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379)
379화
요리사 성좌는 오랜만에 온 손님에 신이 났는지 허겁지겁 테이블을 차렸다.
허공에 흔히 볼 수 없는 진수성찬들이 나타났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진수성찬이 아니었다.
‘뭐냐?’
최연승은 상대방이 성좌라서 기준이 좀 다른가 싶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다리 일곱 개 달린 몬스터 통구이…가 아니라 통구이의 잔해.
어비스의 과일들을 채워 넣은 따끈따끈한 파이 한 판…이 아니라 파이 반 조각.
다른 음식들도 다 비슷했다. 멀쩡하게 온전한 모습을 갖추고 있는 모습이 별로 없었다.
“…??”
-자기가… 먹은 것 같은데?
‘……’
성좌의 이름은 그 성좌가 어떤 존재인지 어렴풋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끝없는 탐식의 요리사.
그러니까 자신이 요리를 만들면서 동시에 요리를 탐하는 존재.
‘…좋게 말해줬지만 결국 배고파서 자기가 만들고 자기가 먹었다는 것 아닌가?’
-아마 그렇게 되겠지.
나태의 여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연승은 황당해했다.
하다못해 도 자기가 파는 상자를 자기가 심심해서 열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 저 성좌는 자기가 음식을 만들어놓고 배고파서 자기가 먹었다는 것 아닌가.
황당하기 그지없는 놈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지.’
상대를 떠보러 온 이상 나쁘게 말할 수는 없는 법.
최연승은 일단 좋게 말해줬다.
음식이 정말 훌륭해보이는군.
[가 기뻐합니다!] [그걸 알아준 성좌는 당신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같은 성좌는 오만하게 비방만 하고 가버린다고 울먹입니다.]그, 그렇군.
악신 성좌가 자기한테 하소연하는 초현실적인 상황에 최연승은 머뭇거렸다.
[가 당신의 권속이 만드는 음식을 본 적이 있다고 말합니다.] [한 번 먹어보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자기는 숭배도 받지 못하고 영혼석도 얼마 없어서 그러지 못했다고 슬퍼합니다.]…내가 한 상 차려줄 테니까 기다리도록.
[가 너무나도 감동합니다!]-혹시 이거, 속임수는 아니겠지…?
나태의 여신은 중얼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대가 너무 허술했던 것이다.
* * *
의 권속들은(사실은 최연승이) 열심히 요리를 만들었다.
이제 오크들의 대농장은 거의 모든 것들을 알아서 만들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와 있었다.
쌀, 보리, 밀 등 각종 곡물류는 물론이고 사과, 포도, 배, 복숭아 등 다양한 과일들이 주렁주렁 과수원에 자라고 있었다.
요리에 필요한 향신료 같은 것도 알아서 기르고 있는데다가 몇몇 오크들은 김장은 물론이고 술까지 빚었다.
솔직히 오크들한테 농사를 전파한 최연승도 이렇게 잘 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영역의 오크들이 가장 잘 만든 음식들을 진상합니다!]최연승은 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한 상을 차렸다. 는 정말 허겁지겁 음식을 빨아들였다.
[가 너무나도 맛있다고 말합니다.] [가 자기는 척박한 어비스의 외곽에서 비쩍 마른 몬스터나 붙잡아서 요리해 먹었는데, 이렇게 기름진 땅에서 정성껏 기른 것들을 먹으니 눈물이 난다고 말합니다.] [가…] [가…]‘……’
[가 좀 불쌍하다고 말합니다.]고양이 성좌가 저렇게 말할 정도로 요리사 성좌는 애처로웠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소와 돼지를 통째로 구워 올린 걸 한 입에 집어 삼키고, 산더미처럼 쌓아 올린 잘 익은 사과를 허겁지겁 삼켜버리고, 오크들이 항아리 몇 개에 채워 놓은 달달한 막걸리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아니. 잠깐. 오크 놈들 된장찌개는 왜 올려놨어?!’
지켜보고 있던 최연승은 멈칫했다.
그냥 무난한 요리만 올려놓을 생각이었는데 오크들이 맛있다고 생각했는지 된장찌개도 진상했던 것이다.
