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481)
481화
“계속 말해봐라.”
“그러기 위해서는 가능한 전력을 전부 다 사용해서 어비스 레이드를 진행해야 합니다.”
‘아니. 제법 그럴듯한 말을 하는군.’
최연승은 놀랐다.
미친 사람치고는 꽤나 논리적인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인류에게 닥친 레이드 중 가장 난이도 높은 레이드가 바로 어비스 레이드 아닌가.
하지만 이제까지 전적을 봤을 때, 인류는 어비스 레이드를 시도했을 때 힘을 합친 적이 드물었다.
보통은 누가 먼저 하느니, 성공했을 때 누가 어떤 권리를 갖느니로 다투고 견제했었던 것이다.
최연승도 거기에 질릴 대로 질릴 사람인 만큼 이사벨라 메이어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군.”
“동의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게 무엇이겠습니까?”
“잘 모르겠는데. 뭐지?”
“법안을 제정해서 헌터들을 모두 강제로 동원해야 합니다.”
“오…”
‘역시 미친 사람이 맞았군.’
최연승은 살짝 질린 눈으로 쳐다보았지만, 이사벨라 메이어는 눈치 채지 못하고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 미국을 보십시오. 이기적인 클랜들과 헌터들은 모두 자기 이득만 챙길 줄 알고 나서지 않습니다. 충분히 싸울 수 있는 전력이 있는데도 돈을 더 받겠다고 버티는 클랜들이 있는 한 인류의 미래는 어둡습니다. 한국 출신인 최연승 헌터는 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한국이 확실히 좀 개같…”
“한국 클랜들과 헌터들은 돈보다 시민을 먼저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번 침공 사태에서도 가장 먼저 막을 수 있었던 것 아닙니까.”
“……”
최연승은 순간 울컥했다.
‘이 미친 외국인들이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남의 나라를 멋대로 환상의 나라로 만드나?’
최연승이 말 안 듣는 헌터들과 정치인들과 기타 등등 잡놈들을 움직여서 대비시키려고 얼마나 개고생을 했던가.
지금 생각해도 치가 떨렸다.
만약 똑같은 일이 다시 벌어진다면 최연승은 그냥 폭력으로 설득하게 될지도 몰랐다.
복잡하게 얽힌 현대 사회를 혼자만의 힘으로 움직이는 건 성좌라 하더라도 진이 빠지는 일인 것이다.
“미국도 그렇게 가야 합니다. 말을 듣지 않는다면 거대한 몽둥이로 두들겨 패서라도!”
“그… 궁금한 게 있는데, 다른 나라 헌터들은 어떻게 동원할 생각인가?”
미친 소리였지만 듣다 보면 궁금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최연승은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
‘미국에서 법 만든다고 다른 나라들한테까지 적용되는 건 아닐 텐데?’
이사벨라 메이어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강제로 참가시켜야겠죠.”
“거절하면?”
“강제라는 뜻을 잘못 이해하셨나봅니다. 강제는 말을 안 들을 경우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듣게 만든다는 뜻이잖습니까.”
“……”
최연승은 더 물어보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최연승 헌터. 당신은 제 동료로 같이 행동할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다. 사리사욕을 챙기지 않고 무엇보다 인류를 위해 행동하고 있는 헌터. 자. 제 손을 잡으십시오. 같이 성좌들을 몰아내고 인류의 미래를 만드는 겁니다.”
“…생각해보도록 하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완곡한 거절의 뜻도 이해하지 못하고, 이사벨라 메이어는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역시 대통령 후보로 뽑힐 정도의 영웅인 만큼 이야기가 통할 줄 알았던 것이다.
* * *
“세상에 미친놈들이 너무 많은 것 같군.”
“?”
일라파엘은 귀를 쫑긋거렸다.
“내가 무슨 실수라도 한 건가?”
“아니. 널 말한 건 아니고… 인간들 이야기다.”
최연승은 기감을 강화시켜 주변에서 느껴지는 마력 반응을 찾으려고 했다.
어비스에서 혼자 돌아다닐 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몬스터를 찾는 탐지능력이었다.
상대를 먼저 기습하느냐, 기습당하느냐에 따라 승률이 확 달라지는 만큼 이런 탐지능력이 강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주변은 잠잠했다.
‘정말 헛것을 본 건가?’
만약에 있지도 않은 몬스터 때문에 두 클랜이 서로 싸우고 위험을 자초한 거라면 그것만큼 웃긴 일도 없을 것이다.
최연승이 수색하는 동안 라마르트도 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라마르트는 어떻게 하면 이 권속들 사이에 잘 녹아들 수 있을까 생각했다.
