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390)
390화
“…나쁘지 않은데 좀 먹어보지 그러나?”
“최연승.”
늑대인간 골로닷이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늑대인간은 사실 야채를 먹으면 죽는다.”
“그게 정말인가?”
-아니. 개구라란다.
“……”
최연승은 정색하고 샐러드를 골로닷 앞에 밀어줬다. 늑대인간은 질색을 했다.
성좌의 악명은 여기 있는 권속들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제대로 된 요리도 만들지 못하면서 다른 성좌들에게 권하러 오는 미치광이 성좌!
그런 성좌의 권속이 만든 요리는 크게 기대가 되지 않았다.
기대가 아니라 걱정부터 될 정도였다.
드워프 울두르그는 샐러드가 골로닷 앞으로 가자 내심 기쁜 표정을 하며 넘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최연승은 드워프 앞에도 샐러드를 하나 밀어줬다. 드워프의 주름 잡힌 눈가에 깊은 슬픔이 몰아쳤다.
“……”
“……”
“다들 후식 먹기 전에는 못 일어난다.”
“……”
숨 막힐 듯 경직된 분위기.
아다콰니엘이 최연승을 돕기 위해 말했다.
“제가 먼저 먹겠습니다.”
“아닙니다. 아다콰니엘 님. 나중에 제가 더 좋은 걸로 대접해드리겠습니다.”
“……”
이 새끼가?
권속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최연승을 쳐다보았다.
인간 종족이 뻔뻔하단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뻔뻔할 줄이야.
우걱-
골로닷은 샐러드를 들어서 한 입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세상 싫은 표정으로 우적우적 씹어 삼켰다.
“…괜찮은데?”
“내가 뭐라고 했나.”
늑대인간을 시작으로 다른 권속들도 하나둘씩 마지못해 샐러드를 먹었다. 그리고는 놀라워했다.
제법 괜찮았던 것이다.
“생각보다 정말… 괜찮군!”
“그러게 말이야!”
[가 당신한테 진심 어린 감사를 표합니다.] [가 고개를 숙입니다.]권속들의 만찬이 끝나자, 요리사 성좌는 최연승에게 진심을 담아서 고마워했다.
아무리 존재력의 차이가 심하게 난다지만 같은 성좌 사이에서 이렇게 고개를 숙이는 건 정말 드문 일.
최연승은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연기 같지는 않다.’
-나도 정말 모르겠구나. 그냥 미래 예지가 틀린 게 아닐까?
* * *
권속들과의 대화와 만찬이 끝나자 바로 레이드 준비가 진행됐다.
기계룡이 언제 힘을 회복할지 모르니 최대한 빠르게 공격하려는 것이다.
“이거 실어! 이것도!”
“야, 이게 돌아간다고? 이렇게 올려도?”
-어리석은 유기체들 같으니. 우리가 만든 골렘은 그 정도 무게는 충분히 감당한다.
헌터들은 로봇 종족들이 내준 지원에 깜짝 놀랐다.
각종 첨단병기는 물론이고 가장 신기한 건 골렘이었다.
마치 SF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육중하고 두꺼운 구조를 갖고서도 빠르고 기민하게 움직이는 이족보행병기!
헌터들은 그 위에 타면서도 신기해했다.
“미군 쪽에서 제공한 105mm 마력강화포, 12.7mm 마력강화중기관총…”
“그냥 닥치는 대로 다 올리자. 된다잖아.”
“…이거 어디서 갖고 온 건가?”
최연승은 의아해했다.
다른 클랜 헌터들이 갖고 온 무기들이 아무리 봐도 군용 무기였던 것이다.
물론 레이드 시 군부대의 지원을 받거나 화력을 빌리는 게 드문 일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헌터들이 따로 군용 무기들을 갖고 온 건 보기 드문 일이 맞았다.
“미국 정부에서 대여해드린 겁니다. 최연승 헌터.”
딱 봐도 정부에서 나온 것 같은 사람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국토안보부?”
“예. 맞습니다. 이번에는 감사했습니다. 최연승 헌터 덕분에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감사는 너무 이른 것 같군.”
“아닙니다. 최연승 헌터라면 분명히 성공하실 수 있을 겁니다.”
‘무슨 속셈이지?’
최연승은 가볍게 눈썹을 찌푸렸다.
상대방이 그냥 칭찬을 하는 건지, 아니면 무슨 목적을 갖고서 칭찬을 하는 건지는 손쉽게 구분할 수 있었다.
지금 국토안보부 쪽 요원이 상대하고 있는 사람은 보통 헌터가 아닌 성좌인 것이다.
-방해를 하려는 것 아닐까?
-아니. 그런 것 같지는 않군.
“더 필요하신 게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최선을 다해서 협력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성공할 경우 도와줘서 고맙다고 발표라도 해야 하나?”
