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380)
380화
그런 걱정이 허무할 정도로, 한국 헌터들이 모여 있는 임시 기지는 분위기가 좋았다.
“? 금혈어 소속 맞습니까?”
“앗. 예. 맞습니다.”
“신분증 받아서 들어가시고, 안에서 싸움 일으키지 마세요.”
금혈어 소속 헌터들은 안으로 들어가면서 어리둥절해했다.
말이 임시 기지였지 시설이 장난 아니게 훌륭했다.
철조망부터 시작해서 격벽으로 주변을 감싸고, 각종 보안 장치를 가동시킨 걸 보니 어지간한 군부대 뺨치는 수준의 살벌함을 자랑했다.
그렇다고 안이 부실한 것도 아니었다. 체육관, 수영장, 헬리포트, 레스토랑 등 ‘굳이 이것까지?’싶은 시설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이걸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든 거지?”
“앗. 알겠다.”
헌터 중 한 명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클랜들이 힘을 합친 게 분명해. 혼자서 할 만한 수준이 아니잖아.”
“과연… 한국 클랜들도 지금 여기 공략하려고 하니까 다 같이 돈을 모은 건가?”
그 말에 지나가던 직원이 무슨 소리냐는 듯이 대답했다.
“드래곤 인더스트리에서 단독 투자해서 만든 기지입니다.”
“……”
“……”
금혈어 소속 헌터들은 경악했다.
이걸 그냥 혼자서 지었다고?
‘돈이… 썩어나나??’
한국에서 손꼽히는 3대 클랜 중 하나에서 활동하는 헌터들도 놀랄 정도로 호화 시설이었다.
* * *
“어, 그런데 이렇게 지을 필요가 있어요?”
“저번에도 보니까 레이드가 오래 걸릴 것 같더라고. 돈도 남는데 굳이 아낄 것 있나 싶었다.”
최연승의 말에 한세하는 감탄했다.
사실 한세하는 최연승이 ‘레이드가 오래 걸릴 거 같아서 비용 아꼈다 기지에서는 잠만 자면 되지’라고 말했어도 똑같이 감탄했을 것이다.
“그래서 골프장도 있었군요.”
“…뭐? 골프장도 있었나?”
최연승은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직원을 불러서 뭐라고 명령을 내렸다.
“골프장은 취소다. 미친놈들이 뭔 여기까지 와서 골프를 쳐?”
헌터들이 원하는 편의시설을 만들어주라고 했지만 골프장은 선을 넘었다.
최연승은 골프장을 만들어달라고 한 헌터들은 그냥 따로 훈련을 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어떤 헌터들은 가만히 내버려둬서 좋을 게 없었던 것이다.
-기계룡은 언제 찾을 생각이니?
-기지가 완성되는 대로 즉시.
기계룡.
주인 없는 두 번째 어비스 왕국을 지배하고 있는 보스 몬스터였다.
* * *
미래 예지가 끝나고, 탐식의 요리사 성좌와의 대화가 끝난 최연승은 바로 두 번째 왕국으로 향했었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이 정말 죽었답니까? 어쩐지 말이 없던데.
-여기를 갖고 싶다고요? 참으로 하찮고 이해가 안 되는 욕망을 갖고 있습니다. 아마 당신을 구성하고 있는 유기물 육신 때문이겠지요.
저번에도 만난 적 있던 로봇 종족들.
이 금속의 땅에서 예전부터 살고 있는 차갑고 감정 없는 어비스의 종족들이었다.
오크들처럼 적대적으로 공격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한결 다행이긴 했지만, 로봇 종족들도 도움 안 되는 건 마찬가지였다.
저번에 중국 헌터들이 길을 잃었다가 로봇 종족들의 마을에서 굶어죽을 뻔하지 않았던가.
기본적으로 타 종족에 대한 관심도 없고 이해도 없는 특이한 종족.
그게 어비스의 로봇 종족이었다.
-여기의 주인이 되고 싶다면 이 땅 어딘가에 나타나는 드래곤을 처치하십시오. 그 녀석이 왕국의 주인일 겁니다.
최연승 옆에 있던 아다콰니엘은 이해가 가지 않아 물었다.
-왜 당신들이 처치하지 않는 겁니까? 힘이 부족해서입니까?
-왜 우리가 드래곤을 처치해야 합니까?
-이 땅의 주인이지… 않습니까?
-이 땅의 주인이라고 우리가 처치해야 합니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아다콰니엘은 말문이 막히자 머뭇거리면서 최연승을 쳐다보았다. 도와달라는 표정이었다.
-…그냥 서로 종족이 다르니까 넘어갑시다. 아다콰니엘 님.
아다콰니엘은 로봇들의 반응에 조금 시무룩해졌지만 그래도 계속 물었다.
