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559)
559화
최연승은 처음에는 놀랐다.
그러나 곧바로 그 이름이 가진 의미를 깨닫고 매우 반가워했다.
“잘 됐군!”
“?!”
처음 보는 이방인이 갑작스러운 반응을 보이자 문지기는 더욱 더 수상쩍어했다.
“물러나라! 네놈의 정체를 밝혀라. 무슨 목적으로 주인님의 왕국을 기웃거리는 것이냐?”
“내가 누군지는 네 눈으로 파악해라.”
최연승은 말과 함께 존재력을 드러냈다.
어비스에서 성좌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강대한 힘에, 문지기는 경악해서 무릎을 꿇었다.
“아니… 당신은… 어느 분이시길래 이렇게 직접… 나타나신 겁니까?”
“나는 이다. 문을 열고 네 주인에게 내 도착을 알려라.”
존재력에 압도된 문지기는 최연승을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런 만큼 최연승은 당연히 상대가 에게 최연승을 안내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습니다.”
“?!”
최연승은 진심으로 당황했다.
‘뭐지?’
분명히 자신의 정체를 눈치 챘는데 저런 반응을 보이다니.
혹시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는 성좌라서 그런 것인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낱 필멸자가 이렇게 성좌의 앞을 가로막을 리는 없을 텐데?
“이라니… 주인님의 이름을 모욕하고 조롱하기 위해서 찾아온 게 분명하군요. 절대로 주인님에게 알려드리지 않겠습니다.”
“…아니다!”
최연승은 어이가 없었다.
무슨 저런 오해를!?
그러나 문지기는 쉽게 오해를 풀지 않았다.
“패배는 제가 감당하기로 한 하나의 운명일 뿐. 어떤 패배도 저를 꺾을 수는 없습니다. 오직 충성만이 제게 있을 뿐.”
“아니라니까…”
최연승은 이 전성기에 엄청나게 강력했다는 말을 그렇게 깊게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하지만 오늘 이렇게 직접 보게 되니, 왜 전성기 때 강력했는지 알 것 같았다.
충성스럽고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는 권속들.
심지어 패배를 겪는다 하더라도 그 패배로 다시 강해지는 치사하고 끈질긴 권능까지 있었다.
“자. 봐라. 내가 정말로 네 주인을 모욕하고 속이기 위해서 온 성좌라면 무엇 때문에 여기서 이러고 있겠나? 바로 널 쓰러뜨리고 안으로 들어갔겠지.”
“하지만 당신 같은 이름을 가진 분이 무엇 때문에 주인님을 만나려 하시는 겁니까? 모욕과 조롱 외에 어떤 의도가 있을 수 있습니까?”
‘한 대 패고 싶군.’
문지기가 맞는 말을 하자 최연승은 한 대 맞게 해주고 싶어졌다.
논리적으로 보면 문지기의 말이 맞았다.
보통 성좌들 사이에서 비슷한 영역을 공유하는 성좌들은 성격이 맞았고, 반대의 영역을 가진 성좌들은 성격이 잘 맞지 않았다.
최연승 같은 이름을 가진 성좌가 대뜸 찾아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이유일 수가 없는 것이다.
“이봐. 내가 정말로 네 주인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갖고 왔는데, 네 알량한 판단으로 그걸 막아버린 거라면 어떻게 보상할 생각이냐? 네 영혼 하나로 보상할 수 있을 것 같으냐?”
“……”
최연승의 말에 문지기도 할 말이 없었는지 깊은 고민에 잠겼다.
“어서 가서 네 주인에게 이야기를 전해라! 네가 판단하지 않고, 네 주인이 판단을 내리게 해라. 그것이 진정한 충성이다.”
“아… 알겠습니다.”
최연승이 뿜어내는 존재력과 논리에 압도된 문지기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동료를 불렀다.
잠시 후.
“꺼지시랍니다. 이름만 봐도 혐오스럽다고…”
“……”
최연승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중에 현재로 돌아가고 나서 두고 보자.’
나태의 여신이 하루에 25시간 일하게 하리라!
“오해가 있는 것 같군. 직접 얼굴을 보고 말하겠다.”
“포기하지 않고 이러시는 걸 보니 확실히 수상쩍은 의도가…”
최연승은 더 이상 문지기들과 다투지 않았다.
이런 문지기들과 다투면 다툴수록 최연승 스스로에게 자괴감만 들 뿐.