“…!”
요원은 움찔했다.
본론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속마음을 들킨 게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차관, 러셀 랜든이 내린 지시는 간단했다.
-최대한 도와줘라.
나중에 성공했을 경우 한 발 얹을 수 있기 위해서!
만약 미국 쪽 공격대가 아닌 다른 나라 공격대가 성공한다면, 차라리 최연승이 이끄는 공격대가 레이드에 성공하는 게 나았다.
최연승 본인부터가 미국과 사이가 나쁘지 않았고 한국 또한 우방국이었으니까.
‘무조건 실적을 만들어야 한다.’
선거가 머지않은 정권 입장에서는 이번 레이드는 전세계의 시선이 쏠린 빅 이슈였다.
성공만 하면 확실하게 분위기를 휘어잡을 수 있고, 실패하면 역풍으로 정권을 뺏길 수도 있는 레이드!
그런 만큼 실패는 허용되지 않았다. 실패할 경우에도 대비책이 필요했다.
최연승이 성공했을 때 한 발 얹는 것도 그 대비책 중 하나였다.
최연승이 미국 정부의 도움이 있어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걸로 엮어서 얼마든지 홍보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걸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들키다니.
먼저 도와준 다음 조금씩 화제를 꺼낼 생각이었던 만큼 더욱 당황스러웠다.
헌터들은 보통 이런 정치적인 감각이 없기 마련인데…
“그게…”
“그 정도야 해줄 수 있지.”
“!”
요원의 얼굴이 밝아졌다. 생각보다 최연승이 선선히 수긍한 것이다.
‘아니, 좋아할 때가 아니지.’
요원은 긴장했다.
A급 헌터들은 아무 대가 없이 무언가 해주지 않았다. 하물며 최연승 헌터처럼 유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대신 약속을 받고 싶군.”
“…말씀해주신다면 윗선에 보고를 올려서 허가를 받아보겠습니다.”
요원은 빠르게 머릿속으로 계산을 해보았다.
어떤 대가가 나오고, 어느 정도까지 허용이 가능할까?
‘추가적으로 도시를 받고 싶어 하거나… 아니, 그건 너무 위험하다. 다음 선거 때 공격 받을 수 있어. 역시 기업에 대한 특혜가 무난한가? 그건 대놓고 드러나지 않으니… 드래곤 인더스트리 같은 경우는 경쟁사가 많으니 경쟁사에 대한 견제도 내놓을 수 있다. 너무 노골적인 건 절대 허가가 안 날 텐데.’
“별 거 아니다. 앞으로 레이드 할 때 전폭적인 협조를 받고 싶군.”
“…예? 그것뿐입니까??”
요원은 순간 귀를 의심했다.
그게 다라고?
너무… 최연승에게 이득이 하나도 없는 제안 아닌가?
“그것뿐이라니. 저번에 S급 몬스터 레이드 때 협조 안 해줘서 얼마나 곤란했는지 알기나 하나?”
“그… 죄송합니다. 그 때는…”
요원은 자기 잘못이 아닌데도 진땀을 흘렸다.
미국의 풀더포드에서 벌어진 레이드 때, 솔직히 미국 정부는 제대로 협조를 하지 않았다.
A급 헌터들이야 원래 때려 죽여도 말을 안 듣는 놈들이니까 그렇다 쳐도 주변 대피까지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정말로 S급 몬스터가 나온다는 확신도 없는데다가, 레이드가 쉽게 성공해버리면 과잉 대응으로 세금을 낭비했다고 야당에게 공격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결국 최연승과 드래곤 황이 사비를 써서 주변에 싹 대피 명령을 내리지 않았던가.
나중에 보니 그 주변 마을에는 둘의 동상이 세워져 있을 정도였다.
“변명은 듣고 싶지 않다. 내가 원하는 건 그냥 협조다. 알겠나? 변명도 뭐도 없이 무조건적인 협조. 대피시키라면 대피시키고. 헌터들 준비시키라면 준비시키고.”
“알… 알겠습니다. 윗선에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OK가 나올 겁니다.”
“그래. 그거면 됐다.”
최연승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돌아서서 가버렸다.
그 모습에 요원은 진심으로 놀랐다.
‘세상에 저런 사람이 있을 수가 있나??’
여기 참가한 헌터들은 숨길 생각도 없이 탐욕을 부리고 있는데, 최연승은 혼자서 사람들을 어떻게 구할 지만 생각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일하는 공무원치고 헌터를 영웅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만큼 헌터들 비위 맞추기가 까다로웠던 것이다.
요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오늘 본 최연승의 모습은 그런 생각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어쩌면 헌터들 중에도 영웅이 있을지도 몰랐다.
“저… 잠시만요!”