드래곤은 어떤 종류의 드래곤인지, 어떤 스킬을 쓰는지, 어디서 나타나는지…
-아주 먼 예전부터 있던 드래곤입니다. 우리가 버린 무기들을 몸에 붙이더니 점점 더 강해졌습니다.
-……
-……
로봇들의 말에 최연승과 아다콰니엘은 황당해했다.
실질적으로 이 종족들이 만들어 낸 몬스터나 마찬가지지 않은가.
-저번에 폭발 성좌는 이 영역을 마치 자신의 영역처럼 주물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성좌는 드래곤과 협상했을 겁니다. 왕국을 빌리는 대가로 그 성좌는 우리한테도 여러 장치들과 부품을 주었습니다.
-!
최연승은 그 말에 멈칫했다.
교섭이 가능하다면…
일링가르스로 쏠쏠하게 이득을 본 최연승이었기에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그 드래곤이란 놈을 꺾어서 복종시키면 왕국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 아닌가.
[가 그렇게 쉬울 것 같지 않다고 말합니다.]다른 성좌들도 이 왕국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자기 권속들을 몰래 보내고 있을 정도였으니.
그리고 그 중에는 최연승처럼 저 드래곤한테 협상을 시도한 성좌들도 있었다.
[가 영광스러운 기회를 제공합니다.] [기계룡이 무시합니다.] [가 권속, 발라만칼라스를 보냅니다.] [기계룡이 핵융합에너지광선을 시전합니다.] [발라만칼라스가 무너집니다.]…그 결과는 별로 좋지 않았다.
드래곤은 무시하거나 가끔 살벌하게 공격을 퍼부었다.
어비스에서 최강을 꼽으면 항상 꼽히는 강력한 종족이 바로 드래곤.
거기에 로봇 종족들이 긴 역사 동안 만들고 부수고 버린 기계병기들을 주렁주렁 장착한 기계룡은 기존의 드래곤들과는 다른 막강함을 자랑했다.
금속의 땅에서 나오는 힘까지 받는 이상, 아무리 강력한 성좌들이라 하더라도 권속 두셋으로 잡을 상대가 아니었다.
-그 정도였나?
성좌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지구의 헌터들도 당연히 따라서 움직이기 마련.
그 말을 듣고 최연승은 선수를 치기로 결정했다.
‘먼저 들어가서 헌터들을 모은다.’
그냥 내버려두는 것보다는 최연승이 직접 레이드를 주도하는 게 나았다.
내버려두면 무슨 꼴이 나오는지 이제까지 참 많이 경험해오지 않았던가!
게다가 예지로 본 미래도 있는 만큼 더더욱.
[이 이번 레이드에서 공을 세우는 필멸자에게 포상을 내리겠다고 말합니다.] [가…] [가…] […] […] [가…] […]‘…미친. 장난 아니군.’
성좌들이 어떻게 하고 있나 본 최연승은 그 열기에 당황했다.
자기 권속이나 하수인한테만 보내는 명령이 아니었다.
자신을 섬기지 않는 헌터들에게도 이러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공을 세운다면 내 권속으로 삼아주겠다!
성좌의 권속이 된다는 것은 헌터들에게 일종의 복권 당첨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무런 대가 없이 무한에 가까운 힘을 얻는 셈이었으니까.
황경룡처럼 ‘성좌 싫어! 꿍꿍이 알 수 없는 외계인 같은 새끼들!’하는 헌터들은 소수였고, 대부분의 헌터들은 기회만 되면 성좌들과 계약하고 싶어했다.
그런 헌터들이 수도 없이 많을 텐데 이런 메시지라니.
그것도 한두놈만 그러는 게 아니라 선신 성좌들부터 악신 성좌들까지 다 나서고 있었다.
‘이거… 소문이 퍼지면 점점 심해지겠군.’
* * *
-빠르게 움직여서 기계룡을 찾고 레이드를 시도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하지만 최연승은 초조해하지 않았다.
자신은 힘에 제약이 걸린 상태.
그에 비해 상대는 이 왕국의 힘을 끌어다 쓰는 반(半) 성좌나 마찬가지인 존재.
다른 성좌들도 지금 호흡을 늦추고 기회를 엿보고 있는데 최연승 혼자 멋대로 들어갔다가는 곤죽이 될 수가 있었다.
‘장기전으로 간다.’
예전에 강력한 몬스터가 나타나면 헌터들이 한 번에 잡으려고 하지 않고 꾸준히 타격을 넣으면서 몇 달 동안 레이드를 벌였던 것처럼.
인간의 가장 큰 무기 중 하나는 다굴… 아니, 연합 아니겠는가.
쾅!
“기계룡 잡혔다는데요?!”
“!?”
