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274)
274화
이런 마을까지 와서 민간인들을 상대할 정도면 별 볼 일 없는 헌터들이 분명했다.
D급, 아니, D급도 안 할 가능성이 높으니 그 이하?
이런 곳에 A급 헌터가 와서 돈 뿌리면서 대피 명령을 내린다는 게 말이 된단 말인가.
“…맞잖아 개자식아!”
“?!?!”
하지만 아무리 황당해도 진실이 드러나기까지는 채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A급 헌터가 몇 명이나 된다고 그걸 못 찾겠는가.
핸드폰으로 검색 한 번 하자 바로 똑같은 얼굴이 나왔다.
원래라면 A급 헌터한테 덤벼들었다는 충격에 벌벌 떨었겠지만, 워낙 상황이 황당해서 두려움도 들지 않았다.
“대체 우리한테 왜 이러는 거요!”
“무슨 꿍꿍이냐! 대체 우리를 어디로 데리고 가려고! 인체 실험이라도 할 셈이냐!”
어차피 죽은 목숨이겠다 갱들은 강하게 따졌다.
황경룡의 부하 헌터들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S급 던전 때문에 대피시키고 있다고 말했잖나.”
“이봐! 헛소리 하지 마! 어떤 미친놈이 돈 주면서 대피를 시켜!”
“……”
헌터들은 할 말을 잃었다.
논리적으로 반박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솔직히 그들이 생각해도 이건 좀 지나치게 수상하고 이상하긴 했다.
차라리 헌터들이 찾아와서…
-야, 근처에서 던전 열린다. 꺼져. 우리 사냥해야 한다. 보상금? 그딴 건 없어. 뒤지기 싫으면 마을에서 나가라. 방해되니까 반나절 안에 꺼져야 하는 거 잊지 말고. 혹시라도 몰라서 말하는 건데 언론에 말해서 귀찮게 하면 너희 다 같은 묘지에 묻히는 거야. 알겠나?
…이랬다면 마을 사람들도 ‘아! 이래야 헌터들이지!’하고 믿었을지 몰랐다.
그런데 A급 헌터가 찾아와서 직접 돈 주면서 대피해달라고 부탁을 하니 이건 너무 수상해서 소름이 돋을 수밖에 없었다.
대체 무슨 사악한 목적을 갖고 있길래 이러는 걸까???
* * *
“…???”
“?????”
드래곤 인더스트리 쪽 사업체에서 운영하는 호텔로 안내 받은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져서 두리번거렸다.
“아하. 알았다! 개자식들. 이 호텔 안에 가둬서 못 나오게 하려는 속셈이군!”
“…출입 자유고 어디 들락날락하든 너희들 자유다.”
관리를 맡은 헌터는 참을성 있게 말했다.
“헛소리 하지 마! 말은 그렇게 해놓고 나가면 죽이려는 게 분명해!”
“아. 이 새끼들 진짜. 꺼져!”
인내심에 바닥이 난 헌터들은 멱살을 잡고 갱들을 밖으로 집어 던졌다.
몇 시간 정도 밖을 쏘다니고 오면 싫어도 믿게 되리라.
“…?!?!”
받은 지폐가 위조지폐인지 확인하고, 자기들 몸에 추적장치가 달려있는지 확인하고, 감시가 안 붙은지 확인하고 나서야 사람들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그냥 대피 명령이었던 것이다.
“말… 말도 안 돼…!”
* * *
“대피…”
“정말 돈을 주는 건가?”
“이봐.”
최연승은 뒤에 신호를 보냈다. 몇 번이고 했던 것처럼 돈다발이 나왔다.
늙수그레한 남자는 탄성을 내뱉었다.
“소문이 진짜였군 그래! 진짜 보상금을 주면서 대피를 시키고 있었어!”
“뭐? 소문이 돌고 있었나?”
네 번째 마을이긴 했지만 벌써 소문이 돌 줄은 몰랐기에, 최연승은 의아해했다.
황경룡이 옆에서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연승아. 요즘은 뭐 하나 하면 바로 SNS로 정보 퍼지는 시대라니까…”
“거 저보다 나이도 많으면서 늙은 사람 취급하지 맙시다.”
“이 자식이 아픈 곳을… 잠깐. 따지고 보면 네가 더 나이 많…?”
“자. 이쪽으로 대피하시면 됩니다.”
“정말 고맙소. 최연승 헌터.”
남자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고마워했다.
