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273)
273화
미국은 레이드 관련 부서가 따로 생기는 대신, 국토안보부 휘하에 몇 개의 국과 청을 새로 신설해 놓은 형태였다.
A급 이상 던전이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나오거나, 헌터 출신 범죄자가 연쇄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치고 있다거나, 어느 클랜이 수상쩍은 마법을 연구하다가 대참사가 나서 주변이 박살이 났다거나…
안 그래도 드넓은 땅덩어리를 전부 담당해야 하는 국토안보부 입장에서, 게이트 이후로 헌터 관련 사건까지 담당해야 하니 정신이 없는 건 이해가 갔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다.
감히 S급 던전을 막는 일에 장관이 직접 나오지 않고 차관을 보내서 개수작질을 부리다니.
황경룡은 극도로 분노했다.
“드래곤 황! 그 손 놓으십시오!”
“…차관. 새로 뽑은 놈들인가?”
황경룡은 뒤에서 말을 거는 차관의 경호원들을 보며 어이없어했다.
보아하니 C급, 아주 잘 쳐줘도 B-급 정도 되는 헌터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들도 황경룡이 S급 헌터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극도로 긴장한 게 겉으로 보였다.
“아티팩트를 믿고 있나 보구나. 애송이들아. 마법 방해 주문 넣은 테이저 건이냐?”
“!”
경호원들은 황경룡이 바로 알아맞추자 당황했다.
국토안보부 휘하의 직원들이 쓰는 장비들은 정부 비밀 연구소에서 개발하고 있는 최첨단 마법공학 장비들이었다.
헌터들을 상대해야 하는 일이 많은 만큼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제대로 보지도 않고 맞추다니.
황경룡은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멍청하기는… 정부 연구소만 그런 걸 연구하는 거 같나? 기업 연구소들이 십 년 빠르다는 말도 못 들었나보군.”
어마어마한 규모로 성장한 레이드 관련 기업들.
이들은 시장에 발표하는 기술 말고도 비밀리에 기술을 연구했다.
각종 신 마법이나 신 아티팩트들.
이런 것들은 클랜 최고위 헌터들이나 막대한 돈을 투자한 몇몇 부자들에게 우선적으로 돌아갔다.
“그깟 물건은 몇 년 전에 나온 기술이다. 쏴볼 테면 쏴봐라. 먹히지도 않을 테니까.”
“……”
“안 쏘는군. 잘 생각했다. 너희, 연봉으로 얼마 받지? 200만 달러? 300만 달러? 그 정도는 안 넘겠지. 아무리 돈이 넘쳐도. 지금 차관을 겨누면 그 2배를 주고 스카우트해주마.”
“……”
“3배!”
척척척-
경호원들은 총구를 돌리더니 차관을 겨눴다. 안 그래도 멱살 잡혀서 숨 막히는데 경호원들까지 이러자 차관은 꺽꺽대는 소리를 냈다.
황경룡은 피식 비웃었다.
“드, 드래곤 황…”
“이봐. 전기 한 번 먹여줘라.”
“제, 제발!”
“농담이다. 총구 내려라. 네놈이 뭔 잘못이겠나.”
차관쯤 되면 한 나라의 행정부의 가장 위에 있는, 장관을 빼면 두려울 게 없는 그 부서를 담당하는 최고 권력자이자 실무자였다.
게다가 끗발 없는 조직도 아니고 가장 강력한 실권을 갖고 있는 조직인 국토안보부 차관인데…
하지만 차관은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설명하는 것보다, 그냥 눈물을 줄줄 흘리며 황경룡의 동정심을 자극하려고 애썼다.
“컥, 커헉… 감사합니다.”
“장관 불러와. 안 불러오면 오늘 이 건물 한 층 내려갈 줄 알아라.”
“장, 장관께서는 지금 대통령 각하께서 주최하는 회의에 참석하고 계십니다.”
“끝나고 불러와. 그리고 S급 던전을 막는데 이깟 예산을 지원해주는 이유도 말해줘야 할 거다.”
“드래곤 황께서도 아시잖습니까! 요즘 여론이 어떠신지… 기, 기준을 넘어선 예산을 투자할 수는 없습니다.”
던전을 막는 건 언제나 손해 보는 장사였다.
잘 막으면 잘 막은 대로 예산 많이 들어갔다고 욕을 먹고, 못 막으면 못 막은 대로 못 막았다고 욕을 먹었다.
하지만 그런 걸 신경 쓰느라 제대로 된 대비를 못하는 건 멍청이나 하는 짓이었다.
게다가 황경룡은 최연승에게 예지를 듣지 않았던가.
“세 배는 투자해야 한다. 피해 예상 범위도 지금보다 두 배는 넓히고 다 대피시켜야 해.”