문 박차고 들어온 한세하의 말에 최연승은 깜짝 놀라서 일어섰다.
‘세계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는데?!’
기계룡이 잡혔다면 성좌들이 술렁이고 세계가 변화하는 게 느껴졌어야 정상이었다.
헌터들이야 몰라도 최연승은 성좌 아닌가.
“여기요! 지금 이거 보세요!”
마법 영상이 모양을 갖추더니 그대로 재생되기 시작했다. 현재 다른 곳에 있는 헌터들이 보내고 있는 영상이었다.
복장과 말하는 걸 보니 동유럽 쪽 헌터들과 러시아 쪽 헌터들이 잡은 모양이었다.
-만세! 놈을 해치웠다!!
-멍청한 놈들 같으니라고. 남들이 겁쟁이처럼 빌빌댈 때 우리는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향했지. 우리가 기계룡을 해치웠다! 성좌들이여! 보고 있나!
승리에 잔뜩 취해서 떠드는 헌터들.
[가 한심해합니다.]가장 먼저 이상함을 깨달은 건 천사 성좌였다.
‘기계룡치고는 너무 작다.’
최연승도 뒤늦게 깨달았다.
어비스에서 직접 드래곤 좀 사냥해 본 사람답게, 드래곤의 크기가 너무 작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아무리 몬스터마다 크기의 차이가 있다지만…
한세하도 눈치를 챘는지 살짝 부끄러워하며 다급하게 말했다.
“…이 새끼들이 거짓말한 걸 몰랐어요. 끌게요!”
“잠깐.”
“?”
최연승은 헌터들 주변이 갑자기 어두워지는 것에 의아해했다.
그 답은 곧바로 나왔다.
헌터들 위로 거대한 강철의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
-……
현장에 있던 헌터들은 현명하게 행동했다.
체면이고 뭐고 간에 엎드려서 몬스터들 시체 사이로 숨은 것이다.
꼴이 많이 우스꽝스럽기는 했지만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긴 했다. 최연승도 살짝 감탄했다.
‘잘 하는군.’
생사를 다투는 싸움에서 체면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일단 살고 봐야 했다.
기계룡은 느릿하게 하늘을 날아가더니 다른 쪽으로 사라져버렸다. 어비스의 뒤틀린 공간을 이용해 이동한 게 분명했다.
기계룡이 사라진 다음에도 한세하는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저거 잡을 수 있는 거 맞긴 해요?”
이걸 본 헌터들은 다들 충격을 받았겠지만, 최연승은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로 압도적이면 서로 협력을 하지 않겠는가.
‘한국 헌터들뿐만 아니라 다른 헌터들도 같이 공격한다면…’
그러나 그건 최연승의 착각이었다.
헌터들은 생각보다 겁이 없고 욕심이 많았던 것이다.
* * *
“아시겠습니까? 다른 나라의 헌터들과는 협력하지 말아주십시오.”
어느 한 나라만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의 강대국들은 비슷하게 못을 박았다.
그만큼 두 번째 왕국이 탐이 났던 것이다.
-저 지평선을 가득 채우고 있는 광물들의 가치가 얼마나 될지 아십니까? 수십, 수백 조 달러를 가볍게 넘길지도 모릅니다! 어비스에서 저런 금광은 다시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단 말입니다.
-이건 무조건 독점해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클랜들은 좀 찜찜하긴 했지만, 정부가 저렇게 강하게 말하면 클랜도 거절하기는 힘들었다.
최연승과 안면이 있던 몇몇 미국 클랜들도 미안해하며 협력을 거절했다.
-진심으로 사과드리오. 최연승 헌터. 정부의 제안을 거절할 수가 없었소. 이번에는 정부 편을 들어줘야 할 것 같소.
-젠장. 정부 놈들이 작정을 한 거 같더라고. 이번 땅에 환장을 한 모양이야. 클랜 하나가 가지게 내버려 둘 생각이 없나본데.
어지간하면 대기업들이 알아서 침 바르고 가져가게 내버려두는 편인데 이러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한 열기긴 했다.
각국 정치인들이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저 새 땅을 손에 넣겠습니다!’라고 떠들고 있었으니.
성좌들도 이번 건에는 협력을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사실상 동맹은 더 없다고 봐야 하는 상황.
-없으면 없는 대로 싸우면 됩니다.
최연승은 이런 걸로 흔들리지 않았다.
이것보다도 더 최악의 상황에서 싸워오지 않았던가.
솔직히 이 정도면 매우 여유로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성좌 하나가 동맹을 요청합니다.]“…!”
최연승은 고개를 들었다.
기대하지 않긴 했지만 이건 좀 반가웠던 것이다.
‘누구지?’
혹시 천사 성좌인가?
[가 같이 싸우자고 손을 내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