력한 스킬까지 쓸 수 있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사기적인 상대를 들고 오자 최연승도 좀 어이가 없었다.
콰지지직!
[ 성좌가 가만히 있다가는 전부 다 뺏길 거라고 말합니다!]“…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나만 보고 있는 것 같군.”
최연승은 말과 함께 달려들었다. 눈덩이 골렘한테 이 주변 몬스터들을 뺏기기 시작하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쿵!
서로의 마법 탑이 닿지 않는 중립 지역에서 일시적인 교전이 벌어졌다.
눈덩이 골렘은 덩치와 스킬을 믿고 빠르게 최연승을 몰아붙였다.
한 번 주먹이 휘둘러질 때마다 주변에 충격파가 터지고 얼음파편이 탄환처럼 날아갔다.
그러나 최연승이 들고 온 화염신공도 만만치 않았다.
내공을 순환시키면서 보법을 밟자 이글거리는 기운이 주변을 위협하는 얼음파편을 그대로 물방울로 만들었다.
우으어엉?
눈덩이 골렘은 마법 하나 쓰지 않고 주변의 냉기를 녹여버린 무공에 당황한 기색이었다.
최연승은 놈을 상대하는 대신 주변의 몬스터들을 하나씩 잡아나갔다.
보아하니 눈덩이 골렘은 워낙 단단하고 튼튼해보여서 잡으려고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다.
차라리 주변 몬스터들을 먼저 잡아가면서 놈을 말라죽게 만드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가 뛰어난 전략이라고 감탄합니다.] [당신에게 아티팩트를…]* * *
-아. 아. 최연승 헌터. 들리십니까?
-어. 들린다.
블랙 스틸러스 헌터들은 당연히 통신 마법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싸움도 싸움이지만 최연승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걸 최우선으로 삼았다.
-곧 지원 가드리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난 필요 없는데?
-아닙니다! 저희가 가서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필요 없는데…
아랫길에서 싸우고 있던 다른 헌터 한 명이 다급하게 말했다.
-그냥 이쪽으로 와서 도와주면 안 되나?
-뭐? 벌써? 엄살떨지 마.
길 밖을 돌아다니면서 몬스터를 찾고 있던 헌터는 동료의 말에 단호하게 대답했다.
이 경기는 여러 성좌들이 보고 있는 만큼, 승패와 상관없이 뛰어난 활약을 하면 여러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늘어났다.
그런 만큼 윗길이나 가운뎃길, 아랫길을 맡은 헌터들은 끊임없이 도움을 요청하곤 했다.
다른 헌터들이 와서 도와주면 자신이 활약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니까.
그렇기에 흔히 말하는 ‘엄살’이 좀 심해지는 편이었는데…
-엄살이 아니야!
-그래. 미안하다. 여기 지금 길이 좀 복잡한데, 몬스터 하나 찾은 다음 도와주러 갈게.
-너는 지금 길 밖을 돌아다니고 있어서 모르는 모양인데, 상대가 진짜 강하다고! 숨 막혀 죽을 것 같다. 제발 좀 도와줘!
-그래. 그래. 알겠어.
-이… 이 나쁜 새끼야!
-쉿. 모두 말 조심하도록.
모두가 최연승처럼 사기적인 권속 상대로 활약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아랫길에서 상급 냉기 정령을 상대로 만난 게리는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었다.
주변의 냉기를 빨아들여 순식간에 덩치를 부풀린 정령은 이쪽으로 오지도 못하게 마법을 난사해댔다.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아무리 A급 헌터를 접대해주려고 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싸움이 굴러가게 만든 다음에 접대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 성좌가 당신의 싸움에 한심해합니다. [가 당신을 하찮게 내려다봅니다.]‘으으읏…!’
게리는 울상이 되어 앞을 쳐다 보았다.
기껏 무공도 전수를 받았고 던전도 돌았겠다 꽤나 강해진 기분이 들었는데…
* * *
길을 맡은 헌터들과 달리, 자유롭게 던전을 돌아다니며 길 밖의 몬스터들을 사냥하던 헌터들은 상황이 좀 나았다.
직접 상대와 만날 일 없이 던전 곳곳의 몬스터를 찾아 돌아다니면 되는 것이다.
쿵!
리베카는 최연승에게 가르침을 받은 권법을 몬스터에게 작렬시켰다.
‘대단해!’
그 늘어난 위력에 리베카는 감탄했다.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상대의 급소를 꿰뚫는 권법의 위력이 증가했다는 것을.
-야. 가고 있지? 네가 그렇게 말해놓고 안 가면…
-어. 어. 가고 있어.
리베카는 몬스터를 해치우고 급히 윗길로 달려갔다.
경기의 승패도 중요했지만 더 중요한 건 A급 헌터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일.
경기 끝나고 A급 헌터가 진짜로 무기를 휘두르는 꼴을 보지 않으려면 최소한 기분 좋게 끝내줘야 했다.
“제가 왔습니다!”
“왔나? 진짜 올 필요 없었는데.”
최연승의 말에 리베카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경기 도중 헌터들이 하는 말은 언제나 다 비슷했던 것이다.
좋으면서 체면이 있으니까 ‘아 정말 올 필요 없었는데… 이왕 왔으니 어쩔 수 없지’같은 소리를 하는 것!
“상대는 어디 갔죠?”
“내가 방금 쓰러뜨렸어.”
“그렇군요. …예? 진짜요??”
“거짓말 할 이유가 있나??”
“……”
리베카는 황당해했다.
물론 헌터끼리 맞부딪혀서 상대를 쓰러뜨리는 일은 종종 일어나곤 했다.
하지만 지금 경기의 상대는 성좌가 보낸 권속이었다.
성좌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상대들을 보내고 있는 지금, SSL을 제대로 모르는 최연승이 상대를 그냥 꺾었다는 건 믿기지가 않았다.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최연승 정도 되는 A급 헌터가 그런 거짓말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
-컥… 커억! 도와줘! 제발!
-나한테 2만 달러 빚져놓고서 이러기야, 정말로? 이번에 안 내려오면 넌 진짜 사람이 아니야!
가운뎃길과 아랫길에서 들려오는 긴급한 구조 요청.
리베카는 어이가 없어서 대답했다.
-야. 엄살 좀 그만 떨라고!
-엄살 아니라니까!! 너 진짜 죽고 싶냐? 위치 바꿔! 네가 여기 맡아봐! 성좌가 미친 놈 데리고 왔다니까??
-여기 최연승 헌터는 혼자서 다 끝내놨는데 무슨…
-…뭐? 진짜??
-그래! 경기 뛴 경험도 별로 없는 사람이 상대 해치웠을 정도인데 너희들이 엄살을 떠는 게 말이 돼?
-아, 아니…
최연승은 남은 몬스터들을 해치우다가 리베카를 불렀다.
“아직 많이 약해 보이는데… 여기 남는 거 좀 잡고 가지?”
“앗,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몬스터를 잡는 게 빠른 성장의 조건.
아무리 동료라 하더라도 잡으려던 몬스터를 뺏는 순간 칼부림이 일어날 수 있었다.
“아니. 잡는 게 좋겠군. 어차피 난 상대하고 차이가 좀 있으니…”
“감, 감사합니다.”
리베카는 최연승이 제압한 몬스터들을 쓰러뜨리고 손쉽게 경험치를 얻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맙긴 한데…
이래도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