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473)
473화
[이 알겠다고 인정합니다.]은 권속의 꼴에 진저리가 쳐졌는지 버티는 것을 포기했다.
여신을 잘 아는 성좌들이 여기 있었다면 매우 놀랐을 것이다.
오만하고 까다로운 성격의 여신은 아무리 불리하다 하더라도 이렇게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물러서다니.
…그만큼 권속의 추태가 말도 안 되었던 게 분명했다.
“욕망 내놓으라고!!!”
“……”
어지간한 상황은 다 겪은 최연승도 이 꼴은 도저히 봐줄 수가 없었는지, 바로 다시 라마르트를 혼절시켰다.
‘몽마들은 정말 괴상망측한 종족이군.’
어비스의 오크들도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여서 농사를 가르친 최연승이 이런 평가를 내리자, 는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오크 이하라니…!
[이 뭘 원하냐고 묻습니다.]“이 땅에서 혼란이 완전히 수습될 때까지 당신의 이름을 걸고 진심으로 지원해줬으면 좋겠군.”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최연승은 이 허를 찔린 것처럼 놀랐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최연승은 이걸 생각하고 있었다.
…의 권속이 갑자기 협상하러 와서 미친듯이 날뛸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말이다.
미국은 땅덩이가 넓은 만큼 악신 성좌들이 날뛸 곳도 많았다. 국토가 넓은 국가의 숙명이었다.
한국은 던전 하나 터지거나 악신 성좌의 권속들이 사교도 집회라도 열면 바로 SNS에 올라오고 경찰에 신고 들어가서 사방에 있던 클랜들이 30분 만에 달려오지만, 미국처럼 넓은 나라는 그런 게 불가능했다.
그런 만큼 악신 성좌의 침공에서도 초기 대응을 놓친 몇몇 주는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미국 대선까지 생각하면 텍사스에서만 레이드할 수는 없다.’
어떻게 보면 레이드는 가장 효과적인 선거 유세 방법 중 하나였다.
아무리 반대편 당에, 관심 없는 후보라 하더라도, 그 후보가 직접 와서 앞마당을 부수고 있는 몬스터를 치워주면 없던 지지도도 생길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최연승이 데리고 다니는 전력도 한계가 있다는 점이었다.
최연승이야 지치지 않고 계속 싸울 수 있다지만 당장 강한 걸로는 인간 헌터들을 압도하는 일라파엘도 전투가 지속되면 지칠 것이고…
-앗. 그런 걱정을 하고는 있었구나.
나태의 여신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최연승이 일레야를 약간 걸어다니는 빙수기계처럼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했었던 것이다.
아무리 일레야가 성좌 본인이라 하더라도 필멸자의 육신 안에서 힘을 쓰는 일이 절대 만만치 않을 텐데…
-물론 일레야는 괜찮겠지. 성좌잖나. 하지만 일라파엘은 필멸자니까.
-아니…?
나태의 여신은 최연승이 지금 자기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경악했다.
최연승 본인이 성좌라고 해서 다른 성좌들도 다 터프하게 버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게다가 일레야 같은 경우는 아무리 봐도 본체가 아니라 분신 같…?
‘지금 동원 가능한 클랜과 헌터들은 기존 구역 지키는 걸로도 벅차다. 특히 다른 성좌의 권속과 싸울 때는 더더욱 권속이 필요해.’
성좌의 권속만이 쓸 수 있는 권능은 트럼프의 조커 카드 같은 것이었다.
약자도 강자를 쓰러뜨릴 수 있게 만드는 강력한 변수!
그런 변수인 만큼 이쪽도 권속들을 데리고 있는 게 안전했다. 최연승이 괜히 일라파엘과 일레야를 끌고 다니는 게 아니었다.
의 권속들을 빌릴 수 있다면 전력에 확실한 도움이 되리라.
다른 악신 성좌들과 의 사이를 이간질할 수 있는 건 덤이었고…
-확실히 좋은 방법이구나. 상대가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받을 거다.
최연승의 제안에 은 꽤 오랫동안 고민했다.
거슬리고 짜증나는 제안이었지만 그렇다고 멋대로 거절할 수는 없었다.
같잖은 잔머리를 굴리다니…
이번에 이해할 수 없는 추태를 보이긴 했지만 라마르트는 쉽게 구할 수 없는 강력한 권속이었다.
제안을 거절하면 적들이 라마르트의 숨통을 끊거나 영원히 가둬버릴 것 정도는 예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저 제안은 에게 상당히 유리한 제안이기도 했다.
일단 본인의 영역에 피해가 가지 않는 제안인 것이다.
