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560)
560화
‘내가 지금 어비스의 먼 과거로 돌아온 건지, 정신 공격을 당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군.’
최연승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그러나 광전사 성좌의 모습은 그대로였다.
비굴하게 고개를 숙이며 성좌에게 굽신거렸다.
이번에 맡겨주신 일을 해내면 약속하신 보상을 꼭… 제 왕국이 지금 메말라서…
봐라. 일을 하기 전부터 보상 이야기를 하다니. 네가 그러니까 계속 실패하는 거다. 네가 일을 해낸다면 내가 보상을 안 해줄 것 같나? 그런 말 자체가 네놈의 얄팍함을 드러내는 거다.
죄, 죄송합니다. 워낙 급해서…
너는 내가 섬기는 님을 보고 그 모습을 배워라. 추잡하고 약한 영역만 갖고 있으니 네가 그렇게 실패하는 거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내가 다 마음이 아프군.’
광전사 성좌가 지랄발광하는 모습을 딱히 좋아한 건 아니었지만 저렇게 굽신거리는 모습도 적응 안 되는 건 마찬가지였다.
는 철컥거리면서 최연승에게 말했다.
이 성좌는 믿음직스럽지 않게 보이지만 실제로 믿음직스럽지 않다. 하지만 길잡이로서는 쓸만할 거다. 놈이 주변의 영역에 대해 잘 알 테니, 놈을 데리고 가서 써먹어라.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참고로 놈의 전투력은 기대하지 마라.
죄, 죄송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최연승은 더 이상 말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로 돌아가면 광전사 성좌가 좀 다르게 보이겠군.’
* * *
…! 정말로 멋있는 칭호이십니다. 부럽습니다.
“그… 그렇군.”
같이 움직이면서 광전사 성좌는 최연승을 부럽게 쳐다보았다.
아부가 아니라 진심을 담은 동경의 시선이었기에 최연승은 더더욱 당황스러웠다.
“그… 지금 밑에서 일하고 있는 건가?”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제 힘은 너무 미약해서, 수많은 성좌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이 근처에서는 살아남기 힘드니 말입니다. 저번에도 작은 영역 하나를 손에 넣었는데 다른 성좌들의 공격 때문에 죽을 뻔했습니다.
성좌가 가진 영역과 존재력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그 성좌의 개성이 더욱 더 강해지기 마련.
그런 점에서 지금 자신의 영역 하나도 지키지 못할 만큼 약한 광전사 성좌가 매우 제정신에 친절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적응이 되는 건 아니었지만.
“을 상대하는데 왜 널 길잡이로 붙여줬지?”
지금 의 왕국 주변에는 여러 성좌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을 상대하려고 섣불리 접근했다가는 다른 성좌들의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구에 몰린 어비스의 성좌들이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것처럼 보여도 그 정도면 어비스의 역사에서 상당히 안정된 상태였다.
지구라는 행성에 모인 영혼의 가치가 워낙 대단했기에 성좌들이 나름 협정을 맺고 타협을 했던 것이다.
그런 타협이 없고 협정이 없다면 성좌들은 본색을 드러냈다.
어깨만 부딪히면 서로의 권속을 보내 목숨을 걸고 왕국을 노려댔다.
“그렇군. 을 공격하려고 해도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는 건가.”
현재에는 이름도 알지 못하는 고대 성좌들과 그런 어이없는 이유로 다투는 건 최연승도 사양이었다.
[가 해일을 불러옵니다.] [가 창을 휘두르며 군세를 소환합니다.]말이 끝난지 얼마나 됐다고 광전사 성좌의 말을 실제로 증명하는 광경이 벌어졌다.
어비스의 영역에서 두 성좌가 전력을 다해 싸우는 광경은 흔치 않았다.
그러나 먼 고대의 어비스에서는 서로 성좌들이 규칙도 없이 한 쪽이 쓰러질 때까지 권능을 휘둘러댔다.
살풍경한 황야가 갑자기 바다로 변하더니 그 위에 있던 의 군세들이 쓸려나갔다.
순식간에 영역에 물이 차오르고 바다에 익숙지 않은 종족들은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는 전투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분노해서 군세를 소환해냈다.