정부쪽에서 내리지 않은 대피 명령을 클랜 헌터가 직접 찾아와서 요청하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는데, 헌터가 사비 털어서 그걸 보상해주는 건 정말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오죽하면 몇몇 사람들이 ‘이거 이자 쳐서 갚아야 하는 거 아닌가?’하고 몇 번이고 확인할 정도로.
하지만 이런 충격도 처음에나 컸지, 마을 몇 개를 반복해서 돌고 대피한 사람들이 많아지자 슬슬 사람들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냥 정말 선의로 대피를 시키고 있다는 것을!
“고생 많으셨습니다!”
대피가 마무리되자, 황경룡의 클랜 중 하나에서 소집된 헌터들이 최연승에게 깍듯하게 인사를 올렸다.
단순히 A급 헌터한테 하는 인사가 아니었다.
인간적인 존경심이 섞인 인사였다.
강한 헌터들은 많이 봐도, 최연승 같은 헌터는 보기 드물었던 것이다.
남을 위해 자기 돈 털어가면서 선행을 하는 모습은 처음에는 이상하게 보이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가슴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언제든지 부르십시오. 최선을 다해 일하겠습니다.”
“……”
황경룡은 떨떠름한 눈빛으로 헌터들을 쳐다보았다.
월급 주고 고용하고 있는 건 자신인데 이상하게 반응이 달랐던 것이다.
‘내가 돈 줄 때는 좀 더 사무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나?’
돈 줘도 데면데면하게 굴던 놈들이 저렇게 뜨겁게 굴자 어이가 없었다.
평소에도 저럴 수 있었던 놈들이…
* * *
-지금, 풀더포드 레이드를 위해 수많은 헌터들이 모여 있습니다!
B급 이상만 되도 기자들이 구름처럼 모이는데, S급 던전쯤 되면 해외 기자들도 줄을 서야 할 정도로 모였다.
어떤 몬스터가 나올지, 헌터들이 어떻게 상대할지 등등 다 중요한 정보인 것이다.
그런 기자들은 당연히 한 걸음이라도 더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애썼고, 미 정부에서 나온 군인들과 헌터들은 출입을 막으려고 애썼다.
“더 이상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저기까지만 들어가게 해주시죠.”
“안 된다고 했잖습니까!”
“이봐! 허가 받고 왔는데 이러면 안 되지! 다 그쪽 정부 허가 받고 온 거라고!”
미군 장교와 투닥거리는 프랑스 기자를 본 중국 기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저러니까 미국인들은 안 되는 거야. 저렇게 풀어주다니.”
“맞는 말씀이십니다. 우리 나라였다면 강하게 때려잡았죠.”
“……”
“……”
다른 곳에서 온 기자들은 질색을 하며 슬슬 거리를 벌렸다.
안으로 침입하려는 기자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정상적으로 취재를 하는 기자들도 많았다.
기자들은 풀더포드 근처를 돌아다니고, 사람들을 인터뷰 따고, 이번 레이드에 참가하는 클랜 헌터들을 확인했다.
당연히 가장 주목 받는 건 상위 등급 헌터들이었다.
-이번 풀더포드 레이드는 S급 던전이라는 소문 때문인지, 드래곤 황이 직접 진두지휘하는 드래곤 인더스트리 헌터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헌터들을 동원했어야 하지 않냐는 비판에 정부는 ‘정해진 전력으로 충분하다’고 밝혔으며…
-알렉스 파커 씨는 이번 레이드를 위해 그룹의 헌터들을 대거 동원해서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까지 11개의 대형 클랜이 나선 것으로 밝혀져…
“그래도 의외로 많이 왔습니다?”
“안 오는 것도 눈치가 보이겠지.”
헌터에 관심 많은 일반인들이나 기자들은 거의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평소에는 한 명 보기도 힘든 상위 등급 헌터들이 이렇게 모여 있다니!
“이런 자리에 빠지면 그건 그거대로 공격받을 수 있거든.”
헌터 클랜들이 안하무인처럼 보여도 의외로 여론을 신경쓰긴 썼다.
너무 크게 잘못을 저지르면 그걸 빌미로 다른 클랜들에게 역풍을 맞는 것이다.
특히 정부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런 레이드에는 나서는 게 나았다.
문제는…
“저 놈들이 별로 의욕이 없어 보인다는 거지.”
자기네들 구역으로 오면 열심히 싸우긴 하겠지만, 다른 쪽이 위험하면 나서서 도와주진 않을 것이다.
“숫자만 채워주는 게 어딥니까.”
“그런데 나 아까부터 궁금한 게 있다만… 네 옆에 그 사람은 혹시…”
“아. 천샤이치 씨 말입니까?”
