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467)
467화
‘아무래도 실례겠지.’
참아낸 최연승은 다시 질문을 던졌다.
“지금 뭘 하고 있나? 혹시 드래곤 인더스트리 쪽 계열사를 맡고 있었나?”
“아… 아닙니다. 저는 기업 경영에 능력이 없고, 또 제가 일군 것이 아닌 아버지가 일군 것을 물려받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합격!!”
“?!”
“아. 미안하군. 계속 말해보도록.”
둘이 대화하는 걸 내버려두면 오래 걸리겠다고 생각했는지 아이네가 끼어들었다.
“마이크 황은 젊었을 때부터 사회운동가로 활동하셨어. 나 에서 활동하셨고 아마티지 재단이나 캐빈홋 기금 쪽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셨지. 그 이후 오랫동안 주 의원으로 지내시다가 최근에 상원의원에 당선되신 거야.”
“…정말로 경룡이 형 자식이 맞나??”
결국 최연승은 하지 않으려고 했던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이네는 화를 내는 대신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반응을 보일 줄 알았어.”
“놀랍군. 어떻게 이런 사람이 경룡이 형 밑에서 태어났지?”
“그… 아닙니다. 저는 아버지께서 하신 일들을 보고 감명 받아서 사회를 위해 헌신을…”
“인터뷰에서나 볼 만한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도록. 경룡이 형이 한 일들을 보고 사회를 좋게 바꾸려고 한다는 게 말이 되나?”
그러나 놀랍게도 마이크 황의 눈빛에서는 진심만이 엿보였다.
최연승은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가끔은 호랑이 밑에서 사자가 태어날 때도 있는 법이지.
-대충 명언으로 넘어가려고 하지 말도록. 여신의 자식이 이면 안 놀라울 거 같나?
나태의 여신은 잠시 생각해봤다.
매우 믿기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이 기적은 그렇다 치고… 지금 상원의원이라고? 그러면 잘 된 것 아닌가? 대선 후보로 밀면 될 것 같은데?”
단 백 명만이 선출되는 미국의 상원의원은 한 명 한 명이 어마어마한 무게감과 권한을 가진 직책이었다.
이 정도면 대선후보로서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러나 아이네는 매우 회의적이었다.
“그렇게 쉬우면 당신한테 말을 꺼내지도 않았겠지. 당장 상원의원들 숫자가 100명이야. 이 100명 모두 마음속에 자기가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겠지. 그런데 왜 안 나서겠어.”
상원의원은 말 그대로 딱 자격 수준 밖에 되지 않았다.
재선, 3선 상원의원들부터 시작해서 주지사나 각종 장관 등 화려한 커리어를 가진 거물 상원의원들이 수두룩한 미국 정계에서 마이크 황 같은 초선 의원은 풋내기나 병아리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40대 중년이 풋내기로 보이다니 좀 웃기긴 하군.’
사실 만 년 넘게 먹은 최연승이 할 소리는 아니긴 했다.
“대선은 물론이고, 일단 공화민주당 내에서 후보로 뽑히는 것부터가 보통 일이 아니거든. 잘못 내보냈다가 크게 참패라도 당하면 앞으로의 정치 생명이 끝장나는 수가 있어.”
미국 대통령이 되려면 크게 두 번의 승리를 거쳐야 했다.
먼저 당 내에서 최종 후보로 뽑히기 위해서 다른 후보들을 찍어 눌러야 했다.
한국은 직접선거였지만 미국은 간접선거라, 주마다 투표를 하고 승리한 사람이 그 주에 해당된 선거인들의 표를 가져가는 식이었다.
그래서 당 내에서도 후보를 뽑을 때 주마다 돌며 투표를 해서 선거인을 나눠가졌다.
이렇게 치열하게 싸워서 당의 후보가 되면 이제 상대 당의 후보와 본선을 치르는 것이다.
이때도 각 주마다 승리해서 선거인들을 자기 손으로 갖고 와서 과반수를 차지하면 대통령 당선!
-…그냥 한 번에 하면 되지 왜 이렇게 복잡하게 하는 거니?
-나한테 묻지 말도록. 내가 만든 시스템 아니니까.
한국인인 최연승에게 미국은 여러모로 낯설 때가 많았다.
“하긴 지금 대통령도 공화민주당 소속 아닌가? 재선에 도전할 텐데…”
“조지 대통령? 재선 도전 포기 선언했잖아. 이번 악신 침공 사태 때문에 지지율이 폭락해서 불가능하지.”
“!”
그리 길게 만나지는 않았지만 미국 대통령은 꽤나 위엄 있고 무게감 있는 인물이었다.
