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378)
378화
‘너무 경계심 없는 거 아닌가 이 권속들?’
성좌 밑으로 들어온 권속들이 모두 다 충성스럽지는 않았다.
애초에 성좌가 필멸자들 사이에서 뽑아서 권속으로 삼을 정도면, 필멸자 중에서도 강력한 힘을 가진 영웅들인 것이다.
강력한 힘은 강력한 야심을 불러오기 마련.
권속들 중에서는 감히 주인을 배신하고 더욱 더 강한 힘을 추구하려는 자들도 분명 있었다.
…그런데 너무 친근하게 대해주니까 좀 당황스러운데…
“거 참 털이 곱고 푹신푹신하군. 내 저택에 팬더가 있었는데… 팬더 아나? 지구의 동물인데.”
“확실히 내 왕궁에 있던 동물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털이 부드러운데.”
-……
황경룡과 오다이곤은 오크들이 빚은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즐겁게 떠들어댔다.
그 모습을 본 일링가르스는 황경룡과 오다이곤에게서 슬금슬금 거리를 벌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좀…?
일링가르스는 헛기침을 하고 리치 가논바이알에게 물었다.
-저 자들 괜찮은 건가?
“성좌를 섬기는 권속들 중 손꼽히는 권속들이지.”
-……
일링가르스의 표정이 흐려졌다. 가논바이알은 속으로 생각했다.
‘주인을 잘못 골랐나 생각하고 있군.’
권속들의 모습은 성좌를 드러내기 마련.
권속들이 하찮게 행동하면 그 성좌의 위엄도 의심 받기 마련이었다.
가논바이알은 자신이라도 일링가르스를 설득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저 정도 되는 숲의 주인이라면 힘이 보통이 아닐 테니, 반드시 끌어들여야 해.’
가논바이알은 밑에 있다가 포로로 잡혀서 얼떨결에 여기 자리 잡게 된 리치였다.
포로로 잡혔다지만 가논바이알은 어비스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리치.
자신의 화려한 능력을 선보이면서 영역에서도 손꼽히는 권속으로 자리를 잡…
…지 못했다.
정말 활약할 기회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이… 이봐. 뭔가 할 일이 없나? 마법으로?
-있다. 리치.
-오. 그게 무엇이지?
-여기에 허수아비를 설치해다오. 경보 마법도 걸어주고.
-…했다.
-우오오오오오! 리치 대단하다!!
-리치 정말 대단한 마법사다! 한심하고 비참하고 더러운 언데드라고 생각했는데!
‘이 새끼들이 날 능멸하는 건 아니겠지.’
가논바이알은 울컥했다.
칭찬을 들어도 기분 나쁜 건 또 처음이었다.
생각해보니 처음 포로로 잡혔을 때 오크 놈들이 그를 묶어서 허수아비로 쓰지 않았던가.
가논바이알은 오크들 말고 다른 사람들한테도 물었다.
할 일 없냐고.
-있지.
-오. 그게 무엇이지?
-나 대신 저기 죄수들 감독하면서 채찍질 좀 해줘라.
-…그… 그걸 권속이 해야 하나?
-어차피 할 일도 없지 않나?
그랬다.
의 영역은 매우 평화로웠던 것이다.
가논바이알이 뭘 해서 공을 세우려고 해도 기회가 없다!
…그런 상황에서 일링가르스가 온 건 기회였다.
가논바이알은 열심히 공을 세워보겠다고 다짐했다.
“걱정하지 마라. 겉모습과 달리 저들은 어마어마한 지혜와 능력을 갖고 있다.”
-그게 정말인가?
“그래. 저 인간 출신 마법사는 자기 행성에서 왕 비슷한 존재였고, 저 고블린 또한 왕국의 왕이지.”
-자기 땅에서 왕도 못 하는 자가 어디 있겠는가.
일링가르스는 그 말에도 별로 넘어가지 않았다.
워낙 어비스가 넓다보니 촌구석에서 ‘내가 왕이다’하는 놈들도 여럿 있었던 것이다.
“어… 저 드넓은 농장을 만든 게 여기 이 고블린 왕이다. 그리고 저 공장을 관리하는 게 저 인간 왕이고.”
-……
일링가르스의 표정은 더욱 복잡해졌다.
대체 왜 농장을??
“자. 여기서 갓 딴 포도다. 한 번 먹어봐라.”
