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474)
474화
“하하! 드디어 받았다!”
“저, 헌츠먼 님. 지금 최연승 헌터와 너무 친하게 지내는 건 좋은 일이 아닙니다.”
부하 직원 한 명이 다가와서 헌츠먼의 귀에 속삭였다.
안 그래도 지금 인기가 하늘을 뚫고 있는 최연승이었다.
‘외국인이 대통령 후보 지지율 1위를 찍는 듣도 보도 못한 일은 이제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야.’
당연히 다른 후보들은 지금 최연승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고, 헌츠먼 캠프도 마찬가지였다.
-최연승과 함께할 수 없다면 어떻게든 견제해야 한다!
지금 최연승은 헌츠먼의 경쟁자인 케니 주지사와 꽤 친밀한 사이였다.
케니 주지사를 꺾고 후보가 되어야 하는 헌츠먼은 어떻게든 최연승의 인기를 깎아 내려야 했던 것이다.
…지금 상황을 보면 그게 어떻게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최소한 상대방한테 사인 받는 건 피해야 했다.
“왜?”
“예? 저번에 설명드렸잖습니까?”
“그랬나? 기억이 안 나는데. 다시 말해주게. 왜였지?”
“말씀드렸잖습니까! 지금 상황에서 최연승 헌터를 띄워주는 건, 정치공학적으로 케니 주지사를…”
“지금 자네 나한테 목소리를 높인 건가??”
헌츠먼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부하 직원을 쳐다보았다.
감히 헌츠먼에게 지금 큰소리를 냈단 말인가? 고작해야 캠프의 직원이?
미국에서 손꼽히는 기업가이자 이제는 대통령 후보가 될 사람한테?
“아,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나한테 목소리를 높였잖나!”
“죄송합니다. 다시 설명…”
“필요 없네. 이 자리에서 당장 나가게!”
“……”
부하 직원은 어이가 없었는지 입을 몇 번 뻐금거리더니 홱 돌아서서 홀 밖으로 나가버렸다.
청각 또한 극한으로 발달한 만큼 최연승은 부하 직원이 ‘개■끼 죽어라’라고 중얼거리며 나가는 걸 들을 수 있었다.
‘진짜 미친놈이군.’
“아. 실례했소. 웬 이상한 놈이 시간을 뺏었군. 가끔 너무 친절하게 굴면 아랫사람들이 이렇게 기어오를 때가 있소.”
“정말 신비한 일이로군. 어떻게 사람들이 그렇게 배은망덕한지 모르겠는데.”
미치광이를 상대하는 건 생각보다 쉬웠다.
어비스에서 객잔을 돌릴 때 악마들을 상대했던 것처럼 하면 됐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든 ‘그렇군’ ‘놀라운데’ ‘흥미로운걸’이라는 3가지 대답만 돌려가면서 고개를 끄덕여주면 상대는 알아서 만족하는 것이다.
‘마침 잘 됐군. 이번 기회에 놈을 좀 떠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정말 정치가가 다 되었구나.
나태의 여신은 최연승의 변한 모습에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원래 저런 재능이 있었던 건지, 아니면 상황이 변화시킨 건지는 모르겠지만 최연승은 의외로 정치에 재능이 있어 보였다.
‘하긴 원래 성좌가 아니었지만 성좌로서의 책임을 잘 해내고 있기도 하니까.’
앞으로 어떤 모습을 더 보여줄지 기대가 됐다.
“내가 케니 주지사를 지지한다는 말들이 있는데, 그건 다 헛소리다. 난 케니 주지사를 지지하지 않거든.”
“역시! 언론은 믿을 수 없소. 모조리 다 가짜 뉴스만을 퍼뜨리는 놈들이지!”
“아니, 그런 뜻은 아니었… 됐다.”
최연승은 오해를 풀려다가 말았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으니까.
“난 케니 주지사보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최연승의 말에 헌츠먼이 눈빛을 빛냈다.
지금 최연승이 저런 말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이 위기와 혼란의 시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강한 리더!
바로 헌츠먼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역시… 보는 눈이 있소. 나, 헌츠먼은 미국을 다시 강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적임자요. 나로서도 최연승 헌터 같은 진짜 미국인… 아니, 진짜 헌터가 지원해준다면 든든할 거요.”
‘이 인간 지금 나보고 미국인이라고 하려고 한 건가?’
최연승은 설마 싶었다.
아무리 무식해도 그렇지 대통령 후보라는 자가 설마 그걸 착각하겠나.