다른 악신 성좌들이야 황당하고 어이가 없겠지만 그건 알 바 아니었다. 여신의 영역이나 보물, 권속을 내주는 제안보다는 훨씬 나았다.
결국 고민 끝에 여신은 입을 열었다.
“…잠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려던 최연승은 멈칫했다.
누가 도울 거라고?
‘진심으로 돕겠다고 이름을 걸고 맹세했을 텐데 어떻게 가능한 거지? 맹세에 빈틈이 있나?’
성좌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맹세에는 강력한 힘이 있었다.
진심으로 돕겠다고 했으면 진심으로 도와야 하는 것이다.
-…성좌 본인이 진심으로 저 권속을 높게 평가하면 가능한 일이긴 한데.
-뭐? 그게 말이 되나?
최연승은 믿기 힘들었다.
저기 저 자기 욕망 하나 통제 못하는 권속이, 이 생각하는 최선의 전력이라고?
‘…생각보다 이 별 것 아니었던 걸지도 모르겠군.’
[이 정체불명의 시선에 불쾌감을 표합니다.]* * *
-케니 주지사, 위기의 텍사스를 구하다!
-최연승 헌터의 대활약…
-최연승 헌터는 어떻게 텍사스를 구했나?
-여러 텍사스 클랜장들은 ‘최연승 헌터를 주지사로 취임시켜야 한다’고 입장 선언…
-케니 주지사, 대선가도 탄력… 1위 후보의 탄생?
-자유연방당의 후보는 케니 주지사?
-케니 주지사가 최연승 헌터를 데리고 올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계였기 때문… 케니 주지사 사돈의 팔촌이 한국계…
대다수 일반인들은 최연승과 다른 헌터들이 세운 업적만 관심을 가지고 떠들었지만, 노회한 정치인들은 뉴스에서 다른 걸 읽어냈다.
“젠장맞을! 케니 저 놈이 선수를…! 운 하나는 기가 막힌 놈이군!”
“외국인 헌터의 힘을 빌려서 간신히 불을 끈 놈이 무슨 대통령 후보냐!”
이러니저러니 해도 지금 상황에서 텍사스를 수습했다는 건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자유연방당 내에서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 겨루는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경계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케니 주지사 정도 되는 거물이라면 이번 사건을 업고 기세를 타서 후보를 확정지을 수도 있는 것이다.
“최연승 헌터 이 작자는 미국인도 아니면서 대체 왜 도와준 거란 말이냐! 대가도 제대로 못 받았을 텐데!”
“진, 진정하십시오. 누가 듣기라도 하면…”
정치인들이 서로 어떻게 해야 할지 떠드는 동안, 헌츠먼도 알렉스 파커를 다시 만났다.
알렉스 파커는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생각했다.
‘이 광대 놈의 유통기한도 다 끝나가는군. 완전히 끝나기 전에 확실히 써먹어야 할 텐데.’
지금 알렉스 파커가 보기에, 자유연방당의 후보는 케니 주지사가 될 것 같았다.
꼭두각시가 필요한 알렉스 파커 입장에서 케니 주지사 같은 머리 굵은 거물은 좀 아쉽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꾸준히 후원한 돈이 있으니 그럭저럭 괜찮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리라.
‘이 광대 놈을 이용해서 당 내의 분위기를 내 손바닥 위로 올려놔야 하는데…’
“걱정할 것 없소!”
“?”
헌츠먼이 가슴을 탕탕 치며 큰소리를 늘어놓자 알렉스 파커는 순간 당황했다.
누가 누구한테 걱정할 것 없다고 말하는 거지?
지금 달래야 하는 건 알렉스 파커였지, 지지율이 밀리는 헌츠먼이 아니었다.
“케니 그 놈도 하찮은 놈이오. 자기 스스로 해결을 못해서 헌터들한테 굽신대다니. 물론 제 깐에는 머리를 굴린다고 우리나라의 헌터를 불렀다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헌츠먼. 최연승 헌터는 미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일세.”
“아. 그런 사소한 걸 자꾸 지적하지 마시오.”
“……”
알렉스 파커는 이마의 주름이 깊어지는 것을 느끼며 인상을 찡그렸다.
무능한 아군은 유능한 적군보다 더 무섭다더니, 가끔 헌츠먼을 상대할 때면 이래도 괜찮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멍청하니 조종할 수 있는 거겠지.’
“대통령이 되고 싶으면 망언은 최대한 삼가게.”
“걱정할 것 없소. 내가 한 말을 트집잡는 놈이 있다면 내 반대파가 가짜 뉴스를 퍼뜨린다고 주장할 테니까.”