메탈 캣을 찾는다면 그건 그거대로 꽤 도움이 되겠지만, 라마르트는 몬스터의 가능성을 그리 높게 보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주인님?
[도 동의합니다.]기본적으로 인간들은 욕심이 많은 만큼, 저런 상황에서 잘못 볼 가능성도 높았다.
어비스에서도 극히 희귀한 몬스터를 여기서 우연히 목격했다?
너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라마르트. 라마르트.
‘!’
누군가 텔레파시 마법으로 라마르트에게 말을 걸어왔다. 라마르트는 경계하며 대답했다.
-누구지? 정체를 밝혀라.
-나다. 를 모시는 권속, 잘다란.
엘프 잘다란.
악신 성좌인 를 모시는 권속인 엘프였다.
라마르트도 이름을 알 정도로 어비스에서는 유명한 마법사 권속.
그런 상대가 이렇게 몰래 말을 걸어오다니. 심상치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악신 성좌들의 권속들이 무차별적으로 지구로 내려와 난동을 피우는 시기 아닌가.
-무슨 일이지?
-너와 협력하고 싶다. 지금 주변에 있는 권속들을 따돌리고 내가 있는 곳으로 와라.
-음…
라마르트는 고민했다.
저 제안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지만 고민과 달리 이미 답은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왜냐하면 라마르트의 주인인 은 이미 맹세를 했었던 것이다.
이번 일이 끝날 때까지는 좋든 싫든 저 선신 성좌들을 도와줘야 했다.
“저기요! 저기 악신 성좌 권속 있어요!!”
“!”
“!”
“?!?”
엘프 잘다란은 깜짝 놀랐다.
저 몽마 새끼가 배신을?!
* * *
악신 성좌, 는 악신 성좌치고 상당히 조용한 편이었다.
모든 악신 성좌들이 난폭하게 날뛰는 걸 좋아하진 않았고, 탐구자 성좌도 조용히 자기 일을 하는 성격에 가까웠다.
이번 지구에 엘프 잘다란을 보낸 이유도 다른 악신 성좌들처럼 침공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지구가 혼란스러운 김에 권속을 보내 평소 관심 있었던 보물들을 챙겨오라고 명령한 것이다.
인간들 입장에서는 ‘아티팩트만 놓고 보면 어비스가 훨씬 압도적으로 많지 않나?’싶었지만, 성좌 입장에서 지구의 보물들은 생각보다 흥미로운 물건들이었다.
오랜 역사를 가진 보물들은 그 성능을 떠나서 멋과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알겠습니다. 위대한 탐구자님.
는 낡고 오래된 책들을 좋아했다. 잘다란은 거기에 맞춰서 보물을 모아갈 생각이었다.
[가 이 짐승을 데리고 가라고 말합니다.] [이 짐승이 네 일을 도와줄 거라고 말합니다.]-감사합니다. 위대한 탐구자님.
성좌가 내민 몬스터는 놀랍게도 메탈 캣이었다.
금속을 변화시키는 권능을 가진 어비스의 희귀 몬스터!
-■■■■.
그러나 성좌가 보낸 메탈 캣은 권능 때문에 보낸 게 아니었다.
놀랍게도 이 메탈 캣은 보물의 위치를 기가 막히게 찾아내고 감별하는 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어비스의 여러 몬스터 중에서도 보기 드문 지능이었다.
[가 귀한 짐승이니 잘 보살피라고 말합니다.] [하긴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인데 굳이 말할 필요 없을 거라고 합니다.]-예. 제 수족처럼 돌보겠습니다.
잘다란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엘프 대마법사인 잘다란이 고작해야 몬스터 하나 관리하는 일을 못할 리 없지 않은가.
…그러나 메탈 캣은 생각보다 영리했다.
잘다란의 빈틈을 뚫고 사라져버리더니 미친듯한 도주를 시작한 것이다.
-안 돼! 안 돼! 이 미치광이 몬스터 놈아! 거기 서지 못해!?
-대체 왜 그러는 거야! 멈추지 않으면 널 태워버리겠다!
-당장 멈춰! 당장 멈추란 말이야!! 엘프 잘다란의 고생은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처절했다.
게다가 어비스의 권속이 인간들의 영역에서 돌아다니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인간 세계에서 꽤 많이 활동한 권속들도 이런저런 실수를 하는데, 잘다란처럼 지구에 별 관심이 없는 엘프라면 더더욱 그랬다.
-저 사람 뭐야? 마약중독자인가?
-헌터 같은데?
-복장이 너무 이상하지 않아?
-그러니까 헌터지.