차라리 나태의 여신을 직접 만나고 설득하는 게 나았다.
쾅!
최연승이 발을 구르자 그 모습이 사라졌다.
너무나도 빨라서 문지기들은 순간 최연승이 영역의 안으로 들어간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나 흐트러지고 있는 영역의 기운이 침입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침입자다! 침입자!”
“감히 나태한 이들만 들어올 수 있는 신성한 땅에, 믿을 수 없이 오만한 칭호를 가진 성좌가 들어왔다!”
* * *
은 어비스에서 가장 완벽한 자세로 드러누워 있었다.
어떤 성좌도 여신의 자세를 따라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근처에 있는 다른 권속들도 매우 편안하고 안락한 자세로 엎어져 있거나 누워 있었다.
성좌도, 권속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흘러가는 어비스의 풍경을 지켜보며 시간을 쓸데없이 소모할 뿐.
쉬이이이이익!
그 순간 멀리서 흰 유성이 날아왔다.
존재력을 사용해 가속한 최연승이었다.
은 날아오는 최연승을 보자마자 귀찮다는 듯이 손을 흔들었다.
[이 권능을 사용합니다.] [패배한 자들의 원망이 당신을 휘감습니다.]단순한 정신에 타격을 주는 권능이었지만, 어마어마한 존재력을 가진 성좌가 사용하자 그것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최연승은 전신의 내공을 불태우며 투쟁의 의지를 다져야했다. 조금이라도 숨을 잘못 들이쉬면 온몸이 꺾일 것 같았다.
제법 강한데…
이 다음 공격을 하려고 손을 들었다.
최연승은 더 이상 봐주지 않고 달려들어서 여신에게 공격을 날렸다.
그대로 맞아주다가는 미래고 뭐고 여기서 쓰러질 수도 있었던 것이다.
꽝!!
굉음과 함께 최연승의 권격이 강기를 뿜어내며 여신의 옥좌에 꽂혔다.
그 충격에 여신은 뒤로 날아갔지만…
[이 일시적으로 패배를 겪습니다.] [패배로 인해 여신이 강해집니다.] [방금과 같은 공격에 무적으로 변합니다.]“……”
최연승은 두 가지 의미로 분노했다.
지금 상황을 꼬고 있는 여신에게 분노했고, 이런 사기적인 힘을 갖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날려버려서 최연승 혼자 싸우게 만든 미래의 여신에게 분노했다.
‘진짜 돌아가면 두고 보자…!’
흥.
여신은 이미 이겼다고 생각했는지 최연승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공격을 날렸다.
순간 최연승은 이 영역 자체가 최연승을 타격하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존재력 사용이었다.
‘컥…!’
[이 일시적으로 패배를 겪습니다.] [패배로 인해 이 강해집니다.] […] […]그러나 패배로 강해질 수 있는 건 여신만이 아니었다.
여신에게서 영역과 권능을 이어받은 최연승 또한 패배로 강해질 수 있는 힘을 부여받은 것이다.
‘돌아가면… 어디 두고 보자…’
최연승은 세 번째 다짐하며 힘을 회복시켰다. 여신의 권능 덕분에 빠르게 힘이 돌아오고 있었다.
어떻게 회복하고 있는 거지?
“네가 준 힘 덕분이지.”
최연승은 이를 빠득 갈며 힘을 집중시켰다. 내공이 극한으로 집약된 혼원권이 주변의 공간을 일그러뜨리고 질서를 뒤바꾸었다.
내가 힘을 줬다니. 내가 아무리 게을러도 그런 터무니없는 거짓말에 속을 리가…
“그래. 계속 싸우면서 생각해봐라!”
최연승은 다시 달려들었다.
상대가 말로 해서 믿기 힘들다면 몸으로 직접 겪게 해주면 그만이었다.
계속해서 여신의 권능을 쓰는 걸 보면 여신도 결국에는 납득하리라!
* * *
그래그래. 알겠다.
나태의 여신은 매우 귀찮다는 듯이 최연승을 말렸다.
그렇게 혈전을 벌였는데도 여신은 아직도 여유로웠다.
솔직히 싸움을 멈춘 이유가 귀찮아서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였다.
“정말 믿고 있는 게 맞나?”
믿는다니까. 그래. 믿어주면 됐지? 이제 가라.