자기가 뭘 할 수 있는지 알고 뭘 해야 하는지 아는 인물이라 ‘내버려두면 사고는 치지 않겠군’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인물도 이렇게 포기 선언을 하다니.
‘확실히 만만치 않군.’
“안 좋은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겠지. 유리한 장점이 있나?”
“먼저 당신이 돕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그것 자체로 엄청난 장점이 되겠지. 자금부터 조직까지. 우리가 직접적으로 후원하고 있는 상하원 의원들도 이쪽에 설 테고.”
“뇌물이 쓸모가 있다고? 신기한 일이군.”
“뇌물이 아니라 후원이야. 그리고 지금 당신의 인기는 이미 말해서 알고 있지? 나서지 않아도 후보로 뽑힐 정도니까.”
최연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상대 당에 미친놈이 나온 것보다 최연승이 미국 대통령 후보로 지지율 1위를 찍은 게 더 충격적이었다.
-미국이 망했나? 악신 성좌가 정신 오염을 시도했나?
“하지만 아무리 지지를 해줘도 후보 자체에 장점이 없으면 힘들 것 같군. 아이네 네가 보기에 어떤 장점이 있지?” 예리한 최연승의 질문에 아이네는 놀랐다.
미국 대선이 어떻게 돌아가지도 모르면서 이렇게 핵심을 잡다니.
“마이크 황은 오랫동안 사회운동을 한 덕분에 여러 단체나 시민운동가들한테 지지도가 높아. 다른 거물들과 비교하면 무게감은 밀리지만 대중들 사이에서 인기는 언제나 있는 편이었고. 그리고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계 대통령이라는 점도 있지.”
“…?”
고개를 끄덕이며 듣던 최연승은 멈칫했다.
“음? 마지막이 장점인가?”
“사실 장점이 될지 단점이 될지는 나도 모르지만, 일단 화제는 되겠지. 유색인종 관련해서 지지는 받겠지. 화제가 중요하니까.”
“그래서 당사자 생각은? 여러모로 불리하다는데 해볼 생각이 있나?”
“저는 할 생각입니다.”
마이크 황은 단단한 눈빛으로 말했다.
“아버지께서 평생을 다해 지키신 미국을…”
“……”
최연승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어떻게 첫 문장부터 저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아. 미안하군. 계속 말해보도록.”
“지키기 위해 저 또한 아버지처럼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헌신해 볼 생각입니다.”
“그… 그래. 응원하도록 하지.”
최연승은 나중에 어비스로 돌아가게 되면 황경룡을 붙잡고 자식한테 무슨 거짓말을 치는 거냐고 따지기로 마음먹었다.
* * *
악신 대침공이 시작된 다음부터 미국 전역의 주지사들은 쉴 새 없이 전화를 돌리고 비행기를 타고 돌아다녔다.
목적은 하나밖에 없었다.
-우리 주에서 좀 싸워주시오!
몬스터가 적을 때는 클랜들이 주지사한테 ‘저희가 몬스터 좀 잡게 해주십시오’하며 굽신댔지만, 몬스터가 급격하게 늘어나면 그 반대가 됐다.
쓸만한 클랜들의 몸값이 하늘 높이 뛰는 것이다.
미국의 주지사들이 가진 권한은 한 주의 대통령으로 비교될 정도였고 그런 만큼 그 책임도 컸다.
만약 주에 나타난 몬스터들을 잡지 못하고 피해가 늘어나면 누구 목이 먼저 날아가겠는가?
바로 주지사였다.
그런 만큼 최연승이 왔다는 소식에 몇몇 주지사들이 미친듯이 방문 연락을 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현재 A급 헌터 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시민들의 안전을 중요시여기는 편이고, 심심하면 민간인 상대로 마법을 시전하거나 마약을 즐기지 않는 것만으로도 최연승은 섭외 순위에서 0순위에 오를 만했다.
‘해냈다!!’
드래곤 인더스트리 사옥 앞에 도착한 케니 주지사는 속으로 환호성을 터뜨렸다.
여기까지 오면서 ‘다른 주지사들도 움직였답니다’란 말에 얼마나 초조했던가.
그래도 그가 가장 먼저 도착했다. 소식을 듣자마자 비행기를 탄 다음 미친놈처럼 자동차를 밟아댄 보람이 있는 것이다.
“덕분에 전 지금 과속 벌금이…”
“나중에 내가 내주겠네!”
운전기사의 말에 대답한 케니 주지사는 사옥으로 뛰어 들어갔다. 어찌나 빨리 달려갔는지 경호원들이 한 발 늦었을 정도였다.