-아니 난 괜찮…
“먹어보라니까.”
-!
일링가르스는 포도 한 송이를 주억거리면서 먹다가 눈을 크게 떴다.
생각보다 맛이 대단했던 것이다.
-그렇군. 성좌에게 바칠 진상품을 만드는 곳인가?
“아니. 그냥 만들어서 오크들끼리 먹는데.”
-……
일링가르스는 다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자기 자신이라도 제대로 활약해서 성좌의 명성을 어비스에 드높이겠다고.
* * *
-드래곤 솔루션 망하고 시장에서 철수한다고 한 새끼들 누구냐!?
-펠.. 펠레자 주식 반등 기회 있지? 반등 기회 있다고 해줘. 반등 기회 있다고 해줘!!
-아니 한국 클랜들 악재라면서?! 내려가야지 왜 안 내려가는데!!
충격적인 결과에 사람들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당연히 펠레자-라이덴-클라인 이렇게 3사가 힘을 합쳐서 오순도순 잘 해낼 줄 알았는데, 갑자기 시연 실패하더니 몬스터 소동 대처 실패하고 마지막에는 자기들끼리 다퉈서 분열!
무조건 이쪽이 이길 줄 알고 베팅한 사람들한테는 황당한 상황이었다.
-라이덴 미친놈들아! 한국인한테 주식을 넘기면 어떡해! 자존심도 없냐!?
-가만히 있으면 합병당해서 토사구팽 당하게 됐는데 찬물 더운물 가릴 때냐? 썩은 동아줄이라도 붙잡아야지.
-한… 한국 클랜들 망하는 거 아니었어?
-응~ 드래곤 인더스트리 대표 한국인이야~~ 한국 클랜 호재야~~
-놀랍군. 드래곤 인더스트리가 이렇게 잘 나갈 줄이야. 황경룡 사라져서 무너질 줄 알았는데.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전문가들도 깜짝 놀랐다.
드래곤 인더스트리는 황경룡의 카리스마 때문에 간신히 굴러가는 기업.
황경룡이 사라지면 그냥 모래알처럼 무너질 줄 알았다.
그런데 그걸 이어 받은 최연승은 그냥 현상유지를 뛰어넘어서 몇 번의 대박을 터뜨렸다.
이 정도면 경영자로서의 능력을 무시하는 사람이 미친놈이었다.
“…실적이 나오고 잘 나가는 건 좋은 일이긴 한데, 이건 좀 심하지 않나?”
최연승은 황당하다는 듯이 기사를 가리켰다.
최연승이 훈련 좀 시켜줬다고 갑자기 ‘최연승, 그의 다음 목적은 어디인가?’같은 기사들이 우르르 나오고 육안귀 주가가 폭등하고 있다고 하니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아다콰니엘 님. 그렇지 않습니까?”
“…죄송합니다. 최연승 헌터.”
아다콰니엘은 시선을 피하며 사과했다.
“?”
“저는 이번 사건으로 차익을 챙겼습니다…”
“…아, 아니. 그럴 수도 있죠.”
최연승은 아다콰니엘을 달랬다.
설마 아다콰니엘이 이걸 이용해서 한 몫 벌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명성을 얻은 것은 좋지만, 앞으로는 더욱 조심해야 한단다.
-알고 있다.
최연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성좌로서, 그리고 개인으로서 명성이 커져갈수록 적대 세력은 늘어나게 되어 있었다.
을 얕보던 성좌들도 이제 절대로 얕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최연승이 드래곤 인더스트리를 어떻게 맡겠냐고 비웃던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절대 비웃지 않을 것이다.
평범한 성좌였다면 자만심에 취해서 실수를 저질렀겠지만 최연승은 아니었다.
‘더욱 더 조심스럽게 들어간다.’
지금 최연승이 할 수 있는 일들은 몇 가지가 있었다.
지구에서 레이드로 이권을 쌓아 올리거나, 드래곤 인더스트리 휘하의 계열사들을 성장시키거나, 어비스의 왕국을 확장하거나, 권속들을 섭외하고 키우거나, 다른 성좌들과 성좌전을 벌이거나…
‘다 필요한 일이지만 우선순위는 필요하다.’
어떤 것을 해야 하는가?
[이 미래를 예지해보라고 말합니다.]‘…아. 미래 예지.’