“……”
최연승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미래의 동맹만 아니었다면 정말 사생결단을 벌이고 싶을 정도로 얄미웠다.
어지간한 악신 성좌를 만나도 이렇게 감정이 흐트러지진 않는데, 나태의 여신은 이상하게 최연승의 감정을 조종했다.
“잘 들어라. 나태의 여신. 미래에…”
최연승은 분노를 눌러참고 나태의 여신에게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나태의 여신이 하도 게을러터져서 자기 왕국을 다 갖다 버리고 스스로 봉인한 다음에 대충 어비스에서…
설명을 다 들은 나태의 여신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품을 했다.
“다 들은 거 맞나?”
내가 스스로를 봉인한 거 말고는 전혀 그럴듯한 구석이 없군. 어디서 내가 소망을 말하던 걸 주워듣고 날 속이러 온 거 아닌가?
“…이게 거짓말이면 내가 당신의 권능은 어떻게 쓰고 있겠나?”
어떤 수단을 써서 구했나보지. 패배의 영역이 나만이 사용할 수 있는 권능도 아니고… 아. 귀찮다. 그냥 알아서 잘 해보면 안 되나? 꼭 나를 괴롭혀야 하나? 믿어줄 테니까 그냥 가면…
나태의 여신은 말하다가 말고 길쭉한 침상 위에 엎드렸다.
푹신한 비단 베개에 얼굴을 박고서 엎드리는 꼴이 절대 일어나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최연승은 침상 다리를 걷어찼다. 존재력이 담긴 내공이 침상을 타고 흐르며 여신을 위로 띄웠다.
남의 영역에 쳐들어와서 보여주는 오만방자한 행동에도 불구하고 나태의 여신은 화를 내지 않았다.
그냥 다시 엎드리려고 했다.
‘돌아버리겠군 진짜.’
최연승은 여신의 발목을 붙잡고 질질 끌어냈다. 여신은 침대 위에 남아 있으려고 힘을 썼지만 이런 근접전에서 최연승을 이길 수는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권속들은 멍하니 누워있느라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영역에서 약한 놈들이 더 성실하지?’
“나태의 여신! 을 약하게 만들어야 한다! 듣고 있나! 네가 날 도울 때까지 나는 계속해서 외치겠다.”
나태의 여신은 최연승이 진짜로 미래에서 온 건지 아니면 어디서 능력을 얻고 거짓말을 하는건지 고민하려다가 고민을 포기했다.
너무 귀찮았던 것이다.
정말 을 상대하는 방법을 알려주면 거기로 꺼질 거지?
“…쓸만할 경우 계속 자게 해주겠다.”
알겠다. 알겠어. 이 성좌한테 찾아가라. 널 도와줄 거다.
“만약에 제대로 된 도움이 아니라면 다시 찾아와서…”
아. 믿으라니까…
나태의 여신은 더 이상 말하기 싫다는 듯이 다시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최연승은 마지막으로 맹세했다.
다시 현재로 돌아가기만 하면 진짜 두고 보자!
* * *
여신이 소개해 준 것은 최연승이 처음 보는 성좌였다.
성좌.
온갖 골렘 계열의 종족들을 부리고 있는 성좌는 최연승을 보고 물었다.
여신께서 명령하셨다니 따르겠다.
‘여신을 섬기는 부하 성좌인가?’
그런 것치고는 성좌 본인의 존재력이 엄청나게 강력했다.
이런 성좌를 부하로 섬기고 있었을 줄이야.
…그리고 그런 걸 다 잃어버리고…
‘후. 그만 생각해야지.’
최연승은 분노를 다스렸다.
그런 최연승의 속마음도 모르고 기계장치 성좌는 철컥거리며 다른 성좌들을 불렀다.
보아하니 기계장치 성좌를 섬기는 또다른 부하 성좌가 있는 모양이었다.
일이 생겼다. 나와라. 내 밑에서 보호를 받고 싶다면 네 가치를 증명해봐라.
예! 맡겨만 주십시오!
호쾌한 대답과 함께 안쪽에서 성좌 하나가 튀어나왔다.
최연승도 얼굴을 알고 있는 성좌, 였다.
무엇이든 맡겨만 주시면 다 해치워버리겠습니다.
너는 너무 시끄럽고 감정적이고 실수가 많다.
죄… 죄송합니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면…
“……”
최연승은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아찔함을 느꼈다.