종족 특유의 독특한 형태의 함선을 타고 소환된 군세들은 바다 위를 빠르게 누비며 를 섬기는 몬스터들을 사냥해나갔다.
마치 폭풍우 속에서 고래잡이에 나선 선원들 같았다.
최연승과 광전사 성좌는 흥미진진하게 성좌들의 싸움을 구경했다.
원래 자기 관련된 일이 아니면 이런 싸움 구경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다.
어비스의 성좌들에게는 은근히 즐거움이 적었던 것이다.
왕국 경영하고 다른 경쟁자 정리하고 영역 정리하고 하다보면 인생에 즐거움 없이 삭막함만 남기 십상이었다.
권속들이 재롱떠는 재미가 있다지만 사실 정말 재미있는 권속은 흔치 않았다. 대부분은 그냥 ‘믿습니다!’만 외치는 광신적인 놈들이었다.
그러니 이런 성좌들의 싸움이 얼마나 재미있겠는가.
다른 성좌들이 벌이는 성좌전에 성좌들이 구경 안 시켜주면 욕을 퍼붓는 이유가 있었다.
[가 남의 영역에서 무슨 짓이냐고 분노합니다!] [가 무시합니다.] [가 무시합니다.]“……”
최연승은 여러 의미로 놀랐다.
일단 성좌가 여기 있었다는 것에 놀랐다.
그리고…
‘이 자식들, 자기 영역이 아니라 남의 영역에서 싸운 거였나??’
어쩐지 뒷일 생각하지 않고 미친것처럼 영역을 변화시키면서 싸우더니 이런 뻔뻔한 놈들!
“도와줘야겠다.”
최연승은 몸을 일으켜세웠다. 광전사 성좌가 깜짝 놀랐다.
다른 성좌들의 싸움에 참가하시는 건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으실 겁니다.
“나도 안다. 하지만…”
이 싸움을 보니 가슴이 뜨거워지신 겁니까!?
“…그래. 그렇게 생각하도록.”
사실 관찰자 성좌와 인연이 있어서였지만, 그걸 광전사 성좌한테 설명할 수는 없었다.
광전사 성좌는 감탄한 표정으로 최연승을 쳐다보았다.
저런 당당함은 강한 성좌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이었다.
다른 성좌들의 싸움에 그냥 끼고 싶어서 끼다니.
멋지다!
광전사 성좌는 언제 저런 성좌가 될 수 있을까?
꽝!!!
굉음과 함께 최연승이 영역으로 뛰어들었다.
존재력을 담은 혼원각이 호를 그리고, 영역을 채운 바다가 양 옆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발차기 한 방으로 바다를 쪼갠 것이다.
[가 싸움에 끼어드는 무례함에 분노합니다.] [죽고 싶냐고 묻습니다.] [가 아름다운 싸움을 망치는 난폭함에 혀를 찹니다.] [당신의 야만스러움을 비웃습니다.]…남의 영역에서 싸움질 벌이는 놈들이 뭐라도 된 것마냥 훈계질이냐!?
최연승은 오래간만에 예전 어비스 외곽에서 성좌 사냥을 하던 때로 돌아왔다.
지구에서처럼 다른 성좌들의 시선을 신경 쓰거나 혹은 사람들이 있는 곳이 박살날까봐 두려워 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힘을 폭발시키면 됐다.
주먹을 쥐고, 발에 힘을 모으고.
최연승의 신형이 사라지더니 앞에 나타났다.
상대의 움직임을 놓친 는 당황해서 흐느적거렸다.
그 위로 최연승의 혼원권이 작렬했다.
빡!!!
존재력이 융합된 무공의 일격은 성좌마저 뒤흔들었다. 단 한 대를 맞았지만 처음 느끼는 격통에 는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다.
자신의 권속들을 부려서 싸우는 데에는 익숙했지만 이렇게 대뜸 달려들어서 난전을 벌이는 성좌에는 익숙지 않았던 것이다.
최연승은 고통을 느끼는 상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지 않았다. 한 번 뻗어져 나온 권격이 흩어지면서 다시 연속으로 틀어박혔다.