“그랬다가는 우리가 욕먹습니다! 곧 선거인 거 알지 않습니까. 의회에서도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제, 제발…”
“……”
황경룡은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정권을 잡고 있는 공화민주당이나, 정권을 잡으려고 하고 있는 야당인 자유연방당이나 둘 다 황경룡과 꽤 친한 이들이었다.
미국에서 기업 하는 이들 중에 한쪽 정당만 고르는 머저리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굳이 따지면 황경룡은 지금 정권을 잡고 있는 공화민주당이 좋았다.
현 대통령인 조지와 꽤 친했기 때문에 여러모로 편리했던 것이다.
‘내가 물러서야 하나?’
지금 편성된 예산 자체도 부족한 건 아니었다.
다만 좀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대피 범위 자체를 늘리고 포위망을 더 견고하게 만들고 싶었다.
정해진 예산대로 짰다가 예상 밖의 몬스터가 나와서 포위망 뚫리는 순간 민간인들 피해가 미친듯이 나오는 것이다.
하필이면 던전이 위치한 풀더포드는 뉴욕과 워싱턴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데…
그래도 저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어쩔 수 없었다. 황경룡은 혀를 차며 말했다.
“좋다. 내가 한 발짝 양보해주기로 하지.”
“감사합니다!!”
* * *
“…그래서 예산 못 타왔다고요?”
최연승이 경멸의 시선을 던지자 황경룡은 매우 부끄러워했다.
“이, 이게… 내가 힘으로 협박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의회도 통과해야 하고…”
“대통령하고 사우나 같이 간다면서?”
“그걸로도 안 된다고…!”
“뭐, 어쩔 수 없죠.”
최연승은 의외로 쉽게 받아들였다. 그 반응에 황경룡은 놀랐다.
“화낼 줄 알았는데?”
“옛날에 한국에 있을 때는 이것보다 훨씬 심했잖습니까.”
“…녀석…!”
황경룡은 눈물이 울컥 샘솟는 걸 느꼈다.
하필 비교를 해도 그 힘들던 때랑!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한국에도 안 가시는 분이 무슨.”
“너 근데 어디 가는 거냐?”
“대피 구역 바깥 돌면서 사람들 대피시키려고요.”
“…그 사람들이 그냥 갈리는 없을 거고… 당연히…?”
“당연히 돈 뿌려야죠.”
“네 돈으로?”
“그럼 남의 돈으로 뿌릴까요?”
“야…”
“뭘 야에요.”
“그건 너무… 너무하잖아…!”
황경룡은 미안해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최연승보다 몇십년이나 더 미국에서 머무르면서, 최고라고 자부할 위치에 올랐는데, 정작 이런 순간에 벽에 막히다니.
정확히 말하자면 벽에 막힌 게 아니었다.
‘할 수 있었는데 안 한 거다.’
의원들이나 반대하는 쪽에 막대한 뇌물을 바치면서 로비하면 예산을 타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황경룡은 그러지 않았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그렇게까지 희생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최연승은 자기 대신 통장의 돈 꺼내서 대피 구역 밖의 사람들을 내보내려고 하고 있었으니…
황경룡은 부끄러움과 미안함으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야. 그만둬라. 그냥 내가 로비하고 올게!”
“그거 시간도 오래 걸리고, 국회의원들한테 뇌물 주고 예산 따낼 바에는 그냥 제 돈 주는 게 기분이 덜 나쁠 것 같습니다.”
“그게 그렇게 되나…?”
“그리고 형 돈은 아껴둬야죠. 나중에 어떻게 쓸 줄 알고.”
황경룡은 최연승의 말에 코밑을 쓱 훔쳤다.
다른 건 몰라도 최연승과 대화할 때면, 예전에 있었던 순수한 시절이 떠올랐다.
욕망에 타락할 대로 타락한 황경룡도 뭔가 할 수 있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
“나도 돈 있으니까, 같이 돌자.”
“아. 죄송한데 형까지 돈 내면 신앙심이 흩어지니까 저 혼자 하겠습니다. 사람들 신앙심 챙겨야죠.”
“…야. 감동하고 있는데…”
황경룡은 팍 식은 기분이 들었다.
사람들 목숨 걱정하는 게 아니었어?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죠.”
“맞는 말이긴 하다.”
* * *
풀더포드에서 동쪽으로 가면 뉴욕 같이 마천루 가득한 빌딩들의 대도시가 나왔지만, 정작 풀더포드 근처에는 가난한 마을들이 여럿이었다.
“놀랍냐?”
“뭐가 말입니까?”
“미국에 이런 곳들이 있는 게. 난 처음에 미국 왔을 때 놀랐거든.”
“세상에 돈 많은 놈들 있으면 가난한 사람들도 있는 게 당연한 거 아닙니까.”