그러나 최연승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요리사 성좌는 쌀밥을 된장찌개에 뚝딱 말더니 그대로 원샷해버렸다.
-…저 성좌 사실 필멸자 출신 아니니??
나태의 여신이 황당할 정도의 적응력이었다.
[영역의 오크들이 가장 잘 만든 음식들을 진상합니다!]한 상 잘 비우자 오크들은 신이 났는지 다시 만들어서 바쳤다.
그들의 주인이 이렇게 음식을 기다리던 건 또 처음이었으니까.
점점 더 음식이 한정식 구성에 가까워지기 시작했지만 요리사 성좌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잘 익은 김치를 자르지도 않고 통째로 삼켜버린 다음 막걸리를 항아리 째로 들이켜는 걸 보니 최연승은 지금 자신이 한국의 농촌에 온 건지 어비스에 있는 건지 슬슬 헷갈리기 시작했다.
[가 정말 정말 정말 고맙다고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합니다.] [가 이렇게 배부르게 먹은지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필멸자들은 성좌의 삶을 동경했지만, 의외로 성좌들 중에서는 힘들게 사는 성좌들도 많았다.
등급 밖의 약한 성좌들은 특히 그랬다.
숭배도 받기 힘들고, 영역의 힘도 약하고, 자기 왕국도 없고…
방랑상인 성좌처럼 뭘 잘 팔기라도 하면 차라리 나았다.
요리사 성좌처럼 만든 음식을 팔지도 못하면 영혼석도 못 벌고, 배는 고프고, 그렇다고 자기 음식 먹으면 또 영혼석을 못 벌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가 원하는 게 있으면 뭐든지 말해보라고 말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겠다고 고개를 숙입니다.]어…
최연승은 머뭇거렸다.
원래 예상했던 대화는 ‘이 악신 성좌 놈. 대체 무슨 시커먼 꿍꿍이 속셈을 숨기고 있는 것이냐?’같은 대화였다.
그러면 상대가 ‘하! 알아낼 수 있으면 알아내봐라!’하고 맞받아 칠 줄 알았는데…
‘도저히 말을 못하겠군.’
저 처량한 모습에 어떻게 그런 말을 한단 말인가.
[도 동의합니다.]…그냥 맛이나 보라고 온 거다.
최연승은 그냥 그렇게 말하고 물러섰다.
끝없는 탐식의 요리사는 최연승이 사라지고 난 뒤에도 한동안 감동한 눈빛을 숨기지 않았다.
피도 눈물도 없는 이 냉혹한 어비스에서, 이런 친절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
* * *
“다른 나라 헌터들도 보이네요.”
“그렇겠지.”
의 B+급 헌터, 김수은은 팀원들을 이끌고 앞으로 향했다.
지금 그들은 어비스의 두 번째 왕국에 들어와 있었다.
한 때는 헌터들끼리 서로 찌르고 죽이는 지옥 같은 곳이었지만, 지금은 조금 달랐다.
‘거대한 로봇의 몸 속 같군.’
광활한 어비스의 지평선 대신 온갖 정체를 알 수 없는 금속 광산들이 건물의 벽처럼 시야를 가리고 있었고, 하늘도 마찬가지로 정체불명의 금속들로 덮여 있었다.
한 때 출입금지인 곳에 헌터들이 들어오는 이유는 간단했다.
헌터들이 원래 말을 안 듣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뭐라도 챙겨먹을 수 없나 몰래 들어가던 헌터들은 이 영역의 모습이 바뀌었다는 걸 깨달았다.
폭발 성좌가 소멸했기 때문이었지만, 대다수의 헌터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저 알아낸 사실을 공유할 뿐.
그 결과 지금은 이렇게 헌터들이 들락날락하는 곳이 되었다.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거 들어보니까, 여기가 어비스에서도 손꼽히는 광산 지역 같다더라. 다들 탐이 나겠지.”
“하긴 저 벽만 뜯어가도 돈이 될 거 같습니다.”
헌터들은 금속의 거대한 덩어리를 보며 감탄했다.
저게 얼마나 될지는 갖고 가봐야 알겠지만, 그래도 정말 초현실적인 광경이었다.
“이번에 드래곤 솔루션이 소재업계를 쓸어버렸잖아. 다른 나라들이 안달이 날만도 해.”