[가 도망치기 시작합니다!]더 이상 견딜 수 없었는지 는 돌아서서 전장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영역을 채운 바닷물들이 빠르게 빠져나가며 그 권속들이 당황스러워했다.
이제 남은 건 였다.
는 갑작스러운 적이 해조류 성좌를 박살낸 것에 놀랐는지 반응이 한 발 늦었다.
[가 권능으로 당신의 움직임을 예측…]전략가 성좌가 최연승의 움직임을 먼저 읽어내려고 시도했지만, 최연승의 미래 예지 권능이 한 수 위였다.
같은 계열이지만 더 고등한 권능으로 상대의 권능을 짓밟아버린 최연승은 아까처럼 달려들었다.
쾅!!!
[가 고통에 차 지휘를 잊어버립니다!] [의지가 꺾입니다!] [가 전장에서 도망칩니다!]그렇게 치열하게 권속들을 사용한 것치고 싸움은 허무하게 끝났다.
성좌의 공격을 맞은 두 성좌는 자신들의 권속도 챙기지 못하고 허둥지둥 전장을 떠나버렸다.
광전사 성좌는 그 모습에 커다란 감명을 받았다.
놀랍습니다…! 이 정도로 강하실 줄이야!!
“별 일 아니다. 빨리 뜨도록 하지.”
최연승은 자리를 빨리 떠나려고 했다.
여기 오래 남아 있어서 좋을 게 없었던 것이다.
다른 성좌들의 관심이 날아오는 걸 떠나서 관찰자 성좌와 만났을 때 최연승은 상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짐작하기가 힘들었다.
저는… 지금은 이렇게 미약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언젠가는 꼭 과 같은 힘을 가지고 싶습니다!
“…꼭 그래야 하나?”
최연승은 광전사 성좌의 상태를 보며 말끝을 흐렸다.
여기서 강해질수록 성좌의 지능이 내려가고 광기에 물들 거라는 게 안타까웠다.
예! 꼭 그래야 합니다.
“그래라. 말린다고 들을 놈이 아니니까… 광기는 적당히 추구하고.”
최연승과 광전사 성좌는 빠르게 영역을 벗어났다.
간신히 영역에 일어난 난리를 수습한 성좌는 사라져가는 최연승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
* * *
이곳이 의 영역입니다.
“…?”
최연승은 당황했다.
보통 왕국이라면 으레 보여야 할 것들이 아무것도 없었다.
성좌를 직접 섬기는 권속도, 성좌를 기리는 건축물도, 성좌에게 신앙을 보낼 하수인도…
“왜 아무것도 없지?”
은 원래 이렇습니다만?
오히려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광전사 성좌가 되물었다.
최연승은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나태의 여신이 스스로를 봉인한 것처럼, 어비스에서 모든 성좌들이 활발하게 행동하는 건 아니었다.
의 성격을 생각해봤을 때 이런 식으로 자신을 봉인시켜두거나 은둔해 있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다른 성좌들이 이 영역을 내버려두나?”
보시다시피 아무것도 없는 영역이라… 물론 다른 성좌가 여기에 자신의 하수인들을 데리고 올 수는 있겠습니다만, 주변에 다른 영역이 많은데 굳이 지금 그럴 성좌가 있겠습니까?
최연승은 주변을 둘러보며 생각에 잠겼다.
여기 영역을 파괴하거나 뒤바꾼다고 해서 에게 그렇게 크게 타격이 되지도 않을 터.
어떻게 하면 현재로 돌아갔을 때 에게 타격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최연승의 머릿속에 무언가 스치고 지나가는 게 있었다.
꼭 을 어떻게든 과거에서 처리하는 것만이 방법이 아니었다.
결국 을 쓰러뜨릴 방법만 만들어내면 되는 것 아닌가.
‘분신을 만들어서… 오랫동안 봉인시켜놓는다면…’
대충 계산을 해본 최연승은 광전사 성좌에게 물었다.
“혹시 이 어떻게 자신을 봉인시켰는지 아나?”
예?! 그런 멍청한 성좌나 하는 이해 안 가는 짓을 어째서 하시려는 겁니까? 그러지 마십시오! 그러시기에는 너무 아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