“…언론도 물어뜯을 텐데 무사할 것 같나?”
“아. 그러면 언론이 가짜 뉴스를 퍼뜨린다고 주장하면 되지.”
‘이런 무식한 놈…’
알렉스 파커는 한숨이 나오는 걸 참아야 했다.
“내가 말한 대로 행사에 참석하게.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고. 당의 의원들과 최대한 많이 접촉하고. 괜한 시비는 걸지 말게.”
“나이가 들면 걱정만 많아진다더니. 걱정 그만 하시오. 알아서 잘 할 수 있으니까.”
헌츠먼은 호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알렉스 파커는 살짝 불안해졌지만 혀를 차며 말을 삼켰다.
헌츠먼은 머리를 두드리면 북 소리가 날 정도로 멍청한 자였지만, 확실히 인기가 있는 사람이었다.
최연승이 미국인인지 한국인인지도 몰랐지만 그가 늘어놓는 과격한 말을 내심 속시원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런 지지층이 있는 만큼 당의 의원들도 함부로 헌츠먼을 대할 수 없었다.
서로 어느 후보를 밀지 고민하고 후보 본인들은 자신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서 고심하는 지금, 헌츠먼은 더더욱 매력적인 상대로 보이리라.
‘괜찮겠지.’
물론 헌츠먼 본인은 자신이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고 헛꿈을 꾸고 있었지만 그건 세계가 망하기 전에는 불가능해보였고…
* * *
-밋 헌츠먼, 자유연방당 지지율 조사 1위, 케니 주지사를 꺾어…
-밋 헌츠먼, ‘자기 주를 말아먹은 머저리는 지는 게 당연하다’고 충격 인터뷰… 자유연방당 의원들 대격노!
-자유연방당 내부에서 대충격… 정치 신인이 돌풍을 일으키나?
-밋 헌츠먼, 그는 누구인가?
‘…미국이 정말 망한 걸지도 모르겠군.’
기사를 들은 최연승은 정말로 놀랐다.
각자 다양한 경력을 가진 쟁쟁한 후보들을 모조리 제치고 웬 미친놈이 1위를??
물론 지지율이야 투표 도중에도 바뀌는 거라지만…
“별, 별 일 아니오. 그, 그저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오.”
케니 주지사는 그렇게 말했지만, 최연승은 케니 주지사의 손이 벌벌 떨리는 걸 볼 수 있었다.
어지간히도 충격인 모양이었다.
‘행사 진행할 수 있나? 누워야 할 것 같군.’
지금 최연승이 있는 자리는 텍사스 질서 회복을 위한 파티였다.
텍사스 클랜장들이나 기업 대표들은 물론이고 정계에서 나름 이름 있는 거물들까지 얼굴을 내미는 뜻깊은 자리.
물론 원래라면 최연승 본인이 이런 자리에 참가할 일이 없었을 테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달랐다.
마이크 황을 밀어주려면 최연승도 친목질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양당 의원들과 인사도 좀 하고 여러모로 안면을 익혀둬야…
“밋 헌츠먼이다!”
누군가 속삭이듯이 외쳤다. 그 말에 모두 시선을 돌렸다.
헌츠먼을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그가 화제의 중심인 건 부정할 수 없었다.
현재 당 내에서 지지율 1위였으니 더더욱.
‘악신 성좌와 계약한 게 아닌가 싶었는데, 아무 성좌와도 계약하지 않았군.’
최연승은 성좌의 눈으로 보고 놀랐다.
솔직히 악신 성좌와 계약한 게 아닌가 조금 의심했었던 것이다.
자리에 들어온 헌츠먼은 자기를 쳐다보는 눈빛들에 뽐내듯이 으스댔다.
그러더니 최연승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여기! 여기 시대의 영웅이 있소! 최연승 헌터!”
“?”
최연승은 의아해했다.
왜 친한 척이지?
‘…아. 지금 지지를 받으려고 이러는 건가. 영리하군.’
“사인 좀 해주시겠소?”
“그러지.”
“사진 좀 같이 찍어주겠소? 내 딸아이가 당신의 팬이어서.”
“그러지.”
“혹시 여기에 내 딸아이를 위해 한 줄 써줄 수 있겠소?”
“…그러지.”
“이건 내 딸아이가 쓰는 아티팩트인데, 여기에다가도 사인을 해줄 수 있겠소?”
“……”
최연승은 슬슬 이상함을 느꼈다.
…아무리 지지를 받으려고 해도 이건 좀 과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