“아. 그거 말입니까. 드래곤 솔루션 주식을 사놨어야 했는데!”
“그건 사려고 해도 사지도 못해.”
“내가 아는 헌터는 펠레자에 전재산 걸었다가 전부 날렸다더라. 지금 그거 복구하려고 던전 다섯 개 연속으로 돈다는데.”
“최연승 헌터가 대단하긴 합니다? 그 정도면 다들 은퇴할 나이인데 혼자 그렇게 활약하고.”
“거물이긴 거물이지.”
김수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화제의 인물이긴 했지만, 한국에서 최연승은 더더욱 유명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번 기업 대결은 정말이지…
“드래곤 솔루션이 이번에 개발한 소재를 공평하게 공급한다고 밝혔지만, 전세계에서 원하는데 그게 물량이 다 돌겠나. 우선적으로 도는 곳이 있겠지.”
레이드 용 방어구 관련으로 개발된 소재는 보통 다른 곳에도 호환이 됐다.
원래라면 드래곤 솔루션vs펠레자 식으로 신소재 대결이 치열하게 벌어져야 했는데, 그냥 펠레자는 허무하게 자멸하고 드래곤 솔루션이 쭉쭉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헌터들은 손가락으로 꼽으면서 세보았다.
“미군이랑, 미국 쪽 클랜이랑… 그 다음으로 물량 많은 게 중국 쪽일 테니 중국 쪽에…”
“아니. 클랜장한테 물어보니까 한국 클랜에도 우선적으로 물량 들어온다더라. 어디 가서 말하지 말고.”
“그게 정말입니까?!”
“우리가 그렇게 돈이 있었어요?”
황당해하던 한국 헌터 중 한 명이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한국인이라서 그런 거구나!”
“뭔 개소리야… 사업이 애들 장난이냐? 최연승 헌터가 바보도 아니고. 다 계산이 있었겠지.”
“그, 그런가?”
“우리가 모르는 밀약이 있었을 거야.”
“와… 상상도 안 가네.”
물론 그런 건 없었지만 헌터들은 알아서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김수은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거 때문에 각국 정부들이 클랜들 압박하고 있는 모양이더군. 여기에서 금광을 찾아내면…”
“참 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문제입니다.”
“우리 클랜도 압박 좀 받았을 걸.”
“그게 진짜입니까?! 너무하네.”
“공무원들 하는 일이 그렇지.”
헌터들은 투덜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게 누구인데!
“…어, 저거 권영승 헌터 아닙니까?”
“권영승 헌터가 여기 왜 있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헉 진짜잖아?!”
한국 헌터들은 멈췄다.
왜 권영승 헌터가 여기 있는 거지?
클랜도 이번 일에 끼어들었나?
“아! 여러분!”
권영승은 헌터들 앞에 달려왔다. 한국 헌터들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눈만 깜박였다.
“반갑습니다. 권영승입니다.”
“어… 반갑습니다?”
찰칵-
권영승은 사진부터 찍었다. 헌터들은 움찔했다.
“뭡니까?”
“앗. 죄송합니다. 부탁을 받아서요.”
“??”
“최연승 헌터가 지금 여기 들어와 있는 헌터들 좀 체크해달라고 하셨습니다.”
“……”
“……”
소속 헌터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들은 기겁해서 말했다.
“말… 말하실 겁니까?”
“예? 말해야죠.”
“뭘, 뭘 원합니까?”
“???”
권영승은 당황했다. 최연승이 한 말은 정확히 이런 말이었다.
-영역에 몰래 들어가는 헌터들이 있을 텐데, 어차피 말려봤자 듣지도 않겠지. 최소한 한국 헌터들은 내 말을 무시하진 않을 테니 발견해서 데리고 와라. 같이 공략해야겠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권영승은 참 좋은 계획이라고 생각했다.
클랜들이 각자 이 영역을 공략한다면 그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로 뭉친다면? 첫 번째 왕국을 공략했을 때처럼 훨씬 더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일단 따라오시죠?”
“……”
“……”
권영승의 말에 한국 헌터들은 창백해진 얼굴로 느릿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설마 현장에서 공격하진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