“?” “여기 제 명함입니다. 만약에 필요하신 거나, 혹시 시키실 일이라도 있으시면 편하게 연락해주십시오.”
요원은 그렇게 명함을 넘긴 다음 후다닥 사라졌다.
최연승은 황당해했다.
-저 놈 뭐지?
[이 상대가 반한 거 아니냐고 묻습니다.] [가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말합니다.]* * *
“이건 미국 정부에서 대여한 무기가 아닌 것 같은데?”
“아. 장비가 부족해서 저희 클랜이 따로 구입했던 무기를 올렸습니다.”
“어디 쪽 무기지?”
“중국 쪽이요. 조금 싸긴 한데 성능은 확실해요.”
“…내가 말해놓을 테니까 바꾸도록.”
“예? 알겠습니다.”
준비가 끝나자 성좌의 권속들은 앞에 섰다.
한 번 물러서긴 했지만 공략 방법은 달라지지 않았다.
성좌의 권속들을 비롯해서 상급 헌터들은 앞에.
그 이하 헌터들은 뒤에.
그렇게 커다란 폭발을 일으킨 만큼 기계룡도 꽤나 지쳤으리라.
“저기 놈이 있군.”
골로닷은 호전적인 표정으로 이빨을 드러냈다.
잘 먹어서 배도 부르겠다, 골로닷의 의욕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최연승. 내가 먼저 나서서 공격을 시작해도 되겠나?”
“원한다면.”
최연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누가 먼저 공격을 시작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팟!
골로닷의 모습이 사라지더니 허공에서 다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안 그래도 덩치 커다란 웨어울프의 근육이 터질듯이 부풀어 오르며 몇 배나 더 거대해졌다.
꽝!!
“근접전 타입인가.”
“정확히는 좀 다르오.”
드워프가 옆에서 대답했다.
“의 권속이라, 삼킨 음식에 따라 다른 힘을 발휘하지.”
성좌의 권능들은 제각각 다양하다지만, 미식의 추구자 성좌는 확실히 특이한 편이었다.
먹은 것에 따라 영향을 받다니.
“저렇게 움직이는 걸 보니 아주 기분 좋게 먹은 것 같소. 딱히 그 요리사 성좌의 권속 때문 같지는 않지만…”
드드드드드-
진동음과 함께 기계룡이 계곡에서 몸을 일으키고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눈빛을 보아하니 공격 받은 것에 분노한 것 같았다.
“지친 게 맞습니다. 최연승 헌터.”
“다행이군. 각자 위치로! 이번에는 놈을 쓰러뜨린다!”
최연승의 외침과 함께 다시 레이드가 시작되었다.
저번과는 달리 헌터들은 모두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이번에는 확실히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 * *
기계룡은 분명히 강력한 몬스터가 맞았다.
드래곤이라는 타고난 종(種).
거기에 로봇 종족들이 오랫동안 만들어 낸 산더미 같은 무기들.
게다가 이 영역에서 나오는 존재력까지.
하지만 그게 기계룡을 무적으로 만들어주지는 않았다.
처음으로 수세에 몰린 기계룡은 당황해서 몸을 뒤흔들었다.
“힘이 넘쳐 오른다! 힘이 넘쳐 오른다고! 힘이! 듣고 있나? 최연승???”
-저 늑대인간은 지나치게 시끄럽구나.
나태의 여신이 뭐라고 할 정도로 골로닷은 확실히 시끄러웠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골로닷은 가장 눈부시게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기계룡의 각종 포탄과 총탄에도 불구하고 물러서지 않고 붙어서 금속 장갑을 찢어발기고 있었던 것이다.
원래라면 떨쳐내고 완력으로 제압을 해야 할 기계룡이었지만, 사방에서 수백 수천 개가 넘는 공격이 들어오는 바람에 정신이 없는 모양이었다.
제대로 된 반격도 하지 못하고 수비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최연승은 확실히 상대의 급소까지 차근차근 다가가고 있었다.
서걱!
강기가 솟구치며 기계룡의 목 주변을 덮고 있던 방어막과 금속 장갑을 잘라냈다.
골로닷에게 완전히 정신이 팔려 있던 기계룡은 기겁해서 목을 뒤틀었다.
“세하야.”
“네!”
최연승의 공격이 끝나자마자 한세하가 창을 집어 던졌다.
드러난 빈틈에 창이 꽂히자 기계룡은 처음으로 격통에 찬 울부짖음을 터뜨렸다.
“으아아악!”
“?!”
거의 80%쯤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을 무렵, 다른 쪽에서 고함 소리가 들렸다.
골로닷이 터뜨린 고함 소리였다.
“이 자식이 어디서 인질극을…!”
‘아.’
최연승은 그제야 떠올렸다.
의 권속 일라파엘이 붙잡혔다고 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