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460)
460화
듣고 있던 다른 성좌들은 황당해했지만 최연승은 진지했다.
어차피 낼 보호비, 최연승이 뜯어 가면 어떻단 말인가.
방랑상인 성좌한테도 그게 이득일 것이다. 적어도 최연승은 복잡한 계략 같은 건 부리지 않았으니까.
-…어이없긴 하지만 확실히 나쁜 생각은 아니구나.
나태의 여신은 최연승의 말에 동의했다.
지금 방랑상인 성좌를 협박해서 뜯어가려는 성좌가 그리하듯이, 최연승이라고 못하란 법이 없었다.
어비스는 결국 힘이 법인 것이다.
[이 생각치도 못한 말에 당황합니다.] [제안은 고맙지만 미리 약속이 되어 있는데 멋대로 파기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걱정 마라. 방랑상인 성좌. 더 좋은 조건을 해온 상대를 고르는 건 죄가 아니니까. 정 문제가 된다면 내가 설득하겠다.
[이 고민합니다.] [그러면 부탁한다고 말합니다.]최연승은 빙그레 웃었다.
나태의 여신은 그 미소를 보고 생각했다.
‘천칭의 여신이 애정을 듬뿍 표현할 때도 저렇게 안 웃었으면서…’
* * *
지구에서 성좌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원래 성좌들 중에서도 그 강함에 비해 덜 유명한 성좌가 있긴 했지만, 약탈자 성좌는 그냥 약해서 안 유명한 것이었다.
그리고 약한 악신 성좌들이 어비스에서 할 수 있는 건 정해져있었다.
어슬렁거리면서 신앙 뜯어내기, 다른 성좌들이 못 보는 틈을 타 필멸자 괴롭히기, 어비스 폐허를 뒤지면서 보물 찾기 등등.
지구에서 자신의 이름을 당당하게 올리고 순위를 경쟁하며 누가 주인이 될 것인지 다투는 성좌들이 사자나 호랑이라면 이런 약한 악신 성좌들은 하이에나 같은 존재였다.
성좌도 그랬다.
이번 이 뒤에서 주도한 악신 침공에 참가하긴 했지만 정작 약탈자 성좌에게 돌아오는 건 없었다.
자질구레한 잡일은 잔뜩 해야 하지만 신앙 한 톨 받지 못하고 뒤에 서있어야 하는 처지.
당연히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빨리! 빨리 대답해라! 지금 내가 얼마나 선의를 베풀어주는지 모르는 거냐!
그래서 약탈자 성좌는 방랑상인 성좌를 협박했다.
전투와는 거리가 먼 방랑상인 성좌는 약탈자 성좌가 보기에 아주 괜찮은 먹잇감이었다.
다른 성좌들과 친밀하지도 않고, 전투력이 높지도 않은데다가, 갖고 있는 것들도 제법 됐다.
처음에 제안을 했을 때는 방랑상인 성좌가 거절하고 결사항전을 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방랑상인 성좌는 고분고분히 고개를 숙이고 보호비를 바치겠다고 말해왔다.
약탈자 성좌는 기대감과 기쁨으로 가슴이 부풀어오르는 걸 느꼈다.
[이 기다려달라고 말합니다.]지금 내가 네게 선의를 베풀고 있다! 나 정도 되는 성좌가 그만한 영혼석을 받고 보호의 맹세를 한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이 한 번 설명해보라고 말합니다.]덜컥-
약탈자 성좌는 갑작스러운 손님의 등장에 화들짝 놀랐다.
패배하지 않는 수련의 화신.
최근 어비스의 선신 성좌들 중 가장 그 이름이 많이 들리는 성좌였다.
권속이 많지는 않지만 하나 같이 소수정예로 강력하고, 그 중 지구 출신 인간 한 놈은 다른 성좌의 권속들도 경외할 정도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고 들었다.
게다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듯이 호전적이고 전투를 피할 생각이 없는 성좌였다.
자기보다 존재력도 훨씬 더 높은데다가 전투까지 능숙하다면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약탈자 성좌는 심장이 얼어붙는 걸 느끼며 말했다.
무… 무슨 일이신지?
[이 말 그대로라고 말합니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설명해보라고 말합니다.]‘빌어먹을!’
방랑상인 성좌가 다른 성좌들과 아무런 인맥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인맥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위협적인 거물과!