“나도 한국에서 나온 고전 병법서들을 읽은 적이 있소. 손자병법. 삼국지.”
“그, 그렇군.”
문장이 전부 틀리면 오히려 지적할 수가 없었다. 최연승은 그냥 들었다.
“삼국지를 보면 유비는 여포를 얻어 천하를 통일했지. 지금 상황과 비슷하지 않소? 최연승. 당신이 바로 여포요!”
-오. 여포란 자가 지구의 뛰어난 전사였나보구나.
-완전히 틀렸으니까 저 놈 말 듣지 마라.
-??
“…나는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군. 그쪽의 능력을 본 적이 없어서.”
“앞으로 계속 보게 될 것이오!”
헌츠먼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최연승은 기회를 틈타서 물었다.
“혹시 계획이 있나?”
“물론! 곧 알게 되겠지만, 이사벨라 메이어가 우리 캠프 쪽에 합류했소.”
“!”
이사벨라 메이어.
최연승도 이름을 알고 있는 미국의 A급 헌터였다.
등급이 높아질수록 몸을 사리는 헌터의 특성상, 활발하게 활동하는 A급 헌터들은 극소수였다.
그리고 그런 헌터들은 보통 그런 이유가 있었다.
성좌가 인간인 척 하고서 사람들의 신앙심을 모으려고 하거나.
혹은 너무 낭비가 심해서 돈을 벌어도 벌어도 부족하거나.
아니면 광신적인 애국심을 갖고 있거나.
이사벨라 메이어는 마지막 경우였다.
오죽하면 별명이 캡틴 아메리카겠는가.
‘저번에 어비스 레이드 때 봤던 기억이 나는군.’
후퇴하라고 했는데도 끝까지 싸우겠다고 하던 게 기억이 났다.
성좌의 광신도들도 상대하기 까다로웠지만, 그냥 광신도도 상대하기 까다로운 건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하지만 최연승의 생각과 달리 이사벨라 메이어는 인기가 많았다.
일단 활발하게 활동하는 A급 헌터라는 것만으로도 점수가 높았다.
게다가 출신도 화려했다.
정계 거물 집안 출신에, 다른 형제자매들도 모두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본인도 평소에 언제나 애국심을 강조하고 위대한 나라를 외치고 다녔으니, 미국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런데 어떻게 합류한 거지?’
최연승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A급 헌터를 자기 지지자로 만드는 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A급 헌터쯤 되면 아쉬운 게 거의 없는 것이다.
뭐지?
‘서로 미쳐서 통했나?’
“어떤 이유로 합류한 건지 물어봐도 되겠나?”
“내 공약에 깊은 감명을 받았소.”
“오… 나도 듣고 싶은데. 말해줄 수 있겠나?”
“어려울 것 없지. 바로 어비스를 공략하겠다는 공약이오.”
“…그건 누구나 다 하지 않나?”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대통령들은 다 대통령 되기 전에 ‘어비스 공략에 힘쓰겠습니다’ 같은 공약을 내세웠다.
물론 옛날에는 우주였다면 지금은 어비스로 바뀐 것뿐. 실제 성과는 크지 않았다.
“하하. 나는 다르지. 나는 미국의 헌터들 전원을 강제로 동원해서 어비스 공략을 시도할 생각이오. 어떤 희생이 있더라도!”
“……”
최연승은 경악했다.
‘혹시 중국에서 보낸 첩자 아닌가??’
중국 정부나 선택할 무식한 방법이었다.
어비스 공략은 숫자 많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어비스 공략은 아주 희귀하고, 변덕스러운 던전을 공략한다고 생각해야 했다.
그 공략법을 알기 전까지는 깰 수 없는 던전.
거기에 헌터들을 미친듯이 밀어 넣는다고 사망자만 기하급수로 늘어날 뿐이지, 깰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걸 내놓은 놈이나 받아들인 헌터나…
‘갑자기 한국이 그리워지는군.’
최연승은 한국의 정치인들이 갑자기 보고 싶어졌다.
한국에 있을 때는 ‘뭐 이리 발목만 잡나’하고 원망했었지만, 고향 떠나 멀리 오니 ‘그 정도면 선녀였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비밀이지만, 나도 곧 이사벨라 메이어 헌터와 함께 애리조나 주로 출발할 생각이오.”
최연승이 텍사스에서 보여준 일은 미국의 모든 정치인들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다.
아, 선거유세를 저렇게 하면 참 좋겠구나!
당연히 헌츠먼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미친놈들이 진짜 이상한 것만 배우는군.’