확실히 미래 예지를 갈고 닦기는 해야 했다.
최연승도 이번 기업 전쟁 관련으로 몇 번이고 권능을 시도했었다.
‘문제는 이게 너무 오차가 심하다는 거지.’
아다콰니엘은 요령 있게 미래를 예지하고 있지만, 최연승이 보는 미래는 너무 들쭉날쭉하고 파편화된 게 많았다.
[이 괜찮다고 위로합니다. 원래 미래를 보는 일이 그런 거라고 말합니다.]‘……’
천칭의 여신이 저렇게 말하니 설득력이 확실히 있었다. 나태의 여신은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권능의 주인은 저렇게 말하면 안 되지 않…?
-쉿. 조용히 해.
최연승은 천칭의 여신이 상처 받는 일을 피하기 위해 말을 잘랐다.
[를 사용합니다.] [를 사용합니다.] [를 사용합니다.]-방금 천칭의 여신이 벗고 있…?
-조용히 하라니까.
최연승은 정신을 집중했다.
흐린 이미지 속에서 한 가지 미래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미래가 묘사하는 장소는 금속의 세계였다.
‘…?’
* * *
두 번째 어비스 왕국.
여러 성좌의 손이 거쳐 있는 영역이었다.
마지막에는 폭발 성좌의 손으로 넘어가서 인간들이 도저히 깰 수 없는 기괴한 미궁으로 변해버린 곳.
최연승도 포기하고 헌터들의 출입을 막아버린 곳이었다.
그 곳이 지금 미래에서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최연승이 들어갔을 때와는 달랐다.
기괴한 함정으로 구성되어 있던 때와는 달리 훨씬 더 드넓고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그 위에 헌터들이 있었다.
‘골렘들인가?’
거대한 금속의 괴물들이 살벌한 소리를 내며 걸어 다녔다. 제각각 크기와 모양이 다 다른 놈들이었다.
헌터들은 그 괴물과 맞서 싸우…
‘…아니…?’
놀랍게도 헌터들은 그냥 맞서 싸우고 있지 않았다.
헌터들도 골렘을 부리면서 싸우고 있었다.
-그러니까 중국산 쓰지 말자고 하지 않았나!
-그 때는 동의해놓고 이제 와서 무슨…
‘저런 게 있었나?’
헌터들이라고 마법하고 무공만 쓰진 않았다. 오히려 최첨단 기술을 가장 많이 쓰는 게 헌터들이었다.
몬스터 공략 AI부터 마법 보조 AI, 레이드용 무인 드론 등등.
그러나 그런 것들 중에서 지금 앞에 보이는 골렘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
하지만 그런 건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었다.
모여 있는 수많은 헌터들 앞에 성좌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가 모습을 드러냅니다.]그리고 환상이 끝났다.
최연승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는 악신 성좌, 그것도 약한 성좌 아니었나?”
[이 100위 안에도 들지 못하는 성좌일 거라고 말합니다.]‘그런 성좌가 이렇게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고?’
헌터들도 성좌들과 계약한 헌터들이 많았다.
그런 헌터들을 건드린다는 건 그 헌터와 계약한 성좌를 상대할 자신이 있다는 것.
전투력이 높아 보이지도 않고 존재력도 그리 강하지 않은, 유명하지도 않은 성좌가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다니.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당황스러운 건…
‘저번에 폭발 성좌가 죽기 전에 한 소리가 탐식을 조심해라 아니었나?’
악신 성좌들의 비밀 연합.
폭발 성좌는 소멸되기 전에 최연승에게 힌트를 하나 넘겨주었었다.
그 때는 탐식과 관련된 강력한 악신 성좌라고 생각했었는데…?
-하지만 너무 약한 성좌 아니니?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성좌도 100위권 밖이면 그냥 관중에 가까웠다.
그냥 어비스 외곽에 갓 태어난 성좌들과 크게 차이가 없는 수준.
“음. 떠봐야겠군.”
최연승은 인상을 찌푸리며 연락을 보냈다.
불분명한 미래로 혼자 고민하는 건 가장 의미 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직접 부딪혀보는 게 낫다!
[가 당신을 환영합니다!] [가 뭘 사러 왔냐고 묻습니다!]‘……’
-……
최연승은 최근에 을 보고 상당히 궁상맞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밑에는 언제나 더 밑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