어비스에서 못 볼 꼴 다 보고 온 최연승에게 이런 모습은 별로 놀랍지 않았다.
황경룡이야 꿈에 부풀어서 미국 왔다가 충격을 크게 받았다지만…
“그렇긴 하지. 그리고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게 있는데. 이런 곳 사람들은 헌터들을 안 좋아하는 경우가 많아.”
“?”
“게이트 열리고 흥한 산업도 있지만 망한 산업도 많지. 석유까지는 어떻게든 명맥이 있긴 한데, 석탄만 해도 완전히 숨통이 끊어졌고…”
어떤 오염도 없이 막대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몬스터의 코어는 여러 산업의 숨통을 끊어 놓았다.
그 산업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마을들은 크게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뭐 안 합니까?”
“미국 정부가? 연승아. 미국 정부는 부자들을 좋아해.”
“뭐 어쩌라고요?”
“아니… 부자들만 좋아한다고… 여기 사는 사람들을 왜 챙겨주겠냐. 보이지도 않을 걸.”
최연승과 황경룡이 호위 헌터 여럿을 데리고 들어서자, 마을 곳곳에서 어슬렁거리던 이들이 불량스러운 시선을 던졌다.
한국의 깡패와 다른 점이 있다면 미국의 갱들은 일단 총부터 꺼내고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는 점.
하지만 여기 있는 이들도 보통 사람들은 아니었다.
“눈 깔아라. 안 깔면 네놈들 대가리를 뽑아서 궁둥짝에 쑤셔 박아주마.”
“……”
“……”
황경룡의 노골적인 살기를 느꼈는지, 갱들은 어슬렁거리며 시선을 피했다.
최연승은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표현이 좀 그렇지 않습니까?”
“왜? 잘 먹혔잖아.”
“30년 전 한국에서나 먹혔을 표현을…”
최연승은 그만 떠들고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가장 가까운 집에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낡은 집은 먼지투성이었지만 안에는 인기척이 있었다.
“누구쇼?”
“S급 던전이 발견되었는데 혹시 몰라서 대피 명령을…”
퉷!
늙은 남자는 옆에 침을 뱉었다. 매우 완고한 태도였다.
“흥. 난 여기서 뒤질 거다.”
최연승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뒤에 있던 경호원들이 가방을 꺼냈다.
그 모습에 늙은 남자는 겁을 먹고 움찔했다.
설… 설마…
죽이려는 것인가?
그러나 가방 안에 든 건 예상 밖의 물건이었다.
그건 돈다발이었다.
최연승은 돈다발을 남자의 손에 쥐어줬다.
“이제 대피 명령을 따를 건가?”
“…암. 정부에서 대피하라면 따라야지. 나는 애국자라고!”
“잘 생각했다. 이봐. 짐 챙기는 걸 도와드려.”
돈의 힘은 막강했다.
외지인, 그것도 헌터를 보며 투덜거리던 사람들도 돈다발을 받자 애국자가 되었다.
“이거 진짜 돈 맞아? 정부에서 우리 대피시키려고 돈을 줄 리가 없잖아!”
“그래서 내가 주는 돈이다.”
“…당신 미친 놈 아니야???”
“입 다물고 돈 받아가겠나, 아니면 미친놈한테 한 대 맞고 돈 뺏기겠나?”
“아, 아니. 간다고. 가.”
나이 있는 사람들은 비교적 설득이 쉬웠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돈에 버티는 놈들이 나왔다.
“꺼져.”
아까 어슬렁거리던 갱 같아 보이는 놈은 돈다발을 무시하고 말했다.
“돈이 안 탐나나?”
“위조지폐겠지.”
“확인해도 좋은데.”
“헛소리. 확인 안 해도 알아. 꺼져. 분명 무슨 수상쩍은 꿍꿍이가 있겠지. 이 사람들을 치우고 여기서 무슨 개짓거리를 컥.”
퍽.
최연승은 주먹을 휘둘러서 기절시켰다.
“야. 데리고 나가라. 주머니에 돈다발 넣어주고.”
“이럴 거면 돈을 줄 필요가 있었나?”
“말 잘 들었으면 돈만 받았겠죠.”
최연승은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집 안에 있는 놈들 끌어내고 두들겨 팼다.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모든 사람들을 잡아내서 쫓아내는 솜씨에, 기절해서 묶인 갱들은 경악했다.
저 놈 대체 뭐하는 놈이냐??
“저, 저거 그 A급 헌터 아니야?”
“뭔 개소리야? A급 헌터가 여기서 이지랄을 왜 하는데?”
“저 옆에 있는 건 그 S급 헌터 같은데…”
“개소리도 정도껏 해야지 무슨… 왜, 그 옆에 성좌가 있다고 하지 그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