해맑게 손을 흔드는 천샤이치의 모습에, 황경룡도 손을 흔들었다.
노화로 인해 기억을 잃은 중국의 S급 헌터를 이런 자리에 데리고 오다니!
“괜찮겠냐?”
“싸울 때는 또 의외로 잘 싸웁니다. 없는 것보다는 낫겠죠.”
“…야. 그래도 중국 기자들은 못 보게 해라.”
일말의 양심이 남아 있었던 황경룡은 중국 기자들은 못 마주치게 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중국인들 뒷목 잡고 쓰러지게 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저, 드래곤 황. 몇 가지 질문을 던져도 되겠습니까?”
“……”
들어온 지 얼마 안 됐는지, 기자 한 명이 패기 넘치게 다가와서 질문을 던졌다.
근처에 있던 헌터들이 기겁해서 기자를 물러나게 하려고 했다.
황경룡이 기자들의 질문을 싫어하는 걸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성질 건드리는 기자들 날려버린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말해라.”
“!”
그러나 황경룡은 의외로 쉽게 허락했다. 주변의 헌터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황경룡이 저런 부탁을 허락할 줄이야?
“이번에 최연승 헌터가 정부가 정한 대피 구역보다 더 넓은 범위를 잡고 대피를 시켰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뭘 어떻게 생각해 이 샊…”
황경룡은 말하다가 멈칫했다.
최연승이 기껏 선행을 해서 좋은 이미지를 쌓았는데 망칠 수는 없는 것이다.
“…좀 불안해서 그런 일을 했지.”
“그렇다면 정부의 발표는 믿을 수 없다?”
“야. 저 새끼 던져버려라.”
참을성이 떨어진 황경룡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헌터들이 달려들어서 기자를 끌고 갔다.
기자는 기겁해서 비명을 지르며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기자들은 시선을 피했다.
그런 황경룡에 비하면 최연승은 천사 수준이었다.
일단 질문에 대답은 해줬고, 욕은 했지만 죽이지는 않았으니까.
“최연승 헌터! 사비를 써서 대피 구역의 사람들을 피난시켰다고 들었습니다.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헌터들이 대부분 다 이기적이고 탐욕스럽다는 말을 듣는 요즘에 최연승 같은 헌터는…”
퍽!
“레이드 물어볼 거 아닌 놈들은 전부 꺼져라.”
“……”
“……”
누가 같은 회사 소속 아니랄까봐 황경룡과 최연승은 더러운 성질머리도 비슷했다.
기자들은 질린 표정으로 서로 눈빛만 교환했다.
* * *
의 A급 헌터, 길버트 게러티는 팔짱을 끼고 드래곤 인더스트리 쪽을 노려보았다.
영국 출신의 A급 헌터인 조셉 그랜트는 아티팩트 점검을 마치고 물었다.
“악감정이 있나보군?”
“저 놈에게 한 번 제대로 당한 적이 있지.”
게러티는 이를 갈았다.
파커 가문과 연관이 깊은 만큼, 드래곤 인더스트리 쪽인 최연승과 사이가 좋을 리가 없는 게러티였다.
단순히 그뿐만이 아니었다.
한국 쪽에서 터진 몬스터 웨이브를 처리하러 갔을 때 최연승 사이에 악연이 있었던 것이다.
기껏 최연승과 한국 헌터들의 사냥감을 뺏고 우위에 섰다고 생각했는데, 게러티의 부하 중 한 놈이 악신 성좌와 계약했다는 게 들통나면서 개망신을 사게 되었다.
게러티 입장에서는 굴욕 그 자체인 일이었다.
“…?”
조셉은 그 말을 듣고 의아해했다.
‘감사해야 할 일 아닌가?’
부하 중에 악신 성좌와 계약한 놈 있다는 걸 찾아줬으면 감사해야 할 일 같은데…
“그랜트. 너도 원한이 있겠지.”
“아아.”
조셉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원한이라고 하기도 뭐하긴 했다.
1차 어비스 게이트 공략.
조셉은 인력을 가차 없이 갈아 넣어서 영역을 클리어하려는 공적을 손에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상황은 생각치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고, 그 영광을 얻은 건 결국 최연승이었다.
주인인 도 강하게 질책했고, 조셉 본인도 반성했다.
“게다가 저 놈이 성좌의 힘을 빌려서 영국을 다스리고 있다고! 영국인으로서 분노가 치솟지 않나?”
‘별 상관 없는데…’
조셉은 권력을 원하는 거였지 딱히 영국에 집착하는 애국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조셉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게러티와 보조를 맞춰야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