“이사벨라 메이어 헌터라면 충분히 다 쓸어버리고도 남겠지! 하하.”
“그렇군.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는군.”
대충 맞장구를 치며 최연승은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먼저 가야겠군.’
헌츠먼이야 억울하겠지만 어쩌겠는가.
원래 이런 건 먼저 하는 놈이 임자였다.
* * *
“이사벨라 메이어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이사벨라 메이어가?!”
헌츠먼이 말한 대로, 뒤늦게 이사벨라 메이어가 등장했다.
A급 헌터의 등장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술렁거렸다.
설마 여기 있는 사람 중 누구를 지지하기 위해 참가한 거란 말인가?
“하하하! 다들 박수로 맞이해주시오. 여기, 이사벨라 메이어 헌터가 왔소!”
헌츠먼은 신이 나서 크게 웃으며 돌아다녔다.
그 모습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이사벨라 메이어가 왜 온지 깨달았다.
헌츠먼을 지지하기 위해 참석한 것이다!
‘말도 안 돼! 저딴 광대를!?’
‘대체 뒷돈을 얼마나 받았길래!?’
‘설마, 설마 정말로 헌츠먼의 시대가 오는 건가?’
몇몇 의원은 충격 받았고, 몇몇 의원은 흐름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는지 눈치를 보았다.
오늘 행사가 끝나면 이사벨라 메이어가 헌츠먼을 지지한다는 사실이 대대적으로 언론에 올라오리라.
헌츠먼이 온갖 막말에 정치 경력도 거의 없는 사람이라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이렇게 한 번 화제를 모아서 올라타면 그 기세는 아무도 막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충격 받은 건 케니 주지사였다.
텍사스의 영웅이라고 불리는데도 헌츠먼한테 2위로 밀린 케니 주지사는 이사벨라의 등장에 하늘이 무너진 표정을 지었다.
오랫동안 정계에서 구른 만큼 직감이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진짜 위험하다!
탁-
최연승이 케니 주지사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지금 하기에는 조금 그렇긴 하지만… 탈락하면 지지해주겠다고 한 약속, 잊지 않았겠지?”
“…!!!”
케니 주지사의 얼굴이 아예 납빛으로 물들었다.
설마 자신이 떨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직, 아직 아니오! 걱정하지 마시오. 레이스는 길고 이제 곧 시작했을 뿐이니!”
“그래. 힘내도록.”
최연승은 고개를 끄덕이고 걸어가 버렸다.
들을 만큼 들었으니, 파티장을 나와 바로 애리조나로 출발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정말 대단한 정치가가 되었구나…!
나태의 여신은 더욱 감탄했다.
방금 앞에서 말해놓고 상대의 뒤통수를 치다니. 이게 바로 정치 아니겠는가.
최연승이 자리에서 사라진 것도 모르고, 케니 주지사는 헌츠먼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속은 미친듯이 쓰렸지만 같은 당 사람인만큼 이런 행사 자리에서 최소한의 예의는 보여줘야 했다.
‘빌어먹을 의원 놈들.’
벌써 몇몇 의원이 헌츠먼 주변에서 칭찬을 늘어놓는 게 보였다. 어느 쪽에 섰는지 아주 잘 알 수 있었다.
“밋 헌츠먼 씨. 여기까지 와준 것에 감사드리겠소.”
“아. 별 거 아니었소. 같은 당 사람이 그렇게 커다란 고난을 겪고 간신히 극복을 해줬는데 찾아와줘야지.”
헌츠먼은 거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놀랍게도 아까 최연승 앞에서 헌츠먼이 보여준 게 겸손한 모습이었다.
원래는 이 정도였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리…”
“물론 나였다면 이렇게 엉망진창이 되기 전에 수습을 했겠지. 여기 있는 사람이 불쌍하군.”
“…지금 뭐라고 하셨소?”
“아. 신경 쓰지 마시오. 당신이 잘못했다는 게 아니라, 나였으면 더 잘할 수 있었다는 거지. 잠깐. 아니군. 나처럼 유능하지 못한 게 잘못일 수도 있겠는데?”
“헌츠먼 씨! 말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닙니까?”
“농담이 과하십니다!”
저런 무례한 말에도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웃으면서 넘기려고 들었다.
헌츠먼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게 뻔히 보였다.
‘…이 자들이!’
빠득!
케니 주지사는 맹세했다.
만약, 정말 만약이지만…
그가 저 헌츠먼에게 밀려서 탈락한다면, 평생 쌓아 온 정치 인생을 총동원해서 최연승을 지원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