수많은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뚫고 잘다란은 추격전을 벌였다.
그리고 이렇게 외딴 광산지대까지 흘러오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진짜 메탈 캣이었다고!
-개소리 하지 마라. 메탈 캣은 무슨.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잘못 본 거겠지.
-검은 비닐 봉투를 고양이로 착각하는 것처럼.
-맞아. 나도 그런 경우가 있었어.
-아니라니까!
-닥쳐라. 지금 중요한 건 메탈 캣이 아니라 있지도 않은 몬스터 때문에 우릴 버린 네놈들을 어떻게 처분할지니까.
-살… 살려주십시오! 정말로 클랜을 위한 일이었습니다!
헌터들은 다행히 메탈 캣의 존재를 잘 믿지 않는 것 같았지만, 잘다란은 헌터들의 대화에서 확신을 얻었다.
메탈 캣이 이 근처로 숨어든 게 분명했다.
게다가 광석을 좋아하는 놈의 습성상 이런 광산지대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으리라.
“저기! 저기 엘프 마법사 잘다란이라고 마법 잘 쓰는 놈이니까 조심하셔야 해요!”
“잘다란! 조심해라. 최연승! 온갖 마법을 다 쓰는 엘프 놈이니까! 특히 공간계 마법에 능하지!”
‘저런 나무뿌리보다 못한 잡놈들이…’
엘프 마법사 잘다란은 어이가 없었다.
그래, 일라파엘까지는 이해해줄 수 있었다.
일단 선신 성좌의 권속이었으니까.
물론 날개를 펄럭거리며 자기를 봐달라는 듯이 저렇게 외치는 모습은 좀 황당하긴 했지만 일단 이해 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라마르트는 악신 성좌의 권속 아닌가.
하다못해 성좌의 명령 때문이라 하더라도 저렇게 적극적으로 알려줄 이유가 있나??
“따라오지 않는 게 좋을 거다, ! 나는 너와 적대하러 온 게 아니다. 괜한 적을 만들어서 좋을 게 없지 않겠나!”
“오, 그런가?”
“그렇다! 날 이대로 놓아주면 나는 아무런 원한을 품지 않겠다고 맹세하겠다!”
“그래! 그냥 원한을 품도록!”
푹!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최연승 쪽에서 내공의 탄환이 발사되기 시작했다.
손가락 끝에서 기관총 발사되듯이 날아오는 내공의 탄환은 파괴력은 좀 부족하더라도 한두발 맞으면 순식간에 움직임이 느려질 위력을 갖고 있었다.
[의 권능을 사용합니다.] [마법이 발동됩니다!]탐구자 성좌의 권능 중 하나.
별자리의 힘을 빌려, 기록된 마법을 곧바로 시전하는 강력한 권능!
다른 성좌들이 보여주는 특이한 권능에 비하면 수수한 권능 같아 보였지만, 그 권능이 대마법사와 결합되면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자랑했다.
‘!’
최연승은 갑자기 허공에서 꽃피는 수십 개의 마법을 보고 놀랐다.
어비스에서도 이 정도 마법을 순식간에 쓰는 적수는 드물었던 것이다.
‘괜히 대마법사가 아니군.’
잘다란은 마법 몇 개로는 스스로의 몸을 보호하고, 다른 마법 몇 개로는 자신의 몸을 굴절시키고 왜곡시켜서 조준하지 못하도록 만든 다음, 또 몇 개의 마법을 사용해 최연승의 움직임을 느리고 불편하게 만들고, 마지막으로는 공격을 퍼부었다.
마법 사용자들을 위해 교과서로 남겨 놓고 싶을 정도로 완벽하고 깔끔한 연계였다.
‘어떻게 대응할 생각이지?’
라마르트는 궁금해졌다.
저런 식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막으며 늪에 빠뜨리듯이 싸우는 게 잘다란의 방식이었다.
정교한 퍼즐로 구성된 미궁 같은 전투 방식!
저기서 빠져나오는 건 쉽지 않았다.
[의 권능을 사용합니다.] [영역이 선포됩니다!]패배하지 않는 화신의 영역 선포.
상대를 강제로 끌어들여서 1:1 결투를 벌이는, 어떻게 보면 별로 유리할 게 없어 보이는 특이한 권능 스킬이었다.
그러나 저런 상대로는 매우 유효했다.
이곳저곳 튀면서 복잡하게 상황 만들기 전에 그냥 끝장내버린다.
“야. 이리 와라.”
“…!”
오랫동안 어비스에서 살아온 대마법사 잘다란이었지만, 눈앞의 인간이 뿜어내는 기세에 그대로 압도되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