지금 그가 담당하고 있는 텍사스의 상황은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악신 성좌들이 보낸 권속들이 날뛰고, 그 권속들이 날뛰는 탓에 새 던전들이 클리어되지 못하고 터져나오고, 몬스터들 숫자가 늘어나고…
어지간한 클랜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심지어 텍사스 내 클랜들도 외부로 도주할 정도였다.
지금 자유연방당 대선을 고민하고 있는 케니 주지사에게 지금 같은 상황은 악몽 그 자체였다.
“최연승 헌터! 나는 K-POP을 즐겨듣고 하루에 두 끼는 한식을 찾아 먹을 정도요. 만나서 반갑소!”
‘미국 정치인들은 다들 미쳐버린 건가?’
최연승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상대의 꼴이 워낙 엉망이라 일단 내민 손을 잡고 악수했다.
옆에 있던 일라파엘이 아다콰니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저게 인간들 사이에서는 호감을 사는 인사법인가?”
어비스의 야만종족들 중에서는 인사할 때 자기가 반쯤 씹은 다음 상대에게 내미는 풍습을 가진 종족도 있었다.
서로 같은 걸 먹는다는 건 의외로 호감을 사기 쉬운 점인 것이다.
아다콰니엘은 일라파엘의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해줬다.
“저런 식으로 인사했다가는 아무리 성격 좋고 그릇이 넓은 최연승 헌터라도 화를 낼 테니 절대 하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
메모하던 일라파엘은 종이를 박박 찢어버렸다.
그러는 사이 케니 주지사는 달려오느라 차오른 숨을 헐떡이며 빠르게 말을 늘어놓았다.
“지금 내가 맡고 있는 곳은 반쯤 지옥이오! 최연승 헌터 같은 영웅이 필요하오. 여기 있는 클랜들은 모두 다 머저리에 겁쟁이 놈들이라 나서는 대신 도망쳐버렸고 외부 클랜들은 시 재정을 전부 털어도 모자랄 금액의 세 배는 부르고 있소. 제발 도와주시오!”
케니 주지사는 최연승의 인정에 호소하면서도 회의감이 들었다.
아무리 영웅이라고 불리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과연 손해 보는 일을 해줄까?
사실 정말로 손해 보는 일은 아니었다. 남은 시 재정을 전부 털어서 부르는 일이니 평소라면 볼 수 없는 천문학적인 대가긴 했다.
하지만 원래 클랜이나 헌터들은 천만 달러 받아낼 수 있을 때 오백만 달러 받아내면 ‘오백만 달러나 손해를 보다니!!’하며 지랄발광하는 이들.
이런 부탁을 과연 들어줄…
“알겠다. 곧 준비해서 향하도록 하지.”
“?!?!?”
케니 주지사는 고개를 들었다.
순간 케니 주지사는 너무나 감격한 탓에, 최연승과 만나기 전에 외워 온 한국의 국가를 부를 뻔했다.
“동ㅎ…”
“?”
“아. 미안하오.”
‘지금 이 인간 설마 애국가를 부르려고 했나?’
최연승은 상대의 광기에 경악했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말해보시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도와드리겠소.”
“내가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나오시는 거요?!?!”
“…난 한국인인데.”
“아… 아. 미안하오.”
‘진짜 미친 놈 아닌가 이거?’
최연승은 주지사의 정신건강을 진지하게 걱정했다.
“…지지하고 싶은 후보가 있는데, 그쪽이 당 안에서 꽤 발언력이 있다고 들었다. 혹시 도와줄 수 있나?”
“…!”
케니 주지사는 최연승의 말에 놀랐다.
일단 최연승이 지지하려는 후보가 있다는 것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나… 나도 그러고 싶다고 말하고 싶소. 하지만 나 또한 후보로 나설 생각인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소?”
케니 주지사 본인도 대선에 나갈 생각이었고, 매우 자신만만한 상태였다.
그가 자유연방당 후보가 되지 않는다면 누가 되겠는가!
최연승은 아다콰니엘을 쳐다보았다.
아다콰니엘은 고개를 단호하게 저었다.
다른 후보들은 몰라도 저 사람은 절대 안 된다는 뜻이었다.
“그러면 탈락이 확정됐을 때 지지해주면 된다.”
“고… 고작 그걸로?”
케니 주지사는 최연승의 순진함이 안타까울 정도였다.
지금 미국 정치 상황을 전혀 모르니 이런 순진한 부탁을 하는구나!
‘아. 내가 수락하면서도 안타깝군. 이런 선량한 영웅을 속여야 한다니… 하지만 시민들을 구해야 한다!’
“알겠소! 그걸 원하신다면!”
케니 주지사는 본인에게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고 수락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