오,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저는 그저 거래를 하려고 했을 뿐입니다. 방랑상인 성좌는 무력이 필요했고. 저는 그 도움을 주는 대신 약간의 대가를 받으려고 했을 뿐입니다. 그게 잘못된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 정확히 말하면 자기가 무력이 필요하다고 먼저 말한 게 아니라 성좌가 강하게 먼저 제안했다고…]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조용히 하지 못하겠냐!
약탈자 성좌는 다급하게 외쳤다. 만만하게 본 호구가 약탈자 성좌를 골로 보내려고 하고 있었다.
어쨌든 저는 그저 거래를 하려고 했을 뿐입니다. 그게 잘못되었다고 하시지는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약탈자 성좌는 발악하듯이 외쳤다.
불리하다고 해서 물러서면 오히려 더 불리해졌다.
당당하게, 꿀릴 게 없다는 듯이 굴어야 했다.
[이 과연 납득이 간다고 고개를 끄덕입니다.]‘되었다!’
약탈자 성좌의 강한 증언에 수련의 화신도 트집을 잡기 힘들었는지 한 발짝 물러섰다.
[이 방랑상인 성좌가 자신의 보호를 받고 싶어하는데, 괜찮냐고 묻습니다.]……
‘이런 약탈자 놈!’
당연히 괜찮을 리 없었다. 약탈자 성좌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기껏 자기가 침을 발라 놓은 먹잇감을 이렇게 당당하게 뺏으려고 하다니.
심지어 지구에서 이미 잘나가고 있는 성좌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독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약탈자 성좌는 울분을 삼키며 말했다.
…어쩔 수 없는 일. 마음대로 하십시오.
[이 고맙다고 말합니다.]약탈자 성좌는 이를 갈았다.
언젠가 두고 보자!
뭡니까?
약탈자 성좌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이 도 보호를 받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약탈자 성좌는 처음에는 화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뒤늦게 이해하고 경악했다.
그러니까 지금…
약탈자 성좌가 방랑상인 성좌한테 하려던 짓을, 약탈자 성좌 본인한테 하려고 한단 말인가?!
‘놈에게는 체면도 없나!? 하급 성좌나 하는 짓이지, 상급 성좌씩이나 되서 이런 협잡질을?!’
저, 저는 보호가 필요 없습니다! 스스로 지킬 능력이 있습니다!
[이 과연 그럴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무슨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 보호를 받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합니다.]노골적인 협박.
성좌는 어이가 없었다.
조금 뜯어내려다가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다니.
‘절대 물러설 순 없다. 정도 되는 성좌라면 관리해야 할 왕국만 해도 어마어마할 터. 나 같이 하찮은 성좌 하나 쓰러뜨리겠다고 힘을 많이 쏟지는 못할 거다. 버티고 도망치면서 시간만 끌면 된다!’
조금 서글픈 계획이긴 했지만 원래 약한 성좌들은 이런 식으로라도 생존해야 했다.
웃기는 소리! 내 목숨 하나는 내가 지킬 수 있소! 감히 날 협박하려 하다니. 어디 한 번 나를 잡을 수 있으면 잡아보시오. 나는 왕국도 없고 권속도 없소. 당신의 부하가 찾아왔을 때는 이미 나는 사라져 있을 거요!
약탈자 성좌는 쩌렁쩌렁 소리를 질렀다.
태도치고 그 안에 담겨 있는 내용은 상당히 비굴했지만, 사실 ‘얻을 거 없으니까 때리지 말아달라’에 가까웠다.
[이 가난함에 안타까워합니다.]‘저 빌어먹을 호구가…!’
약탈자 성좌는 이를 갈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에게 답이 오지 않았던 것이다.
뭐지?
화가 나서 대답할 생각이 사라졌나?
??
슈우우우욱-
주인 없는 어비스의 공터에 자리를 잡고 있던 약탈자 성좌는 저 멀리서 유성 하나가 날아오는 모습에 의아해했다.
뭐지?
어비스에 저런 현상이 있었나?
……
약탈자 성좌는 입을 쩍 벌렸다.
저 멀리서 점점 커지는 것이 뭔지 깨달은 것이다.
잡으러 왔다. . 어디 한 번 덤벼봐라.
미, 미, 미, 미친 놈!!!
약탈자 성좌는 경악했다.
권속을 보내서 잡으려고 한 것도 아니고, 협박을 더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대화가 끝나자마자 성좌 본인이 직접 달려오다니?!
자기 왕국은 그냥 내버려뒀단 말인가? 저 정도 되는 성좌라면 본인이 눈을 떼는 순간 영역이 무너지고 사라질 왕국들이 몇 개일 텐데…!
저, 저리 꺼져!
성좌는 발악하듯이 선공을 날렸다.
약탈자 성좌가 든 대낫이 불투명하게 빛나더니 존재력을 받아 권능을 발동시키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최연승은 경계했다.
아무리 상대가 약하다 하더라도 방심을 해선 안 되는 법.
성좌의 권능은 비장의 한 수 같은 것이라, 방심하면 격의 차이를 뚫고 치명상을 입힐 수 있었다.
[의 권능이 발동됩니다.] [대낫이 영혼의 수확량을 늘립니다!]‘?’
최연승은 눈을 의심했다.
지금 성좌끼리 1:1로 붙는 상황에서 영혼 수확량을 늘려서 뭐하려고?
이, 이 빌어먹을 대낫 놈! 이럴 때 말을 듣지 않으면 어쩌자는 거냐!!
약탈자 성좌는 분노한 목소리로 대낫을 향해 외쳤다.
……
-……
최연승과 나태의 여신은 할 말을 잃었다.
자신의 힘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할 정도라니.
‘너무 하찮아서 오히려 함정 같이 느껴지는군.’
-저게 함정이라면 저 성좌는 약탈자가 아니라 음모가나 배우여야 한단다.
꽝!!!
굉음과 함께 최연승의 혼원권이 작렬했다. 흰 빛이 약탈자 성좌의 대낫을 일격에 날려버렸다.
크아악!
아무리 서로 존재력의 차이가 있다지만 이렇게 차이가 날 줄이야.
는 믿을 수가 없었다.
존재력은 성좌의 권능을 책임지는 연료 같은 것.
타고난 본능과 쌓아올린 전투 경험이 있다면 자기보다 강한 성좌와 싸우더라도 밀리지 않을 거라고 자신했던 약탈자 성좌였다.
그런데 상대가 되지 않았다.
휘두른 대낫은 그대로 자루째 박살이 났고, 급히 날린 주먹은 가볍게 피해지고 카운터를 맞았다.
퍽퍽퍽퍽퍽퍽퍽퍽!
은 온갖 복잡한 마법이나 여러 권능들은 사용하지도 않았다.
여러 무투파 성좌들처럼 주먹과 발만을 사용해 공격을 날렸는데, 그 공격 하나하나에 존재력이 담겨 있었다.
한 번 맞을 때마다 영혼 깊숙이 울리는 타격을 주는 공격.
흰 빛이 폭발하며 약탈자 성좌의 방어를 날려버리고, 존재력이 파고들어 약탈자 성좌에게 데미지를 주었다.
약탈자 성좌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서 외쳤다.
졌습니다… 졌습니다! 살려주십시오!
그 짧은 사이에 흠씬 두들겨 맞은 약탈자 성좌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쓰러져서 올려다 본 은 위엄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마치 빛과 불로 이뤄진 전사 같은 모습이었다.
‘쓸만하군.’
최연승은 만족스럽게 생각했다.
존재력이 늘어난 덕분에 이런 묘기도 가능했다.
존재력을 사용해 분신을 만든 다음 지구에 남겨 놓고, 최연승 본인은 이렇게 어비스를 질주한 것이다.
무한으로 넘쳐흐르는 내공을 사용해 온몸을 흰 불꽃으로 뒤덮기까지 했으니 이걸 보고 최연승과 성좌의 연관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보통 그렇게까지 안 해도 아무도 의심 안 한단다…
나태의 여신은 이 말은 해야겠다는 듯이 말했다.
이 최연승과 비슷하면 ‘성좌가 권속을 아껴서 닮게 해줬나보구나’라고 생각하지 ‘성좌가 권속인 척 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진 않는 것이다.
‘다른 성좌들은 존재력을 이렇게까지 다양하게 사용했었단 말인가?’
-…아니. 분신은 다양이 아니라 기본…! 마법 싫어하는 건 알겠지만 조금 배우렴…!
나태의 여신은 기가 막혔다.
저건 성좌들한테 기본 중의 기본이나 마찬가지인 스킬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